双子島の呪い【HQホラー】3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3534627
쌍둥이섬? 옥외
쿠로오와 호시우미가 야하바를 찾기 5분 전쯤의 일이다.
달려가 버린 쿠로오, 호시우미의 등을 배웅한 엔노시타, 킨다이치, 그리고 히나타 세 사람은 우선 합숙소로 향하려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안개가 짙고 주위는 어슴푸레하다. 손전등의 불안한 빛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모두 괜찮으려나."
걱정하는 히나타에게 엔노시타가 말했다.
"분명 괜찮을 거야. 아마 츠키시마의 조는 출발하지도 않았을 테고……."
"호시우미 씨, 엄청 무서운 얼굴이었죠."
달리기 시작한 호시우미의 그 표정이 생각난다. 킨다이치에게 호시우미는 미지의 인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그가 보인 표정은 킨다이치에게 적지 않은 두려움을 주었다. 호시우미가 느끼는 공포가 공기로 전해지는 듯했다.
유난히 조용한 섬에,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갑자기, 비명이 들린다.
"뭐, 뭐야?"
엔노시타가 돌아본다. 산 쪽에서 들린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세 사람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걸음을 멈추고, 방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쿠로오와 호시우미의 모습은 없다. 쫓아오는 발자국 소리도 없다. 꽤 천천히 걷고 있었을 텐데, 뒤에서 오는 4조도 따라잡는 기색이 없다.
"야하바 선배……?"
킨다이치가 불안한 듯 엔노시타를 본다.
"왠지 야하바 선배의 목소리와 닮은 것 같아서……."
"……무슨 일 있는 걸까."
엔노시타의 옷자락을 잡은 히나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엔노시타는 몇 초의 사고 끝에,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합숙소로 돌아가자. 어서 모두에게 이변을 알려야 해."
"……그, 그렇지만, 지금 목소리."
"저쪽에는 쿠로오 씨와 호시우미 군이 갔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8조가 아직 합숙소에 있을 테고, 1조와 2조도 벌써 도착할 무렵이라고 생각해."
헤어질 때의 쿠로오의 말이 되살아난다. 조급한 마음을 후배가 깨닫지 못하도록 되도록 침착한 목소리를 유의한다. 심장은 뛰고 있고, 땀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킨다이치와 히나타.
손전등만으로는 발밑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아, 히나타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다. 라이트를 켰을 때, 오싹, 등골이 얼어붙었다.
"……뭐, 야."
돌아본다. 짙은 안개가 있었다.
파도 소리가 난다. 다가오는 듯한, 냉기가 흘러들어왔다.
"에, 엔노시타 선배……."
소름이 멈추지 않는다. 히나타는 본능적으로 엔노시타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손이 떨려 스마트폰을 떨어뜨린다. 발을 맞고 땅에 미끄러진 그것을 쫓을 여유도 없다.
쇠 냄새가 강해져, 킨다이치는 자신도 모르고 팔로 입가를 덮었다. 냄새. 그리고, 춥다.
"안 돼. 도망치자."
한심하게도, 엔노시타의 목소리가 떨린다. 불빛 따위 의미가 없다. 그보다도 후배 둘을 데리고 도망치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엔노시타는 양손으로 하나씩, 킨다이치와 히나타의 손목을 잡는다. 손전등이 철컹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졌다.
뛰기 시작한 무릎은, 덜덜 떨리고 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움직여 도망친다. 방향도 알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서 피 냄새만큼은 또렷하게 느껴졌다.
킨다이치는, 자신의 몸이 통째로 강하게 끌려가는 듯한 감각에 빠졌다. 옆을 달리는 히나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엔노시타가 잡아당기는 팔이, 저항하기 힘든 무언가에 의해 떨어질 것만 같아. 손목이 아프다.
그러나, 엔노시타는 두 사람의 팔을 놓지 않았다.
"빌어먹을……!"
온후한 선배의 욕설이 안개 속에서 들린다. 아,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감각과 동시에 짙은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혔다.
"……뭐야."
무심코 엔노시타의 다리가 멈춘다. 거친 호흡이 두 사람 몫, 등에 닿아 안심한다.
"어디, 뭐, 어라?"
당황한 킨다이치가 주위를 둘러본다. 변함없는 길, 그리고 풍경. 짙은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조금 전까지 달리던 길이라고 알 수 있다.
"……안개는?"
"몰라. 갑자기 맑아졌어."
엔노시타가 뒤를 돌아본다.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히나타와 킨다이치의 얼굴이 있었다.
"……뭔가, 이상해요."
히나타의 시선이 어수선하게 방황한다.
"잘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요."
"……알 것 같아, 그거."
킨다이치가 동의한다.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이내 그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문득 엔노시타가 그렇게 흘린다.
바람이 없는 것이다. 이곳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바람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섬은 무풍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나던 파도 소리도 나지 않는다.
올려다본 하늘은 도화지 한 장을 그대로 붙인 듯 단조로운 남색이다. 섬뜩하다.
세 사람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조금 전까지 피 냄새 자욱하던 안개는 온데간데없다. 세 사람은 합숙소까지 가는 길을 말없이 걸었다.
"……아."
엔노시타 일행이 합숙소에 돌아오자, 입구에 낯익은 등이 있었다.
히나타는 그 속에서 카게야마의 둥근 뒤통수를 발견하고, 그것이 앞서 걷던 2조라고 이해했다.
"카, 카게야마아아아!"
"시끄러."
"……3조인가."
무심코 뛰어드는 히나타와 울적한 듯 눈썹을 찡그리는 카게야마. 이와이즈미가 기분 탓인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다행이다, 다른 사람이 있어서."
세미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다. 안색이 나쁜 아오네와 히루가미를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이와이즈미 씨 일행도, 안개를?"
"그래.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목 뒤쪽을 누르며 이와이즈미는 말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그 두려움은 전원의 안에 공유된다.
히루가미가 초조한 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뭔가요, 이 하늘. 왠지 기분 나쁘고……."
"합숙소에는 아무도 없고."
"……8조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을 텐데."
엔노시타가 묻지만, 코노하가 힘없이 고개를 흔든다.
"없어. 1조도 이제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아무도 없어."
"인기척이 없슴다."
카게야마가 그렇게 덧붙인다. 아오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발소리가 들려 일동이 돌아봤다.
"하아, 하, 어라……?"
"……너희, 들."
사와무라와 마츠카와가 숨을 헐떡이며 합숙소로 뛰어드는 중이었다. 둘 다 2조처럼 안색이 좋지 않다.
