深夜零時の残党狩り。 | みやと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4859953
"어라? 쿠로오."
"아, 카이. 목욕하고 왔어?"
"응. 좋은 탕이었어."
"평소와 다름 없다고 생각하지만."
해가 긴 여름임에도, 바깥은 완전히 어둠에 휩싸인 시각. 형광등 빛이 황황히 빛나고 있다.
기분이야, 기분. 하고 내가 웃자, 자판기의 불빛에 비춰진 쿠로오가 쓴웃음을 돌려주었다.
쿠로오의 손에는, 막 샀을 스포츠 드링크가 들려 있다.
"너, 어제는 어땠어?"
"어제?"
"뭔가, 카라스노의 작고 건강한 아이가 탐험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쿠로오는 따라갔지?"
"아, 그게…… 응."
어제는, 네코마에서는 쿠로오와 야쿠가 탐험하러 교사에, 그 외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러 카라스노 방에 갔을 것이다. 밤에 약한 나는 리에프를 감시하려고, 네코마의 방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다.
어제 일을 화제로 꺼내자, 왠지 눈을 돌리고 싫은 것이 생각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나는 어제의 야쿠의 웃음을 머리에 떠올리며, 쿠로오에게 묻는다.
"왜 그래?"
"아니…… 말하자면 길어지지만…… 대충 야쿠의 복수로 물을 뒤집어썼어."
"아ー……역시."
"역시!?"
몸을 내밀어 내 어깨를 잡는 쿠로오. 그대로 전후로 붕붕 흔들며, "역시는 뭐야!? 알고 있었어!?" 라고 따져온다.
"진정해, 쿠로오. 야쿠가 어젯밤 두근두근했으니까, 무슨 일 있었나 하고."
"두근두근?"
"응. 두근두근. ……뭐라고 할까, 신작 게임을 열 때의 켄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쿠로오가 말한 『복수』라는 말의 뜻을 안 기분이 들었다.
그제. 야쿠에게 쿠로오가 물을 뿌리고 놀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후, 흠뻑 젖은 야쿠가 작게 중얼거린, "반드시 복수할 거야……" 라는 말도.
"사람을 가지고 놀다니, 그 녀석……"
쿠로오가 바드득 이를 간다.
"그래도, 쿠로오가 야쿠에게 물을 뿌린 게 나쁜 거니까, 피차일반이야."
"읏…… 카이가 그런 말을 하면 납득할 수밖에 없어."
"하하하, 뭐야, 그게."
아하하, 하고 활짝 웃자, 쿠로오도 이끌려 조금 미소를 보였다.
쿠로오니까 야쿠에게 거듭 복수하진 않을 것이다. 쿠로오는 어딘가 아이같지만, 그래도 냉정하고 어른스럽다. 괜찮다.
"그런데 쿠로오. 너, 꽤 타교 사람과 사이가 좋구나."
"오? 그런가?"
쿠로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냉정하고 어른스러운 쿠로오지만,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타교에 관여하며, 훈련시켜주기도 한다.
이 모습이라면, 본인은 무자각인 모양이다.
"나에 비하면, 제법 관여한다고 생각하는데?"
"으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더욱 부럽네. 나도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그래도 카이도 자주 수다 떠는 녀석 있잖아? 그, 후쿠로다니 녀석이나."
후쿠로다니 녀석? 쿠로오의 말에, 이번에는 이쪽이 고개를 갸웃거릴 차례였다.
쿠로오는 어떻게 해서든지 전하려고, 손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 벤치 녀석. 자주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는, 포지션은, 그러니까."
"윙 스파이커인 3학년?"
"아! 그래그래, 그 녀석. 그 녀석과 지난번 합숙에서 자주 떠들지 않았어?"
내 머릿속에, 후쿠로다니의 저지를 입은, 같은 학년의 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와 똑같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네코마에서도 무서운 이야기 마니아로 유명하고, 나 이상으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어, 그런 면에서 존경도 한다.
뭐라더라, 사람이 무서워 하는 얼굴을 보는 걸 좋아한다던가. 비뚤어진 성격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확실히 그 사람과는 자주 말하지. 아, 그래도 이번 합숙에는 참여하지 못 했어."
"그래?"
"뭐라더라, 여름 감기가 걸린 것 같아서. 선수에게 옮기면 큰일이라고, 일단 쉰대."
"여름 감기인가…… 핫, 바보가 걸린다고 하지."
입이 비뚤어지게,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웃는다. 쿠로오도 어느 의미에서 비뚤어진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에취!"
쿠로오가 재채기를 한 번.
