“그대는 총명하고 기품이 넘치는 정숙한 여인입니다. 답은 서두르지 마세요. 그대가 그대로서 남을 수 있는 곳을, 제가 만들게 해 주세요.”
“바, 발리에 공자…….”
“부디 뤼시앵이라고……. 베르나데타 양.”
진지한 눈으로 이름을 부르며, 뤼시앵은 베르나데타의 손등에 입맞췄다.
‘구, 구혼을 받고 말았어요!’
그 후 어떻게 저택까지 갔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베르나데타는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을 했다. 교복을 입은 채 침대에 쓰러진 것이다.
‘구혼……. 내가 구혼을……?!’
게다가 상대는 이웃 나라의 공자인 뤼시앵이다.
장신에 온화하고 상냥하며, 무엇보다 베르나데타와 대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상대.
상대가 이웃 나라의 공작가라면, 삼남이라고는 하나 이웃 나라와의 국교를 공교히 하고 싶을 아버지는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이상적인 상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왜 베르나데타의 마음은 맑지 않은 걸까.
뤼시앵은 착하고 지적이며 베르나데타에게 공부를 그만두고 남편을 떠받들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웃 나라의 문화에는 흥미가 있고, 언어도 문제 없다.
무엇보다 이런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구해 주려고 하고 있다.
답이 나오지 않은 채, 베르나데타는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나 교복에서 실내복으로 갈아 입었다. 복도로 나오자 마침 귀가하고 있던 모양인 아버지와 마주쳤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
“그래.”
아버지는 짧게 대답하고 베르나데타와 스쳐 지나갔다. 그 아버지의 뒤를 따르듯 사우리가 달려 왔다.
“아버님! 오늘 밤은 피나르디 지방의 이야기를 들려 주실 거죠?”
‘피나르디 지방…….’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 그제야 베르나데타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듯 사우리가 “있었습니까.” 라며 돌아보았다.
“누님도 올해 졸업하는데, 빨리 약혼자를 잡으세요. 적령기가 늦은 누님이 계속 가문에 있으면 민폐입니다.”
사우리의 말대로다. 후작가의 영애이면서도 열여덟이나 되어서 약혼자 한 명도 없다니, 가문의 수치다. 그것도 이것도, 뤼시앵의 손을 잡으면 해결된다. 해결되는데…….
* * *
그 이후 며칠이 지나, 학원 안에는 아이니와 에릭 전하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전부터 그런 이야기는 많았지만, 약혼자인 세라피나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더욱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산드라는 그 일이 답답해 견딜 수 없는 것 같았지만 베르나데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성녀는 평생 대성당에서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
빛 마법의 후계자를 낳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혼인은 허락되지만, 그것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서일 뿐. 남편이 될 사람과 함께 살지도, 남편의 가문에 입적하지도 않는다. 왕세자인 에릭과 맺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아이니가 에릭과 어울린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세라피나와는, 격이 너무 다르다.
‘왕족의 혼인에 이의를 제기한다니……. 이 얼마나 불경스러운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참지 못하고 소문을 내고 마는 것은 사람의 성격일까, 귀족의 성질일까. 앞으로의 판도와도 관련이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리고 뜻밖에 받은 자신의 혼인 이야기도,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알려진다면 분명 소란이 일 것이다.
“베르나데타 양, 잠시 괜찮을까요?”
“!”
마침 방금 떠올린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 베르나데타는 의자째 넘어질 뻔했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 뤼시앵의 태도에는, 편안함이 보였다.
그날부터 뤼시앵은 베르나데타에게 편한 말투를 쓰게 되었다.
“아니, 아뇨. 제가 멍하니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베르나데타 양을 만나고 싶어서 온 겁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도서관 테라스에서 이렇게 마주보는 것은 그 이후로 처음이었다.
뤼시앵은 그런 입장에서, 메리칸트가에 직접 요청하면 약혼은 바로 성사될 텐데 베르나데타의 답을 기다려 주고 있다. 그걸 느낄 때마다 베르나데타는 빨리 대답을 해야 한다고 초조해졌다.
“어머, 발리에 공자 아니신가요. 평안하셨나요.”
베르나데타가 홀로 불편해하는 공간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퍼시발타 양. 평안하셨습니까.”