"다행이군. 둘 다 돌아왔나."
이와이즈미가 일어선다. 사와무라와 마츠카와는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코즈메와 시라부, 쿄타니가 와 있을 텐데."
"……아니, 못 봤어."
"이상해. 우리 앞을 달리고 있었을 거야."
사와무라가 말하지만, 오지 않은 것은 오지 않았다. 고개를 흔드는 이와이즈미에, 두 사람은 입구에 앉는다.
넘어진 코즈메를 끌어올린 감촉이 남아 있다. 세 사람 모두 도망치지 못한 걸까. 저 안개 속에서 서늘한 오한에 습격당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안개가 걷혔다. 짙은 안개가 걷혔다면, 세 명도 합숙소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세미의 말이 전부였다.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쿠로오와 호시우미는 어떻게 됐어."
엔노시타 일행 세 명을 보고, 코노하가 말했다.
그들이 사정을 설명하자 반응한 것은 사와무라와 마츠카와다.
"그 비명, 우리도 들었어."
"야하바, 였나?"
"아니, 저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 같아서."
자신 없는 듯 킨다이치가 말한다. 이와이즈미 일행도, 희미하게 고함 같은 것을 들었다.
"야하바는 5조야. 그렇다면 분명 사당 근처에 있을 터."
"쿠로오 씨와 호시우미 군도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싫은 예감이 든다. 엔노시타도, 이와이즈미도 마찬가지.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오네의 한 마디에 그 자리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고 아오네는 말했지만, 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이 상황을 봐도 분명했다.
"나, 상태를 보고 올게."
사와무라가 말했다.
"안개도 걷혔고 모두가 걱정이야."
"그럼 나도 간다."
이와이즈미가 일어선다. 휴대폰은 권외인 채로 쓸모가 없다. 발로 찾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나도 갈게."
파리한 낯으로 헛기침을 한 것은 코노하였다. 세미가 눈을 크게 뜬다.
"무서운 거 아니었냐."
"무서워! 하지만 보쿠토면 몰라도, 아카아시도 어딘가로 갔다는 게 왠지 싫은 예감이 들어. 그 녀석이 그 짙은 안개 속으로 무턱대고 밖으로 나갈 리 없어."
"……뭐, 확실히."
세미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보쿠토는 문제를 일으키는 스페셜리스트인 모양이다. 코노하도 고생하고 있구나, 하고 멋대로 동정하고 말았다.
코노하의 제의에 고개를 끄덕인 사와무라가 손전등을 켰다. 확 켜진 불빛은 짙은 안개 속과는 달리 또렷하다.
"그럼 세미 군네는 여기 남아줘. 3학년이 굳어지지 않는 게 좋아."
"알았어."
"오케이."
세미와 마츠카와가 고개를 끄덕인다.
불안하게 배웅하는 후배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세 사람은 합숙소 밖으로 나갔다.
*
쌍둥이섬? 합숙소 식당
합숙소 관내는, 역시 어딘가 위화감이 있었다.
전기는 통하지 않는 듯, 전등 하나 켜지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실내를 스마트폰의 라이트만으로 걷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역시 아무도 없네."
히나타와 카게야마, 그리고 엔노시타는 식당을 들여다본다. 쥐죽은 듯 조용한 그곳은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있던 식당보다 더 지저분한 것 같았다.
"……뭐 보고 있는 거야."
냉장고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히나타에게, 등 뒤에서 카게야마가 말을 건다. 히나타는 냉장고 문에 붙어 있는 신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에는 『쌍둥이섬 페리 개통 기념식』이 나와 있다.
"그 신문이 어쨌는데."
"……아니, 이거 10년이나 전의 기사구나 싶어서."
"기념으로 붙인 거겠지."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카게야마. 그러나 히나타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계속 느끼고 있는 위화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저기, 여기, 정말 우리가 아까까지 있던 합숙소일까."
"……무슨 말이야."
"그야."
히나타가 돌아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야, 바람도 불지 않고, 파도 소리도 나지 않아. 이상하잖아, 이 섬."
"……다망한 와중 미안한데."
주춤한 카게야마를 가로막은 것은 복도에서 얼굴을 내비친 히루가미였다. 아오네도 함께다. 히루가미는 수첩 같은 것을 가지고 그것을 들여 보였다.
"뭐야, 그거."
"저주의 수첩."
엔노시타의 물음에 히루가미는 자학적으로 웃고 그렇게 답한다. 식당의 탁상에 펼쳐진 수첩은, 검고 더럽지만 안에 쓰인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눈이 그을 쫓는다.
『여기에 온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아직도 이 이상한 섬에서 나올 기색은 없다. 아우섬으로 간 녀석들은 모두 살해당했다. 그러니까 말한 거야, 저쪽 섬에는 괴물이 있다고.』
『그 녀석들, 저질렀다. 입구를 닫았다. 빌어먹을, 이쪽에서는 열 수 없나?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거야? 아사하거나 괴물에게 죽거나, 둘 다 사양이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갈 수밖에 없다.』
때려 쓴 듯한 글을 읽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히루가미는 불편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합숙소 입구 앞에 놓여 있었어." 라고 덧붙인다.
"……뭐야, 이거. 무슨 뜻이야."
"그런 건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어깨를 으쓱이는 히루가미. 엔노시타의 뇌리에 호시우미의 말이 되살아난다. 싫은 예감이 든다, 는 그의 말은 역시 맞은 것이다.
식당에 모두가 모여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복도에서 세미, 마츠카와, 킨다이치 세 사람이 걸어온다.
"안 돼.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다 죽었어."
"이건 드디어 괴기 현상이야."
어깨를 으쓱이는 마츠카와, 세미가 고개를 숙인다. 킨다이치는 완전히 창백해져 떨고 있었다.
"……수첩을."
읽어라, 고 말하듯 아오네가 내민다. 뒤숭숭한 말이 늘어선 그 문면을 보고, 세 사람이 똑같이 창백해진다.
히루가미가 그 긴 손가락으로 글씨를 천천히 따랐다.
"『아우섬으로 간 녀석들은 모두 살해당했다.』 ……이거, 아우섬은 뭘까."
"문맥을 보면 이 섬과는 다른 섬 같은데."
마츠카와가 식당의 탁상에 무게를 싣는다.
엔노시타가 으음, 신음한다.
"제 가설이라도 괜찮다면, 들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야. 말해봐."
세미가 손전등 불빛을 엔노시타에게 향하며 재촉한다. 고개를 끄덕인 엔노시타는 낡은 수첩을 들어올렸다.
