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태양은 모순되어있다

쿠로오 씨와 히나타 군과, 인형극

ykh_t 2022. 1. 7. 02:38

黒尾さんと日向くんと、人形劇【HQホラー】 | おしお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0824975


"우히엑!?"

부실 안에 느닷없이 울린 한심한 비명에, 무심코 어깨를 흔든다. 부활동 전인 이 시간, 제각각 시간을 보내던 부원들의 잡담이 멈추고 잠시 정적이 떨어졌다. 그것을 깬 것은 어이없어하는 얼굴의 야쿠다.

"야. 야마모토, 갑자기 큰 소리 내지 마! 무슨 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잠깐 놀, 놀라서!!"

주의를 받은 야마모토는 목소리를 높여 몇 번이나 머리를 숙인다. 딱딱하게 생긴 남자가 작은 선배 상대로 굳어있는 모습은 솔직히 재밌는데, 그건 어쨌든 대체 뭐란 말인가. 평소 보이지 않는 야마모토의 모습에 나는 야쿠와 얼굴을 마주 본다. 야마모토는 자꾸만 가방의 내용을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소란스러운 야마모토를 귀찮은 듯 보던 켄마가 그의 등 뒤에서 목을 뻗어 그 안을 들여다본다.

"……우와, 뭐야, 그거… 토라의 취향…?"
"그럴 리 없잖아!! 분명 여동생이… 아니, 이런 거 없을 텐데… 애초에 하루 종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잖아, 보통."

켄마의 물음을 전력으로 부인하고, 야마모토는 턱에 손을 얹고 무언가 중얼중얼 말한다. 두 명의 반응에서 무언가 팬시한 것이라도 들어있는지 확인하려고, 나도 가벼운 기분으로 가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굳어진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게 초조해져, 내용이 신경 쓰여 어쩔 수 없는 모습의 리에프가 바로 옆에서 얼굴을 내민다.

"우와ー! 타, 타케토라 선배, 이런 거 가지고 다니세요?"
"그러니까 아니라고! 얘기 못 들었냐! 그보다 후쿠나가, 너 아까까지 옆에 있었잖아! 왜 그렇게 떨어져 있어!? 물러서지 마!"
"아니, 뭐… 물러서지 않는 건 무리 아냐? 반응 곤란한데요…"

뺨을 경련시키며 나는 그것을 가리킨다. 야마모토의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은, 꾀죄죄한 여자 인형이었던 것이다.
부석부석한 갈색 머리, 흰색과 핑크색을 기조로 한 구멍 투성이 원피스. 찢어진 듯 일그러져 웃는 입에 빽빽하게 꿰맨 검은 단추로 표현한 것은 큰 눈동자일까? 얼굴과의 밸런스가 일그러져 기분이 나쁘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정성 들여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실례지만 그 이상의 감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후쿠나가가 물러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야마모토 것이 아니면, 누군가의 소유물이 뒤섞였는지도 모르겠네."

그때까지 관망하던 카이가 아무런 주저도 없이 인형을 들어 올려, 나는 무심코 우에에 신음한다. 아무래도 만지길 망설일 정도의 임팩트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상한 취향이고 더럽혀져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인형인데.

"분명 누군가의 성질 나쁜 장난이에요… 처분합시다! 처분!"
"녀석, 그게 아니면 불쌍하잖아."
"장난이라고 하니, 너 마지막으로 가방 확인한 게 언제야?"
"읏… 아마, 낮에 도시락 집어넣을 때일까요… 그때는 이런 거 들어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낮이라니, 교과서는 어떡했어, 교과서는! 사물함에 넣어두지 마!"

그러며 야쿠에게 엉덩이를 발로 차여, 야마모토는 또 "죄송합니다!"라고 소리친다. 그 모습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인형을 가진 채로 카이는 내게 보살 같은 미소를 향했다.

"쿠로오, 이거 분실물로 사무실에 신고하고 올게. 이대로 두는 것도 야마모토의 정신 위생상 좋지 않을 것 같고. 처분 운운은… 뭐, 사무원에게 맡기자."
"오케이ー. 그럼, 교문 앞 집합이야."
"아아, 알았어."
"카, 카이 선배! 저도 갑니다! 원래 제 가방에 들어있었으니까요!"

두 사람이 함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배웅하고, 나는 휙휙 손을 흔든다.

"자, 저 녀석들 오면 바로 뛰러갈 거니까~ 준비하세요."
"네에."

나의 구령으로 각각 옷을 갈아입거나 잡담을 재개하는 것에,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사소한 해프닝이었지만, 이제 그 인형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문득 켄마를 보자, 왜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시선을 눈치챌 때까지 그들이 나간 곳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부활동을 마치고 다시 부실에 들어가자마자, "아!!" 하고 또 야마모토가 큰 소리를 낸다. 야쿠가 노려보고 있어 황급히 입가를 손으로 가리지만, 원래 큰 목소리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

"이번엔 뭐야? 또 하나 나왔다고는 하지 마?"
"봐, 봐주세요! 그게 아닌데요…"

가방을 숨기듯 감싸며 나를 힐끗 쳐다보자, 봐줬으면 하는 건가 싶어 억지로 그대로 해준다. 한심하게 외쳐진 야마모토의 비명에 뒤에서 리에프와 이누오카가 웃었다.

"…응? 그거 내 수건?"
"아ー, 네, 원래 오늘 부실에 오고 바로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이제 생각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수건을 잊어버렸다는 야마모토에게 예비 수건을 빌려줬었나. 오늘은 아침 연습도 없었고, 원래라면 부활동 전 그 타이밍에 반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무단으로 빌린 것도 아니고, 뭘 숨길 필요가 있나. 그렇게 물을 것도 없이 야마모토는 어색하게 말한다.

