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태양은 모순되어있다

코즈메 씨와 히나타 군과, 함께 쓰는 우산

ykh_t 2021. 12. 6. 02:06

孤爪さんと日向くんと、相合傘【HQホラー】 | おしお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430981


"나, 실은 유령이 보이는데."

지극히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까, 나는 한순간 멍해져 버린다. 귀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쿠로였다면, 귀찮으니 망설이지 않고 내버려 뒀을 텐데.

하지만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앞의 대사를 내뱉은 것은 눈앞의 그――아카아시다.
학교도 다르고 시합과 합숙 정도 밖에 만날 기회가 없는 상대지만, 아카아시가 이런 말을 농담으로 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단언할 정도로는 아는 사이다.
그렇다고 해서, 설령 이 커밍아웃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이런 이른 아침부터 거리낌없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말을 꺼내는 게 얼마나 수상쩍은지, 그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지간히 피곤했던가, 아니면.

아카아시는 얼굴을 약간 굳힌 채 지리멸렬하게 유령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열변 중, 작은 목소리로 "무슨 소리야, 나." 라고 흘리는 것을 듣고,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코즈메 씨와 히나타 군과, 함께 쓰는 우산


철이 든 후 지금까지 유령이나 괴기현상 같은, 그 자리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것과 조우했을지도 모르는 경험은 몇 번인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새로운 그것은, 금년에 들어선 후의 일이다. 부활동의, 어느 원정을 갔을 때의 일.

나는 딱히 열렬한 신자가 아니니까, 어릴 적 봤을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그림자나 들었을지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목소리 따위는, 공포에 의한 망상이라고 하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다.
만약 정말 유령이 있었다고 해도 그 정체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잘 생각해 보니 그건 풀의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고 결론지어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불가사의한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풍화되어 애매해지고, 시든 꽃이 된다.

내가 아카아시의 이야기를 듣고 신경 쓰인 것은, 그의 평소의 행동과 그 경험 중 가장 최근의 일이,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오늘,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이네."

아카아시가 창가에 기대며, 그런 것을 말했다.

합숙 5일째, 화장실이 복잡해지기 전에 세안을 끝내고, 우리들은 적당히 빈 교실로 이동했다. 아카아시에게 아침 식사 전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쿠로나 보쿠토 씨에게 발견되면,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

그를 따라 하늘을 바라봐도, 내 눈에 비치는 것은 끝없이 흐린 하늘이다.
아카아시가 어젯밤 체험했다는 일을 간추려 설명하고, 어제까지 그만이 흐린 하늘을 봤다는 점과 현재 나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피로한다.
당치 않은 이야기지만, 주위와의 확인은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나는 일단 수긍한다.

"……나, 어제 비 온 거 알아."
"응?"
"저녁 식사 후에 혼자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화창했는데, 갑자기 내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멈춰서,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때 나 대신, 그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아카아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나를 말려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딱히 아카아시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닐 텐데.

"…비 얘기 알고 있는 거, 쇼요 뿐이지."
"아, 응. 확인한 건 어제 거기 있던 멤버와 우리 학교 사람 뿐이지만."
"쇼요는, 뭐라고 했어?"
"……특별히 들은 건 없어."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에, 왠지 모르게 심정을 헤아린다. 역시 아카아시는 피곤한 것 같다. 그는 살짝 고개를 흔들며, 생각난 듯 눈을 깜박이며 덧붙인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어, 시종 싱글싱글하고. 나는 물 웅덩이 청소하는 게 좀 거부감이 있었는데… 히나타는 가장 먼저 걸레 찾으러 체육관 나와서."
"……나왔다고?"

무심코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카아시는 이상한 듯 긍정한 후에 내 의문에 이르렀던 것 같다. 그야 각 체육관의 용구실에는 청소 도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나갈 필요는 없을 터다.

"아무래도 용구실에 걸레가 있는 걸 깜박한 것 같아. 나갔다가 면목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서, "잠이 덜 깼어요!" 라고."
"…그래서, 뭐야?"
"히나타, 무섭지 않았던 걸까… 아, 그래도 청소한 후에, 시간이 늦어서 자율 훈련 끝내기로 했어. 보쿠토 선배와 하이바는 불평했지만, 히나타는 드물게 고분고분해서… 역시 무서웠던 걸까――, 아."