"아우섬, 이라는 이름,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있는 쌍둥이섬의 유래……. 배부된 지도에는 섬이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이 수첩의 『아우섬으로 간 녀석들은 모두 살해당했다』는 글. 가장 그럴듯한 건 이 『아우섬』이라는 것이, 쌍둥이섬의 한쪽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한쪽."
킨다이치가 중얼거리고, 엔노시타가 끄덕인다.
"왜, 부부 바위나 대칭되는 이름이 붙은 것들은 대개 두 개 있잖아. 마찬가지로 『아우섬』이 있으면, 예를 들어…… 『형섬』이라는 이름의 섬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않을까 하고."
"그럼 쌍둥이섬은 정말 두 개 있고, 하지만 그것이 지도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건가."
마츠카와는 생각해낸다. 벌써 오래 전이라고 생각되는 그 페리 위에서, 지도에 대해 동년배와 나눈 대화다. 모두, 쌍둥이섬의 유래를 왈가왈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히루가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 그 지도에 실리지 못한 이유가 『아우섬으로 간 녀석들은 모두 살해당했다』는 글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뭐, 예상일 뿐이지만."
쓴웃음을 짓는 엔노시타에게, 히루가미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놀라고 있다.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을 터다. 하지만 그의 추리는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그, 그럼, 설마 모두 살해……."
최악의 상상이 뇌리를 스쳐 파랗게 질린 히나타가 그렇게 입에 냈을 때, 아오네가 손바닥을 히나타 앞으로 내민다.
마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직 빠르다고 말하듯이.
"바보, 모두 아우섬으로 갔다고는 할 수 없잖아."
"그렇지. 만약 합숙소를 떠난다고 해도, 어떤 글도 없이 나간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어."
세미는 8조의 면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아카아시나 츠키시마는 그런 부분은 제대로 할 것 같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잠자코 이 섬에서 이동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 괴물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파고들지 않는 느낌?"
말하기 거북한 듯 말을 꺼낸 것은 마츠카와다. 킨다이치와 옆에 있던 엔노시타가 얼굴을 마주 본다.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다만, 어떻게 입 밖에 꺼내면 좋을지 몰랐을 뿐.
"뭐, 건드리지 않을 수는 없지."
세미가 뒤통수를 긁는다. 하아, 한숨이 떨어졌다.
"살해당했다, 괴물, 입구……. 이 단어만 보면 아우섬에는 무서운 괴물이 있고, 입구가 닫혀 도망칠 수 없게 됐다는 걸까."
"입구는 뭐야."
"아우섬으로 가는 입구일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엔노시타. 애초에 동생섬에는 어떻게 갈 것인가. 만약 엔노시타의 가설대로 쌍둥이섬의 한쪽이 아우섬이라면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입구』라는 말이 걸린다. 설령 아우섬으로 드나들기 위한 다리나 항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입구』라고 부르는 걸까. 다리라면 다리, 항구라면 항구라고 명기하면 되는데 굳이 『입구』라고 흐린 의미를 알 수 없다.
게다가 수첩에는 『이쪽에서는 열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다리나 항구라면 이 부분은 이상하다.
"역시 이 섬은 뭔가 이상해요."
히루가미가 그렇게 말하며 식당 전체를 비춰 보인다. 수첩에도 있듯, 어딘가 씻을 수 없는 위화감이 있다. 히나타와 마찬가지로 히루가미도 그것을 통감하고 있다.
"그리고, 다들 기억하지. 그 이상한 안개에 휩쓸려 정신을 차려 보니 섬이 이상해졌다."
"……아아."
등뒤에서 다가오는 냉기와 뒤덮인 시야. 마츠카와는 안개 속에서 쓰러진 코즈메의 등을 떠올린다. 그들은 먼저 달려 도망쳤을 것이다. 그 코즈메 일행은 여기에 없다. 그리고 자신과 사와무라는 안개에 휩쓸렸다.
"……반대일지도 모르겠네."
마츠카와의 중얼거림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린 사라진 녀석들을 찾고 있지만…… 없어진 건 우리쪽일지도."
*
쌍둥이섬? 옥외 길 한복판
사와무라, 이와이즈미, 코노하 세 명은 합숙소에서 나온 뒤, 담력 시험의 루트를 길 순서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밖은 여전히 묘하게 조용하고, 평탄한 하늘빛, 미풍조차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도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저기, 파도 소리가 나지 않는 거 말이야, 바다는 어떻게 된 걸까."
"……확실히."
정적 속에서 코노하의 목소리도 유독 크게 들린다. 조금 걸어가자 옆으로 비켜가는 오솔길이 있어, 그들은 바다의 모습을 확인하기로 했다.
파도 소리가 나지 않아 절벽과의 거리감도 잡기 어렵다.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비추고 발로 땅을 확인하며 다가가자, 이내 절벽은 세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뭐야, 이거."
이와이즈미는 말문이 막혔다.
바다, 일까.
파도가 일절 없는, 너무나도 조용한 수면은 한순간의 흔들림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새까만 융단이 영원한 것처럼, 오로지 거대한 검은색이 바로 밑에 펼쳐져 있었다.
사와무라가 발밑의 조약돌을 주워 아득한 아래의 바다로 떨어뜨린다. 몇 초 만에 작은 물소리가 났다. 파문이 섬뜩하게 번져 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 같아 사와무라는 수면에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펼쳐진 바다는 바다이며, 바다가 아니다. 마치 거대한 검은 눈동자 속에 있는 것 같아 오싹했다.
"……야, 저기."
그때 코노하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손전등으로 먼 곳을 비춘다.
코노하가 비추는 끝에는, 다리가 있었다.
현수교였다.
"……다리야."
나무로 된 그것은, 제대로 된 다리였다. 이와이즈미가 한 걸음 내딛자 삐걱삐걱 흔들리며 소리가 난다. 진동이 전해져 앞쪽 어둠 너머에도 그 흔들림이 전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도는 더할 나위 없다. 문제없이 건널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그것은 걸음을 뗀 이와이즈미가 발밑에서 발견한 것 때문이다.
"야."
굳어진 이와이즈미의 목소리에 사와무라와 코노하가 무슨 일인가 들여다본다.
비추어진 그곳에는, 검은 얼룩 같은 것이 있었다. 액체가 굳은 듯한, 얼룩이다.
그것은, 현수교 반대편에서 이쪽을 향해 전진하며 절벽 쪽에서 벗어나, 섬 안으로 이어진다.
"……피, 는 아니겠지."