"오? 왜 그래, 쿠로오."
훌쩍, 콧물을 훌쩍이는 쿠로오. 음, 고개를 갸웃거린다.
"왠지 오늘 자주 재채기를 하는 거지. 그리고 한기도……"
"감기 걸린 거 아냐?"
"뭐? 아니, 설마."
"어제, 야쿠 탓에 물을 뒤집어썼다고 하지 않았던가?"
"겍……"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더니, 쿠로오는 "그걸지도……"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아까 쿠로오가 말한 것을 떠올린다.
"어라? 여름 감기는 뭐라고 했더라?"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묻자,
"윽…… 이건 내 탓이 아니잖아."
라고 분한 듯 쿠로오가 답했다. 도발을 잘 하는 쿠로오도, 우리 3학년에게는 약하다.
"그래도 감기라면 바로 자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 에취! ……그래도 다른 녀석들에게 옮기면 큰일이야."
"감독들에게 부탁해서, 혼자 잘 방을 빌리는 게 어때?"
본격적으로 몸서리를 치기 시작한 쿠로오를 걱정하며, 나는 제안한다.
쿠로오는 잠깐 침묵한 뒤, "그럼, 그렇게 할래……" 라고 마음 탓인지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감독들한테 다녀올게."
"그래. 따뜻하게 하고 자?"
"알고 있어. 내일이면 나을 거야. ……그리고, 카이. 이 일은 부디 다른 녀석들에게는……"
면목 없다는 듯 말해오는 쿠로오. 흐린 말 끝을 안 나는, 기가 막혀 한숨을 쉬었다.
"말하지 않아. 알고 있어.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미안. 부탁할게. 감기 걸렸다고 들키면 걱정받고, 야쿠도 진짜로 우울해질 것 같아서."
감기 소식을 전하자 당황할 우리 부의 수호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래, 어쩔 수 없지." 라고 답한다.
쿠로오는 다시 한 번, 미안,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복도를 걸어가는 쿠로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카이 선배!"
"! 오? 야마모토구나."
갑자기 말이 걸려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 야마모토가 서있었다.
"뭐하심까? 이런 곳에서."
고개를 갸웃하고 물어보는 야마모토. 방금 전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웃는다.
야마모토는 이상한 듯 이쪽을 본다.
"뭔가, 숨기고 있지 않나요?"
"아니?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슴까?"
수상하다는 듯 이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 뒤를 걸어 간 쿠로오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으음, 그럼 왜 이런 곳에 계심까?"
"응? 목욕 후에 음료라도 마실까 생각해서."
자판기 쪽을 흘끗 보자, 야마모토도 이끌려 그쪽을 본다. 고 생각했더니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내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잖아요!"
"아니, 역시 그만둘까 하고."
야마모토가 항의해, 식은땀을 흘린다. 아무래도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쿠로오를 본받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뭔가 수상한데요?"
"그래? 전혀 수상하지 않은데?"
결국 자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마모토에게 전해진다면, 아무리 비밀로 하라고 해도 소문이 퍼질 게 틀림없다. 제멋대로 가진 이미지지만, 아마 이 남자는 입이 가볍다.
"……앗!"
"!"
떠올린 듯 목소리를 올린다. 나는 놀라, 펄쩍 뛰었다.
들켰나? 뒤에 있던 쿠로오의 존재를 눈치챘나? 아니, 그래도 그 정도로 쿠로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눈치채는 것은 나여도 어렵다. 하물며 야마모토가 그런 생각에 도달할 리 없다.
심장이 두근두근 소리를 내며 뛴다.
"혹시, 카이 선배……. ……어디 안 좋으신가요……!?"
"어?"
예상 밖의 말을 듣고, 그만 엉뚱한 소리를 내 버린다.
그런 나에 개의치 않고, 야마모토가 계속한다.
"그야, 평소의 카이 선배답지 않다구요!? 아, 땀도 흘리고 있어!"
"아니, 달라."
"열임까!? 열이라도 나는 건가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잠깐,"
나의 만류를 듣지 않고, 야마모토는 왼손을 자신의 이마에, 그리고, 오른손을 내 이마에 가져다댄다.
싸늘해. 차가운, 차가운 손이, 내 이마에 스며든다.
그리고.
――!
"!? 뭐야!?"
방금 전까지 밝았던 세계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뭐야? 정전? 야마모토, 괜찮아?"
일단 근처에 있던 후배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은―― 없다.