"그때 잘 확인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 인형, 아마 이것 위에 올려져 있었을 거라… 죄송합니다, 한 번 더 씻어 오겠습니다…"
"…아아, 응, 잘 부탁해."

딱히 결벽증은 아니지만, 함께 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면 받기 어려운 점은 있다. 야마모토 본인이 가장 미묘한 기분이겠지만, 나는 고맙게 후배의 후의에 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인형의 주인은 발견될까. 애초에 정말 장난을 목적으로 누군가가 야마모토의 가방에 넣었다면, 발견될 것도 뭐도 없겠지만.

나도 얼른 갈아입기 위해, 스포츠 백의 지퍼를 연다. 갈아입을 셔츠를 꺼내는 와중 제대로 안을 확인하지 않고 깊이 넣은 오른손이, 무언가 셔츠와는 다른 감촉의 물건을 잡았다.
뭐야? 그렇게 생각하고 무심코 꺼낸 그것을, 그대로 내던져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인 불명의 그 인형이, 이번에는 내 가방에 들어있던 것이다.


쿠로오 씨와 히나타 군과, 인형극


불태우자, 그런 말을 처음 꺼낸 것은 카이였나.

인형은 세 번 분실물로 사무실에 신고되고, 네 번 내 앞으로 돌아왔다. 왜 나인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처음 돌아왔을 때, 부실의 열쇠 관리를 맡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만약 이것이 어디 사는 누군가의 장난이었다면 완전히 밀실 트릭이다.
그래도 두 번째 시점에서는 아직, "이제 가지고 돌아가면 돼?" 라며 농담을 할 여유가 있었다. 인위적인 장난설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 보통 생각하지 않잖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제쳐두고, 인형이 저절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따위. 나는 오컬트를 부정하진 않지만, 완전히 믿는 것도 아니다.
단지 뭐, 그때도 사무실에 신고한 건 카이다. 내게 그 인형을 부드럽게 들어 올릴 용기는 없다.

하지만 세 번째 해후, 유일하게 의지할 카이가 없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사무실로 신고하러 가야 했다.
조심조심 들어 올린 순간, 스위치라도 눌러버렸는지 인형이 『안아줘서기뻐, 안아줘서기뻐』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거의 없던 여유가 전부 날아가 버렸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부원들은 모두 남자답지 않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중 누구보다도 소리쳤다. 조용해진 인형을 반쯤 울상으로 집어 들어 사무실에 반송한 것은 싫은 추억이다.
세 번째가 되니 슬슬 사무원도 수상해하고, 주인다운 인간이 나타날 기대도 없어, 긴급회의 끝에 다음에 돌아오면 이제 우리 손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네코마타 감독님이 아는 신사가 인형을 부정기적으로 공양하고 있는 것으로 곧바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다음 휴일 연습 후 예상대로 되돌아온 인형은 그대로 신사에 보내졌다.
인형이 어느 정도 모여야 태우는 사정상 그 자리에서 공양하지는 못했지만, 그때까지는 소중히 보관해주는 듯했다. 공양이 끝나면 감독님에게 연락이 갈 예정이다.
맡긴 직후에는 다시 돌아올까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뭐라고 할까, 역시 신사. 그 후로 인형의 모습을 보는 일은 없어졌다.

위협도 떠난 참에, 카이에게 들은 것은 이런 이야기.
나는 두 번 정도, 본의 아니게 집어 들었지만, 어느 쪽도 아주 잠깐의 일이다. 감촉을 확인할 생각도 없었고, 꼭 붙잡아 관찰하던 카이 이외에는 알 도리가 없었다. ――아니,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지만.

그 어떻게 해도 수제 느낌이 가득한 인형에, 시판 중인 귀여운 장난감 같은 말하는 기능이나 스위치 등은, 붙어있을 리 없다고.


공양은 그로부터 한 달가량 지난 오늘, 카라스노를 포함한 네 번째 후쿠로다니 그룹 합숙 첫날에 열렸다.



1.


손바닥이 검다. 무엇을 만졌는지, 숯이나 기름 같은, 그을음 같은 것으로 더러워져있다.

아무래도 신경 쓰여, 연습 경기 중간 나는 저지를 입고 체육관에서 나왔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아직 해도 떠있지만, 공기는 차다. 조금 전가지 코트에서 움직이며 달아올랐던 만큼, 식는 것은 순식간이다.
10월이면 체육관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는 손이 곱아 견딜 수 없으므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실내의 수돗가까지 일부러 가 손을 씻었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응, 아아, 츳키잖아. 패널티 수고했어~"

뒤에서 조용히 말을 걸어온 츠키시마에게 짓궂게 대답한다. 조금 전에 카라스노를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네코마였던 탓이다. 이 그룹 합숙에서 시합에 졌을 때의 패널티는 이제 익숙하다.
츠키시마는 내 말에 질렸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고, 내게서 약간 거리를 두고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나도 다시 씻으려고 정면을 향하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시야의 끝을 스친다. 지금 뭔가, 위화감이.

"…우와, 정말 뭐 만진 거야, 나."
"? 큰 혼잣말이네요. 무슨 일 있습니까?"

물을 잠근 츠키시마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물어온다.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나는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아니, 뭔가, 숯? 그을음? 같은 게 묻어있어서 말이야."

방금 수돗가에 도착한 직후에는 특별히 더러워지지 않았을 텐데, 지금 거울에 비치고 있는 내 얼굴은 어느새 건드렸는지 손바닥만큼 검붉은 것이 묻어 있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주제에, 건드리면 금방 더러워질 것 같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어딘가 더럽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데요…"
"그래? 츳키 혹시, 내 일이니까 적당히 말한 거 아냐? 아ー 젠장, 안 지워져."
"그러지 않았습니다. 츳키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대화하며 손바닥을 슥슥 문질러봤지만, 잘 지워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도꼭지를 활짝 열어, 흐르는 물이 내 손에 맞아 튀고 저지나 티셔츠를 적시는 것도 신경 스지 않고, 슥슥, 슥슥, 정신없이 손을 씻는다. 지워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손을 씻자.

