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HQホラー】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632979
자신의 방의 문을 열어, 그곳이 익숙한 아파트 밖 복도가 아니라 오로지 새하얀 벽과 마루였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엔노시타에게 있어서 정답은, 우선 문을 닫는 것이었다.
“……하?”
닫고,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정지한다. 한 번 뺨을 꼬집었다가, 다시 열었다.
“아니아니아니…….”
똑같다.
여느 때 같으면 뜨거운 여름 태양과 아스팔트의 열기가 엔노시타를 반겨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것은 끝없이 계속되는 복도와 일면이 흰색으로 덮인 무기질적 세계. 병원도 이 정도로 하얗진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상한 공간이었다.
일어났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방의 물건이 사라진 것 같았다. 원래 물건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곤 해도 방안이 어딘가 다른 느낌이었다. 옷장을 열면, 옷이 없다. 잘 때 입은 그대로인 스웨트, 지금 입고 있는 이 옷밖에 없다. 물론, 신발도 없다.
게다가, 밖에서 사람이 달리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여긴 아파트의 2층 끝방으로, 옆은 빈 방인데.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뭔가가, 이상하다.
“스마트폰…….”
우선 상황을 파악하자고 가장 먼저 생각해, 손에 든 것이 스마트폰이다. 최근 기종을 최신형으로 바꾼 것을, 클리닉에 다니는 시라토리자와 학생들에게 자랑하던 것이 엊그제.
잠금 화면은 새까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기록되고 있어야 할 날짜와 시간은 본 적도 없는 기분 나쁜 문자로 변해 있다. 글자가 깨졌다, 고 생각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농담하지 마…….”
누구에게 말할 것도 없이 중얼거린다. 밖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배기음이나, 새나 벌레의 소리가 일절 나지 않는다. 무음. 아플 정도의, 무음이다.
전화가 연결되는지, 메일이나 메세지가 보내지는지도 시험해봤지만, 역시 통하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엔노시타는, 일단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굳게 다잡기로 했다.
“……하아.”
문을 열면, 여전히 새하얀 공간이 그곳에 있다. 조심조심 한 발 내딛자, 섬뜩한 냉기가 발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저기요…….”
복도에 나와, 불러본다.
“누구, 있나요?”
대답은 없다.
최소한의 짐을 들고, 엔노시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칠흑 같은 어둠은 아니다. 창문도 전등도 없는데 밝다니 오히려 기분 나쁜 것도 같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괜히 생각이 많아지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누구, 있나요!”
용기를 내어, 더 큰 목소리로 외친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다.
5분 정도 무음 속을 걸어 모퉁이를 한 번 돌자, 문이 하나, 복도 오른쪽에 나타났다. 벽과 바닥과 같은 새하얀 문. 손잡이까지 하얗다. 주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쳐 버릴 정도로, 이 세계와 동화되어 있다.
“정말…… 이제.”
봐줘, 라고 얼굴을 덮는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안의 기색을 살폈지만, 밖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가볍게 노크를 두어번 해봐도 반응은 없었다.
“실례합니다…….”
천천히 문을 연다. 심장이 뛰쳐나가 어디론가 굴러가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하얀 상자였다. 상자 위에는 작은 문이 달려있고, 하얀 꽃이 얹혀 있다.
관, 이다.
“……윽.”
바로 문을 닫았다. 쾅, 큰 소리가 나고 말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문에 등을 기대고, 질질 주저앉는다.
왜 이런 곳에 관이 있는지, 왜 이런 기묘한 장소에 자신이 있는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한 번 머리를 감싸쥐고 나서, 엔노시타는 마음을 먹고 일어섰다.
다시 발을 들인 안치소는 역시 일면이 하얀 방이었다. 하얀 꽃은 백합이다. 벽에 걸린 일력 달력은 어제 날짜였지만, 서기는 몇년 전의 것이었다.
“……아니, 아니아니……. 역시…… 안되잖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관 속을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분명히 이 방은 이상하다. 그러니, 이 기묘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관에 설치된 작은 창은 닫혀 있고, 아마 여길 열면 시신의 얼굴이 있을 것이다. 관 앞에 멈춰 서서 망설이는 엔노시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기.”
“우와아앗!?”