무심코 창밖을 보며 말하고 있었으므로, 아카아시가 말을 끊는 것과 동시에 나도 그것을 깨달았다.
밖을, 쇼요가 걷고 있다. 로드워크라도 하고 있었는지 카게야마와 함께 장난치듯 뭐라고 말다툼을 하며.
우리가 있는 것은 2층의 빈 교실이니까, 그들은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다행이다. 히나타, 역시 건강해 보이네."

아카아시는 안심한 것처럼 중얼거린다. 정말로, 그런 걸까.
한순간, 쇼요는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엿보고, 아주 약간 표정이 흐려졌다. 곧 다시 카게야마와 말다툼을 시작한 것 같지만.

"아까까지, 히나타에게 어제 일 여러가지 듣고 싶다고 생각했어."

뭔가 아는 눈치였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아카아시에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그건, 상황을 보자."
"이 이상 후배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으니까… 나도 그럴 생각, 인데. 하지만, 코즈메. 나는 그저 보일 뿐이지, 지금까지 계속 피해왔으니까… 대처 방법 같은 건 전혀 모르고."
"그런 거 아는 쪽이 드물고……"

거기까지 말하고, 소꿉친구의 수상쩍은 얼굴이 떠오른다. 쿠로는 그런 것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처법이라든지 대책이라든지, 지식만 쓸데없이 쌓아둘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 물어볼 생각은 없지만.
내가 우물쭈물 생각하는 사이에, "역시 소금인가." 하고 중얼거리던 아카아시는 뭔가 떠오른 것 같다.

"내가 데리고 온 것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어. 되도록 오늘 하루, 함께 행동하는 게 어떨까?"
"아ー…"
"네?"

불만이 새어나오자 예상 밖이었는지 아카아시는 얼빠진 목소리를 흘린다. 약간 쇼크였는지도 모른다. 딱히 아카아시가 싫은 건 아니니까, 나는 살며시 정정했다.

"아카아시랑 같이 있는 건 상관 없는데… 자율 훈련도 하잖아…"
"아ー, 빠지는 건…… 무리, 네."

다시 어려운 얼굴로 입을 다물어 버린 아카아시를 바라보며, 나도 다시 생각한다.
딱히 그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아카아시의 주관에 따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카아시는 말했다, 유령이 보인다고. 일상적으로 그들을 무시하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 영이란 『무관심』의 대상인 게 아닐까. 『무관심』한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고 뭐고 없다, 고 한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인간을 관찰하고 걷는다는 것은,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좀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는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자연스럽다. 적어도, 나는.

아까 이야기로는, 그 여자의 유령은 피투성이로 군데군데 골절상을 입은 모습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사지 중 제대로 움직인 것은 한쪽 다리 뿐이라고 하니 상당한 부상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불쑥 나타나,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 일부러 체육관 출입구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우해도, 가까이 오기 전에 어딘가의 문으로 따돌리면, 들어올 수 없는 거 아냐?"
"아니……… 아니, 코즈메."

아카아시는 진지한 얼굴로, 잠시 기다리라며 내게 손바닥을 향한다. 뭐, 그런 반응이 되겠지. 반론을 받는 것은 사정을 알고서의 발언이고.

"벽을 통과하는 유령 같은 건 몇 번이나 본 적 있고… 안되겠지, 그건."
"그래도, 걸어왔잖아."
"그건 그렇지만."

으음, 하고 신음하며 머리를 감싸는 아카아시는, 어떻게 나를 보호하는가를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까부터, 다른 생각만 하고 있다.
아카아시는 말했다, 유령이 보인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록 내가 같은 것을 본다고 해도, 같은 시선으로, 같은 감각을 느낀다, 와 같은 것은 아니다.
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과연, 그러고 보니 조사할 생각도 못했네…"

이런 일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없는 거고. 아카아시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미 말려들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상대를 알면, 무언가 타개책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아카아시는 내가 하려는 것을 깨닫고 수중을 들여다 본다.

