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역행해 흑역사를 말소하려는 이야기
キセキが逆行して黒歴史抹消しようとする話 | 桐野@悪友領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3785595
※ Attention
・이 작품은 BL 2차 창작 소설입니다. 원작과는 일절 관계 없습니다.
・부녀자용, 쿠로바스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은 브라우저 백으로 돌아가 주세요.
・흑역사에 시달리는 기적의 세대(26)가 역행해 꺼림칙한 기억을 수정하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녹고와 황→립이지만, 타카오도 카사마츠 선배도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적의 세대+쿠로코 군으로 열심히 합니다.
・캐릭터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성대하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여섯 명이 성인을 지나 26세가 되어 모두 모여, 아카시 가에서 술자리를 갖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사망 소재가 들어있습니다만, 솔직히 개그입니다.
・사망 소재에 개그입니다만, 조크입니다. 조크의 범위에서 담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실재하는 모든 것과 무관합니다.
・농구를 하지 않습니다.
・소재가 심합니다.
・이상을 바탕으로 이해해 주신 분, 괜찮다면 봐 주세요.
*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기억 정도는 있을 것이다.
특히 극히 일부의 인간은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해서라도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을 터다.
사람은 그것을 흑역사라고 한다. 그야말로 흑. 기억에 남겨두는 것조차 힘들고, 열어서는 안 되는 절망적인 기억이다.
“……떠올릴 때마다 생각해. 그날의 나를 쏴 죽이고 싶다고.”
“아카시. 그것은 단지 흑역사를 늘릴 뿐이라는 것이다.”
“알아, 알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클로 옛날의 자신을 때려 눕힐 거야…….”
“눈이 죽었어요, 아오미네 군.”
“저도 생각함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거야, 네놈. 웃기지 말라고 따귀를 때리고 싶슴다.”
“키세칭도 눈이 죽어 있어―.”
아카시 가의 별채에서 남자 여섯 명이 어두운 공기를 휘감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과거 기적의 세대라고 불렸던 고교 농구 천재들은 현재 26세가 되어, 사회인이 돼 여유도 생길 나이에 이르렀다.
그렇다. 이 나이는 아주 여유로워져, 이제야 정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이다. 사람에 따라서 조숙하거나 만숙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이 나이 전후로 시야가 넓어지고 침착해질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신년 전골 파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여섯 명은 사소한 일을 계기로 과거의 자신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누구의 발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 진지하게 농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을 터다. 술이 들어간 텐션은 거기서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카시는 코타츠에 엎드려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나는 지금 당장 미도리마에게서 가위를 빼앗는다.”
“나도 돌아간다면 오하아사 신자가 되는 자신을 붙잡고 싶은 것이다. 타카오가 아직까지도 럭키 아이템을 찾는다.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언론에도 가끔 나온다고!? 뭐야, 나를 이길 수 있는 건 나뿐이라니! 죽고 싶어!”
“저, 세이린에서 말했던 쿠로콧치 주세요 때문에 아직 카이조에서 게이라는 소문이 만연하고 있슴다. 게이가 아님다. 그리고 저 한결같이 카사마츠 선배임다. 사랑하는 건 카사마츠 선배임다. 그런데 카사마츠 선배는 아직도 제가 쿠로콧치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함다. 그날의 저를 벽 밖으로 내던지고 싶어요. 홍련의 화살로 하고 싶슴다.”
“저는 당신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림자입니다, 라든가 좀 이상한 소리를 했었죠. 청춘이네요.”
“즐거운지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는 바람에 무로칭이 아직도 나를 여기저기 데려가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귀찮아 봐 주지 않은 바람에 즐거운 줄 모르는 아이 취급을 받는데.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응석받이였고. 약간의 츤데레였어. 충분히 즐거웠어. 엄청 즐거웠어. 농구 즐거워―!”
쿠로코 이외에는 빠짐없이 모두 가라앉아 있다.
아카시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중2병의 후유증으로, 미도리마는 견딜 수 없는 것 같다. 현재는 그렇게까지 빠져 있지 않은데, 타카오가 고등학교 때의 기준을 관철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오미네는 NBA 선수가 됐는데, 슬프게도 유명해진 탓에 중고교 시절 이야기를 꺼내어 그 발언이 화제에 오른다. 공공 전파를 이용한 공개 처형이다.
무라사키바라는 당시의 인상이 빠지지 않는 히무로가 가련한 어린 아이 인식을 하게 된 듯, 26세가 된 지금도 놀이공원에 끌려가 커피 컵 따위에 올라타게 된다.
“다시 하고 싶어…….”
“그럼 저도 다시 하고 싶습니다.”
잔뜩 마시던 여섯 명은 그 한마디를 끝으로 무너져 내렸다.
전원이 같은 타이밍에 무너진다는 희귀한 상황이지만, 그 정도로 마셨다는 거겠지. 정리는 내일의 자신에게 맡긴다. 안 되는 어른의 전형적인 변명을 하면서, 여섯 명은 잠에 빠졌다.
*
일어나, 일어나☆ 역행 촬영 시간이야☆
귀엽고 아기자기한 기계의 음성에 여섯 명 모두 벌떡 일어났다.
불쾌한 소리의 발생원을 찾고자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변은 캄캄해 근원보다 먼저 현상 확인을 필요로 할 사태였다.