확인하듯 묻는 코노하. 그 말은 부정을 바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와이즈미는 알 수 있다. 이것은 피다. 그러나 새까매졌다. 최근에 생기진 않았다.
그 녀석들의 피가 아니다.
필사적으로 타이르고 현수교와는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피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와무라가 현수교를 돌아보니 조금 전 이와이즈미의 한 걸음, 그 흔들림의 여운을 남기며 흔들리고 있다.
"……부탁이니까 용서해 줘……."
매달리는 듯한 코노하의 목소리. 혈흔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불규칙하게 줄지어 있어, 어지간히 걷기 어려웠다고 알았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온 것 같다.
이와이즈미의 뇌리에 현수교 너머 어둠이 되살아났다.
"……야, 저건."
사와무라가, 앞쪽을 비춘다. 그 목소리는 떨고 있었지만, 이와이즈미와 코노하도 같은 생각이었다.
신발이 보인다.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나무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그것은, 인간의 백골이었다.
"힉."
질겁한 목소리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소리칠 뻔한 것을 참았다. 입을 누르고, 손전등을 쥔 손이 떨려 불빛이 조금씩 흔들린다.
죽은 지 오래다. 옷과 신발만 남아 있었다. 공사장에서 흔히 볼 법한 제복으로, 가슴에는 자수가 놓여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간신히 건설회사의 글씨를 읽는다.
"……미안. 이제 무리."
가장 먼저 허리를 들어 올린 것은 코노하였다.
더 이상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았다. 뒤를 향해 거리를 둔 코노하에게 이와이즈미와 사와무라도 따른다. 그대로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면 토했을 게 틀림없어, 코노하에게 감사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왜 이런 게 여기에."
"담력 시험 때, 핏자국이 있었나?"
창백해진 채 이와이즈미가 코노하에게 묻는다. 출발 후 곧바로 안개에 휩쓸린 사와무라는 몰라도, 이와이즈미와 코노하는 이 길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핏자국 따위는 본 기억이 없다. 담력 시험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주위에 민감해졌던 코노하는 특히, 핏자국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우리가 있던 쌍둥이섬이 아닐지도 몰라."
"……그럴, 리."
"그 안개."
코노하의 말을 사와무라가 가로막았다.
"그 안개야. 그것에 삼켜진 뒤부터 전부 이상해졌어. 모두 사라졌어. 바람도 없고, 바다도 이상해. ……게다가 그 백골도."
"……그럼, 그 녀석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사라진 동료들, 그 얼굴을 떠올리는 이와이즈미.
이런 이상한 섬에서 백골 따위를 보면 야하바는 졸도할 게 틀림없다. 비명의 문제도 있어, 이와이즈미는 정신이 없었다.
그때, 아, 하고 코노하가 생각난 듯 중얼거린다.
"……촛불."
"하?"
"촛불, 여기가 쌍둥이섬이라면 사당에 촛불이 있을 거야."
"……확실히."
얼굴을 마주보는 이와이즈미와 사와무라. 어쨌든, 백골은 잊어버리고 싶었다. 사당에는 모두가 세워둔 촛불이 있을 것이다.
어둠 속, 날뛰는 마음을 억누르고 세 명은 재빨리 사당으로 향했다.
미칠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주위에 공허하게 울린다.
이와이즈미와 코노하에게는 조금 전 걸은 길이었다.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토리이를 빠져나와 사당으로 다시 향한다.
"하아, 하."
숨이 찬 가운데, 이와이즈미가 어둠을 비춘다.
지저분한 작은 돌 사당.
촛불은, 없었다.
*
쌍둥이섬? 신사 근처 휴게소
"안 되겠네. 어디도 전파 죽었어."
스마트폰을 하늘로 든 텐도가 한숨을 내쉰다.
휴게소에 모인 4조, 5조, 그리고 쿠로오와 호시우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떨군다.
"역시 네 예감은 맞았다는 거야."
"……그래도, 늦었어."
분한 듯 무릎을 두드리는 호시우미.
담력 시험을 그만두게 해야겠다고 발길을 돌렸지만, 결국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 섬이 기묘하다는 것은 이미 경치나 공기로 싫을 정도로 실감하고 있다.
사쿠사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핀다. 야하바의 팔을 잡은 감촉이 아직 남아 있었다. 어쨌든 도망가라고 하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야하바는 사라졌다.
"나 말이야, 아마 처음으로 그 안개에 먹혔는데."
텐도가 의자에 걸터앉는다. 그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를, 같은 조인 보쿠토와 키타, 아즈마네는 기억하고 있다.
"뭔가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신을 차려 보니 안개가 걷혀 있었단 말이지."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고."
동의한 것은 보쿠토였다. 텐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없고, 안개는 걷혔는데 뭔가 이상하고, 기분 나쁘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돌계단 밑에 보쿠토 군과 키타 군이 있어서, 이젠 환각인가 했어."
어깨를 으쓱이는 텐도. 그때, 갑자기 안개가 걷힌 지 수십 초도 지나지 않아 보쿠토와 키타가 돌계단 아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한순간이었다.
눈을 깜박이는, 아주 잠깐.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보쿠토와 키타는 불이 켜지듯 확 나타났다. 텐도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안개가 걷혀 당황해하는 두 사람에게 뒤에서 말을 건 것이다.
그리고 먼저 도망갔을 터인 아즈마네와 야하바를 따라 길을 가다 보니,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하는 4조와 아즈마네, 쿠로오, 호시우미를 만났다.
야하바가 사라졌다, 길 아래로 떨어졌다고 사쿠사나 호시우미가 말했으므로 그를 찾았지만, 야하바는 어디에도 없었다. 쿠니미는, 안개 속에서 야하바의 비명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이 부자연스럽게 끊긴 것에 의문을 가졌다. TV가 꺼졌을 때처럼 무언가에 차단된 듯 야하바의 목소리는 끊겼다.
그리고, 그런 그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둘은 왜 돌아왔나? 너희 3조 아이가."
오사무의 질문에 쿠로오와 호시우미는 예의 사당에 있던 그림을 이야기한다.
"싫은 예감이 들었거든. 당장 그만두게 하려고, 필사적이었어."
"다른 세 사람은 합숙소로 돌아가라고 했으니까, 아마 합숙소에 있을 거야."
"사람을 먹는 그림에 인간이 사라지고, 섬은 이상하고……. 완전히 위험한 녀석에 말려들어 버린 느낌?"
"위험한 녀석, 은 뭐지."
우시지마가 눈살을 찌푸린다. 텐도는 그런 에이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야 이젠 최대한의 『뭔가 싫어』의 한복판이라는 거야." 라고 말했다.
