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데타 메리칸트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쪽이 미콜라 남작가의 아이니 양이다. 오늘부터 이 저택에서 살 테니, 학원에 필요한 예의범절은 베르나데타, 네가 가르쳐라.”
어느 날 갑자기 이 나라의 재상인 아버지가 소녀를 한 명 데리고 왔다.
빛 마법에 눈을 뜬 지방 귀족의 아이로, 반년 후부터 왕립 학원에 편입해 졸업 후에는 성녀로서 대성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아이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핑크블론드의 푹신한 머리를 한 예쁘장스러운 소녀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사용인의 인사법은 그런 것일까, 하고 베르나데타는 어느 정도의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칸트가의 장녀 베르나데타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베르나데타의 가문은 장래 유망한 후작가이며, 아버지는 현재 재상직을 맡고 있다.
베르나데타는 이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후작가의 영양에 걸맞는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러나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새 아내를 얻었다. ――세 살 된 아들과 함께.
의붓아들, 이 아니라 후작의 친자라며 찾아온 사람이 사우리다. 메리칸트가 특유의 푸르스름한 은발에 선명한 바닷빛 푸른 눈동자는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외모였다. 베르나데타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트로베리 핑크와는 다른, 메리칸트가의 색이다.
실제로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적부터 아버지가 바깥에 애인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던 모양이라, 사우리 모자는 아무런 알력도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들을 부정할 수 있는 존재는 베르나데타뿐이었기 때문이다.
사우리가 왔을 때도 아이니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베르나데타에게 ‘알아서 돌보라’고 했다.
베르나데타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사우리를 돌봤지만, 그때마다 후처가 나서 사우리를 괴롭히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는 했다.
점점 사우리와의 교류도 줄어, 새로운 안주인과 후계자를 치켜세우듯 베르나데타의 시중은 최소한만 들었다.
베르나데타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사람들과 잘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러한 자각도 있었기 때문에 하인이나 새로운 어머니와의 대화에는 서로 맞물리지 않는 곳이 많아, 교류가 줄어간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전에도 주의를 줬죠. 당신의 감독 소홀 아닌가요? 베르나데타 님.”
후작 영애이자 왕세자의 약혼자인 세라피나의 살롱에서 알디니 자작가의 산드라가 아몬드 모양으로 치켜 올라간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강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베르나데타는 자신의 무릎 위 손에 시선을 돌리며 사과했다.
산드라 알디니라는 사람은 이처럼 언제든 누구에게나 할 말을 당당하게 하는 영애다.
집안의 격으로는 베르나데타의 후작가보다 아래지만, 이곳은 정식 사교장이 아니므로 문제는 없다. 게다가 알디니가라고 하면 무역에서부터 시작해 복식, 장식 등 폭넓게 장사를 벌이고 있는 부유한 집안으로 발언권도 강했다.
산드라 자신도 항상 아름답게 차려입고 있고, 몸에 걸치는 것은 늘 일류인데다가 지금 유행하는 것들뿐이다. 유행을 잘 모르는 베르나데타는 늘 산드라를 보며 지금은 이런 것이 유행이라고 남몰래 학습하고는 했다.
그 산드라가 무엇을 화내고 있는가 하면, 베르나데타의 가문에서 맡고 있는 수습 성녀, 아이니의 일이었다.
아이니는 반년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이 왕립 학원에 편입해 왔다.
그러나 편입 직후부터 무언가 문제를 일으켜, 그 일로 교육 담당이었던 베르나데타나 비난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요청을 듣고 베르나데타도 그것을 수락했으니 실패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리다.
“그렇게 베르나데타 양만 탓할 것도 아니에요. 그녀도 노력은 하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차기 왕비인 세라피나가 고요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중재해 주었지만 상대가 차기 왕비여도 물러나지 않는 것이 산드라다.
“노력을 하고 있어도 결과가 따르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어요.”
그러자 감싸 줬다고 생각한 세라피나도 “그렇네요.” 라고 동의했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지당하다.
실제로 세라피나는 차기 왕비가 되기 위해 왕비 교육 외에도 학원 내의 영애들을 다스리고 있고, 산드라도 가문의 상품을 몸에 지니며 영애들에게 선전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어…….’
아이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영애들의 다과회가 끝나고, 베르나데타는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왕립 학원 도서관은 미래의 나라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해 온갖 책을 모아 두었고, 그 장서는 인근 국가에게도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겨우 혼자가 되어, 책하고만 마주할 수 있어 안심한 베르나데타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메리칸트 영애, 안녕하세요.”
높은 위치에 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쪽 햇빛 아래에서 나타난 사람은, 같은 학년의 유학생인 뤼시앵 발리에.
차분한 밤색 머리에 평온해 보이는 헤이즐 눈. 이웃 나라 공작가의 3남으로, 견문을 넓히기 위해 1년 전부터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 베르나데타가 평범하게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발리에 공자.”
치마를 붙잡고 인사하자, 학원 안이니까 괜찮다고 웃었다. 소탈한 사람이다.
“왠지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습니까?”
“아아……. 아뇨, 부끄럽네요.”
평소에도 스스로 어둡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엄청난 음기를 내뿜고 있었을 것이다. 분위기를 나쁘게 해서 면목 없다고 생각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책은 놔 두고.”
“아, 저기…….”
“마침 한숨 돌리고 싶었습니다. 어울려 주세요.”
조금 억지스럽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베르나데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뤼시앵이 베르나데타를 도서관 테라스로 이끌었다. 안뜰과는 다른 종류의 꽃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의자까지 가져와, 앉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메리칸트 양의 한숨은 예의 수습 성녀 때문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내용에 무심코 움찔하고 어깨를 떨고 말았다. 안 된다, 항상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그러나 뤼시앵은 눈치채지 못한 기색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은 요즘 그녀가 제게도 말을 겁니다.”
“?! 그 무슨…… 실례를……!”
당황하는 베르나데타에게 뤼시앵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요. 제가 유학생인 걸 알더니 제 나라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정도입니다.”
“충분히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웃 나라의 공자라면, 자칫 잘못했다가 국제 문제로 얽힌다.
애당초 아이니는 이 나라의 역사나 시사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는데, 다른 나라에 시선을 돌릴 틈은 없을 것이다.
“아니, 꽤 신선합니다.”
분명 에릭이나 사우리에게 하듯이 친근하게 대했을 것이다. 머리가 아파왔다.
“그녀도 이제 학원에 들어왔으니, 메리칸트 양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학년도 다르고 학원 안에서 만나긴 어렵죠?”
뤼시앵의 말은 맞지만, 기초의 기초에서부터 실패했기 때문에 역시 베르나데타의 책임이 무겁다. 산드라의 말대로였다.
“아뇨……. 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익혀야 할 것들을 가르치지 못했으니 역시 제 책임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사우리가 달라붙어, 주의를 주려고 해도 방해를 해 오니 좀처럼 가르칠 수 없었다. 학원 안에서도 같은 학년인 사우리가 대체로 함께 있고, 심지어는 왕세자 전하까지 곁에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베르나데타로서는 사방이 막혔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메리칸트 양은 예의범절도 예절도 완벽하잖아요. 반년이나 있었다면 그대 정도는 무리여도,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뤼시앵은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베르나데타는 점점 더 곤란해졌다.
교육 기간인 반년 동안 빛 마법도 배워야 했으므로 베르나데타가 담당하는 귀족의 예절을 가르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한 일정을 잡았다고는 생각한다.
베르나데타는, 옛날부터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만 입 밖으로 내 버렸다.
“왜 그런 것도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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