“이웃나라에 관한 논의인가요? 함께 해도 될까요?”
베르나데타와 뤼시앵이 도서관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런 화제일 것이라며 동석을 요구하는 세라피나에게 베르나데타가 황급히 일어나 커트시를 했다.
“방과 후의 학원에서까지 그러지 않아도 돼요. 앉아도?”
“……부디?”
뤼시앵이 끌어다 준 의자에 세라피나가 우아하게 걸터앉았다.
“발리에 공자의 나라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우리도 배울 것이 많지요.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뇨. 우리나라는 이 나라만큼 기후가 온화하지 않으니, 고육지책입니다.”
약 한 시간, 베르나데타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라피나는 마중이 온 듯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무척 뜻깊은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에는 전하도 불러 다시 대화를 나누죠.”
“예, 영광입니다.”
그때 세라피나의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가 문득 베르나데타를 내려다 보았다.
“저, 몹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르나데타, 당신이 일어설 날을.”
“무슨…….”
막 일어나 예를 표하려던 베르나데타가 순간 당황했지만, 세라피나는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후후, 하고 온화하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름답게 예를 표하고 떠났다.
넋을 놓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베르나데타의 어깨를 뤼시앵이 살짝 건드렸다.
“우리도 돌아갑시다.”
“아……. 네.”
왕도 안에 사는 귀족은 자택에, 그 외는 기숙사에 살거나 왕도 안에 저택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마중하는 마차가 온다. 뤼시앵은 유학생이라 후자에 속해, 둘 다 마차가 오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서 운 나쁘게 마주치고 말았다.
“아, 뤼시앵 님!”
푹신푹신한 핑크블론드를 휘날리며 아이니가 달려왔다.
참고로 아이니와 베르나데타는 같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등교 시간도 하교 시간도 달라 다른 마차를 탄다.
“와아, 왠지 오랜만이네요! 뤼시앵 님은 3학년이라 좀처럼 만날 수 없고 말이죠.”
“교사가 다르니, 일부러 만나지 않는 한은 마주치기 어렵겠지.”
“에이~ 외로워요. 아, 맞아! 다음에 같이 점심을 먹지 않을래요? 전하와 사우리 군과 오르바 님도 있어요!”
“잠시만요, 아이니 씨. 전하의 허락은 받고 권유하시는 겁니까?”
베르나데타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자, 아이니는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 그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라? 왜 벨 씨가? 우연?”
“아까까지 도서관 테라스에서 함께 얘기했어. 그렇죠?”
다정하게 한쪽 눈을 찡긋하는 뤼시앵에게 베르나데타는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치사해요! 저도 끼워 주세요, 벨 씨!”
동급생끼리의 두 사람에게, 아이니 쪽이 이물질이라고 생각하는데. 베르나데타는 아이니의 말을 듣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저도 뤼시앵 님 나라 얘기 듣고 싶어요. 저기, 다음번에 들려 주세요. 저 관심이 무척 많아요.”
“관심 말이지…….”
눈을 치켜뜨며 쑥 몸을 들이밀어 오는 아이니를 보며 뤼시앵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나라의 특산물은?”
“네?”
“수도 이름은? 왕의 이름은? 나라에서 가장 큰 강이 흐르는 지방은? 여름에 열리는 축제는 뭘 기념하고 있지?”
“네? 네?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이니는 큰 눈을 깜박였다.
“그 정도도 모르면서, 나한테 뭘 듣고 싶어?”
히죽, 뤼시앵이 베르나데타는 모르는 얼굴로 미소지었다.
“아……. 하지만, 그걸 뤼시앵 님이 가르쳐 주시면…….”
“하하,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아이니의 어리광을 비웃는다.
“나는 이 나라에 대해 배우기 위해 유학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그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야 해?”
“그, 그럼 벨 씨는요? 벨 씨랑은 얘기했죠?!”
아이니가 이쪽을 가리키자 베르나데타는 뤼시앵에게 뭐라고 사과하면 좋을지 골치가 아파왔다.
뤼시앵은 그런 베르나데타를 보고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뒤 아이니를 돌아봤다.