"야하바 군, 괜찮으려나……."
아즈마네가 걱정스러운 듯 창백해진다. 그를 끌고 같이 도망간 것은 자신이다. 타나카는 4조를 따라잡은 야하바와 아즈마네가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왔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그 안개라는 것도 또한, 이해한다.
"그 녀석, 길 아래로 떨어진 거죠?"
"그래. 나와 호시우미가 끌어올리려고 했어."
뻗은 손. 도망가라고 외친 야하바가 흙을 내던졌다. 필사적이었던 그는, 그럼에도 호시우미의 손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서 순식간에, 야하바는 사라졌다.
"……안개가 위험하다고, 그 녀석도 말했었어."
"역시 안개인가."
타나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확실히, 한순간 닿은 것만으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키타는, 발끝에 닿은 그 냉기의 감촉을 떠올린다. 답지 않게 목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것은 위험하다, 고 직감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 그 안개에 삼켜졌죠."
야하바에게 잡힌 팔을 쓰다듬는 쿠니미. 그가 길로 굴러 떨어지며 떠난 그것. 떨어지지 않았다면 야하바도 지금 여기에 있었을까.
"으음, 모르겠어! 야하바 녀석,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니, 보쿠토. 그건 아니야."
머리를 움켜쥔 보쿠토가, 쿠로오를 바라본다.
"이 상황이나 야하바의 말투를 생각하면, 위험한 건 우리 쪽이야. 섬도 평범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단 합숙소로 돌아가자. 다른 녀석들이 무사한지도 확인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쿠로오가 일어섰을 때, 휴게소 바깥에서 불빛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시지마가 똑같이 일어나 손전등을 겨눈다.
"으윽, 눈부셔."
어둠 저편, 비추어진 가운데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코노하였다.
"어라, 코노하잖아."
"……보, 보쿠토?"
"오우."
코노하의 옆에는 이와이즈미와 사와무라도 있다.
세 사람은 보쿠토 일행의 모습을 보고, 안도한 듯 크게 숨을 토해냈다.
"다, 다이치, 무사해서……!"
"그 모습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든 파악이 되네."
눈물을 글썽이는 아즈마네의 어깨에 손을 얹는 사와무라. 타나카가 말했다.
"저희, 이상한 안개에 휩쓸렸어요! 다이치 선배도."
"아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안개 속에서 코즈메나 시라부, 쿄타니와 떨어졌어."
쿠로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쪽도 야하바 씨가 없어졌어요. 안개 속에서, 비명이 갑자기 끊겨서."
"……그럼 역시 킨다이치의 말대로였나."
팔을 쓰다듬는 쿠니미. 이와이즈미의 말에 쿠니미가 얼굴을 들었다.
"그 녀석은……."
"무사해. 지금 합숙소에 대기하고 있어. 우린 또 누가 있진 않을까 싶어 섬을 돌던 참이다."
왔던 길을 돌아보며 이와이즈미가 말한다.
"섬 순찰은 어떤 느낌? 뭔가 이상한 거 있거나 했어?"
아무렇지 않게 묻는 텐도였지만, 하나같이 입을 다문 세 사람을 보며, 이건, 이라고 생각한다. 키타가 조용히 물었다.
"뭔가, 있던 기가."
"……."
"있었구마."
침묵은 긍정과 같은 의미였다. 우시지마가 "무엇을 봤지." 라며,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
"……나중에 얘기할게. 합숙소로 돌아가면, 전원에게 말해야 하고."
"알았다. 그럼, 돌아가자."
우시지마의 목소리로, 일동은 휴게소에서 합숙소로 향했다.
*
쌍둥이섬 합숙소 홀
야하바가 눈을 뜨자, 높은 천장이 있었다.
순간 체육관인가 싶었지만, 곧 아니라고 깨닫는다. "아!" 큰 목소리와 낯선 금발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금발…… 코가네가와는 야하바가 의식을 차렸다고 깨닫자 쿵쿵 발소리를 내며 어디론가로 향했다.
"……어라."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이마에 올려져 있던 수건이 수중에 떨어진다. 쭉 늘어놓은 이불 중 하나에, 자신은 자고 있던 모양이다.
"일어났나."
"우와아!?"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올라 돌아본다.
벽에 쿄타니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이, 일어…… 났어……."
심장을 누른다. 순간, 야하바는 이불을 걷어차는 기세로 일어났다.
"나, 나 뭐 하고 있었어?"
"하?"
"그야 나, 안개에…… 그래, 쿠니미와 사쿠사, 가 아냐……. 호시우미와 쿠로오 씨가."
"야, 진정해."
"그렇지, 모두 안개 속에서 사라져서……!"
"진정하라고 했잖아!"
쿵, 힘껏 박치기를 당해, 야하바는 통증에 이불을 굴렀다.
"아―아. 잠깐, 뭐 하는 거야."
"잠깐, 싸우지 마!"
그때 아래층에서 쟁반을 든 코모리와 모니와가 왔다. 코가네가와가 부른 듯 쟁반 위에는 주먹밥과 보리차가 담긴 컵이 올려져 있었다.
"괜찮아? 옷이 꽤 더러워졌으니까, 위만 멋대로 갈아입혔는데."
모니와에게 보리차를 받아, 야하바는 그것을 단숨에 비웠다. 목이 바싹 말라 있었다. 모니와의 말처럼 야하바가 지금 입고 있는 셔츠는 깔끔했다. 자신이 갈아입으려고 가져온 예비 셔츠다.
"저, 저기, 저."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들을게. 모두 식당에서 밥 먹는데 같이 먹을래?"
"우리의 특제 주먹밥이야."
코모리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모처럼 위까지 가져다주었지만, 모두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쿄타니가 일어선다. 먼저 내려가는 등을 보며 코모리가 어깨를 으쓱인다.
"솔직하지 못하네. 걱정된다면 그렇게 말하면 될 텐데."
"왠지 우리 아오네가 생각나."
야하바가 걷어찬 이불을 정돈하며 모니와가 웃었다. "아, 그래도 아오네는 더 알기 쉬운가." 라며 혼자 멋대로 납득하는 모니와.
"아오네 선배, 알기 쉽습니까? 저는 아직 전혀……."
"코가네가와는 수행이 더 필요하구나!"
모니와가 머리를 쓰다듬자, 코가네가와는 어딘가 기뻐 보인다. 그대로 총총 아래로 내려가는 코가네가와의 등을 배웅하고, 코모리와 모니와도 일어섰다.
"저, 저기!"
"응?"
모니와와 코모리가 돌아본다.