그가 처음으로 그 사람을 본 것은 비교적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였다고 한다. 그 길은 평소 지나가지 않는다니까, 그 사람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단은, 우선 아카아시가 그 길을 지나간 날에 사고는 없었는지, 조사하기로 한다. 대강의 주소도 바로 알았으므로, 원활하게 검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적중한 뉴스 기사를 연다.

기사에 따르면, 그가 그곳을 지나가던 날 새벽, 차량과 사람의 접촉 사고가 한 건 발생한 모양이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의식불명의 중태라고 한다.


*


식당에 왔을 때, 아카아시는 빠르게도 보쿠토 씨에게 연행되어 갔다.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던 보쿠토 씨는 화가 난 모양이다.

"드문 일이네. 볼일이라도 없으면 네코마 교실을 떠나지 않는 네가."
"……별로. 아카아시하고는 평범하게 말할 수 있어."
"흐응."

나는 나대로 쿠로에게 붙잡혀, 은근히 탐색당했다. 돌려말하는 말투가 쿠로답다. 무슨 일이었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되는데. 알려주지 않을 거지만.
쿠로는 쿠로대로, 아카아시도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아마 어제 자율 훈련을 끝내자고 한 건 쿠로다. 평소같으면 놀리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참견하지 않는 주제에, 사람을 살피는 걸 좋아하니까 곤란하다.

"저기, 쿠로."
"뭐야?"
"…오늘도, 더울 거라고 생각해?"
"그야, 이런 좋은 날씨면 말이지."
"……그래."

그에게는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상시대로를 가장해 아침 식사 식판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식사 중, 갑자기 시선을 느껴 되돌아보자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학교끼리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것 같은 쇼요가 마침 이쪽을 돌아본 참이었다. 눈이 마주쳐 그대로 시선을 피하지 않자 "한눈팔면 흘린다~" 고 주의를 받은 쇼요가 이쪽을 신경쓰면서도 테이블로 시선을 향했다.

"왜 그래?"
"……아니."

나도 쿠로가 말을 걸자 아무렇지 않게 다시 밥을 먹는다. 서로 보호자에게 고생한다고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아카아시가 말을 걸었다.
일단 장소를 바꾸기 위해 식당을 나서려는 참에, 눈이 밝은 보쿠토 씨에게 발견되어 버렸다.

"또 둘이서 어디 가는 거야!? 나도 갈래ー!"

보쿠토 씨가 억지를 부리자 아카아시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쉰다. 이쪽은 보호자 측이었구나.
나는 힐끗 쿠로를 본다. 어중간하게 참견했으니까, 끝까지 어울려줬으면 한다. 쿠로는 순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돌려 못본 척 한다.

"…야, 보쿠토. 기회도 그렇게 없잖아. 마음대로 하게 놔둬."
"내가 같이 가면 문제인 거야ー!?"
"네가 함께면 켄마가 잘 말할 수 없어. 괜찮잖아. 세터끼리 친목도모하고 싶다니까. 아카아시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주장으로서 반가운 일이잖아?"
"그거야, 뭐…"
"어차피 오늘도 자율 훈련까지 열심히 할 거고, 이 정도는 참아. 내가 상대해 줄테니까."

보쿠토 씨는, 치ー 하고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 그래도 납득한 것처럼 우리를 내보내 줬다. 쿠로에게 윙크를 받았지만, 얼굴을 찡그려 되돌려 준다.

"…역시, 자율 훈련 빠지는 건 무리일 것 같네…"
"별로 빠지고 싶은 것도 아니잖아."
"할 수 있다면, 의 이야기야."

아카아시는 줄곧 복잡한 얼굴을 한 채였다. 그도 대략 연습 귀신이니까, 귀중한 합숙의 귀중한 시간을 이런 것에 할애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겠지. 나로서는 어느쪽이라도 상관 없지만.

식당을 나오자마자 다시 시선을 느껴 되돌아 보았다. 뒤에 있던 것은 츠키시마다. 그도 마침 식당에서 나온 참인 것 같고, 돌아본 내게 정중하게 인사를 해주었으므로 이쪽도 망설인 채 머리를 숙인다. 언뜻 보인 식당 안에서는 쇼요나 매니저가 다 먹은 식기류를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보쿠토 씨는 같이 있지 않은 것 같네요."
"좀 피곤해서… 쿠로오 씨가 대신 해주고 있어."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느새 아카아시도 돌아봐, 츠키시마와 가볍게 말을 주고받는다. 그도 흘끗 식당 안을 둘러보더니, "여기 모여있으면 방해니까." 라며 그대로 왠지 모르게 세 명이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비, 내리는 걸까요."