멍한 미도리마 옆에서 아카시가 눈을 크게 뜬 채 말이 없다. 아직 잠이 덜 깬 무라사키바라는 주위의 어둠보다 눈을 비비기에 바쁘다. 아오미네는 공포인지 뭔지로 입매가 팽팽하다. 키세는 혼자 일어서 발밑을 확인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어난 쿠로코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꿈이네요.”
“아, 꿈인가.”
뭐―야. 꿈인가―.
모두가 안도에 어깨를 늘어뜨린다. 꿈이라면 깜깜해도 어쩔 수 없다. 전원 모여 있어도 문제 없다.
왜냐하면, 전부 꿈이니까.
설명할 수 없는 사태에서도 꿈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모두 같은 꿈을 꾸다니 재밌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모르는 것이다.”
“알겠냐고.”
“신기한 현상이네요.”
일단 이상 현상이라고 말하면 문제 없다. 단순한 키세는 그렇게 판단하고, 주위도 우선 그것에 편승하기로 했다.
“그럼 이건 이상 현상이라고 하고, 이거 어떡하면 되는 걸까요?”
“응―. 아까 목소리 뭐였어?”
“그 불쾌한 목소리, 전에 타카오와 찍으러 간 스티커 사진의 음성과 비슷한 것이다.”
“스티커 사진 찍었냐고.”
“타카오가 러브러브 츄 스티커를 원한다고 해서 찍은 것이다.”
“미도리맛치의 입에서 츄라니 너무 무서워서 소름돋슴다.”
“건방졌으니 프렌치 키스로 찍어준 것이다.”
“뭐야, 귀엽잖아.”
“아오미네 군, 프렌치 키스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깊은 것을 가리키는 거예요.”
“미도리마……. 언제 그렇게 문란해졌어.”
“비행에 뛰어든 자식을 보는 듯한 눈은 그만 두라는 거다!”
와글와글, 남자 여섯 명이 다투는 동안 다시 불쾌한 음성이 들려 온다.
기계에 들어가 좋아하는 장면을 선택해 줘! 그 장면에서 오 분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과거로 돌아간다!?
갑작스러운 설명에 모두 경직한다.
왜냐하면 잠들기 전, 모두 과거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꿈 속에서는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기, 기계 같은 거 어디 있어.”
아오미네가 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 목소리에 응하듯, 여섯 명의 눈앞에 기계가 여섯 개 나타났다.
………….
스티커 사진이다.
잘못 본 게 아니라 스티커 사진이었다.
옛날 추억의 그것들이 아니라, 한 번에 700엔 정도 들 것 같은 전체 촬영 낙서 기능이 다채로운 예쁜 스티커인지 사기 스티커인지 그것이다.
원래 스티커 사진은 남성 손님 사절이기 때문에 남자인 이들이 볼 기회는 없다. 지방의 슈퍼 등에 조용히 놓여 있는 구형 모델을 보는 정도다.
“스, 스티커 사진이지, 이거?”
“스티커 사진이네요?”
“저게 스티커 사진인가?”
“스티커 사진임다. 이건 스티커 사진임다.”
“헤―. 저게 스티커 사진이구나. 누구 조작법 알아?”
“미도리마 군은 저번에 타카오 군과 찍은 거죠? 인사를 다하는 당신이라면 당연히 조작도?”
“인사를 다한 것이다.”
“좋아. 맡긴다.”
미도리마 이외 전원의 목소리가 겹친다.
다섯 명의 팔에 어깨를 맞아, 우쭐한 얼굴로 안경을 밀어 올리던 손이 경직된다. 그가 반론을 펼치기도 전에 다시 기계가 떠들기 시작했다.
역행할 수 있는 것은 1인 1회까지! 한 명 역행해 수정하면 다른 사람 때는 수정 후의 과거가 되니까 주의해 줘!
그리고 역행하고 있는 동안의 기억은 과거의 자신에게 피드백할 수 없어! 미안!
전원 끝나면 그 수정이어도 되는지 최종 확인할 수 있으니 안심해 줘!
잠시 모두 무언이다.
아카시가 쿠로코에게 고개를 돌렸다.
“즉, 무슨 말이야?”
아무리 그여도 역시 이 상황을 한번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비교적 냉정하게 이야기를 듣던 쿠로코가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즉, 이 기계는 1인 1회, 5분만 자신의 과거를 고칠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 과거의 자신의 몸에 지금의 자신이 빙의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요. 자, 다음은 미도리마 군.”
갑작스러운 패스에 안경을 달그락거리며, 그러나 타고난 성실함으로 말을 잇는다.
“아, 아―. 우리가 과거의 자신에게 빙의하는 동안 과거의 우리는 기억이 없다. 5분이 끝나도 우리의 기억이 과거의 우리에게 남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과거를 바꾸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전원 합쳐 30분인 것이다. 무라사키바라.”
계속을 맡은 무라사키바라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기계를 노려보았다.
“뭐였더라. 아―. 수정한 내용을 소거할 수도 없는 것 같아. 다시 찍는 건 못하는 거 아냐?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모두인지 한 명씩인진 모르겠지만 끝났을 때 마지막으로 확인 가능. 전부 없애든가 일부 없애든가 할 수 있는 거 아냐? 다음, 아카칭.”
바보 둘을 지나가 처음의 아카시로 돌아온다. 그 무렵에는 진정한 아카시도 문득 고개를 끄덕이며 기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명이 수정하면 다음에 수정하는 누군가의 과거는 이미 수정된 상태로 변경된다. 즉, 우리 모두가 협력한다면 우리 삶의 오점은 없어지는 거야.”
“진짜냐!?”
“굉장하네요!?”