무서운 생각을 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였다.
그러나, 이곳은 따뜻하다.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드는 듯했다.
"……감사, 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야하바를 보고, 코모리와 모니와는 얼굴을 마주본다. 그리고, 둘이 서로 웃었다.
"응, 천만에."
"빨리 가지 않으면 참치마요 같은 거 뺏길 거야."
까불며 재촉하듯 코모리가 팔을 흔든다.
부드러운 이불 사이를 헤치고, 세 사람은 식당으로 향했다.
"야하바아아!"
"갸악!?"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야하바의 모습을 본 하나마키가 창백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오이카와가 벌떡 일어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나마키는 야하바의 어깨를 꽉 잡고, 하아아, 성대한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너, 그런데서 쓰러지는 거 아니야!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죄, 죄송합니다……."
"이제 몸은 괜찮은 거지?"
오이카와가 자신의 옆에 있던 의자를 당긴다. 그곳에 얌전히 걸터앉으니, 맞은편에는 쿄타니의 무뚝뚝한 얼굴이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미안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그렇게 말한 것은 코즈메다. 고양이 눈이 야하바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물론 전부 말할 생각이었던 야하바는,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그때의 일을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
그 안개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야하바가 이야기를 마치자, 무거운 침묵이 식당 전체에 가라앉았다.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아츠무다.
"이제 이걸로 확정이다. 저 안개에 휩쓸리믄 사라진다. 사무도, 키타 선배도 사라진 기다."
스나가 팔짱을 낀 채 아츠무를 일별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어디로 사라졌냐는 얘기잖아."
"아우섬……."
중얼거린 것은, 시라부였다.
"자료실에 있던 자료, 아까 전원에게 보여줬는데 너도 읽어둬."
긴 테이블 끝에서 시라부가 자료를 미끄러뜨린다. 낡은 그것은 조금 전 아카아시 일행이 자료실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웃한 아우섬의 존재를, 이제 여기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돌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 말고는 보이지 않아. 사라졌다면 가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옆의 아우섬인 셈."
오이카와가 그렇게 말하며 주먹밥을 물었다. 호쾌한 한 입은 그대로 쌀을 절반 삼켰다.
"하지만 그 현수교는 건널 수 없어. 바닷바람에 많이 상했고, 건너려면 바다로 곤두박질이야."
"히에……."
스가와라의 말에 상상해 버렸는지 고시키가 파랗게 질린다. 야쿠가 손가락에 묻은 쌀을 핥았다.
"현수교를 사용할 수 없으면 바다에서 도는 수밖에 없겠네."
"작은 배 같은 게 항구에 있으면 좋겠는데."
"최악의 경우엔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어."
"아니, 서바이벌도 정도가 있지."
항거하는 오이카와와는 대조적으로, 야쿠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였으니까 괜찮잖아."
"맞아요. 아니면 오이카와 씨는 집이라도 지키겠습니까?"
싫은 소리를 잔뜩 내뱉는 후타쿠치. 오이카와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그런 말은 안 했고." 라고 말했다.
"그렇게 정해졌으면, 배를 채우고 당장이라도 출발합시다."
니시노야가 일어선다. 그 표정은 진지했다.
"이번에는 나도 간다. 유한테만 맡길 수도 없으니까."
식기를 싱크대에 놓고 야쿠가 목을 울린다. 이번에는 밖으로 나갈 생각인 것 같다. "나도." 라고, 스가와라가 그 뒤를 잇는다.
"그 안개가 또 언제 나타날지 몰라. 나름대로 체력이 있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는데."
"저, 저도 갑니다!"
쾅, 커다란 소리를 내며 의자가 뒤집힐 것 같아, 옆에 있던 하이바가 황급히 붙잡는다.
고시키다.
"저도 밖에 나갑니다!"
"……괜찮아?"
오이카와의 목소리에는, 근심 어린 기색이 있었다. 분하다고, 솔직하게 고시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밖, 가고 싶어요. 모두를 찾고 싶습니다."
"네가 간다면 나도 간다."
조용히 일어서는 시라부. 고시키가 움찔 어깨를 튕겼다.
"세미 선배도, 우시지마 선배도, 텐도 선배도 없으니까. 너 혼자 폭주하지 않도록 내가 감시해주지."
"그런, 맹수가 아니니까……."
"같은 거잖아."
"잠깐, 잠깐. 알았어."
그대로 싸울 것 같은 부분을 오이카와가 제압한다.
"이러다 다 같이 가자, 처럼 될 것 같으니까, 아우섬으로 갈 멤버는 이쪽에서 정할게."
"하? 뭐고, 잘난 듯이."
오이카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츠무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게 들렸으면 미안. 그래도, 우린 한 번 그 안개를 만나 도망쳤어. 그 경험치는 고려해줬으면 해."
"경험치라니, 과장……."
"과장 같은 게 아니야!"
탕, 테이블을 치는 오이카와. 아츠무도 역시, 그것에는 입을 닫는다.
오이카와는 그대로 탁상을 친 손을 쥐었다.
"그건 위험해. 정말로, 놀이 같은 게 아냐. 이런 곳에서 죽지 않아. 그러니까 생존 가능성이 높은 인원으로 가지 않으면 안 돼."
스나는 조금 전 사당에서 들은 오이카와의 말을 떠올린다.
안개에 먹힐 뻔한 오이카와이기에 그것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이런 곳에서 죽지 않아, 그렇게 말한 오이카와는 그때, 이미 각오를 정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대드는 후타쿠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이카와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을 터.
"……내도, 알고 있다."
툭, 아츠무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알고 있다! 저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싫을 정도로 안다! 그러니까 밖에 가고 싶은 기다!"
"야, 아츠무."
"시끄러!"
제지하려던 스나의 팔을 뿌리친다.
탁상을 사이에 두고, 아츠무와 오이카와가 노려본다.
"맞다. 우린 당신처럼 안개에 먹힐 뻔한 적 없다. 쫓기는 것과 먹히는 것은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케도 자신만 그걸 경험했으니까, 자신 혼자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믄 큰 실수다! 그런 건, 자만심이래이!"
숨을 헐떡이는 아츠무.
오이카와의 옆에서, 야하바의 시선이 머쓱하게 방황한다.
"……저기, 싸우지 마."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대체 누가 먼저 말을 꺼낼까 눈치를 보던 일동 가운데, 작은 목소리가 떨어진다.
"이럴 때 싸움이라니, 그거 사망 플래그밖에 되지 않으니까."
"……하?"