갑자기 중얼거린 츠키시마에게, 나도 아카아시도 무심코 발을 멈췄다.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서, 츠키시마가 되돌아 본다.

"……츠키시마, 어제는 비가 왔다고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고, 내린 것도 모릅니다."
"무슨."

아카아시의 표정이 드물게 무너진다. 한편 츠키시마는 표표해, 역시 그는 영리하다고 감탄한다. 아카아시를 농락하다니 얕볼 수 없다.

"혹시 놀리고 있어…?"
"별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아니, 됐어. 실제로는 오지 않았을 테고… 일기예보도 계속 맑았잖아. 우산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제가, 모를 뿐이겠죠."

의외로, 츠키시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게는 어젯밤, 맑은 밤하늘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가 왔다」는 망언에 가까운 그것을, 당연하게 믿는 듯했다. 그 이유는,

"히나타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라는 것 같다. 역시 의외다. 마치 쇼요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하는 발언을 그가 하다니. 나는 츠키시마를 잘 모르니 그저 이미지 밖에 없지만, 아카아시도 생각하는 게 있는 듯 입을 다물고 가만히 츠키시마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우리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츠키시마는 정면으로 돌아갔다.

"……뭐, 저는 우산 있습니다.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떠나며 중얼거린 것은, 그런 대사였다.


*


결국 내가 아카아시의 자율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양보하지 않았으므로, 밤에는 네코마 교실을 최대한 떠나지 않기로 약속했다. 만약 비가 내리면 날아와 준다고 한다.
가능하면 제 3 체육관 근처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카아시의 본심이겠지만, 누군가에게 들키면 연습에 참가하게 될 것 같고, 단호히 거부한다.

어차피 나는 자칭・영적인 것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녀석, 정도의 인간이다. 이야기해 본 인상이라면 아카아시는 나와 다르게 상당히 보이는 거겠지. 벽을 통과하는 영따위 늘 조우하고 있는 걸까.
대신 나는 보여지는 것에 민감하다. 설령 그것이 살아있는 인간 상대든,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상을 외면하든, 눈을 감고 있든, 이상하게 느끼고 만다. 그거야말로 「기분 탓」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겠지만.

오늘은, 무언가에게 뚫어져라 보이고 있다.

또 시선을 느끼고 조심조심 돌아보자 거기에 있던 것은 카라스노의 1학년들로, 마침 얼굴을 든 쇼요와 눈이 마주쳤다.
쇼요가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예의 그 여자가 어딘가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건가. 덕분에 왠지 침착할 수 없다.


오전 연습을 마치고 식사를 한 뒤, 우리는 인기척이 없는 시원한 장소를 찾아 안뜰까지 왔다. 체육관과는 비교적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좋은 느낌의 벤치에 걸터앉아 한숨 돌린다. 여전히 하늘에는 어두운 구름이 끼어 있었다. 아카아시는 이걸 며칠이나 체험하고 "요즘 일기예보 잘 맞지 않네" 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대담하다고 해야 할까.

눅눅한 공기는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무언가의 시선에서는 해방되어 어깨에서 힘을 뺄 수 있었다. 여자가 정말 내게 씌어 있다고 한다면, 조금 전까지의 시선은 그 사람의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돌아보면, 대체로 쇼요가 있다. 나는 조금, 5월 초의 원정을 되새겼다. 아카아시는 말했다, 쇼요는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그때, 역시 쇼요가――

"히엑."

생각에 몰두하고 있어, 사람이 있다고 깨닫는 게 늦었다. 작은 비명에 되돌아 보자, 카라스노의 1학년 매니저가 직립 부동으로 굳어져 있었다.

"졔, 죄송합니다!! 사람이 있다는 걸 못하고! 이, 이상한 소리 내버려서!!"