두뇌파 네 명의 연계에 바보 두 사람은 박수갈채다.
그렇게 확인하고, 여섯 명은 옛날 부활동에서 할 때처럼 원진을 이루어 얼굴을 맞댔다.
“이건 기회야. 꿈 속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 봐야겠지.”
“오우. 어떡할래? 누구부터 해?”
“그 전에 아까의 조작과 주의 사항을 확인해 둡시다.”
“주의 사항은 무슨 말임까?”
“바보 녀석.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의 기억은 과거의 우리에게는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같은 시간에 돌아가면 서로 상대방의 기억에 미래의 자신이 남지 못한 상태가 되어 단지 시공간 여행을 5분 즐겼을 뿐인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즉, 겹치면 안 된다는 거―.”
옛날 농구에서 우승기를 다투던 시절 수준의 진지함으로 여섯 명은 논의한다.
사용 방법은 처음에 기계가 스스로 설명하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장면을 선택하라고 말했으니, 아마 저 기계의 카메라 화면에 돌아가고 싶은 나이, 일시 등이 어떤 형태로든 나오게 되어 있을 것이다.
터치 패널을 DS펜으로 터치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자, 스티커 사진을 잘 모르는 네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는 것은 전에 타카오와 찍은 미도리마와 모델로서 그쪽 방면도 잘 알고 있는 키세다.
“우선 들어가 보는 것이다. 여섯 명 가능하니, 우선 자신이 가장 바꾸고 싶은 곳을 바꾸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최악의 경우엔 소거도 할 수 있다. 해보는 게 빠르다.”
“그것도 그렇군. 모두, 원하는 곳에 들어가. 우선 자신이 들어갈 시간을 정하면 선언하도록.”
“오우.”
“알겠습니다.”
“알겠슴다!”
“알겠다는 것이다.”
“알겠어―.”
여섯 명 모두 기계 속에 들어간다.
커튼 안은 새하얀 공간으로, 정면에 자신이 비치는 화면이 있었다. 위에는 카메라. 발밑에는 센터를 표시한 하얀 선. 그야말로 평범한 스티커 사진이다.
전원이 들어간 것을 기계가 확인했는지, 쾌활한 목소리가 안내를 시작했다.
그럼 좋아하는 장면을 골라. 우선은 자신의 나이! 그 다음에 달과 날짜, 시간을 넣어!
특정 장면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선택 화면에서 고르면 편해!
특정 장면의 전후에 돌아가고 싶을 때는, 픽업에서 장면을 선택한 뒤 아래 바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움직여! 왼쪽이 전, 오른쪽이 나중이야! 메모리는 한 시간마다 한 장면이 썸네일로 나오니까, 틀리지 않도록!
픽업 같은 게 있는 거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잖아!?
자신의 발언이 며칠 있던 일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아오미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제멋대로 추측해 의미없는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전원이 펜을 든다. 그러자 오른쪽 상단에 숫자가 나타났다. 1초씩 줄어간다. 스티커 사진에 익숙한 인간에게는 친숙한 시간 제한이다.
“잠깐!? 이거 시간 제한 있냐!?”
“하아아!? 의미 모르겠고 잠깐 뭐야 116초라니 분으로 해 줘!?”
“잠, 잠잠잠, 잠깐, 어떡하지, 미도리마. 어떡하지!”
“에에잇, 진정해라! 눈에 띄는 장면은 어느 정도 목표가 있을 터! 침착하게 찾는 것이다! 그리고 116초는 1분 56초다!”
“아바바아바바아바바바.”
“쿠로콧치, 정신 차리세요! 네! 일단 결정! 24권 77쪽과 78쪽 사이, 시합이 끝나고 쿠로콧치와 아오미넷치에게 말을 걸기 전!”
“메타 발언 그만둬!”
“죄송함다! 2학년 때 쿠로콧치와 2군 시합에 가서 쿠로콧치의 대단함을 보고 쿠로콧치를 존경하는 부분임다!”
스티커 사진에 익숙한 키세가 가장 먼저 정한다. 결정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으면 주위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키세는 그 상태에서 펜을 멈췄다.
다음으로 목소리를 낸 건 쿠로코다.
“2번! 3학년 전중 준결승, 카마타니시와의 경기에서 제가 부상당하기 전의 5분입니다!”
3학년의 전중이라고 한다면 쿠로코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적의 심한 경기를 결승에 올려놓은 그날의 일이다.
그때의 준결승,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친구인 오기와라와의 일을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3번!”
다음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아카시다.
“중학교 3학년, 시로가네 감독이 쓰러진 뒤 아버지와의 저녁!”
아카시의 선택은 아카시밖에 모르는 장면이지만, 아카시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 잘 모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정한 것은 미도리마다.
“4번! 중학교 입학 후! 아카시와 친해져 장기를 두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뭐야, 그게!?”
아오미네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걸 일일이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다. 수중의 화면의 초수는 60초를 지나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아! 5번! 2학년 전중 출전 결정 경기 후에 테츠와 함께 돌아갈 때!”
“그럼 나 마지막! 6번! 3학년에서 아카칭에게 승부를 걸기 전!”
아카시가 중2병, 아니, 두 번째 인격이 각성한 부근의 장면이다.
이걸로 전원의 장면이 결정되었다.
나머지 20초. 각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아카시가 호령했다.
“스타트!”
*
미도리마 신타로의 경우
미도리마는 기계에서 터져 나온 강렬한 플래시에 눈을 감았다.