"…, ……쿠로오 씨, 잠깐, 괜찮습니까."
"응? 아아. 지워지지 않네, 역시."
"………"
"지워지지 않네, 지워지지 않아, 지워지지 않아."

슥슥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 무심결에 손톱을 세웠다. 배구를 위해 가지런히 잘라둔 것이 지금은 유감스럽다. 까득까득, 검은 얼룩째로 피부를 깎아내면, 지워질지도 모른다.

큰 소리와 함께 기세 좋게 흐르던 물이 갑자기 뚝 끊겼다. 츠키시마가 멈췄나 생각했지만, 다른 것 같다. 낯익은 푸딩 머리가 옆에서 흔들린다.

"아, 왜 그래, 켄마."
"…그거 이쪽 대사."

켄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쪽 대사라니, 왜 그래? 라고 물은 것에 대해서인가. 그럼, 나는 왜 그러고 있냐는 건가?

"…별로, 그냥 더러우니까, 손을 씻으러 온 것뿐이야. 그치, 츳키."
"………"

아직 비스듬히 뒤에 우뚝 서 있는 츠키시마에게 거울 너머로 히죽 웃어주자, 그는 입을 다문다. 뭐야, 그 반응.
내 말에 켄마는 젖은 손을 멋대로 잡고, 앞뒤를 확인한다.

"……더럽지 않고. 빨개졌잖아."
"아? 그래? 검지 않아?"
"차가워."
"아ー…"

듣고 보니. 춥다고 실내의 수돗가로 왔는데, 내 손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더러운 것 정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돌아가자."
"너도냐, 켄마! 잘 봐, 얼굴에, 봐. 미모가 흐려지잖아!"
"애초에 미남이 아냐. …좀 이상하네, 쿠로."

거기 즉답하는 거야? 켄마에게 무리하게 재촉받아, 수돗가를 뒤로 한다. 츠키시마에게는 일단 "미안." 이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는 그대로 뭔가 이상한 얼굴을 한 채, 반응을 돌려주지 않았다.

*

그때부터 손바닥뿐만 아니라 팔에도 얼룩이 생겼다. 얼굴은 수돗가에 가게 해주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워지지 않으면 스스로는 꽤 눈에 띄는 것이다. 연습 중에는 생각이 복잡해 괜찮지만 휴식 중에는 간질간질해서 안 된다.

켄마는 조금 전까지 기분 좋게 꼬맹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둘이 되자마자 다시 조금 인상을 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더러운 것을 닦아 버리는 것 같아, 그때마다 때리면서까지 나를 말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상처나 벌레 물린 곳을 긁지 말라고 부모로부터 혼나는 느낌이다.

"……아ー, 켄마."
"………"
"켄마 씨."
"뭐."
"그렇게 신경 쓰이면 너도 자율 훈련 올래?"

거리낌없이 향해 오는 "뭐라는 거야, 이 자식. 갈 리 없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에서 눈을 뗀다. 그런 눈으로 나 보는 거 아냐. 감시해두고 싶다, 하지만 빨리 밥 먹고 목욕하고 자고 싶다, 그런 참이겠지.

"………자율 훈련이면, 쇼요와?"
"응? 아아, 아마."
"…그래, 알았어."

뭐가 알았다는 걸까. 켄마에게 물어보면, 오늘의 나는 좀 이상한 것 같다. 그런 자각은 전혀 없지만, 이 뻔뻔한 표정이 걱정의 표현이라고 알고 있으니 불평도 할 수 없다.
마음같아서는 오늘은 그냥 얼른 자라고 말하고 싶을 텐데,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쉬울 텐데, 배구가 얽히면 그쪽을 존중해주니까 전혀 소용 없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옷에 문지를 뻔한 손을 눌렀다.

나란히 복도를 걷는데, 연습 경기가 끝났는데도 아직 기운이 남아도는 듯한 녀석들의 목소리에 귀에 뛰어든다.

"그ー러ー니ー까! 내가 휙하고 오면 확하는 게 더 낫잖아!"
"그럼 나중에 부왓하잖아, 네가!"
"잠깐, 좀 조용하게 일본어로 말할 수 없는 거야, 너희들."
"위험해ー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카라스노의 스타팅 멤버 1학년 3인조와, 우리 거신병이다. 츠키시마 외에는 목소리가 크다.

"여. 젊네, 너희들. 리에프, 웃음 소리가 시끄러."
"네!? 저한테만 그러는 겁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우리를 눈치챈 1학년들이 각각 고개를 숙인다. 그들 앞이라 그런지, 켄마는 조금 전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무표정이다. 히나타가 "또 3대 3 하나요!?" 라고 산책 전의 개처럼 달려들어,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문득, 세터 군이 얼굴을 찡그린다.

"…? 타는 냄새가."
"그래? 카게야마는 코가 좋네."

그를 따라, 리에프도 냄새의 원인을 찾아 코를 킁킁거린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식당 쪽에서 뭔가 풍기는 거겠지.

"…리에프, 쿠로는 맡길게."
"응, 엑, 저요!? 왜요!?"

냄새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리에프가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켄마는 말없이 걷는다. 옆을 지나갈 무렵, 눈이 마주친 듯한 히나타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결국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다른 체육관에 자율 훈련하러 간다는 세터 군과도 헤어지고, 나는 1학년 트리오를 데리고 걷는다. 인솔 교사 같은 기분이다.
잠시 나아가자, 복도 끝에 아카아시의 모습이 보였다. 아카아시는 계속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어,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안녕하세요!!"
"! 아, 네…, ?"