정신을 차린 그녀는 혀를 씹으며 깨끗한 자세로 머리를 숙인다. 그 기세에 압도되어 소리도 내지 못한 나는, 붕붕 머리를 가로젓는 것으로 대답했다. 눈치채지 못한 것은 피차 마찬가지다. 이 벤치는 나무 그늘에 설치되어 있어 사각이 되기 쉬운 것 같고, 그녀가 온 쪽에서는 더욱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앗, 저기, 주제넘게 죄송합니다! 이제 곧 휴식이 끝나서… 돌아오시는 게…!"
"………아, 알았어…"

횡설수설하며 손짓으로 그렇게 전해오는 그녀에게 눈을 돌려, 나도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매니저는, 흩어져 쉬고 있는 선수들에게 휴식 종료를 알리기 위해 둘러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항상 네코마 사람들과 체육관 근처에 모여 있어서 몰랐다.
본래라면 감사를 전하고 수고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한 적 없는 상대와의 갑작스러운 조우 탓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시선이 아파.

"어ー이, 야치 씨!"
"하히!"
"아니, 나야!"

갑자기 그녀가 온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매니저는 크게 어깨를 들썩이며 펄쩍 뛰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역시 쇼요였다. 나를 눈치챈 쇼요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히, 히나타, 무슨 일이야? 혹시 나 무슨 일 저질렀어!?"
"아ー 아니! 별일은 아닌데 말이야ー"

눈앞에서 사이좋게 대화를 시작한 두 사람에게, 왜인지 나는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
두 명은 얼굴을 맞대고, 즐겁게――,

"………앗."

무심코 목소리가 나와,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는다. 두 사람을 동시에 나를 돌아본다.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 뿐이고, 그늘이 되어 있는 이 장소는 교사에서도 물론 사각이 되어 있다.
――그럼, 조금 전부터 느끼는, 이 시선은?

"…켄마, 역시 오늘, 눈 자주 마주치네."

덜컥 쇼요를 올려다보자, 뜻밖에도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야치 씨, 먼저 돌아가 줄래?"
"어, 아… 응, 알았어! 저기, 늦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오우!"
"……아, 알았어."

매니저는 경례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무렵에는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떠날 때, 그녀의 뒤를 그림자가 쫓아간 것처럼 보였던 것은 기분 탓일까.

"켄마, 켄마, 있잖아."

다시 쇼요에게 의식을 되돌리자, 여기에는 이제 우리 밖에 없는데,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소근소근 물어온다.

"오늘, 비, 내릴까."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리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모르겠어. 내릴지도."
"……그런가~…"
"쇼요는, 비 내려서 기뻐?"

물어보자, 으음 하고 신음하며 그는 그 눈동자를 눈꺼풀로 가린다.

"…어제의 비는 싫었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인 쇼요는, 계속해서, 내뱉듯 중얼거렸다.

"내리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말이야."

뭐라고 형용해야 좋을지, 평소의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표정에 나는 말을 멈췄다.
하지만 갑자기 얼굴을 든 쇼요는, 다음 순간에 이미 웃고 있어서.

"하지만 오늘은 조금, 내렸으면 좋겠어."

쇼요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한다. 체육관으로 가자는 거겠지. 벤치에서 일어나,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나란히 걸어간다.

"…그렇지, 켄마,"

쇼요는 이쪽을 향하지 않고, 아마도 새파란 하늘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


식당이 닫힐 때까지 앞으로 한 시간 반이 남았다.

아카아시에 의하면, 제 3 체육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은 식당이 닫히기 30분 정도 전이라고 한다. 믿을 수 없어.
어젯밤, 작은 휴식으로 아카아시와 쇼요 외의 멤버가 체육관을 나선 것이, 대강 이 정도의 시간이었다는 모양이다. 나는 자율 훈련에 적당히 참가한 후 벌써 목욕도 저녁도 끝마쳤고, 남은 시간에는 원래 잠이나 자지만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실을 나왔다.

터덜터덜 어두운 복도를 걸어 승강구까지 온다. 심심풀이로 최근 빠져 있는 앱 게임을 켜고 잠시 몰두하고 있자, 뚝,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것이다.