진짜 어둠 속에, 나는 혼자 있다. 방금 전까지 밝았던 탓에 아직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자판기도 보이지 않고…… 정전, 인 거지? 야마모토, 거기 있어? 대답해줘."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그리고 야마모토로부터의 대답도 없다.
그 뿐일까,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적이다.
"야마, 모토……?"
그렇게 중얼거릴 때,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
카이와 헤어진 뒤, 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다. 모퉁이를 돈다.
확실히, 감독들이 자는 방은……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쿠로."
"우와!? ……뭐야, 켄마인가. 놀래키지 마."
등 뒤에서 갑자기 말이 걸려와, 어울리지 않게 놀라 어깨가 튀어 버린다.
켄마는 토라진 것처럼, 별로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라며 부스럭거린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니, 저기."
"응?"
"어디에, 가는 걸까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켄마. 확실히 이곳은 우리 방과 정반대 방향이다. 그런 곳에서 나를 보면, 그야 궁금하겠지.
소꿉친구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켄마에게만 말하기로 했다.
"감독들한테. ……켄마한테만 말하는 건데, 나 좀, 감기에 걸렸을지도 몰라."
"감기?"
여름에 감기? 라고 말하듯 켄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제 일을 설명하면 좋겠지만, 쓸데없이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던 나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래. 그래서, 일단 감독들에게 말하고……"
"괜찮아?"
내 말을 가로막고, 켄마가 그렇게 물으며 오른손을 내 이마에 뻗어온다. 왼손을 켄마 자신의 이마에 대고, 아무래도 열을 재려고 하는 것 같은데…….
"엣취!"
"!"
"킁…… 아, 미안, 켄마. 좀 떨어져 줘. 옮으면 안 돼."
그런 타이밍에 재채기가 나와 버려, 놀란 듯한 켄마는 손을 움츠린다. 나도 켄마에게 옮기지 않으려고 한 걸음 물러섰다.
"열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마 자면 나을 거야."
"……쿠로."
정말 괜찮아? 그렇게 물으며, 켄마는 거리를 좁혀 온다.
"아니,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오늘은 너희들과 다른 방에서 잘 거야."
나는 걱정해 주는 켄마로부터 굳이 거리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
켄마는 잠시 입을 다문 뒤, "그래." 라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다른 녀석들한테는 비밀로."
"알고 있어. 몸조심해."
언제나 보이는 냉정한 태도로 위로의 말을 건넨 켄마는, 발길을 돌렸다.
나는 그런 켄마를 조금만 보고, 되돌아 가려고 했는데.
"쿠로."
다시, 갑자기 켄마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돌아가던 걸음을 멈추고 켄마를 본다.
켄마는 이쪽을 보지 않고, 똑바로 진행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왜 그래? 켄마."
"쿠로는, 말이야."
"?"
평소의 켄마같이, 켄마같지 않은듯. 기묘한 음성으로, 켄마가 묻는다.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 혼자 있고 싶어?"
"하? 무슨 말이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그만 되묻고 만다.
그러나, 켄마에게 대답은 없다. 나는, 으음, 하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혼자 있고 싶네. 감기 옮으면 안 되고."
"…………알았어."
그렇게만 말하고, 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뭐가 하고 싶었을까. 나는 잠시 생각했지만, 곧 사고를 멈추었다. 소꿉친구지만, 생각을 능숙하게 전달할 수 없는 그의 마음을, 백퍼센트 읽어본 적은 없다.
나는,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움츠리고, 돌아서서 걸었다.
*
"흐ー흐흥."
나――스가와라 코우시는,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간다.
할 일도 없으니, 창밖의 안뜰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오늘 밤은 굉장히 안개가 낀다든가. 스마트폰의 뉴스에 쓰였던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오?"
사각형의 특수한 교사. 그 창문과 창문 건너편. 한 모퉁이를 돌면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낯익은 두 그림자가.
복도를 통해, 그 목소리가 들려 온다.
"오늘도 지쳤네요, 아사히 선배!"
"그렇네. 하지만 전혀 늘지 않았으니까, 더 연습하지 않으면……"
하나는 몸집이 작은 소년, 다른 하나는 크고 수염이 난 청년.
"니시노야와 아사히잖아."
니시노야는 내게 등을 돌리고, 아사히는 반대로 나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둔감한 아사히는, 나를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기 위해 숨을 죽였다.
"그렇지 않슴다! 아사히 선배, 오늘도 굉장한 서브를 쳤고!"
니시노야가 펄쩍 뛰며 기운차게 말한다. 그러나 아사히는 납득하지 못하는 듯 눈길을 돌렸다.