히나타가 기운차게 말을 걸자, 아카아시는 약간 당황한 것처럼 이쪽을 돌아봤다. 아무래도 멍하니 있던 것 같은데, 날 발견한 순간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쿠로오 씨,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 뭐, 무슨 일 없다고 할지 있다고 할지… 너야말로 왜 그래? 뭐 보고 있었어."

아카아시는 내가 더러워진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걸까, 처음으로 타인으로부터 지적받아 다시 간질간질해진다. 문지르면 나중에 켄마가 기분이 나빠지니까, 반대로 질문해 적당히 화제를 흐렸다.

"뭐냐고 해도… 아니, 딱히 아무것도요. 빨리 체육관 갈까요, 이제 보쿠토 선배가 화낼 것 같습니다."

아카아시는 아카아시대로 무언가를 얼버무리며, 얼른 발길을 돌린다. 히나타가 아카아시가 보고 있던 방향을 한 번 보고 나서 뒤따른다. 궁금하긴 했지만, 체육관 쪽에서 "늦ーーー어!!" 라는 커다란 클레임이 들려와, 바로 생각을 멈췄다.



2.


"왠~지 자주 만나네, 츠키시마 군."

팔랑팔랑 손을 흔들자, 싫은 표정마저 지우고 츠키시마는 정색한다. 그렇게 불쾌했나.
어제도 이맘때 수돗가에서 만났는데, 장소가 바뀌어도 만나다니 무슨 우연인지.

"쿠로오 씨야말로 어디에도 있네요. 마치――"
"마치?"
"……아뇨, 아무것도."

왠지 겸연쩍은 듯 말끝을 흐리고, 츠키시마는 사람 한 명만큼의 공간을 비우고 내 옆, 교사의 벽에 기댄다.
여기는 체육관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복도라, 주위에는 인기척도 없고 조용하다. 딱히 남과 만나는 게 귀찮았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잠깐 혼자 있고 싶어 일부러 이곳을 휴식 장소로 선택한 건데.

어제보다 더욱 거무스름해진 내 팔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제대로 목욕도 했는데, 내 몸은 점점 검고 더러워져 갔다. 이건 뭐야? 만지는 느낌은 까끌까끌하다. 정말 내 피부인가?

"…오늘도 신경 쓰입니까? 더러워졌다는 게."

내가 멍하니 팔을 만지고 있는 게 눈에 띈 거겠지. 츠키시마가 조심스럽게 물어, 뭐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한다.
그의 말투에서 미루어봐, 역시 옆에서 보면 큰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딱히 몸에 변화도 없고, 부활동에 지장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아마 불안한 건가? 실실 가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곧 뭔가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아, 아카아시 씨."
"헤."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어 전혀 몰랐지만, 츠키사마가 아마 무심코 중얼거린대로, 체육관 측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아카아시의 모습이 보인다. 그 뒤에는 코노하도 있다.

"하아ー 정말, 분명 뭐가 있다니까… 오한이 들어…"
"참으세요, 코노하 선배. 이제 곧…"

뭔가 말하다 만 아카아시도 우리를 알아챈 것 같다. 손을 들자, 가벼운 인사가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둘 다 이런 곳에서 쉬고 있었군요."
"오, 뭐야, 뭐야, 밀회?"
"아닙니다."
"오오… 미안, 무서운 얼굴 하지 마, 안경 군… 으음, 그럼 혹시 너희들도 뭔가 있었다든가…?"

과감하게 츠키시마에게 얽히러 간 코노하는, 절대영도의 정색에 순식간에 격침한다. 그 용기에 경례. 그러나 그 다음에 말한 내용에, 나도 츠키시마도 무심코 미간을 찌푸린다. 코노하로서는, 농담 반, 기대 반이라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뭔가라면?"
"뭔가라는 건… 아ー… 아니, 역시 아무 일도 없었어. 미안."
"거기까지 말하면 궁금하잖아.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아까 들린 대화 내용을 지적해 추궁하자, 변명해도 소용 없다고 깨달았는지 코노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매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딱히, 구체적으로 뭘 봤다~ 든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래도 나, 어제 이 정도 시간부터 오한이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려서 말이야. 하루 종일 닭살돋아서 위험했어… 그러니까 뭔가 있으면 어떡하냐는 이야기."
"그래서, 교실에 상의를 한 장 더 가지러 가는 김에, 위안삼아 제가 가지고 있는 순산 기원 부적을 주기로 해서요."
"어…… 낳으십니까……"
"낳지 않습니다!? 아니, 아카아시 기다려, 순산 기원이야? 액막이같은 게 아니라??"
"우연히 받은 것이므로 별로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까 해서."

부적이 있다는 것 외에는 듣지 않았는지, 자유로운 후배에게 휘둘려 코노하는 낙심한다. 그러나, 뭔가 있다, 인가. 나는 전혀 모르겠다. 만약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계가? 하고 생각했지만, 우연이었다. 공통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정도다.

"아ー 뭔가 지쳤어… 그래도 뭐랄까, 어제는 계속 가라앉지 않았는데, 한기 없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다행이네요. 부적은 이제 필요 없습니까?"
"아니, 필요해. 낳지 않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돌아온 것 같은 코노하는 기운 좋게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걸 뒤따르던 아카아시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본다.

"혹시나입니다만… 쿠로오 씨, 뭔가 가지고 있습니까?"
"하?"

작은 소리로 물은 내용에 당황하자, 아카아시는 다르게 생각했는지 "아니, 짐작가는 게 없으면 됐습니다." 라며, 이번엔 코노하를 쫓아 떠났다.