부끄러울 정도로 날아오른 엔노시타는 그대로 관에 머리를 강타하고 웅크렸다. 관은 충격으로 작게 흔들리고, 백합이 하얀 바닥에 떨어진다.
“아……. 미안, 그렇게 놀랄 줄은.”
조용한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러프한 저지를 입은 낯익은 남자가, 방 입구에 서 있었다.
“아, 당신은…… 분명 세이조의.”
“마츠카와 잇세이, 입니다.”
남자, 마츠카와는 그렇게 이름을 대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관을 보고도 그다지 놀란 기색 없이, “익숙하지 않은 일은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곤, 조금 전 엔노시타가 망설이던 관의 창을 거침없이 열어 보였다.
“응, 비었어.”
유감, 이라는 마츠카와. 엔노시타는 이유도 모르고 무릎을 누른 채 주저앉아있다. 마츠카와가 손을 뻗어 엔노시타를 세웠다.
“너는…… 확실히, 카라스노의 주장이었지.”
“아, 네……. 엔노시타입니다.”
마츠카와와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적은 적다. 그러나 고교 시절 그에게 느꼈던 인상은 지금도 변함 없다. 어딘가 항상 여유롭고, 압력이 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더욱 그 압력이 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걸 깨달았는지, 마츠카와는 웃으며 말했다.
“나, 장의사거든. 익숙하단 말이지.”
“……아, 그래서 아까.”
주저 없이 관을 여는 마츠카와에게 놀랐지만, 직업상, 그런 거겠지.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 밖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걸으면서 얘기하자. 아마, 너보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을 테니까.”
안치소를 나와 마츠카와와 나란히 걷는다. 그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헬스 레코더, 라는 어플 알아?”
“헤?”
“헬스 레코더. 스마트폰 앱.”
마츠카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알고 있고 뭐고, 어제 다운로드했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무언가 납득한 것처럼 마츠카와가 말했다.
어제, 엔노시타는 스마트폰을 최신 모델로 바꾸고, 환자인 학생에게 그걸 말했다. 그때 그 학생의 입에서 나온 것이 예의 ‘헬스 레코더’라는 어플이었다.
자신의 키와 체중 뿐만 아니라, 심박수나 혈압 등도 계측, 등록할 수 있고, 식사 메뉴나 운동량을 등록해 간단하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뛰어난 어플이다.
“이 어플에,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 복잡한 사연이 있거든, 그거.”
마츠카와가 아무렇지 않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 온다. 엔노시타와 마찬가지로 문자가 깨진 잠금 화면이 해제되자, 홈 화면이 나타났다. 거기에는, 딱 하나 어플이 들어있다. 헬스 레코더다. 그 이외의 앱은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홈 화면이었다.
“……복잡한 사연, 이라니 무슨.”
엔노시타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아까는 잠금 화면밖에 보지 않았지만, 마츠카와와 마찬가지로 엔노시타의 홈 화면에도 헬스 레코더 어플이 있었다. 새하얀 아이콘이 이 공간과의 관련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나쁘다.
“개발자 중 한 명이 자살한 모양이야. 그 사람의 영혼이, 어플 안에 『존재하지 않는 계정』으로 혼입되어 있다…… 같은.”
“존재하지 않는 계정…….”
엔노시타는, 자신의 헬스 레코더를 열어 본다.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계정 등록을 하는 타입으로, 엔노시타의 어플 안에도 자신의 용모를 닮은 아바타가 미세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대기하고 있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하고 말풍선이 나오는데, 그걸 터치하면 아침 식사 메뉴를 자세하게 입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마츠카와 씨도 이걸 다운로드 한 겁니까?”
“응. 뭐, 나는 건강 관리보다 괴담 쪽을 노리고 흥미 본위라는 느낌이었는데…… 진짜였어.”
어깨를 움츠리는 마츠카와. 장의사라는 직업은 이런 이야기에 강한 것일까.
두 사람은 모서리를 돌았다.
“아까의 안치소, 달력 있었잖아.”
“네, 있었어요.”
“그거, 아마 그 사람이 사망한 날이었다고 생각해.”
“과연……. 그래서, 서기는 올해가 아니었다.”