찰칵, 셔터 소리가 들려 천천히 눈을 뜬다. 빛에 다친 듯 보였던 눈은 정상적으로 기능했고, 눈앞에는 아카시가 앉아 있다.
“왜 그래, 미도리마. 손이 멈춰 있는데.”
테이코의 블레이저를 입은 아카시가 이상한 듯한 얼굴로 미도리마를 올려다보고 있다.
내려다본 자신은 평소보다 시선이 낮아, 입고 있는 옷도 당시의 교복이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지정 화면으로 돌아온 것 같다. 미도리마는 납득하고 시계를 본다. 방과 후, 부활동이 없는 날이었을 것이다. 시각은 세 시 반을 지났을 무렵이었다.
“아카시.”
“왜 그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눈을 깜박였다. 눈동자 색은 모두 빨강이었다. 앳된 얼굴에 상대를 움츠리게 하는 위압감은 없다.
장기 따위는 이미 미도리마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원래 이때의 판의 상태 등을 26세의 미도리마가 기억하고 있을 리 없다.
미도리마는 일어서서 놀란 아카시의 팔을 붙잡고 간청했다.
“아카시! 부탁이다! 내 일생의 소원을 들어 줬으면 한다는 거다!”
“뭐야!? 왜 그래!?”
“시간이 없는 것이다! 부탁한다!”
“아, 알았어! 들어 줄 테니까! 진정해!”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아카시를 무시하고, 미도리마는 간청했다.
“앞으로 내가 오하아사에 심취하게 되면 전력을 다해 멈춰줬으면 하는 거다!”
“하, 하아?”
어이없다는 건 알지만, 현재의 미도리마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중학교 입학 직후에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오하아사를 믿지는 않았다. 아니, 충분히 지나쳤지만 아직 크기까지는 연연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되돌리지 않으면 장차 슈토쿠에 다닐 무렵에는 거대한 너구리 도자기 인형을 들고 다니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것을 본 타카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도리마를 위해 럭키 아이템을 찾아 다니게 되는 것이다.
미도리마는 지금, 솔직히 그다지 오하아사를 중요시하고 있지 않았다. 럭키 아이템이 너무나도 귀축이라 타카오가 매번 비틀비틀 돌아온 탓이다.
옛날에는 그래도 좋았지만, 지금 모처럼 연인이 되었는데 럭키 아이템을 찾느라 하루를 쪼개, 집 안에서 알콩달콩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 일상을 여기에서 바꾼다!
미도리마의 역행은 다른 면면보다 상당히 불순했다. 불순하지만, 꽤 절실했다.
독일 벼룩시장에서 골동품 따위가 나왔을 때, 타카오가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적도 있다. 큰 문제다.
“부탁한다, 아카시! 내 미래를 위해! 바보 같이 럭키 아이템에 너무 집착할지도 모르는 나를 붙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너밖테 부탁할 수 없다! 나는 틀림없이 네 말밖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거다!
자신의 고집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에, 타일러 줄 인간 따위는 아카시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필사적인 모습에 아카시는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역시 이 무렵의 아카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알았어. 꼭 붙들게. 약속할게.”
“고맙다, 아카시. 은혜를 입었다는 거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이다. 부탁한 거다!”
거기에서 딱 5분이 지나, 미도리마의 시야는 다시 빛에 물들었다.
키세 료타의 경우
키세는 기계에서 터져 나온 강렬한 플래시에 눈을 감았다. 경쾌한 셔터 소리 후, 조심조심 눈을 떠 보니 눈앞에는 그리운 부실과 아직 어린 아오미네, 쿠로코가 서 있었다. 그 안쪽에는 무라사키바라다.
세 명 모두 키세 쪽을 돌아보고 이상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응? 왜 그래, 키세.”
“괜찮습니까, 키세 군.”
두 사람이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 왔다. 방관하고 있는 무라사키바라도 모습을 엿보고 있는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시계를 확인한다. 연습도 끝난 방과 후의 시간이었다. 밖은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있을 것이다.
5분밖에 없다. 머리에 스친 제한 시간에, 키세는 재빨리 쿠로코의 어깨를 붙잡았다.
“쿠로콧치!”
“우와. 뭡니까. 그보다 뭔가요, 그 호칭.”
“그건 나중에 설명함다! 어쨌든! 쿠로콧치! 저 부탁이 있슴다!”
“뭐야, 뭐야?”
갑작스러운 처절한 형상에 아오미네가 당황하고 있다. 쿠로코도 언제나의 무표정을 약간 일그러뜨리며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틈이 없다. 자신의 흑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 장면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세이린으로 갔던 그날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연습 경기에서 만났을 때 “베개를 적셨다“는 식의 문제 발언을 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곳만 고쳐도, 추후 같은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키세는 애초에 쿠로코가 '그림자로서' 좋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을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게 이 순간이었다.
“쿠로콧치! 부탁임다! 혹시 앞으로 제가 쿠로콧치 멋있어! 쿠로콧치 대단해! 쿠로콧치 원해! 내 그림자가! 같은 말을 꺼내도 전부 깨끗이 잘라 버렸으면 좋겠슴다! 아니, 그냥 미도리맛치처럼 제가 엄청 거북하다는 의식을 가질 것 같은 느낌을 가져 주세요!”
“네? 미도리마 군처럼 대하라고?”
“너, 설마 그런 취미가…….”
“키세칭 도M?”
“아님다! 아니지만 미래의 제게는 꼭 필요함다! 바보 같은 아이에게는 정신공격이 좋아요!”