*

몸이 검다. 처음에는 어딘가에서 더러운 것이 묻은 줄 알았지만, 이 검은 것은 혹시 내 안쪽에서 솟아나는 것은 아닐까.
확인하고자 열어보고 싶어 피부에 손톱을 세워봤지만, 짧게 가지런히 다듬어진 손톱이 까득까득 눌러봐도 잘 안 된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아아, 더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 피부를 뜯어 버리면.
역시 먼저 씻는 게 순서겠지. 슥슥, 슥슥 씻어 보자. 검은 것은 역시 내 안에서 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물을 많이 부어 보면 어떨까. 잔뜩 부어보면 깨끗해질까. 세탁하듯 내 몸은 깨끗하게 되는 걸까. 손톱을 세우고 까득까득 해봤지만, 잘 안 된다. 안쪽에서 나오는 검은 것을 깨끗이 하기 위해 피부를 벗겨 버리려고 까득까득 해보지만 손톱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검네. 슥슥, 슥슥 문질러 본다. 얼룩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아. 지워지지 않아.

"쿠로오, 스톱."
", "

팔이 잡혀 정신이 들었다. 머리 위의 샤워기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소리만이, 이 자리를 한동안 채운다.
나의 팔을 붙든 것은 보쿠토다. 자율 훈련을 함께 한 단골 멤버 여섯명이 밥을 먹고, 그대로 같이 목욕탕에 와서. 물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다가, 어느새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말리러 올 정도로 빠져있었는지, 나는.
머리에 계속 쏟아지던 샤워기를, 보쿠토가 멈춘다.

"…미안. 생각에 잠겨 있던 것 같네. 뭐야? 모두 이제 올라가?"
"아직이지만! 네가 중얼중얼 말하면서 엄청 몸 씻어서, 후배들 무서워한다고."

그런 말을 들어 가만히 주위를 바라보자, 확실히 창백한 얼굴을 한 리에프와 곤혹스러운 표정의 아카아시, 츠키시마가 나를 둘러싸고 있다. 히나타도 뭔가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거봐. 이제 됐으니까 탕 들어가자!"
"아아… 그래도, 더러운 게 신경 쓰여서. 왠지 싫잖아, 그대로 들어가면."
"더러운 것, 입니까? 땀은 충분히 씻었지만요. 당신, 너무 문질러서 피부가 상했습니다."

아카아시에게 지적받아도, 잘 모르겠다. 틀림없이 아카아시도 이 검은 것이 신경쓰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그야, 이만큼 씻어도 지워지지 않으니까 탕에 들어가는 정도로 묻진 않겠지만, 그래도 싫지 않나? 왜냐하면 이렇게 더러워져 있으니까. 온몸이 더러워져 있다. 이제 신경쓰여 어쩔 수 없다. 씻어내지 않으면.

"더럽습니까?"

비죽 내 시야에 얼굴을 내민 히나타가, 이상하듯 물어 온다. 꼬맹이도 보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어서 다시 한 번, 묻는다.

"더럽다고 생각하나요? 싫은 느낌 듭니까?"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물음에, 나는 순순히 수긍한다. 아니, 히나타의 모습에, 수긍 이외는 할 수 없었다. 나를 꿰뚫는 눈빛이 대단하다.

"그건 더러운 게 아니에요. 제대로 깨끗합니다."

당연하다는 듯한 말에, 그런가, 하고 중얼거린다. 거무스름한 피부를 본다. 그런가, 이건 깨끗한 건가. 단지 그것만인 사실이 쿵하고 가슴에 떨어진다. 피부의 모습은 변하지 않은 채인데, 아까까지 어쩔 수 없던 충동이 무산되어, 사라져 간다.

"…잘 모르겠지만, 들어갈 마음 생겼어?"
"어, 아ー, 미안. 들어가자. 춥네."

대답하자,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리에프의 얼굴이 확 밝아져 "다행이다!" 라고 소리를 높인다. 자기 학교의 주장의 모습이 이상해 괜히 속을 태웠던 것 같아, 왠지 나쁜 짓을 했다.

"……히나타에게는 어떻게 보여?"
"쿠로오 씨 말이에요?"

샤워기에서 탕으로 향하며 아카아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조금 전까지의 위압감도 압박감도 없지만, 이 꼬마가 계속 보는 것은 묘하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얼버무리듯 입 언저리까지 단숨에 물에 잠겼다.

"탔다."
"…탔다?"
"탔다탔다."
"그러니까, 일본어로 하라고."

츠키시마가 지긋지긋한 어조로 재촉해도, 히나타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끈따끈 행복하게 탕에 몸을 맡길 뿐이다. 아카아시에게까지 "탔다…" 는 울음소리가 전염된 것으로, 츠키시마는 이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야? 쿠로오는 탔어?"
"타, 탄 것 같지는 않은데… 왜인가요? 익었슴까?"

바보같은 얼굴로 바보같은 말을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상한 분위기로 만들어 버린 만큼 보쿠토의 존재는 정말 고맙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제대로 선배다운 일을 하니까 방심할 수 없다, 이 녀석은. 리에프와 함께 바보 발언을 하는 것은 평소엔 꽤 귀찮지만, 이 장소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물 속에서 팔을 들어본다. 그런가, 이건 탄 건가. 듣고 보면, 굉장히 딱 들어맞았다. 어쩐지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했다. 그러고 보면 어제, 그 카라스노 세터 카게야마 군도 타는 냄새가 났다고 했던가. 그건 내가 원인이었을까. 지워지지 않는다면 피부를 벗기자는 발상은 완전히 틀리진 않은 것 같다.

잠시 몸을 데운 다음에 탕에서 나와, 탈의실의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리며 자신의 모습을 본다. 목욕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변함없는 그을린 얼굴과 팔이었는데, 이제는 왠지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3.


오늘도 여전히 검다. 뭐랄까, 먼지로 더러워진 느낌과 비슷하다. 표면이 까끌한 것은 탔으니까 그런가.

"아."

엉겁결에 내뱉었을 목소리에 돌아보자, 어색하게 츠키시마가 서있다.

"여어. 오늘도 내 옆, 비어있다고."
"옆이라고 할까, 어디든 텅텅이잖아요. 여기."