“그래. 몇년 전의 어제, 앱 개발자가 자살하고……. 몇년 뒤인 어제, 그걸 다운로드한 우리가 여기에 왔다.”
마츠카와의 추측은 맞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도, 저흰 여기서 대체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지금까지 자신의 방과 아까의 안치소 정도밖에…….”
거기까지 말하고, 엔노시타는 고개를 들었다.
“어라, 마츠카와 씨도 자신의 방 있나요?”
“있어.”
지금 가고 있다고 마츠카와는 말한다.
잠시 걸어가자, 마츠카와가 말한 대로 문 하나가 다시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마츠카와가 익숙한 듯 문을 열자, 심플한 원룸이 펼쳐져 있다. 라이트 블루 커튼에 진한 브라운을 기조로 한 가구. 센스가 좋구나, 라고 엔노시타는 생각했다.
“적당히 앉아. 차는 내주지 못하지만.”
엔노시타가 침대 밑에 걸터앉자, 마츠카와는 책상의 서랍을 열어 보였다.
안은, 텅 비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졌어. 지갑은 있지만, 면허증은 없어. 옷도 신발도. 스마트폰은 있지만, 이거고 말이지.”
“……즉 완전한 자신의 방이 아니라고.”
“그래.”
마츠카와가 엔노시타의 앞에 앉았다.
“나와 너라는,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이 여기에 있는 시점에서 거의 확정적으로 이 앱이 원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우리 외에도 누군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어제, 앱을 다운로드한 누군가, 네요.”
“그 말대로.”
이해가 빠른 엔노시타에게, 마츠카와는 감탄한 것처럼 보인다.
“……저기, 마츠카와 씨가 들은 괴담을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요?”
엔노시타가 묻자, 마츠카와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가 걷던 도중 거의 얘기했지만, 헬스 레코더는 자신의 계정, 즉 아바타를 등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연하지만 계정의 소유자, 즉 어플의 이용자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어플 내에 뒤섞인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있다. 과거 자살한 개발자가 등록했다는 그 계정은 그, 또는 그녀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본래라면 움직이지 않아야 할 그 계정은, 어째서인지 주인이 죽은 지금도 다른 아바타처럼 가동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어느 계정인지, 누구인지, 그것은 전혀 모른다는.
“……죽은 자의 아바타가 어플 안에, 인가.”
한숨과 함께 한기가 찾아온다. 안치소를 봐 버린 엔노시타에게, 더 이상 현상을 낙시할 여유는 없다. 창문이 없는 폐쇄적인 원룸 안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때, 콩, 콩,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마츠카와와 엔노시타 사이에 단숨에 긴장이 달렸다.
“…………저기.”
흐릿한 목소리가 문 한 장 건너편에서 들려온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일어섰다.
“저기, 누구 있죠? 목소리, 들렸는데요…….”
들은 기억은 없는 목소리다. 하지만 젊은 남자 같다. 목소리는, 무언가 소곤소곤 중얼거렸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욱 몸을 경직시켰다.
“실례합니…….”
끼익, 문이 열렸다.
들어온 그 인물의 말은 도중에 끊긴다.
“마츠카와 선배?”
뒤에서, 비집고 들어간 남자가 있던 탓이다.
이름을 불린 마츠카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쿠니미?”
“왜, 마츠카와 선배가 여기에…….”
앞에 있던 남자를 밀어내듯 들어오며, 쿠니미는 드물게 동요를 완전히 숨기지 못한 것 같다. 엔노시타는 그가 마츠카와의 후배인 쿠니미 아키라라는 것을 곧바로 기억해 냈다. 쿠니미와 함께 있던 나머지 두 사람도, 본 기억이 있다.
“어라.”
“너는…… 코모리 군, 이지.”
문을 연 남자, 코모리 모토야는 “오랜만이야.”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엔노시타보다 한 살 아래, 즉 히나타가 3학년이었을 때 이타치야마와는 봄철 고교의 준결승에서 대전했다. 그때 응원차 온 엔노시타는, 관중석에서 코모리와 사쿠사를 만난 것이다.
대화는 한 마디, 두 마디 정도였지만 그때의 일을 코모리도 기억한 게 틀림 없다.
