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 와타라이 소우타의 이야기 쇼핑몰
일요일. 와타라이 일가는 모두 함께 그 쇼핑몰을 방문했다.
스즈카는 오랜만의 외출이 신이 났고, 그 표정은 밝았다. 생각해 보면 스토커 교사 사건 후부터 오락다운 오락이 없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든 오빠의 팔을 잡아당기는 여동생을, 어머니와 할머니가 조금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평화로웠다. 미리 에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아무런 걱정도 없었을 것이다.
스즈카로부터 ‘쇼핑몰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우타의 뇌리에 지나간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에마의 이야기였다. 실종된 친구의 어머니――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
그런 곳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동생을 데려가는 것은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천진하게 가고 싶은 가게를 말하는 스즈카의 얼굴을 보면 그것에 찬물을 끼얹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한낮이다. 밖은 맑았고, 유리 벽에서는 빠져나갈 듯한 푸른 하늘이 잘 보였다.
“오빠, 다음엔 서점에 가고 싶어!”
“네네.”
펫숍이 있는 장소는 자연스럽게 피하고, 점심을 선택할 때도 에마가 얘기한 카페는 각하했다.
멍하니 붐비는 쇼핑몰을 바라보며 클래스메이트의 말을 떠올렸다. 이렇게 밝고 사람이 많은 장소가 무서울 리가 없다. 그 말대로 전에 느꼈던 공포는 먼 옛날 일 같았다.
“서점에서 뭐 볼 거야?”
“음, 하나카이도 사야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으니까 갖고 싶네.”
“아……. 그 반짝반짝한 연애 소설이구나…….”
“아, 우습게 봤지? 오빠도 한번 읽어 봐. 무조건 울 거야.”
“나처럼 큰 남자가 가지고 있어도 될 표지가 아니야, 그건…….”
소우타는 여동생을 적당히 대우하면서도, 그 모습에는 안도했다. 예전의 스즈카는 나이에 맞는 연애물 작품을 선호했지만 스토커 교사에게 시달리면서부터 그런 내용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다시 예전의 취향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서점에 들어가 스즈카에게 이끌리며 10대 문고 코너로 왔다. 스즈카는 신간 코너에 있던 목적이었을 책을 들고, 그 밖의 선반의 책등을 물색했다.
소우타는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시선을 돌렸다.
서점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책 코너가 넓어서인지,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와 자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무런 이상은 없다.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소우타는 작게 숨을 내쉬고, 그 시선을 여동생에게 되돌렸다.
“……스즈카?”
어느 사이에 집었는지 스즈카는 진지한 눈빛으로 책 한 권을 서서 읽고 있었다. 너무 집중해서 소우타가 말을 건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소우타는 조금 몸을 숙여 그 책의 표지를 훔쳐보았다.
거기에는 ‘읽으면 미치는 책’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우타는 당황했다. 스즈카는 극도로 겁이 많아 호러와 비슷한 것은 가까이 가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기피한다. 그런 그녀가 읽을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제목이었다.
“저기, 스즈――.”
“오빠.”
소우타가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자, 그녀는 그것을 가로막듯이 고개를 들었다.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진 미소로, 눈은 한계까지 크게 뜨여 있다. 그리고 창백한 안색.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손에 든 책을 흔들었다. 흰 이가 위아래로 서로 부딪쳐 딱딱 소리를 냈다.
“왜, 왜 그래? 그렇게 무서웠나, 그 책.”
“……내 탓이래.”
“……하?”
불가해한 대사에 소우타는 당황해 되물었다.
스즈카는, 마치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 들려주듯이 천천히 말했다.
“전부, 내, 탓.”
그렇게 말하고 소우타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의 등 뒤에서, 절규가 점내에 울려퍼졌다.
놀란 소우타가 돌아보니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말끔한 옷차림에 반해 부스스한 머리를 흩날리고, 핏발이 선 눈과 입을 끝까지 벌리며 이쪽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여자의 모습과 큰 소리에 소우타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녀는 무서운 기세로 두 손을 뻗고 소우타를 지나쳐 뒤에 있던 스즈카에게 달려들었다.
“그건! 내 책! 내 책! 내 책! 내!”
“……잠깐, 뭐 하는 겁니까?!”
소우타는 서둘러 스즈카의 팔을 잡는 여자를 떼어냈다. 여자는 장신인 그에게 막히면서도 그 팔을 크게 휘두르며 스즈카를 향해 가려고 했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여자는 절규하며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소우타가 그녀를 억누르는 사이 돌연 움직임이 멈췄다.
“아아.”
절망적인 목소리와 함께 여자는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아연실색하는 소우타의 눈앞에서, 여자의 피부가――벗겨져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오른쪽 눈 밑에서 볼에 걸쳐진 가죽이 철퍽하고, 그 아래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흘러내렸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왼쪽 뺨, 이마, 차례차례 벗겨져 떨어져 나간다.
같은 곳도 여러 번 벗겨진 탓에 여자의 피부가, 살이, 노란 지방과 안쪽의 뼈가. 마치 껍질깎이로 벗겨진 야채 껍질처럼 질척질척하게 바닥에 떨어져 간다.
얼굴에서 시작된 붕괴는 목부터 가슴, 다시 그 아래까지 범위를 넓혀 몸이 조금씩 닳아갔다. 바닥에 떨어진 체조직은 닿는 순간부터 가루눈처럼 녹으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현실감이 결여되어 완성도가 나쁜 CG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벗겨지는 몸을 뒤틀며 여자는 소리쳤다.
이상한 광경을 보면서 소우타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여자의 몸은 점점 얇아지고, 검붉게 변해가, 마지막으로 남은 목구멍에서 사그라질 것만 같은 소리로
――사쿠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뒤에는 한 점의 얼룩도 없이 한결같이 정갈한 서점의 광경이 펼쳐져 있다.
“……스즈카, 맞다, 스즈카!”
소우타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스즈카가 손에 들고 있던 연애 소설과 그녀의 가방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누구의 모습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