스스로를 바보라고 말해 버렸지만, 물불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차피 과거의 자신 따위는 바보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부근은 아무래도 좋다.
최대의 실수를 회피하고 카사마츠의 오해를 풀면 그만이다.
10년이 지나도 아직도 “너 쿠로코한테 빨리 고백해.” 라는 말을 듣는 기분 따위는 모를 것이다.
“부탁임다! 저 분명 쿠로콧치의 장래 진학처에 가서 “쿠로콧치 주세요!” 라고 말할 게 틀림 없어요! 바보처럼 흑역사 만들기 전에 저를 멈춰 주세요!”
“자, 잘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일단 미도리마 군처럼 대하면 될까요?”
“네!”
“알겠습니다.”
쿠로코는 결의를 간직한 눈으로 수긍했다.
그가 그런 눈으로 끄덕이면 반드시 실행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키세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이걸로 분명 자신은 바보 같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흑역사는 사라진다.
키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시계는 5분을 고하고, 그는 다시 빛에 휩싸였다.
아오미네 다이키의 경우
아오미네는 기계에서 터져 나온 강렬한 플래시에 얼굴을 감쌌다. 낯선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울리고, 세계가 바뀌었다는 감각이 든다.
조심조심 눈을 떠보니 주위는 어둡고, 드문드문 보이는 가로등이 조금은 눈부셨다.
“아오미네 군보다 대단한 사람은 금방 나타날 거예요.”
귀에 익숙한 쿠로코의 목소리가 들려, 무심코 돌아본다.
그렇다. 확실히 그때, 그는 아오미네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육교에서 내려갈 때였다.
온화하게 미소짓는 쿠로코를 올려다본다. 그는 언제나 그렇게 아오미네를 격려해 주고 있었다.
이런 친구를 내팽겨치고 그런 짓을 하고 있었으니, 흑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확실히 괴로웠지만. 괴로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건 아니지.
“? 아오미네 군?”
대답이 없는 것에 의문을 가진 쿠로코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오미네는 주먹을 불끈 쥐고, 결의를 가진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테츠! 나, 네게 부탁할 게 있어!”
“네.”
마침 좋은 흐름이었던 듯, 쿠로코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나 말고는 이길 수 없다거나 바보 같은 소리를 할 것 같으면 그 대사를 하기 전에 어떻게든 때려 줘. 어떤 장면에서든! 경기 중에도 무조건이야!”
“……네?”
허를 찔린 쿠로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야 당황하겠지. 당황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부탁이야! 너밖에 부탁할 수 없어! 나 분명 바보 같은 생각을 해 너를 상처주고, 나 너무 강해서 재미없다는 식으로 악화되겠지만, 바보 같은 소리를 하기 전에 전력으로 때리고 멈춰 줘. 농구에서 최강이 된 정도로 우쭐대지 마―! 라든가!”
“네? 네? 아, 네.”
뭐라고 해도 아오미네의 흑역사는 여기에서 시작되니 어쩔 수 없다.
확실히 당시는 무척 고민하고 쉽게 빗나가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딱히 일본의 중학교에 연연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카가미처럼 미국에 가도 되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상대를 길거리 농구에서 찾아도 되었을 터다.
세계가 넓은 줄 몰랐던 것이 아오미네의 흑역사의 원인이었다.
“세계는 넓어! 그렇게 재미 없으면 미국에 가든가! 그리고 그거야! 조만간 카가미라는 사람이 와서 너 따위는 쓰러뜨릴 테니까! 너를 이기는 건 카가미다! 그렇게 말해 줘! 부탁이야!”
눈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다.
여기서 쿠로코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흑역사 어게인이다.
아오미네는 어떻게든 그 발언을 지워 버리고 싶었다. 이 이상 언론에 괴롭힘 당하는 건 사양이다.
실제로 카가미는 현재 아오미네와 겨루는 NBA 명선수다.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어, 둘이 맞붙는 경기 티켓은 평소보다 세 배가량 구하기 어렵다.
그 카가미가 있다는 것을 알면 과거의 자신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희망이 있었다.
“저기, 즉, 아오미네 군보다 강한 카가미라는 존재가 나타나는 셈이군요.”
“그래!”
“알겠습니다. 약속합니다. 꼭 당신을 말리겠습니다. 때려서라도 붙잡을 테니.”
쿠로코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오미네에게 약속했다.
역시 이럴 때 무엇보다 든든한 것은 친구다. 그는 안심하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테츠.”
그 순간 주위는 빛에 휩싸이고, 아오미네는 짧은 5분이 끝났음을 알았다.
아카시 세이쥬로의 경우
눈앞에서 격렬한 플래시가 터져, 아카시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다음 순간 주위는 양상을 바꾸어, 낯익은 본가 식당이 보인다.
긴 테이블과 정면에 앉은 아버지. 액자와 구석에 있는 갑옷. 옛날부터 있어서 아무 의문도 없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왜 갑옷이야? 라는 생각도 든다.
젠장. 이런 잘 모르는 세간 때문에 중2병에 걸린 거야.
이상한 원한인 줄 알면서도, 아이는 의외로 자신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성격을 만든다. 솔직히 치트가 심한 집안이 원인이라고 아카시는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눈앞의 아버지로부터의 교육이 지금의 자신의 아픈 흑역사를 낳았다고 확인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아카시의 인간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한다. 한번도 이쪽을 보지 않고 움직이는 나이프와 포크. 아카시는 한번 시계를 바라봤다.