코모리의 뒤에는 그 이나리자키의 스나도 있다. 그러고 보니, 그와 코모리는 V리그에서도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을 터다.
“안녕.”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스나. 엔노시타도 인사를 돌려주고, 마츠카와의 방에 다섯 명이 모이는 형태가 되었다.
*
“……그래서, 모두 어제 어플을 다운로드 해버렸다는 거지.”
평균보다 키가 큰 남자 다섯 명이 모이자, 역시 원룸은 비좁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 하얀 복도에 모이는 것도 찜찜했다.
마츠카와 이외의 네 명이 책상에 둘러 앉고, 마츠카와는 침대에 앉아 있다. 코모리의 말에 스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런 앱 권하니까.”
“내 탓이냐!”
깔깔 웃는 코모리. 마츠카와가 물었다.
“쿠니미는? 너, 건강 관리에는 별로 흥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잠이 부족해서, 그것만 기록하자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저런, 스트레스일까.”
확실히 쿠니미는 지친 것처럼 보인다. 들어보면, 지방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모양이다. 창구 업무가 쿠니미의 수면 시간을 줄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엔노시타는 그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그쪽은, 코모리 군이 어플 얘기 알고 있었어?”
엔노시타가 스나에게 묻자, 스나는 진저리가 난 듯 말을 꺼냈다.
“원래 팀내에서도 건강 관리를 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서, 이 녀석이 꺼낸 게 이 앱.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으니까 흥미 본위로…… 나는 말려들었어.”
“야, 어감 이상하잖아!”
“와시오 씨에게도 다운로드 시켰으면 좋았을걸…….”
“너도 그렇잖아.”
코모리에게 쿡쿡 찔린 스나가 신음한다. 아무래도 스나는 유쾌범인 코모리에게 말려든 것 같다. 결국, 휘말려 다운로드한 건 스나 뿐이었던 거겠지. 와시오, 라는 것이 후쿠로다니에 있던 3학년이라는 것도 엔노시타는 알고 있다.
“얘기 돌리는데, 다들 자기 방에서 깨어난 느낌?”
침대에서 몸을 내미는 마츠카와.
코모리와 스나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저희는 같은 방에서 일어났어요. 사회인 기숙사라고 할까요? 사택 같은 곳인데요. ……하지만, 개인 소유물이 없어서 제 방인지 스나의 방인지는 몰랐어요.”
“……흐응? 그런 일도 있구나.”
“아, 그리고 스마트폰도 죽었습니다.”
코모리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다.
검은 화면에 금이 가,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스나도 그와 나란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제 건 살아있지만, 패스워드가 걸려있어서……. 잠금 해제할 수 없는 거죠.”
“자기 패스워드 잊었어?”
매일 접하게 되니, 그럴 리 없겠지. 그러나 엔노시타의 물음에 스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의 패스워드 입력하면 들어갈 수 없어. 이게 정말로 내 건지도 모르고.”
“케이스나 그런 건 아무것도 없고 말이지…….”
엔노시타가 신음했다. 코모리가 “혹시.”라고, 서두를 열고 심각한 듯 중얼거렸다.
“내 스마트폰이 깨진 것도, 스나의 패스워드가 다른 것도, 그…… 죽은 자의 계정 탓인 건 아닐까요?”
“……뭐, 그 가능성도 있을지도.”
마츠카와는 계속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엔노시타는 마츠카와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하고 이번에는 쭉 입을 다물고만 있던 쿠니미를 봤다.
“쿠니미 군은? 스마트폰이나…… 자신의 방이나, 어땠어?”
“저는, 밤 사이에 충전이 끊어졌던 것 같아서 지금 충전하고 있어요. 방은 제 방이었습니다.”
쿠니미는 경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선뜻 대답해준다. 그의 말대로, 쿠니미의 스마트폰에는 충전기가 연결되어 있고, 배터리 아이콘이 화면에 비치고 있다.
“그럼 모두, 일단 자기 방에서 깨어난 건가……. 스마트폰도 1인 1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건 나와 마츠카와 씨 뿐이야.”
생각에 잠겨있는 마츠카와를 올려다보는 엔노시타. 엔노시타는 자신의 어플을 켜고, 한 번 더 아바타를 확인했다. 엊그제 자신이 설정한 아바타가 흔들흔들 흔들리며 대기하고 있다.