여전히 무정한 태도로 츠키시마는 내가 앉은 벤치에서 미묘하게 떨어진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그도 쉬러 왔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역시 체육관과는 조금 떨어진 안뜰이다. 여긴 조용하고 시원하니까.

"…저기, 츳키. 들어봐."
"츳키라고 부르는 거 그만둬주세요."
"나 신벌 받는 것 같아."

실실 웃으며 그렇게 말하면, 분명 츠키시마라면 "바보같은 말 하지 마세요." 라든가 "놀리고 있습니까." 라든가, 그런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저 진지한 얼굴을 향해 와 심장이 뛴다. 갑자기 침착할 수 없어 검게 탄 팔을 만지작거렸다.

"…그렇습니까?"
"아니, 뭐 내가 도출한 생각에 의하면 말이야."
"그럼 가까이 오지 말아주세요."
"차가워! 츳키, 가을 바람보다 차가워!!"

애초에 오히려 지금 찾아온 것은 네 쪽이다. 그렇게 말해주자, 그는 한 번 한숨을 내쉬고 나서 "반대예요." 라고 중얼거린다.

"정말 신벌을 받고 있으면, 분명 여기에 있을 수 없을 텐데."
"…? 무슨 의미?"
"그러니까, 깨끗하다고 했어요. 그 망할 꼬마 바보 자식."
"갑작스러운 폭언."

나에게 말한다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내쪽을 보지 않고, 츠키시마는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린다. 망할 꼬마 바보 자식, 다시 말해 히나타에 대해 뭔가 생각할 일이라도 있는 걸까. 혀를 차기까지 하고 있다.

"…합숙 첫날에 말이야, 네코마 배구부에서 신사에 보낸 인형이 공양으로 불태워졌어."
"……………하아."
"어제 목욕 후에 그 건에 대해서 좀 미팅했었지."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말하는 내용에, 츠키시마는 가차없이 얼굴을 찡그린다. 뭐, 괜찮다, 나는 그냥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어젯밤 일. 자기 전에 네코마 부원을 대상으로 잠깐의 회의를 열었다.
나는, 자신의 피부가 군데군데 그을린 것이 아무래도 탄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 원인의 짐작은 아무래도 막 끝난 인형의 공양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말했다.
부원의 반응은 조용했다. 뭐, 이런 오컬트적인 이야기, 금방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은 이 검게 탄 자국이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까, 코멘트도 곤란할 것이다.
켄마가 말했다.

――공양이 끝났다고, 누구한테 들었어?

거꾸로 돌아가서 2일 전. 확실히 공양은 끝났다. 그것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 감독님이 신사에 확인을 받았기 때문에 틀림 없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시점에서는, 신사에서 그런 연락 따위는 없던 것이다.
말하자면, 합숙이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신사 쪽에서 끝나고 나서 연락하려고 신경을 쓴 것이라고 한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는데, 그럼 나는, 어디의 누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단 말인가.

결론. 『인형으로부터?』

"……저기? 엄청 벌받고 있지 않아?"
"…………"

자신이 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인형이 불탄 영향이다. 덕분에 신경쓰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눌어붙은 채 그대로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지?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스스로 체험한 것밖에 믿지 않는 주의다. 오컬트는 부정도 하지 않지만, 확실히 긍정도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갑자기 이런 비현실적인 체험을 하며, 가치관이 갑자기 바뀐 것에 아직 당황하는 나는, 말하는 것으로 망상이나 소설이라고 누군가에게 웃어 넘겨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츠키시마는 원하는 반응을 돌려줄 정도로 솔직한 후배가 아닌 듯하다.

"…제 이야기도 듣겠습니까."
"하, 응?"
"전 이래봬도, 귀찮은 게 가장 싫은 거예요."

아니, 보인 그대로잖아. 내심 지적하며, 담담하게 꺼내는 이야기를 얌전히 듣기로 한다.

"합숙 첫날의 일입니다. 체력 바보들과 달리, 경기를 몇 개나 뛰고 패널티도 끝나, 저는 이제 최대한 움직이고 싶지 않다. 쉬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일부러, 카라스노가 모여 쉬던 곳에서 훨씬 떨어진 저런 구석진 수돗가까지 갔습니다."
"하아… 아니, 확실히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말할 정도인가?"
"그러나,"
"아, 네."

무심코 말참견을 해버렸지만, 츠키시마는 신경쓰지 않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수돗가가 아니면 싫었던 것이다. 대체 왜. 그것은 아마도, 어제는 그 복도로, 오늘은 이 안뜰이 아니면 싫었던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한다.

"쿠로오 씨는, 정말로 벌을 받고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츳키는 그런 얘기, 잘 아는 사람?"
"아뇨, 전혀."

변죽 울리는 투로 말해 놓고, 간단히 부정당하고 말았다. 뭐야, 나 놀림받고 있는 거야? 아니, 뭐 이런 이야기, 처음부터 진지하게 받아들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야, 깨끗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히나타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말을 할 거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츠키시마는 히나타에 대해, 열등감인지 모종의 믿음인지, 묘하게 숭상하는 면이 있는 것 같긴 하다. 합숙에서만 관계가 있는 사이고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히나타는 대체, 누구인가.

"아카아시 씨가 말했었죠, 쿠로오 씨 『뭔가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아아…?"
"정말로 벌 받고 있습니까. 공양 했잖아요?"

츠키시마의 지적에, 아, 그런 견해도 가능한가, 생각했다. 아무튼 인형이 보기엔, 원래 공양 같은 건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마음대로 신사에 데려간 게 우리들이다. 태우기나 하고, 그런 원한을 나에게 체험시키고 있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 자체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문답무용으로 깨끗해진 인형의 영향을 받은 결과가 이것이라면.

"…분명 지금, 순산 기원보다 잘 듣는 부적이겠네요."