실내화인 것도 개의치 않고 현관으로 내려와, 승강구 문을 연다. 밖에서 쏟아지는 비 특유의 습한 공기에 얼굴을 찡그리며, 문은 열어둔 채 곧바로 교내로 들어갔다. 문을 여는 것은 어디에서 무엇이 와도 괜찮도록, 보험이다.
벽에 기대어 열린 문을 정면에서 응시하며 쭉 기다린다. 왜일까, 그쪽에서 나타날 것 같았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뿌연 시야 속, 어느새인가 거기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질질 한 발을 끌며 전진하는 그것은, 똑바로 나를 향해 접근한다.
비에 젖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관까지 당도해 건물 안으로 침입해 오자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새빨갛다.
아카아시의 고찰대로다. 그 여자는, 내게 씌어 있다. 그래서인지, 내게도 그 모습은 분명하게 보인다.

뼈는 부러지고, 옷은 너덜너덜하고, 출혈도 심하다. 마치 사고라도 당한 듯. 아니, 실제로 그럴 것이다. 그녀는 이 합숙 며칠 전,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켄마!"

그녀가 현관을 빠져나가 드디어 복도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 복도 너머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 왔다.
쇼요, 라고 입에 담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과연, 이게 가위눌림인가. 저항할 생각도 없어서 몰랐다.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곧 다가올 그를 기다린다.

곧, 무언가가 옆에서 내 몸을 스쳤다.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보며 가위가 풀렸음을 깨닫는다.
나를 만진 채, 쇼요는 똑바로 그녀를 보고 있다. 그녀는 거꾸로 가위에 눌린 듯 복도에 레인 부츠를 신은 다리를 걸친 상태에서 굳어 있었다.

"……쇼요, 이거."
"! 고마워, 켄마."

내가 건넨 그것을 받고 쇼요는 익숙하게 준비를 시작한다. 별 것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접이식 우산을 펼칠 뿐.
우산은 츠키시마의 것이다. 원정이나 여행시에는 만약을 위해 항상 짐에 넣어 두는 것 같다. 나도 쇼요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 훈련 전에 둘이서 빌리러 갔더니 그는 사전에 선언한 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빌려주었다.

펼쳐진 우산을 들고, 쇼요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곧 바로 옆까지 다가간 쇼요가 아직 피를 흘리는 그녀에게 우산을 내밀었다. 그녀는 천천히 머리 위의 우산을 올려다본다.

"늦어서 미안해."

그녀는, 안심한 듯 웃더니, 그대로 발밑에서 사라졌다.

나는 호러 영화도 호러 게임도 나름대로 즐기는 편이다.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머릿속 어딘가에서 그런 픽션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기분 탓이겠지."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 뿐으로,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세계의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거기에 있어서, 그러니까, 쇼요는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겠지.

"…왜, 우산이야?"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느새 비는 그쳐 있어서, 핏자국이고 뭐고 없다. 아직도 실내에서 펼친 채로 있는 우산의 위화감은 강렬했다.
우산을 쓰지 못한 게, 저런 모습으로 둔갑해 나올 만큼의 미련이었을까. 무엇보다, 비가 내리고 있었어도, 적어도 여기에는 지붕이 있는데.
쇼요는, 우산을 접으며 대답한다.

"그야, 차가워진 채는 싫잖아?"

이쪽을 향한 쇼요는, 평소대로 웃고 있었다.


*


그리고 바로 "휴식이 끝난다!!" 라고 소리치며, 쇼요는 순식간에 자율 훈련으로 돌아갔다. 나로 말하자면, 곧바로 교실로 돌아가 얼른 잤다.

합숙 마지막 날 아침, 몹시 미간을 찌푸린 아카아시가 인왕처럼 섰을 때는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좀 부탁했더니 눈치 없는 리에프가 나를 숨겨 줘서 도움이 됐다. 아카아시는 후배에게 약한 것이다.


어젯밤, 쇼요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체육관을 나간 뒤 비가 내려, 아카아시는 황급히 네코마의 교실로 향한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행방불명으로, 나를 찾고 있는 가운데 비가 멈쳐 일단 체육관으로 돌아갔더니 보쿠토 씨가 몹시 불평을 하며 얽혀와 곤란했던 것 같다.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때 이미 체육관으로 귀환하고 있던 쇼요에게서 내 무사만은 들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오늘은 좋은 날씨라고 말하자 안심했다.