그때, 마츠카와가 돌연 일어섰다.
“일단 전체상을 파악하지 않을래?”
“전체상?”
“무슨 방이 몇 개 있는지, 복도가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한 번 다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확실히, 그것도 그렇네요.”
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엔노시타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하얀 공간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궁금했고, 예의 안치소 외에 또 다른 기분 나쁜 방이 있을지 알고 싶었다.
“참고로, 쿠니미네는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왔지.”
“아마 그렇겠죠. 이 방 나가서 왼쪽에서 왔습니다.”
“그럼 잠깐 그쪽 가보자.”
다섯 명이 함께, 마츠카와의 방을 나온다.
여전히 복도는 새하얗고, 눈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엔노시타는 마츠카와의 조금 뒤를 걷는 쿠니미에게 말을 걸었다.
“스마트폰, 충전 괜찮을 것 같아?”
“아…… 네. 아마 조금 있으면 부활할 거라고 생각해요.”
쿠니미는 평탄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밤에 자주 충전 잊어?”
“어제는 동영상 보면서 잠들어서……. 그대로 끊어진 것 뿐이에요.”
“그렇구나.”
말하고, 아차, 생각한다.
아니나다를까, 쿠니미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엔노시타를 보고 있다.
“뭔가…… 저, 의심받고 있나요.”
“아니, 미안, 그럴 생각이…….”
황급히 부정했지만, 반대로 그것이 긍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 엔노시타는 어깨의 힘을 뺐다.
“……미안, 왠지…… 이상하게 신경쓰여서.”
“……딱히, 괜찮아요. 저야말로 이런 이상한 곳에서 깨어나 갑자기 아무 접점도 없던 사람들이 나타나면 의심합니다.”
담담한 어조로 쿠니미는 말했다.
의심한다, 는 표현이 맞는지 아닌지는 엔노시타도 모른다. 그러나 갑자기 이 공간에 나타난 지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사이인 다섯 명(사람에 따라서는 접점이 있지만). 특히 엔노시타는, 어딘가 훨씬 불편하다. 무언가에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무언가가 다른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이 있다. 마츠카와가 말하는 ‘죽은 자의 계정’이라는 것 때문인지, 이 기묘한 공간 탓인지는 모르지만, 어딘가 계속, 진정할 수 없다.
“……저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는 엔노시타 씨가 진짜 엔노시타 씨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피차일반이라는 거죠.”
“응, 미안. 고마워.”
“사망자의 계정이라는 거, 정말 있을까.”
뒤에서 걷는 코모리와 스나. 코모리의 말에 스나가 말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있다면, 우리들과 전혀 다른 누군가인지, 아니면.”
“아니면?”
코모리가 재촉했지만, 스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뭐야, 신경쓰이잖아.”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선두의 마츠카와가 발을 멈췄다.
다음 문이 나타난 탓이다.
열어보니 간소한 방이 있었다. 침대, 책상, 옷장.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심플한 방이다.
“아, 여기 저희가 일어난 장소예요.”
마츠카와의 뒤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 코모리가 말했다.
확실히, 어디에나 있는 방이었다. 사회인 기숙사의 방이라고 했나, 확실히 특징은 희박하다. 스나와 코모리는 이곳에서 눈을 뜨고 함께 행동해왔다고 한다.
“여기도, 개인 정보는 없는 거지.”
달력도, 시계도, 노트도 전부 없어졌다. 자신의 방이자 자신의 방이 아닌 것 같은 섬뜩함이 거기에 있었다.
“쿠니미의 방은?”
“이 안이에요.”
코모리와 스나의 방을 나가 더 안쪽으로 향한다.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자, 쿠니미의 방의 문이 있었다.
“여기입니다.”
쿠니미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연다.
역시 거기에도 심플한 방이 펼쳐져 있다. 은행원이라는 직업 때문인지, 방은 조금 넓다. 침대가 큰 것도 쿠니미가 잠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텅 비었다.
“……여기에도 단서는 없나.”
“저쪽엔 가봤어?”
