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떤 공주의 한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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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악역 영애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어.”최근 서먹서먹했던 약혼자에게 불려 학원 안에서도 사람이 별로 없는 정자에 갔더니 가장 처음으로 그런 말을 들어, 금발의 소녀는 언제나 유지했던 미소를 한순간 잊을 뻔했다.눈앞의 약혼자는 등 뒤로 핑크 블론드의 소녀를 감싸면서도 이쪽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한 살 위의 약혼자를, 소녀는 미소를 띤 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이전부터 우유부단하고 휩쓸리기 쉬운 타입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여기까지 저지를 줄은, 이 솔직한 감상이다.우선 가장 걸리는 부분을 입 밖으로 꺼내 보았다.“파기, 인가요.”“그래……. 나는 진실한 사랑을 만나고 말았어.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약혼자는 그렇게 말하고 분홍색 머리 소녀의 등에 손을 얹었다. 소녀는 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