"아니, 하지만, 전부 니시노야가 깔끔하게 받아올렸으니까……"
아아, 과연. 하고, 나는 아사히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납득한다.
이번에는 아사히가 니시노야에게 말했다.
"니시노야말로, 토스 많이 늘었잖아."
기쁜 듯 아사히가 니시노야에게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니시노야가, 납득하지 못하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혀 아님다! 아직 스가 선배나 카게야마처럼 칠 수 없고, 이상한 소리고 나고……"
"아니…… 역시 이제 막 연습을 시작했는데, 세터처럼은 무리 아닐까……"
그건 그렇다. 그보다, 세터 레벨로 토스를 마구마구 쳐버리면, 내 입장이 없어져 버린다. 카게야마도 위험하다.
질 수 없어, 그렇게 느낀 나는 양 주먹을 꼭 쥐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아직 연습이 부족해요! 아사히 선배, 체육관 갑시다!? 제 토스, 쳐주세요!"
"잠깐, 니시노야! 이제 체육관 닫았으니까……!"
아사히와의 대화로 연습 의욕이 솟은 니시노야는, 큰 소리로 아사히를 꾄다. 그러나 이제 저녁을 먹고 모두 목욕을 끝낸 정도의 시간이다. 이제 체육관은 열지 않는다.
"그럼 얼른 자고 내일을 대비합시다! 갑니다! 아사히 선배!"
니시노야가, 아사히의 손을 잡아당겼다.
"잠깐, 차가워! 니시노야의 손,"
그리고, 아사히가 사라졌다.
"…………하?"
아사히가 사라졌다.
홀연히.
마치, 거기에 아무도 없던 것처럼.
"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사……히……?"
없어. 나는 눈을 오른손으로 슥슥 문질렀다. 그리고 본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뚫어지게 바라봐도, 아사히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왼손으로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꿈이길. 그렇게 기도하며. 그러나 눈은 맑아지는 듯하고, 따끔한 뺨이, 이건 현실이라고 경고한다.
무슨 일이야.
아사히가, 사라졌다.
니시노야는, 아사히를 잡아당긴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스가 선배."
"!"
"있었군요!"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 그대로의 모습으로, 니시노야는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말을 건다는 상태로는, 등을 돌리고 있는 니시노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니시노야로부터 조금 떨어져 뒤에 섰다. 나와 니시노야의 거리는, 10미터 정도일까.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도 이쪽을 보지 않은 니시노야가, 왜 내 존재를 깨달았을까.
"목소리, 들렸어요!"
내 마음을 읽은 듯 니시노야가 힘차게 말한다. 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저기, 말이야."
나는, 어색하게 니시노야에게 물었다.
"……조금 전까지…… 아사히와, 같이 있지 않았어……?"
"있었어요!"
과거형의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럼, 말이야…… 그……"
왜일까. 왜 이렇게도, 말이 술술 나오지 않는 걸까.
앞에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내가 아는 니시노야 유일 것이다. 모습도, 몸짓도, 목소리고, 키도, 머리 모양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 니시노야 유일 터다. 저 밝고, 기운차고, 사람에게도 자신에게도 엄격한, 우리들의 수호신.
그런데, 왜.
"아사히는, 어디로 갔어……?"
왜, 이렇게 무서운 거야.
아주 조금, 간격이 있었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게는, 한 시간처럼, 두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글쎄요?"
니시노야는,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그 큰 눈동자가, 안개 낀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 같은 섬뜩한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어디로 갔을까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스가 선배."
나는 오른발을 뒤로 물린다. 한 걸음 물러섰다.
니시노야는, 거기에 맞춰, 한 걸음 앞으로 나아온다.
"아사히 선배, 어디에 갔을까요?"
나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니시노야도, 척척 가까워진다.
"궁금하지 않나요?"
서서히, 나와 니시노야의 거리가 줄어든다.
"아, 그래도 안심하세요!"
생글 미소를 띄우며, 니시노야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언제나의, 그 미소다.
나나, 후배를 부를 때의, 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얼굴이다. 안심되는 목소리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 녀석은, 이것은.
"너…… 누구야……!?"
"네!? 무슨 말이에요!? 너무해요! 접니다! 니시노야 유예요!"
달라!