엔노시타가 복도 안쪽을 가리킨다. 쿠니미가 고개를 흔들어서, 일동은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모퉁이를 돌고, 하얀 복도를 걷는다.
마찬가지로 하얀 문이 또 있었다.
“……열게.”
마츠카와가 말하며, 문고리에 손을 댄다. 아직 들어가 본 적 없는 방에 들어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문이 열리고, 엔노시타가 “앗.”하고 소리를 냈다.
“어라…… 여기, 제 방이에요.”
“그래?”
돌아 본 마츠카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까 엔노시타가 있던 자신의 방이었다. 아무래도 일주하고 온 것 같다.
“……그렇다는 건, 빙 돌아 연결되어 있던 건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이 복도는 오각형 형태로, 각각 한 변에 한 방이 있다. 엔노시타와 쿠니미의 방은 이웃이었던 것이다.
기묘한 공간에, 단 다섯 개의 방.
그런 이세계에 초대된, 다섯 명의 인간.
오싹, 엔노시타의 살갗에 소름이 끼친다.
떠오른 의문 하나가 뇌를 가득 메웠다. 안치소에 있던 빈 관이, 싫어도 되살아난다.
“앗, 아, 저기!”
부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떨렸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모인 네 명분의 시선이 아프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기…….”
말을 이을 수 없다. 누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무엇이 최적인지 생각하기 어려웠다.
“……스, 스나 군, 잠깐.”
“……뭐, 나?”
갑자기 지명된 스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엔노시타에게는 그것이 그의 얼버무림처럼 생각되어 어쩔 수 없었다. 응, 고개를 끄덕이자 스나는 얌전히 따라온다. 되돌아보자, 엔노시타의 방에 남은 마츠카와, 쿠니미, 그리고 코모리 세 명분의 시선이 꽂혔다.
*
“……그거, 패스워드, 정말 몰라?”
자신의 방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엔노시타와 스나는 마주 앉았다. 질문의 의미를 알 수 없었는지 스나는 처음에는 무반응이었지만, 곧 표정이 흐려졌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야?”
“사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서.”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엔노시타. 스나의 감정은 읽을 수 없지만, 그는 평소에도 이런 남자일 것이다.
“이 세계의 방 다섯 개는 분명, 다섯 개의 계정…… 즉 우리를 나타내고 있다, 는 게 내 예상.”
엔노시타의 이마에 땀이 흐른다. 스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침묵한 그대로였다.
“다섯 개의 방은 각자 본인의 방과 똑같이 생겼어. 내 방, 마츠카와 씨의 방, 쿠니미 군의 방…… 그리고, 스나 군과 코모리 군의 방.”
입 안이 말라 온다. 쿵쿵 심장이 뛰었다.
“계정 하나에 방 하나라는 계산이야. 그러니까, 그 방에 스나 군과 코모리 군 두 사람이 있는 건 이상해. 우리 중 누군가의 방이, 또 하나 있을 거야.”
“또라면, 어디에.”
“……시체 안치소가, 내 왼쪽 옆에 있어.”
엔노시타가 말하자, 스나는 처음으로 동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한 사람에 하나의 방이 주어지고 있다면, 그 안치소는 다섯 명 중 누구 한 사람의 ‘방’이다.
빈 관, 백합, 달력이 보여주는 기일.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아마 누군가의 아바타를 빼앗아, 다섯 명 안에 섞여들고 있다.
그것이 엔노시타의 예측이며, 그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스나인 게 아니냐는 가설이었다.
“…………확실히, 패스워드 모른다고 한 건 내 거짓말.”
“……뭐.”
스나가 너무 순순히 그렇게 말해, 이번에는 엔노시타가 당황하고 말았다.
스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네 자리 수의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잠금이 해제되고, 예의 『헬스 레코더』 앱이 홈 화면이 있었다.
스나의 손가락이 그곳을 누른다.
아바타 화면이 나왔어야 할 페이지는 새하얗고, 대신 검은 문자로, 한 문장이 표시되어 있었다.
『404 Not Found』
“아, 살아났다.”
엔노시타의 방에 남은 마츠카와, 쿠니미, 코모리 세 명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다.