“베르나데타 양은 내 나라의 언어로 된 학술서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학에 능통하고, 내 나라의 역사도 문학도 잘 알고 있어. 무지한 너와 달리 의미 있고 문화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총명한 사람이야.”
“그런……. 하지만 벨 씨는 그렇게 성적이 좋지도 않고, 무엇보다 심술궂은 말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과 이야기하면 뤼시앵 님의 기분도 나빠져요. 그러니까…….”
“나는 너와 이야기하면서 기분이 나빠져. 그러니 가능하면 말 걸지 말아 줬으면 좋겠네.”
아연실색하는 아이니를 내버려 두고, 뤼시앵이 베르나데타를 향해 빙글 돌아서며 그 손을 잡았다.
“마차까지 에스코트하게 해 주시겠어요? 베르나데타 양.”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이니를 버려 두고 베르나데타는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니가 사우리에게 이를 줄 알았지만, 다음날 사우리는 아버지의 일에 동행하기 바빴고 아이니도 예정이 있던 듯 외출했다.
그리고 휴일이 끝난 학원 안에서, 아이니가 에릭 전하와 오르바 자작 영식과 나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자신의 약혼자도 함께였던 탓에 산드라의 분노는 대단했다. 게다가 그날은 산드라와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도 그걸 바람맞힌 것이라고 했다. 베르나데타는 다른 영애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이 얼마나 불성실한 남자라며 오르바를 경멸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날 아이니가 무려 세라피나의 살롱으로 돌격해 왔다. 인사고 뭐고 자기 이야기가 먼저인 아이니에게, 이때만큼은 베르나데타도 일어나 그녀를 질타했다. 그러나 아이니는 듣지 않고 학원 내에서는 신분 따위 없는 게 아니냐며 대꾸했다.
학원의 규칙은 편입 전에 잘 가르쳤을 텐데 왜 그런 초등부 아이 같은 소리를 하는지. 베르나데타는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차기 왕비인 세라피나를 향한 무례함. 교육을 담당한 베르나데타, 나아가 후견인인 메리칸트가 자체가 왕가로부터 질타를 받아도 불평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세라피나는 그것을 화려하게 회피해 주었다.
게다가 어리광 부러디너 아이니에게 격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세라피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왕비로서의 고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세라피나는 언제나 허리를 펴고 앞을 향해, 나라를 위하는 왕비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다른 사람에게 현혹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저, 몹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르나데타, 당신이 일어설 날을.――――
그리고 또 한 명, 산드라도.
“저는 평생 이 나라에서 세라피나 님을 모시겠어요! 그 분을 섬기는 일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귀족으로 태어난 저의 책무입니다!”
‘아아, 얼마나 눈부신지…….’
흔들리지 않는 마음. 신념.
‘나……. 나는……. 나도…….’
“산드라 님.”
돌아보는 산드라에게 베르나데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를 정리할 수 있는 장식을 갖고 싶은데……. 무언가, 추천해 주실 만한 게 있나요?”
“! 잔뜩 있어요!”
평소보다 강하게 바라보는 산드라의 눈동자가, 진짜 에메랄드처럼 반짝였다.
* * *
“뭐……. 누님이, 학년 1등……?”
저녁 식사 후, 학기 말 시험 결과를 알게 된 듯한 사우리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네에? 항상 중간이었는데, 그렇게 단숨에 올라간 건가요?”
“그럴 리 없어. 설마 누님은 부정을……”
“그만 둬라, 사우리.”
그것을 멈춘 것은 아버지인 메리칸트 후작이었다.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의 딸이 얼마나 우수했는지.
“……베르나데타, 나중에 서재로 와라.”
“네, 아버님.”
저녁 식사 후 몇 년 만의 서재에 들어갔다.
그리움은 느꼈지만,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오늘은 이후 사우리와 공부하겠지. 준비되어있는 서류에 시선을 주었다.
“무슨 생각이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도, 베르나데타는 더 이상 평소처럼 사과하지 않는다.
“저, 결정했어요.”
“무엇을.”
재상인 만큼 아버지로부터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베르나데타는 겁먹지 않았다.
“스스로의 손으로 모든 것을 손에 넣고, 이 나라에 헌신할 겁니다.”
“너, 설마 여자인 주제에 후작가를 이을 작정인가?”