기분 탓인지 옆에서 힘이 빠진 듯한 츠키시마 군은, 혹시 나를, 피난소를 보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합숙 첫날 아카아시가 혼자 서 있던 복도에, 오늘은 히나타도 함께 있다. 둘 다, 역시 어딘가 먼 곳을 내다보고 있다.

"…꼬마. 아카아시도. 뭘 보는 거야?"

말을 걸자 히나타는 이쪽을 한 번 돌아보고 "안녕하세요!" 라고 기운차게 인사를 보낸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시선을 돌려봤지만, 어둠에 초목이 떠오르고 있을 뿐이다.
옆에 나란히 섰을 때, 아카아시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났다. 무슨 일 있나 하고 들여다보자 부릅뜬 그의 눈동자가 광원불명의 빛으로 어른거린다. 어라, 뭐였지, 이거.

"임종의 때의, "

아카아시를 멍하니 관찰하고 있는데, 고막을 울리는 또렷한 음색에 심장이 뛴다. 히라가나 발음이었지만, 지금 이 꼬마, 『임종의 때』라고 했나.

"일인극에, 박수!"

짝하고 한 번 손벽을 치고, 히나타는 만족스러운 듯 콧김을 내쉰다. 말하는 의미도 행동도 전혀 알 수 없다. 아카아시는, 그가 내는 소리 하나하나에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는 그대로 "자율 훈련 시간이다ー!!" 라고 포효하며 체육관 쪽으로 달려갔다.

"…결국 뭘 보고 있다고?"
"……아무것도."

대답을 듣고, 다시 그와 같은 방향을 본다. 그저, 울창한 초목이 수런거리며 흔들리고 있는 경치. 아카아시의 눈동자는 이제 빛으로 아른거리지 않는다.

"…질문을 바꿀게."
"하아…"
"뭘 봤어?"

아카아시는 놀란 듯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아마도, 아는 건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다. 아카아시는 곧바로 알아챈 듯 흠, 하고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

"…낮에, 낯선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누구한테 붙었는진 모르겠는데요."
"유령?"
"유령입니다. 믿습니까?"
"보지 못했으니까 뭐라고도."
"…뭐, 아무튼 아저씨가 있었다고 생각해주세요. 코노하 선배의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아아, 하고 맞장구를 치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오한이 든다며 순산 기원의 부적을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던, 후쿠로다니의 코노하 군의 이야기.
그 아저씨는 어느 시간이 되면 갑자기 나타나 괴성을 지르거나 주변을 뛰어다니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부원에게 시비를 걸거나 하고 싶은 대로 했다고 한다. 그런 것이 보이고 있으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저녁 무렵부터일까요. 대충 맹렬히 활동한 뒤, 저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게 되더군요."
"과연. 그 모습이 신경쓰여서 관찰했다고."

아카아시가 가리킨 것은 아까 바라보던 덤불 근처다. 예상을 그대로 입에 담자, 단호하게 "아뇨." 라고 부정되고 말았다. 그럼, 뭘 보고 있었어?

"이 정도의 시간에, 갑자기 타는 겁니다."
", 하?"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해서, 절규하며 사라지는데요. 그래서 첫날은 놀라, 무심코 바라보고 말았습니다."

아카아시는 그다지 표정이 풍부하다는 인상은 없지만, 그래도 약간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런 충격적인 장면, 나도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될 거야. 적어도 내게 그런 것을 볼 힘은 없지만, 아카아시의 눈에는 확실히 광원 불명의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불꽃이구나.

"그런데, 어제도 나타나, 저기에서 타올랐습니다. …오늘도."
"…그런가."
"아마 내일부터는 이제, 나타나지 않겠지만요."

임종의 때의, 일인극에 박수. 아까 히나타의 말이 되살아난다. 박수는 카시와데라고 읽는구나. 꽤나 심각한 어휘력인데, 말을 시킨 건 나인가. 뭘 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남자는 적어도 합숙 첫날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낮에 나타나 날뛰다가 저녁 무렵에 그곳에 가서 웅크리고 있다가, 해가 떨어지면 불타 사라진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모양새를 연극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런 비극도 없겠지. 그것도 오늘, 박수와 함께 폐막이다.

"…이런 오컬트적인 이야기, 저는 코즈메에게밖에 한 적 없지만요."
"반대로, 왜 켄마한테는 한 적 있어."
"여러가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쿠로오 씨고 말해도 괜찮을까 생각했는데요… 왠지, 모락모락했고요."

아카아시의 안에서 켄마에게 말한다는 것은, 내게 말하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락모락, 이란. 의도를 몰라 눈썹을 내리자, 그 이상 좋은 표현을 찾을 수 없는 건지 "뭉게… 아니 모락모락…" 이라고 아무래도 좋은 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 탄 것 말하는 거야?"
"아니, 뭐, 그건 제게는 보이지 않아서…"
"유령 보이는 것과는 다른 거야?"
"다르지 않을까요? 코즈메도 몰랐죠?"

역시 켄마도 뭔가 보이나. 몰랐다, 기보다는, 들어보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놀랐다.
옛날에 만났을 때는 자주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고 흠칫 놀라던 녀석이다. 그걸 이상하다고 웃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아이 나름대로 생각했다. 분명 켄마에게는 켄마밖에 모르는 세계가 있을 거라고.
나는 켄마의 세계를 긍정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나는 켄마가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해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게 당연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아카아시도, 히나타도, 결국 다른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당연하게 켄마의 세계의 편린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감격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는 사이지만, 그 일면을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그리고, 그러니까ー, 히나타가 깨끗하다니 뭐니 말하고 있었고, 괜찮겠지만요…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할지… 수, 수고하셨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듯, 또 할 말을 찾던 아카아시가 단념했는지 결국 전혀 기쁘지 않은 위로를 전했다. 모처럼 감격했던 기분도 엉망이다. 네에, 하고 마음에도 없는 예의를 차리자 아카아시는 다시 엉뚱한 일을 생각해낸 모양이다.