쿠니미의 스마트폰 충전이 끝난듯, 잠금 화면이 표시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깨진 문자가 있는 까만 화면이다. 홈 화면에는 역시 헬스 레코더 어플이 단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쿠니미가 누르자, 자신의 아바타 화면이 나타났다. 죽은 듯한 눈의 아이콘이, 사실은 스스로도 마음에 들었다.
“엔노시타 씨, 어떻게 된 걸까요.”
“……글쎄.”
스나를 불러 방을 나간 엔노시타. 쿠니미는 그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보다도 아까부터 마츠카와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게 신경 쓰인다. 코모리와 쿠니미는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가지 선택지네…….”
“네?”
한숨과 함께 그렇게 쏟아낸 마츠카와는, 한 번 얼굴을 감싼 뒤 말을 꺼냈다.
“저쪽에 시체 안치소가 있었어.”
“시체…… 시체 안치소!?”
“……정말입니까.”
완전히 창백해져 놀란 코모리와, 얼굴을 찌푸린 쿠니미.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인다.
“방이 전부 다섯 개지. 그리고 우리도 다섯 명. 1인 1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안치소가, 누군가의 방이란 말인가요?”
쿠니미가 묻자, 코모리가 “악취미…….”라고 신음한다.
마츠카와는 계속했다.
“요컨대, 누구 한 명이 죽은 거야. 그 괴담에 나오는, 죽은 자의 계정이 섞여있다는 거지. 우리 안에.”
“……농담, 은 아닌 것 같네요.”
코모리는 재빨리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았다. 쿠니미는 입을 다문 채 마츠카와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 그게 스나 군…… 이 아닐까, 하고 예상했다고 생각해.”
“……그럼, 단둘이 있으면 위험하지 않아요?”
쿠니미가 문을 돌아본다. 엔노시타는 알고 스나를 불러낸 걸까.
그러나, 마츠카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했잖아, 선택지는 두 개라고.”
쿠니미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품고 있던 위화감이 기름이 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건이 줄었다고는 해도, 자신의 방을 모르게 될까.
“……그 스마트폰, 말이야.”
마츠카와가 코모리가 가진 스마트폰을 본다.
코모리가 고개를 든다. 화면이 깨져, 쓸모 없게 된 스마트폰을, 그가 쥐었다.
“그쪽이, 스나 군의 스마트폰인 거 아냐?”
*
“저 녀석, 패스워드 생일로 하지 말라고…….”
아바타가 표시되지 않는 에러 화면을 보며, 스나가 웃었다.
“와시오 씨와 셋이 얘기할 때 코모리의 패스워드 엄청 간단해서 스마트폰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 적 있는데, 도중에 생각났어.”
“……그쪽이 코모리 군의 스마트폰, 이라는 거야?”
엔노시타가 묻자 스나는 스마트폰을 내밀고 “그러지 않았으면 했지만.”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내가 일어났을 때 코모리도 함께 방에 쓰러져 있었어. 그때는 이미, 망가진 스마트폰은 코모리가 가지고 있었고…… 내 옆에 이 녀석이 떨어져 있었어.”
엔노시타는 생각해낸다. 오늘 아침, 자신의 방에서 들은 발자국 소리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린 그것은 아마도 코모리가 안치소에서 나갔을 때의 소리였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 스나가 잠든 방에 가서, 스나의 스마트폰과 자신의 스마트폰을 교환하고, 스나의 스마트폰을 망가뜨린 다음,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아바타가 없는 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그리고 의심의 눈이 자신 이외에도 향하도록 공작한 거겠지.
“나는 처음에 그 방이 완전히 내 방인줄 알았는데…… 코모리가 누구 방인지 모른다고 하니까. 뭐, 기숙사는 어디든 비슷한 구조고, 가구도 내 것과 비슷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방이 다섯 개밖에 없다는 걸 알고, 여러 가지 생각했어?”
“응.”
404 Not Found의 문자를 바라보는 스나.
“그럼 그 방은 내 방이고, 그 안치소가…… 저 녀석의 방이구나.”
스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나도 자신의 아바타가 있다고 증명할 수 없어. 스마트폰 망가졌고……. 이쪽이 내 스마트폰으로,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라는 설도 있어.”
“……만약 그렇다면, 패스워드 몰라서 볼 수 없다는 알기 쉬운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그것도 그런가.”