여섯 시 팔 분이 된 참인가.
다음 순간 아카시는 일어서서, 말 없이 아버지의 곁으로 걸어 갔다.
“세이쥬로. 버릇이 없군.”
아버지의 차가운 목소리. 한번도 아카시를 보지 않는다.
아카시는 그것을 보고, 이런이런, 한숨을 내쉰 뒤 그 손을 크게 휘둘러 마음껏 아버지의 옆모습을 후려쳤다.
신나게 울리는 소리. 볼을 붉힌 아버지는 멍하니 아들을 올려다본다. 눈을 희번덕이며 아연실색한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아버지, 그거 유행 지났습니다.”
“하? 뭐, 하? 세이쥬로?”
“알겠습니까, 아버지. 이거 학대예요?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이거 정신적 압박에 의한 학대니까요? 그러니까 어머니에게 부담을 준 거예요. 뭔가요,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니. 치트입니다. 장난합니까. 그런 인간의 어디가 좋습니까. 기분 나쁘지 않습니까. 그거 인간이에요? 장난하지 마! 나도 인간이야! 아카시가 어쨌단 거야. 장난하지 말라고. 농구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야. 뭐든지 1등이라니, 그거 자신도 전부 가능하겠지!? 자신이 못하는 걸 떠넘기는 건 아니겠지!? 업적 1등이었나!? 성적 1등이었나!? 부활동은!? 운동은!? 음악은!? 예술은!? 바둑은, 장기는, 리버시는 어때! 전부 아이에게 떠넘겨서 부끄럽지도 않나, 좋은 어른이!”
“하, 하? 저기, 잠깐, 지, 진정.”
“아동 상담소 간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 아버지가 나를 억지로 모든 정점을 찍게 하려고 한다고 말할 거예요! 매스컴에 뿌릴 거야!”
“진정해라, 세이쥬로!”
“아니, 진정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알겠습니까! 저는 너무 착해요! 네! 당신의 요구에 열심히 응하려는 엄청나게 착한 아이예요! 하지만 착한 아이라고 해서 뭐든지 들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딸 수 없는 1등도 있고 얻을 수 없는 승리도 있습니다. 어른인데 그것도 모릅니까. 아이입니까! 나는 1등이 되지 못하면 당신에게 버림받고 집에서 쫓겨날까봐 필사적이었을 뿐,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뿐이에요. 뭐가 아카시를 위해서야! 내 인생 돌려주세요! 무턱대고 밀어붙이며 박살낸 내 인생과 내 인격을 돌려줘! 이대로 그 아카시는 우수! 같은 사상으로 나를 키우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머리가 높다거나 나를 거스르는 자는 부모라도 죽인다고 말하면서 스타일리쉬 이발하는 점점 아픈 아이가 되어 버립니다! 전부 당신의 교육 때문에! 좀 다시 생각하고 반성해!”
“뭐, 으, 응. 미, 미안.”
순종적인 아들에게 갑자기 따귀를 맞은 끝에 전력으로 교육을 부정당하고 언론에 뿌리겠다고 위협받아 학대라고 말하며 설교를 듣는 아카시 아버지.
가정부들이 무슨 일이냐며 나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앞으로 1분. 어떻게든 아버지의 절대 승리 주의를 분쇄시키고 자신이 일반 가정과 같은 따뜻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승리가 전부라는 협박 개념을 부수면 자신이 중2병 발언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질 터다.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와의 외아들이야! 더 소중히 키워!”
단언과 동시에 5분이 경과한 듯, 아버지의 멱살을 잡던 손은 갑자기 텅 비어 그곳을 빠져나갔다.
눈부신 빛에 휩싸여 세상은 다시 양상을 바꿔 간다.
무라사키바라 아츠시의 경우
지나치게 격렬한 플래시. 눈을 감아 넘어간다. 셔터 소리 뒤에 눈꺼풀을 올리자, 눈앞에는 날카롭게 이쪽을 노려보는 아카시가 있었다.
아무래도 기분이 나쁜 듯하다. 분명 무라사키바라가 아카시에게 시비를 걸었었다. 그래서 연습을 빠진다고 말해, 승부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때 아카시는 각성하고 무라사키바라는 이길 수 없었는데, 그건 지금 아무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승부 따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카칭.”
“뭐야? 승부잖아?”
주위가 긴박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미도리마의 손에 항상 보이는 럭키 아이템이 없다는 것은 조금 의문이었지만, 그걸 지적할 시간은 없다.
“나 농구 좋아해.”
“아아. ……뭐?”
평범하게 끄덕인 뒤 아카시는 눈을 크게 떴다.
주위도 술렁거린다. 확실히 너무 갑작스러운데다가 평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무라사키바라다. 놀라도 어쩔 수 없지.
“나 농구 엄청 좋아! 농구가 정말 좋아! 하지만 왜! 너무 강해지면 재미 없어! 그러니까 아카칭! 나 농구 즐거워하니까 어떻게든 해줘!”
“어, 어떻게든이라니.”
과연 아카시도 당황하고 있다. 아까까지 연습 여부로 승부할 뻔했던 것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다.
농구를 좋아하면 연습도 할 테니 애초에 승부를 하는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나 솔직하지 않으니까 아니, 잘 모르겠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하면 때려도 되니까! 때리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도 되니까! 그보다 그런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나 진짜 귀찮아― 부터 갱생시켜 줘! 협박해도 되니까 일단 농구 재밌다고 주입시켜 줘! 부탁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늦은 것이다. 어떻게든 중학교에 있는 동안 갱생시키지 않으면 히무로의 인식은 뒤집을 수 없다.