"쿠로오 씨도 박수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요."
"…갑자기?"
"아직 타있는 거잖아요. 의외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카아시는 나를 배례하듯 짝 손을 모은다. 뭐어, 뭐랄까. 그 인형이 뭐였는지, 내가 알 방법은 없지만. 잘 자라고 비는 정도는 해도 될 것 같다. 그를 따라 손을 모으고, 기다리다 지쳐 있을 보쿠토네로 서둘러 향했다.



4.


"오늘은 네가 오는구나."
"…하아, 뭐야, 그게."

어제와 같은 안뜰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있는데, 훌쩍 나타난 것은 켄마다.
이 시간, 어제까지는 츠키시마와 함께 보냈으니까 오늘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켄마는 사양 않고 내 옆에 걸터앉는다. 나무 그늘에 자리한 이 벤치는, 다른 사람도 아닌 켄마로부터 들은 이 합숙 중의 휴식 공간이다.

"…상태, 어때?"
"응아? 뭐, 좋다고 생각해. 봐."
"보라고 해도 모르고."

입던 저지를 걷어붙이고 팔을 눈앞에 두자, 방해라는듯 제거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계속 검어지던 몸이, 지금은 첫날 오후 정도의 상태까지 회복했다. 회복, 이라고 해도 그을음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은, 나와 꼬맹이 정도지만.

"박수 덕분일까."
"……박수라면, 카시와데 말하는 거야?"
"뭐, 알고 있네."

설마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말하지 않았지만, 새삼스레 어젯밤의 일을 대강 간추려 보고했다. 아카아시에게 들은 것도, 히나타가 불타는 아저씨에게 박수를 친 것도 합쳐서.

"너는 어디까지 알아? 꼬마 일."
"…글쎄, 쇼요는 정체 모르고…"

사이가 좋다고 해도 올해 들어서 만난 사이, 그것도 평소에는 주로 메일로 주고받는 상대다. 아는 것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켄마가, 그런 정체 불명의 꼬맹이니까 더욱 흥미있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쇼요에게는, 유령은 전부 똑같은 걸까…"
"…무슨 뜻이야."
"좋고 나쁨도 없다는 뜻."

감이 잡히지 않아 고개를 기울인다. 아니, 좋고 나쁨은 있겠지. 왜, 소위 악령이라는 녀석이다. 불타는 아저씨도, 아카아시에 의하면 전혀 무해한 녀석도 아닌 것 같고, 듣기에 그럴듯하다.

"쿠로, 알고 있어? 죽었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반복하는 거야."

나도 최근에 알았지만, 하고 중얼거린다. 그건, 내 안에서는 역시 불타는 아저씨다. 모습을 보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은 아저씨 일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심령 체험은 한 적이 없으니까.

"그 날 비가 왔다면, 죽어서부터의 시간도 계속 비가 내린다든가… 쿠로에 씌인 인형도, 그랬을지도."

공양에 의해 불타 정화되었던 시간을 영원히 계속한다. 점점, 타는 시간. 인형이니 아픔이나 고통이 느껴질 리 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시간은 내게 있어서는 공포에 불과했다. 그 아저씨는 어떨까? 아픔도 고통도, 시간 속에 박혀 있던 것은 아닐까?

"저기, 그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

고통스러워하는 시간을, 영문도 모르고 타인에게 공유해 버리는 것. 임종의 때 비가 내렸다면, 공유하면 그 옆에도 계속 비가 내릴 것이다.
나는 그저그저 눌어붙었다. 오히려 공양 효과로, 부적보다 더 부적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것을 신벌이라고 생각했다. 씌어있었다면, 악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앗, 켄마! 쿠로오 씨!"

아까 켄마가 온 쪽에서 천진난만하게 나타난 것은 화제의 소년이다.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며 달려와, "켄마, 토스 올려줬으면 하는데!" 라고 기대의 눈길을 보낸다. 켄마는 태양이 눈부셨을 때처럼 미간의 주름을 잡고 떫은 얼굴을 만들었다.

"꼬마, 휴식은 휴식하기 위해서 있는 거라고."
"앗!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합숙 중에!"

허둥대는 모습은, 그가 가진 본성과는 거리가 멀다. 히나타는 문득 움직임을 멈추더니, 내 팔을 보고 싱글 웃었다.

"나아졌네요!"
"아아.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어."

역시 그에게는 보이는 것 같으니, 팔랑팔랑 팔을 흔들며 대답한다.

"켄마가, 계속 걱정했으니까."
"잠깐, 쇼요."
"괜찮잖아! 합숙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 괜찮을까~ 하고."
"호오."

히죽히죽 얼굴을 향하자, 진심으로 싫은 듯 힘껏 얼굴을 밀어낸다. 수줍어하는 건지, 정말로 귀찮아하는 건지.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쿠로오 씨는 좀, 힘든 느낌이었네요. 감정 입? 너무 많이 했나요."
"이입, 이네. 감정 이입."

좋고 나쁨은, 결국 자신의 감정으로밖에 정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공포에 감정 이입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나쁜 게 아니라고 이해했다면 더 달랐을까. 또 그런 심한 상태가 되는 건 역시 질색이지만.

"만약."

히나타는, 말하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본다.

"만약, 쿠로오 씨가 납득할 수 없었으면,"

아마 목욕탕의 이야기다. 『그건 더러운 게 아니에요. 제대로 깨끗합니다.』 라고 너무 당연하게 말하니까, 나는 아무런 혼란도 없이 금방 납득할 수 있었다. 이건, 나쁜 게 아니라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결정 재료는 감정에 의한 것이 크다. 예를 들어 그게 좋은 거였다고 치고, 덕분에 뭔가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었는데, 그래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그때는, 좋고 나쁨도 없었겠지만요."

분명 문답무용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