싸움을 멈춘 것은, 코즈메였다. 예상외의 인물에 당사자인 오이카와와 아츠무도 무심코 싸움의 손을 멈춘다.
코즈메의 옆에 앉아 있던 아카아시에게는, 앞머리로 가려진 코즈메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놀랄 정도로 조용한 얼굴이었다.
"적과 엔카운트할 가능성이 있다면, 탐색은 HP가 많은 사람이 하는 게 좋아."
"게임이……."
"게임이 아냐. 그렇지."
말을 꺼낸 오이카와를, 코즈메의 날카로운 시선이 꿰뚫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야. 하지만 게임과 마찬가지로 선택지가 있어, 매번 정답을 고르지 않으면 죽어."
하이바의 어깨가 튀었다. 코즈메의 입에서 죽는다고 나온 것을 듣고, 등골이 오싹했다. 야쿠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코즈메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래도 게임과 다른 건, 선택지가 유한하지 않다는 것."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코즈메의 이야기를 가로막는 것은, 아츠무도 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있어. 선택지는 산처럼 쌓여 있어.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자폭이라도 하면 눈 뜨고 볼 수 없어."
코즈메의 시선을 받은 오이카와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대꾸할 수 없었다.
"……뭐, 요컨대."
스가와라가 일어선다.
"좀 더 우리를 신용해 줘도 좋다는 거네."
스가와라에게 어깨를 붙잡힌 코즈메는 "딱히 그런 건 아니야……." 라며 귀찮은 듯 몸을 비틀었다.
오이카와는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기대 천장을 쳐다보았다.
"……미안."
부끄러움에 얼굴을 덮는다.
"으앗, 미안! 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졌어."
"뭐, 그럴 때도 있지."
"맛키가 그렇게 말하니 왠지 열받아."
"어째서!"
오이카와의 의자의 등을 두드리는 하나마키. 야하바는 겨우 안심했다.
아츠무는 선 채로 뒷통수를 쥐어뜯는다. 스나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아아, 내도 안다고!" 라며 외쳤다.
"내도, 지나쳤다. 미안."
"키타 선배의 정론 펀치와는 다른 의미로 효과가 있네."
"시끄럽다."
히죽히죽 옆구리를 찌르는 스나. 아츠무는 그대로 털썩 의자에 앉는다.
"그럼, 마음을 가다듬고."
스가와라가 말했다.
"아우섬 탐색 멤버, 정하자."
*
쌍둥이섬 항구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짙은 안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옅게 낀 안개가 주위에 가득 차, 시야에 안개가 걸린다. 스가와라는 파도에 흔들리는 어선 몇 척이 항구에 정착된 것을 보았다.
"있어―."
줄줄이 부원들이 계속된다.
결국 탐색반은 상의로 정해졌다. 남은 체력과 발의 속도, 합숙소의 대기조와의 균형, 여러 면을 고려해 전원이 정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우섬이 정말 이 형섬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면 탐색에도 그만한 인원이 필요하다.
스가와라는 뒤를 걷는 일동을 쳐다본다.
"일단, 우리도 노를 저을 수 있는 배를 찾자."
"알겠습니다!"
선착장으로 달려가는 니시노야와 그 뒤를 잇는 코가네가와, 하이바, 고시키 다섯 명. 시라부가 조금 늦게 고시키를 쫓아 간다.
맨 뒤를 걷고 있던 아츠무가 바닷물 냄새에 코를 훌쩍였다.
원래는 후배인 1학년을 밖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역시 체력적인 면을 생각하면 계속 같은 사람만 밖에 보낼 수는 없었다. 1학년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합숙소가 완전히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이, 이거 세 명 정도면 탈 수 있을 것 같아."
팔랑팔랑 멀리서 손을 흔든 것은 코모리였다. 아카아시와 함께 배를 찾던 중, 아무래도 적당히 작은 배를 찾은 모양이다. 게다가 수도 많다. 야쿠와 후타쿠치까지 합쳐 셋이 시험 삼아 타봤는데, 튼튼해 보이는 배였다.
"이거면 갈 수 있겠네. 노도 있고."
"뭔가 그 근처 어선으로 휙 갈 수는 없을까요."
"선박 면허 가진 녀석이 없으니까."
마음이 급한 후타쿠치에게 야쿠가 쓴웃음을 지었다. 면허도 없이 큰 배를 몰다가 목숨을 잃으면 소용이 없다.
쪽배는 마침 3인승이라, 세 명씩 네 개를 쓰면 딱 맞았다.
"바다에 떨어지지 않게만 조심해."
밧줄로 항구에 연결된 쪽배는, 그것을 풀자 천천히 바다로 나간다.
어둠 속에서는 시야도 나쁘고 바다도 새까맣게 물들어 있지만, 안개가 옅어서인지 아우섬의 큰 그림자는 시인할 수 있었다.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바다로 나아가는 쪽배 네 척.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노를 저으며, 아우섬으로 향한다.
"……왠지 건너편 섬, 새까맣네요."
야쿠의 배에 타고 있던 하이바가 중얼거린다. 형섬 쪽은 합숙소에 켜진 불빛이 옅은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반면 아우섬은 불빛 하나 없다.
아카아시가 발견한 지도에는 섬의 형태밖에 그려져 있지 않아, 안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아츠무는, 해면에 손을 담가 보았다. 차가운 바닷물이다. 아무런 변화도 없다. 사아아,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너, 이 단기간에 토하지 마라?"
"토, 토하지 않아요! 그보다 그럴 때가 아니에요."
야쿠의 배 앞, 모니와의 배에서는 오는 페리에서 심하게 뱃멀미를 한 고시키에게 시라부가 압력을 가한다. 확실히 지금은 멀미를 느낄 때가 아니구나, 하고 모니와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니와 옆의 배, 바로 보이는 거리에서는 후타쿠치가 선두가 되어 배를 젓고 있다.
"야, 코가네가와. 너 크니까 균형을 생각하라고, 균형을!"
"후타쿠치 선배도 크잖아요!"
"내가 보기엔 둘 다 커."
배 위에서 오가는 잔소리에 리베로인 코모리가 웃는다. 코모리도 작은 편은 아닐 텐데, 코가네가와와 후타쿠치는 둘 다 키가 크다. 철벽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고, 코모리는 이런 때에도 혼자 감탄하고 말았다.
흔들흔들 배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코모리는 문득, 형섬에 불이 켜진 합숙소의 불빛이 희미해진 것을 본다.
"……?"
흔들리는 배 안에서 응시한다.
안개다. 안개가 짙어졌다.
"좀 빌려도 돼?"