모든 일정 종료에 수반한 바베큐도 후반전에 돌입해 각자 마음껏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나는 무리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진 시원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묵묵히 고기를 먹는 아카아시의 푸념을 들었다. 이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면 싼 것이다.
아카아시는 어제 하루, 식당에서 빌린 식염병을 가지고 다녔다고 했으니, 내 죄가 무겁다. 심령체험에 평범한 소금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제쳐두고.

갑자기 아카아시가 카라스노의 1학년 매니저를 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뒤인가.

"……뭔가 보여?"
"응, 뭔가 검은… 짐승? 같은 게."

흐응하고 맞장구를 치며 나도 바라본다. 응시해 봐도 극미하게 공기가 흔들리는 정도 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느낌은 이제 없으니, 뭐 문제는 아니다.

"어제 쭉 코즈메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신경 쓰여서."
"……나를, 이 아니라, 그 여자를 보고 있던 거 아냐."
"역시 만났잖아."
"………그런 얼굴 하지 않아도 별로 아무렇지 않았고… 이제 없어."

시무룩하던 아카아시는 내가 불쑥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그런가, 하고 숨을 뱉으며 다시 고기를 입에 넣었다.

"결국 뭐였을까, 그 사람."
"유령?"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 왜 갑자기, 이런 타이밍에 나타나서 뭘 하고 싶었냐는 의미에서."

아카아시의 의문은 지당하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알고 있다.

"……아카아시도 같이 읽었잖아, 넷 뉴스."
"읽었지만… 그래서?"
"왜 이런 타이밍에, 라는 건, 대충 상상할 수 있지."

뉴스에 쓰여진 것은 그날 새벽에 일어난 교통사고. 피해자인 여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었다.

"――의식불명, 인가."

아카아시가 무겁게 중얼거린다.

그녀는 이틀 전 밤까지, 기사에 있던 대로의 상태였던 게 아닐까.
아카아시는 아마도, 사고 현장에서 인연이 얽힌 그녀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었다. 그 흐린 하늘은, 그녀가 겪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고를 당해, 직후에 비가 내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너무나 추워 우산을 구한 것, 일지도 모른다.

쇼요는 말했다. 내리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라고. 쇼요가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도는, 본인에게 확인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지만.
얼마나 단순한 비유인지. 바로 이틀 전 밤, 비가 내리는 그때까지는, 기사에 있던 대로의 상태였을 터, 인데.

"…왜 코즈메가 말려들었을까."
"글쎄…… 우연히 걷고 있었으니까 아냐?"
"뭐야, 그게."

잠시의 침묵 뒤 던져진 질문에 적당히 받아넘긴다. 애초에 나는 딱히 그런 방면의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유령의 실태같은 건 알 방법이 없다. 어떤 장단에 아카아시와의 인연이 끊어져 곤란해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나라는 매개체를 발견했다, 든가.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쭉 잠들어 있었을 테고.
아카아시의 증언대로, 벽을 빠져나가는 것이 평범한 유령이라면, 그녀는 평범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갑자기 나타난 것에 비해 일부러 도보로 탁 트인 입구에서 온 거니까. 아마 그것은, 이해하지 못했던 탓이다.

어제, 쇼요가 우산을 줬으니까, 그 여자는 제대로 성불했겠지. 우산을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딘가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그 시간을 반복했을까.

"나는 몰랐어."
"……뭐가?"
"그 사람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거긴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아."
"그런가."
"만약 나쁜 것이었다면, 어떻게도 할 수 없고."
"…그것도 그런가."

아카아시는 말없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는다.
그는 다양한 것이 보이고, 『무관심』하게 있는 것으로 자신을 지켜온 것 같다. 그것을 이제와서 바꿀 필요는 없고, 할 수 없는 것을 한탄할 필요도 없다. 분명 책임감이 강한 그가, 이름도 모르는 그녀에게 그 손으로 우산을 건네줬다면 좋았겠지만.
우산은 츠키시마에게 돌려줬다. 이제 필요 없으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쇼요가 쿠로네와 뭐라고 시끄럽게 말하고 있는 게 보인다. 옆을 보자, 마침 아카아시도 그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아시, 지금의 쇼요가 어떻게 보여?"
"? 어떻게냐니… 즐거운 것 같아."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은, 배구를 할 때 자주 보는 얼굴이다. 분명 지금도 배구 이야기로 떠들고 있겠지. 아카아시가 말한 대로, 즐거워 보인다.