어깨를 움츠리는 스나는, 조금 쓸쓸한 것 같다. 그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넣어둔다.
“그래서, 코모리는 저거, 진짜가 아니라는 거지? 그 ‘존재하지 않는 계정’에게 빼앗겨서.”
“아마. 겉모습만 꾸몄지만, 속은…….”
“그런가. 그럼 됐어. 진짜였으면 어쩌나 싶어서 말 못했을 뿐이니까.”
스나와 코모리 사이의 우정을, 엔노시타는 모른다. 그러나 다른 장소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그들 사이에는, 분명 깊은 관계가 구축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404 Not Found』
찾으시는 페이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계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의 이야기다.
엔노시타는 스나의 손목을 잡는다.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엔노시타와 스나가 방에 돌아왔을 때, 우뚝 서 있는 코모리를 사이에 두고 마츠카와와 쿠니미의 딱딱해진 표정이 보였다. 코모리는 망가진 스마트폰을 든 팔을 축 늘어뜨리고, 엔노시타에게는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등에서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는 그의 겉모습만 걸친 공백이다. 알맹이 없는, 존재하지 않는, 공허.
“너는, 네 방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마츠카와가 말한다. 그러나 코모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스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이거, 네 스마트폰.”
그 에러 화면을 표시한 채, 스나는 화면을 코모리에게 향했다. 돌아본 그는 무표정이다.
코모리가 가지고 있던 스나의 망가진 스마트폰이, 슬쩍 그의 손을 떠나, 떨어졌다.
“……나의.”
손을 뻗는다.
이제 끝이다. 없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스나는 마음껏, 코모리의 스마트폰을 마루에 내던졌다.
빠득 소리가 나며 화면이 부서진다. 파편이 튀었다. 에러 화면이 산산조각난다.
“나, 나, 의…… 나, 의.”
코모리의 모습을 한 것이, 서서히 흐트러져 갔다. TV의 모래폭풍과도 같은, 액정 화면의 붕괴와도 같은 가로선이 그의 몸 표면을 스쳤다.
『404 Not Found』
갈라져 흩어졌던 그 글자가, 문득 사라진다.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
낯익은 알람이 엔노시타의 고막을 흔들었다.
더듬거리며 시트를 헤쳐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킨다.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것은 이상한 꿈을 꾼 탓일까.
오늘은 클리닉 예약이 다섯 건이나 있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는 하루가 될 것이다. 엔노시타는 의식을 각성하지 않은 채 멍하니 스마트폰의 알림을 훑었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있는 타나카나 키노시타, 나리타의 토크는 심야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니시노야는, 가끔 해외의 사진을 보내 온다.
신경 쓰여 확인했지만, 마츠카와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메세지는 없었다. 당연하다, 애초에 연락처를 모른다. 게다가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호하다.
섬뜩한 일이었지만, 아무런 접점이 없는 인간들이 그토록 현실적인 언행을 했던 것이, 그것을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다.
“……그래도, 신경 쓰인단 말이지.”
양치하며 생각한다. 쿠니미라면 카게야마를 통해 연락처를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물어보면 카게야마도 놀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결국 끙끙 신음하며 아침 준비를 하고, 평소의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아파트 문을 열자 하얀 복도, 가 아니라 찌는 듯한 여름 공기가 반겨주어 안심했다. 매미도 울기 시작한다. 시끄럽네에, 하고 기쁘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했다.
매미 소리에 섞여, 알림이 하나.
보자, 카게야마로부터였다.
『쿠니미가 엔노시타 선배의 연락처를 물어봐서, 알려줬습니아』
『니다』
『무슨 일 있었슴나?』
『슴까?』
여전히 오타 투성이의 글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이, 쿠니미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토크 룸에는 마츠카와도 있다.
그럼, 처음엔 뭐라고 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일에 지각한 것은, 엔노시타만의 비밀이다.
참고로, 후일 츠키시마로부터도 메세지가 왔다.
『수고 많으십니다』
『전에, 1부와 2부의 합동 훈련에서 스나 씨와 코모리 씨를 만났습니다』
『패스워드 바꿨으니까 안심하라고 전해달라고』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이번에야말로 엔노시타는 소리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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