바보 같은 소리를, 이라며 숨을 내쉬는 아버지를 향해, 베르나데타는 허리를 펴고 미소지었다.
그날 산드라에게 받은 보라색 리본으로 묶은 머리가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피에란트니 백작가 12대 당주, 키에자 백작가 8대 당주, 클레리치 자작가 9대 당주, 트라바리오 후작가 16대 당주, 역사를 돌아 봐도 여성 당주는 많이 존재합니다. ……4대 메리칸트가 당주도 여성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없겠지. 다음 세대의 후계자들도 모두 남자다. 애초에 너는 후계자 교육을 받지 못했을 텐데.”
그 말을 듣고 베르나데타는 새삼스럽게 웃었고, 메리칸트 후작은 그것에 흠칫했다.
어린 시절 이 방에 드나들던 딸과의 대화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저도 그게 신경 쓰였습니다만, 방금 자료를 보고 안심했습니다. 그 정도라면 제 자율 학습으로 문제 없습니다.”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님도 건승하시니, 후계자를 지명하는 것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죠. 시간은 충분합니다.”
늘 고개를 숙이고 사과만 하던 딸이 언제부턴가 똑바로 자신의 눈을 보며 위엄마저 느껴지는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도 메리칸트 후작은 대답할 수 없었다.
방에서 나오자 동생이 있었다.
“엿들었나요?”
“아닙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불려가 가르침을 청하는 날입니다.”
은근슬쩍 네가 방해물이라고 포함시키는 말에는 화도 나지 않는다.
“사우리, 피나르디 지방은 어땠나요?”
“네?”
“갔지요? 얼마 전 아버님을 따라서. 아버님에게 배운 다음에.”
최근 며칠 사이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 누나에게, 사우리는 머릿속의 기억을 되살려 대답했다.
“노, 녹음이 우거진 장소였습니다. 명물인 밀도 잘 자라고 있었고…….”
“냉해 대책은?”
“냉해?”
“요즘 냉하가 계속되며 밀 수확량이 떨어지고 있죠? 과거의 기록으로 보아 이 냉하는 몇 년간 계속될 텐데, 그 대책으로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네? 네?”
밀의 수확량이 떨어진다니 몰랐다. 그 지방의 명물, 생활상을 보고 배우기 위해 간 것이다. 냉해 대책? 무슨 이야기인지.
당황하는 동생을 보고 베르나데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것도 모르나요?”
* * *
졸업 파티 날, 베르나데타는 뤼시앵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잘 어울립니다, 베르나데타 양.”
“이런 걸 받고…….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 말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베르나데타는 뤼시앵의 청혼을 받지 않았다.
그래도 뤼시앵은 베르나데타에게 드레스를 보내며, 졸업 파티에 함께 나가고 싶다고 말해 줬다.
앞머리 한쪽을 내리고 은발을 짙은 파란색 머리 장식으로 묶은 베르나데타. 드레스는 광택이 나는 남색이고, 가슴에 붙인 브로치는 뤼시앵의 눈동자와 같은 헤이즐색 브라운 다이아몬드였다.
“어쩐지 이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은 뤼시앵은 슬쩍 오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에릭과 세라피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문득 이쪽을 향한 세라피나의 미소를 본 것 같았다.
오늘도 세라피나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고고하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베르나데타도 평생 지키는 것이다.
“졸업 후에는 왕궁에서 관리로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외교 일에 관심이 있으니, 언젠가 뤼시앵 님의 나라에도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혼은 거절했지만 뤼시앵은 베르나데타의 소중한 친구나 다름없었다.
다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에게 달렸다. 먼저 차놓고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꼭, 제가 베르나데타 양을 안내하고 싶네요.”
그래서 호의적인 대답에 조금 당황했다.
“괜찮나요?”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뤼시앵은 그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
“네. 저는 포기가 늦어서요.”
새로운 왕과 왕비가 탄생할 무렵, 외교관으로서 수많은 조약을 맺은 재녀가 드물게 여후작으로서의 작위를 얻어, 최초의 여성 재상이 되었다.
그녀의 곁에는 이웃나라 공작가에서 온 남편이 늘 있어, 부부로서 나라를 지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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