갑자기, 쇼요가 이쪽을 눈치챘다. 쿠로와 짧게 말을 나누고 나서 달려온다.

"켄마! 아카아시 씨도! 그런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그러니까, 뭐냐고 해도."
"비 얘기."
"아, 대답하는 거야?"

의외였는지, 아카아시는 나를 힘차게 돌아본다. 쇼요는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하고 나서,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한 것 같다. 아ー, 하고 목소리를 흘리며 뺨을 긁적이고, 겸연쩍은 듯 시선을 뒤쪽으로 향한다.

"전에 나, 잠이 덜 깨서… 그만, 그 사람 체육관에서 쫓아내버려서… 바로 찾았지만요…"

쇼요는 머뭇머뭇, 그런 말을 했다. 이건 정말로, 내가 말려든 건 대체로 예상했던 대로인지도 모른다. 우연히 근처에 있던 참에, 라고 하는 녀석.
아카아시는 말문이 막혀 있다가, "그런 거 할 수 있는 건가…" 라고 반쯤 관심을 보이며 중얼거렸다. 어제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 이상 언급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어~ 켄마가 있어줘서! 그렇지 않았으면, 나――"

끊어진 말의 부자연스러움에, 등이 들썩했다.
태양에 걸린 얇은 구름이 흐릿하게 빛의 고리를 비춘다. 그것을 등지고 서 있는 쇼요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카아시! 여기 아직 고기 남아있다고ー!!"
"히나타도 얼른 돌아와!"
"오ー!

보쿠토 씨와 리에프의 부름에 대답한 쇼요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켄마도 가자!" 며 내 손을 끌고 간다.

나는 딱히 열렬한 신자가 아니니까, 정체불명의 그림자나 수수께끼의 목소리 따위는, 기분 탓이라고 하면 나름대로 납득하고 있었다. 증명할 생각도 없고, 누군가와 공유하는 일도 없었으니 당연하다.
그래도, 적당히 기분 탓으로 끝낼 수 없는 체험을 한 것은 이번에 두 번째다.

첫 번째는 5월 초, 부활동 원정으로 지방에 갔을 때의 사건이다.

아카아시가 그랬듯 나도 『무관심』을 관철하고, 『그렇지 않았으면』 어땠을 거라고 상상할 필요도 없다. 그야 오늘 내 머리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우산조차도 필요 없는 푸른 하늘이니까.

"…켄마, 왜 그래?"

의아스러운 듯 묻는 쿠로에게 대답할 기운도 없이, 나는 마지못해 5월에 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할 수 있는 「쫓아내기」 이외의 선택을, 아마 알고 있는 게 아닐까.


*


그 날,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이동에 3학년들은 모두, 특히 1학년을 신경쓰고 있었다.
"너는 착실하니까." 는 야쿠 군의 평가였던가. 평소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인지, 아무도 내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떠한 시선을 느낀 것은, 그렇게 이동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일까 생각했지만, 다르다. 보여졌다. 노려진다. 거기에 있다.
기분 탓으로 도저히 완결 지을 수 없는 불쾌감과 혐오감에, 어느새 쿠로 일행으로부터 의식이 빗나가, 정신을 차려보니 미아가 되어 있었다.

혼자가 되어도 무언가에 보여지는 듯한 기색은 계속되어, 잠시 걸어 보았지만 해방되지는 않았다.
점차 중얼중얼 무언가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면 분명히 무언가를 봐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확인하는 것조차 싫은 기색에, 나는 쿠로에게 연락한 뒤 오직 게임만에 신경을 돌려 계속 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갹." 하는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것이 끊긴 것은,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시선도 기척도 목소리도, 전부 사라졌다.
아니, 날아가 버렸다, 고 해야 할까.

무심코 고개를 들자, 거기에 서 있던 것은 오랜지색 머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