“아, 아아. 알았어. 즈, 즉 네게 농구의 즐거움을 가르치면 된다고.”
“그래! 그거! 이기고 지는 것뿐만이 아니고! 농구 재밌고! 팀 플레이 최고! 라든가 이제 세뇌든 뭐든 좋으니까 때려넣어 줘! 부탁해!”
“아, 알았어. 연습은 나오는 걸로 되는 거지?”
“아마 또 조금 있으면 “싫다―.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 아카칭보다 강해!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농구 승부가 아니라 내 과자를 분쇄하든 과자로 낚든 해 줘. 우선 승부로 연습 유무룰 결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야 이겨도 소용없는걸. 져도 소용없지만 이겨도 소용없다는 건 정말 재미없는걸. 즐겁게! 즐겁게 해 줘! 즐겁게!”
이제껏 그의 입에서 이 정도로 몇번이나 “즐겁게!” 가 반복된 적이 있었을까. 그보다 그 대사는 쿠로코의 것이 아니었던가.
누구나 깜짝 놀라 무라사키바라를 본다. 그는 그 자리에 아오미네와 쿠로코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단 5분을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사적이라, 두 사람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던 것이다.
“저기! 괜찮아! 우리 고등학생이 되면 농구 엄청 즐거울 테니까! 미도칭도 파트너가 생기고 나 선배한테 맞고 키세칭은 선배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되니까!”
“뭐, 뭐? 뭐야? 뭐가 뭐라고?”
“아무튼 잘 부탁해, 아카칭! 부탁했으니까!”
빠르게 지껄였을 때, 시간이 왔는지 시야는 새하얀 빛으로 감싸였다.
쿠로코 테츠야의 경우
눈부신 플래시. 눈을 감고 버틴 뒤 조심조심 주위를 확인하자, 그곳은 그리운 전중 준결승 경기 도중이었다.
주위에서 성원이 날아온다. 시선은 코트에 집중한다.
눈앞에는 공을 들고 있는 예의 쌍둥이 한쪽이 있었다.
이 공격을 피하면 쿠로코는 부상으로 퇴장하지도 않고, 또 결승의 결정적인 장면에 자리를 비우지도 않는다. 지나친 놀이를 어떻게든 제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쿠로코는 뒤로 물러났다. 생각대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상대가 공째 팔을 쳐든다.
더욱 공격을 피하기 위해, 쿠로코는 한번 적팀과 거리를 두고자 자신의 팀 벤치에 가까운 위치로 움직였다.
“뭐 하는 거야, 테츠! 성실하게 싸워! 이런 경기, 그 녀석에게 혼날 거라고!”
벤치에서 날아든 외침에 무심코 시선이 움직인다.
이 쯤 뭘 해도 불성실했던 아오미네가, 의자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쥔 채 진지한 얼굴로 쿠로코를 응원하고 있다.
아연해져 할 말을 잃는다. 무슨 일인가. 명백히 기억에 있는 3학년 전중의 상태가 아니다.
아오미네 옆에 있는 무라사키바라도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과자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고, 알고 있던 게으른 태도와는 하늘과 땅 수준의 차이가 났다.
“쿠로칭, 웃기지 마! 그래선 농구 조금도 재밌지 않잖아! 미도칭에게 우승기를 가져가겠다는 약속은 어떡할 거야!”
네, 네에에? 뭐야!? 왜 미도리마 군!?
기겁하는 와중 깨달은 것이 있었다.
스코어판의 스코어가, 왠지 터무니없는 숫자가 되어 있었다.
기적의 경기는 언제든 이상했지만 이 경기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 있다. 백 단위 숫자가 명백히 이상했다.
200은, 좀, 너무 무자비하잖아.
게다가 상대는 0점이다. 기적의 세대가 진심으로 팀 플레이를 한 것 같다. 감독은 풋풋한 결의와 의지로 가득 차 지휘를 하고, 모모이 또한 웃는 얼굴로 응원하고 있다.
어, 어라―? 자신이 아는 모든 것과 완전히 다르다.
“아니, 지금은 상대의 폭력에서 도망친 거야. 쿠로코는 잘못하지 않았어. 오히려 다시 공격할 가능성이 있으니 거리를 둬야 해!”
“그런가! 저 녀석들, 쿠로콧치를 다치게 할 생각이었던 거네요! 용서할 수 없어! 감독, 다시 나가고 싶슴다! 또 누군가가 없어지다니, 싫슴다!”
벤치에서는 키세가 감독에게 요청하고 있다. 그걸 듣고, 그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카시도 다른 면면과 대화를 나누며 쿠로코를 걱정하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되어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쿠로코의 역행 지정 장면은 여섯 명 중 가장 현재에 가까운 지점이었다. 다른 면면의 수정이 반영된 상태가 될 거라고 했는데, 과연 그 효과인 걸까.
그러면 저 역행할 필요 없잖아요! 평범하게 상쾌한 느낌으로 전중 제패할 것 같잖아요!
분노에 바닥을 때리고 싶어졌을 때, 한 명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심코 그 녹색 머리를 찾으려고 하다가 모모이의 팔에 무언가가 안겨 있음을 깨달았다.
검은 액자 안에, 미도리마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뭐, 뭐어어어어!?”
거기서 주위는 다시 빛에 휩싸여, 쿠로코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
촬영 종료~☆ 그럼 어떤 미래가 되었는지 확인해 줘!