*
「여보세」
『다이치!?』
「우와! 놀랐네! 스가?」
『아아! 다행이다! 통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금 어디야!?』
「어? 방 앞인데……」
『도망쳐!』
「하?」
『됐으니까 빨리!』
「자, 잠깐 기다려, 진정해, 스가! 갑자기 왜 그래!」
『우와, 제길!』
「야? 왜 그래, 그렇게 숨 헐떡거리고…… 달리고 있는 거야?」
『위험했다……』
「스가! 말해줘!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들어줘.』
「오, 오우?」
『아사히가 사라졌어.』
「하!?」
『정확하게는, 니시노야에게 사라졌어……!』
「잠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스가!?」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뭔가, 니시노야의 모습이 이상해!』
「이상해!?」
『니시노야가 아사히를 만졌더니 아사히가 사라지고…… 그래서, 지금 나는!』
「나는?」
『니시노야에게 쫓기고 있어.』
「무슨 소리야!?」
『모른다고! 니시노야지만 니시노야가 아니야! 저건 위험해! 잡히면, 나도 아사히처럼!』
「야, 무슨 일이야, 스가!? 진정해!」
『진정할 수 없다고! 지금 나는 니시노야한테서 도망치고 있어!』
「일단 말해줘! 몇 층에 있어!? 도와줄 테니까!」
『읏!?』
「잘 모르지만, 너 지금 위험하잖아!? 일단 도와줄게!」
『그래도 다이치 혼자서는!』
「도와줬으면 하니까 전화했잖아!? 그리고 괜찮다니까! 지금 타나카가 왔어!」
『……타나카?』
「그래. 더 있으면 데리고 도우러 갈게! 지금 어디야!?」
『…………』
「스가? 야, 스가?」
『…………』
「스가…… 스가!? 스가! 대답해!」
――뚝
『뚜ー, 뚜ー, 뚜ー, ……』
「제길! 전화가 끊어졌어……! ……아니, 어라……?」
*
『여보세요!?』
「우와! 여, 여보세요……?」
『야마구치!?』
「그, 그런데요……」
『너,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
「아, 아뇨, 혼자인데요……」
『그럼, 다행이다……!』
「네……? 그렇게 급하게, 무슨 일인가요?」
『믿지 않겠지만!』
「네?」
『아사히가 사라졌어!』
「네?」
『니시노야가 아사히를 사라지게 했어!』
「네, 하, 아, 네에에에에에에에에!?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아아, 설명이 귀찮아! 아무튼, 나는 지금 니시노야에게 쫓기고 있어!』
「네, 잠깐, 무슨!?」
『다이치에게도 같은 걸 설명했으니까…… 일단! 도망쳐!』
「도, 도망이요!?」
『아마! 다이치는 이제 틀렸어! 사라졌다고 생각해!』
「네네!? 사와무라 선배도, 무슨 일인가요!?」
『아까, 다이치에게 전화했는데! 도중에 끊겼어! 아마, 사라졌어! 타나카에게!』
「타, 타나카 선배가!? 니시노야 선배가 아니고……!?」
『근처에 타나카가 있다고! 말했어! 그 직후에 전화가 끊어졌어!』
「네에!? 이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어쨌든 들어줘! 너는 도망가! 나와 아사히와, 다이치는 아까까지 사라지지 않았어! 어제 같이 있던 너도 아직 무사하지!?』
「도, 도망치라뇨!?」
『감독이나, 어른이 있는 곳에! 가! 그렇지 않으면 아사히나 다이치처럼! 사라져!』
「스가 선배!? 말이 의미 불명이에요!? 진정해주세요!」
『이제 진정할 수 없다고!』
「괜찮습니까!? 안심해주세요……!」
『뭐가!?』
「두 사람은, 사라진 게 아니에요!」
『뭐?』
「끌려갔어요……! 그것 뿐이에요!?」
『하, 야마구치?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읏! 너, 설마 이미』
――뚝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들 몫이지만요! 나머지 다섯 명도 금방 갈 것 같으니까……! 그러니 안심해주세……어라? 스가와라 선배? 스가와라 선배!」
*
아 이제 곧 끝인가
그렇네 이제 다섯 사람과 만나면 그걸로
물어보니 쿠로오 테츠로는 혼자 있고 싶대
그럼 남겨둘까 다들 어떻게 생각해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미적지근하네
한 명 정도면 괜찮잖아 몸살나서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고
혼자 있는 것을 선택해서 다행이네 쿠로오 군
아직 데려가지 못했던 사람은 어떡할까?
의심하지 않게 쿠로오 테츠로가 되어서 데려가는 건?
괜찮은 안이야 나머지는 누구였지?
히나타 와 츠키시마 와 하이바 와 카게야마
그럼 다시 탐험하는 게 낫겠다
다른 것처럼 데려가는 거겠지?
응 그렇게 하면 전부 다 끝이야
좋아 그렇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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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명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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