물어 놓고, 코모리는 후타쿠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손전등을 집어 들었다. 주위를 비춰봤지만 옆 모니와의 배는 문제없어 보인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두 배의 불빛도 흐릿하지 않다.
그렇다면 안개가 자욱한 곳은 여기가 아니다.
형섬 쪽이다.
"……!"
쾅, 배가 기울어지는 소리가 난다.
스가와라의 배에 타고 있던 니시노야가 일어선 것이다. 니시노야는 배 위에서 형섬 합숙소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깨달았다.
"스가 선배, 저거."
"……진짜냐고."
스가와라가 창백해진다. 지금부터 돌아갈까? 그러나 배는 이미 중간 지점에 와 있다. 아우섬에는 사라진 모두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팽개치고, 돌아가야 할까?
"갑시다."
그런 스가와라의 팔을 붙든 것은, 아카아시였다.
"괜찮아요. 아까 스가와라 씨도 말했잖아요. 조금 더 믿어 달라고."
"……확실히, 말했지."
"그건 분명 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우섬에 가서 모두를 찾는 것."
아카아시의 시선에 스가와라는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괜찮다. 합숙소에서 나설 때 그렇게 약속했다.
『조심해.』
그렇게 말하며, 감정을 억누른 오이카와가 스가와라 일행을 배웅했다.
"……그렇네. 네 말이 맞아."
노를 다시 잡고, 해수면을 힘껏 밀어 올린다. 니시노야가 바라보는 시선 끝에서 합숙소의 불빛이 점점 흐려져 간다.
짙은 안개에 싸인 형섬의 그 오렌지 빛이 줄어들어, 희미해진다.
그리고 그에 반비례하듯 눈앞의 아우섬이 커져갔다. 새까만 그림자가 그대로 자신들 쪽으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섬은 크게 보였다.
페리에서 왔을 때의 경치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자신들이 이렇게도 작고 약한 존재라고 깨달은 뒤다.
그러나, 저 섬에 사라진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것만 싣고 작은 네 배는 아우섬으로 빨려 들어갔다.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밧줄로 묶는다.
도착한 아우섬은 역시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다. 파도 소리와 바람이 숲을 뚫고 나가는 불협화음만이 아우섬의 소리였다.
"정말 꼭 닮았네……."
야쿠가 항구를 손전등으로 비춘다.
조금 전에 있던 형섬 항구와 똑같았다. 어쩌면 파도에 휩쓸려 잘못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 믿어버릴 정도다.
항구에서 섬 안으로 이어진 길도, 주위의 경치도.
똑같다.
"뭔가 기분 나쁘네."
시라부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떨었다. 자료실에서 발견한 그 문장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똑같지 않아야 한다.』
『입구가 열려 버린다.』
『제물은 이제 부족하다.』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듯 고개를 흔든다. 고시키는 어둠이 깔린 섬을 바라보며, 이곳에는 없는 선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럼 약속대로 한 시간 후에 이 항구에서 집합이야."
스가와라가 손뼉을 친다. 탐색은 세 조로 나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었다.
섬을 서쪽에서 바깥으로 도는 모니와, 시라부, 고시키, 코가네가와.
반대로 동쪽에서 바깥으로 도는 야쿠, 하이바, 아츠무, 코모리.
그리고 섬 내 중심부로 향하는 스가와라, 니시노야, 아카아시, 후타쿠치.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시간 후 항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탐색을 한다.
형섬처럼 갑작스러운 짙은 안개가 몰아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언제 그것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그럼에도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고 싶었다.
"그럼, 모두 나중에 보자."
스가와라가 손을 흔든다.
모니와 일행이 서쪽 길로, 야쿠 일행이 동쪽 길로 각각 향해 가는 것을 배웅했다.
바닷바람이 셔츠를 팔랑 흔든다. 머리는 진작에 푸석푸석해, 샤워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럼 저희도 갑시다."
후타쿠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섬 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성실하게 돌아보며 "왜 그럽니까." 라고 묻는다.
"갈까!"
니시노야가 후타쿠치 뒤를 따른다. 아카아시와 스가와라도 뒤를 이었다.
길은 완만한 비탈길을 그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꺾은 뒤, 왼쪽으로 도는 통로. 형섬과 똑같은, 길.
설마 섬의 모양은 물론이고 섬 내 길까지 똑같이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을 아카아시가 생각하고 있는데, 저벅, 자갈을 밟는 소리. 후타쿠치가 걸음을 멈춘 것이다.
"왜 그래, 후타……."
뒤에서 올려다본 니시노야도 도중에 말을 멈춘다. 뒤에서 걷고 있던 아카아시와 스가와라는 후타쿠치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그 건물에, 무심코 말문이 막혔다.
"왜, 왜 여기에."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쉬었다.
크게 솟은 그 건물은, 아까까지 자신들이 있던 합숙소와 흡사하다.
아니, 흡사, 같은 것이 아니다.
똑같았다.
형섬에 있는 것과 똑같은 합숙소. 그 건물이,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
조 배정 일람
・1조 모니와, 야쿠, 니시노야, 카와니시, 코모리
・2조 이와이즈미, 코노하, 세미, 히루가미, 아오네, 카게야마
・3조 쿠로오, 엔노시타, 호시우미, 히나타, 킨다이치
・4조 우시지마, 오사무, 사쿠사, 타나카, 쿠니미
・5조 텐도, 키타, 보쿠토, 아즈마네, 야하바
・6조 오이카와, 스가와라, 스나, 후타쿠치, 야마구치, 고시키
・7조 사와무라, 마츠카와, 쿄타니, 코즈메, 시라부
・8조 하나마키, 아카아시, 아츠무, 츠키시마, 코가네가와, 하이바
총 43명
*
현재 위치 일람
<쌍둥이섬 형섬>
・합숙소=오이카와, 하나마키, 야하바, 쿄타니, 카와니시, 코즈메, 스나, 츠키시마, 야마구치
<쌍둥이섬 아우섬>
・서쪽=모니와, 시라부, 고시키, 코가네가와
・동쪽=야쿠, 하이바, 아츠무, 코모리
・중심부=스가와라, 니시노야, 아카아시, 후타쿠치
<쌍둥이섬?>
・합숙소=세미, 마츠카와, 엔노시타, 아오네, 히루가미, 킨다이치, 히나타, 카게야마
・휴게소=이와이즈미, 사와무라, 코노하, 쿠로오, 텐도, 우시지마, 보쿠토, 키타, 아즈마네, 호시우미, 타나카, 사쿠사, 오사무, 쿠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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