기계의 음성에 모두 정신을 차려, 밖으로 나와 사이좋게 늘어선다.
쿠로코만이 경악에 차 미도리마를 응시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어떻게 확인할까 했지만, 여긴 꿈.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눈앞에 하얀 천이 내려와, 어디선가 나온 프로젝터가 그 천에 영상을 비췄다.
그럼 우선 미도리마 신타로 군!
펼쳐진 것은, 26세의 모습도 고교의 모습도 아니고, 게다가 미래의 영상도 아니다.
테이코 중학교의 블레이저를 입은 기적의 세대와 모모이, 쿠로코가 오열하고 있는 장례식 장면이었다. 검은 테 안에 들어간 것은 조금만 웃고 있는 미도리마의 얼굴이다.
15살의 생일, 오하아사 운세가 최하위인데도 럭키 아이템을 들고 다니지 않는 바람에 1톤 트럭에 격돌당해 죽습니다☆
“주, 죽었다!?”
“역시 죽었다!”
아바바바바. 아바바바바바.
전원이 입가를 누르고 떨고 있다. 오하아사, 무섭다. 너무 무섭다.
어딘가의 뭐라고 오오에도 SF 인정 개그 만화 아나운서 같은 가벼운 흐름으로 말해 버려서 더욱 무섭다.
뭐야? 여기도 저기도 점에 운명이 붙잡혀 있어?
“타, 타카오를 만나기 전에 죽어 버렸다고!?”
“오오 미도리마여. 죽어 버리다니 한심하도다.”
“아카시, 지금 그 소재는 필요 없다!”
“아카싯치, 가벼운 현실 도피잖아! 돌아오세요!”
다음은 키세 료타 군!
영상은 장례식 장면을 깨끗이 흘려 보내 다음으로 나아간다. 역시 기계. 감정 따위 없다.
비치는 것은 키세의 방이었다.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본가의 방이다.
그 방에서 키세는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녹화한 영상처럼, 거기에는 중학생 시절의 기적의 세대의 시합이 있었다.
실내는 어둠. 키세는 그 화면을 바라본 채 훌쩍훌쩍 눈물을 흘린다.
“……미도리맛치, 미안해, 미도리맛치. 제, 제 탓에. 제가, 제가 함께 케이크 먹으러 가자고 밖으로 나가게 한 탓에…….”
뭐, 뭔가 앓고 있어―!?
미도리마의 죽음이 터무니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 이 키세는 고등학생일까. 그건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질질 끈다.
그러나 영상의 키세는 더욱 계속한다.
“무라사키바랏치가 말했슴다. 미도리맛치, 고등학생이 되면 굉장한 파트너가 생긴다고. 저, 보고 싶었슴다. 제 탓임다.”
그 대사에 무라사키바라가 “아.” 하는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짚이는 장면이 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터무니없는 병이다. 도대체 키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원이 두려워 하며 지켜보자 화면 속 키세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네.”
『키세인가. 지금 뭐 하고 있냐는 거다.』
“어, 어라? 저거 미도리맛치 아님까?”
“잠깐, 키세칭. 귀신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근데 저거 목소리 다르지 않아?”
“저 목소리는 쿠로코 아닌가?”
“뭐라고? 왜 쿠로코가 내 말투로 말하는 거냐.”
전화를 받은 키세는 입술을 짓씹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쿠로콧치. 정말, 왜 저랑 얘기할 때만 미도리맛치가 되는 검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인사를 다하는 방법이라는 거다.』
거기서 영상이 멈추고, 기계의 태평한 목소리가 울린다.
키세 군은 쿠로코 군에게 “자신을 대할 때는 미도리마 군처럼“ 이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쿠로코 군은 미도리마 군이 죽은 후에도 계속 그렇게 합니다☆
덕분에 키세 군은 계속 미도리마 군을 잊을 수 없게 됩니다!
“최, 최악―!”
“뭘 한 거예요, 키세 군! 제게 뭘 부탁한 겁니까!?”
“저, 저는 고등학교 때의 제가 쿠로콧치에게 달라붙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슴다! 미도리맛치처럼 거북하게 생각하면 달라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임다!”
“그게 왜 이렇게 된 거야!? 뭐 한 거야!? 이거 그냥 비극이잖아!? 역행하면서까지 일부러 비극을 만든다니 바보 아냐!?”
“애초에 저 미도리맛치가 죽을 줄은 몰랐슴다!”
“그건 나도 동의하는 거다. 왜 죽은 거냐, 나.”
“그게 키세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도 끔찍해…….”
기계는 대혼란에 빠져 있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음으로 날아갔다.
순서대로 가서, 다음은 아오미네인가.
예상대로 영상에 나타난 것은 푸른 머리와 갈색 피부를 가진 그였다. 빛나는 NBA 경기장, 언론이 터뜨리는 플래시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왠지 그의 옆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쿠로코가 주먹을 모으고 서 있었다.
“어, 어라? 이거 파트너 해제 안 한 거 아냐?”
“혹시 쿠로코는 세이린이 아니라 토오에 진학한 걸까?”
아오미네에게 마이크가 향해, 인터뷰가 시작됐다.
“아오미네 선수! 이번 시즌에 카가미는 있었습니까?”
“아니, 없었어. 테츠, 그럴 듯한 녀석 없었지.”
“그렇네요. 하지만 카가미는 꼭 나타날 겁니다. 당신보다 강한 카가미라는 무언가가.”
“그렇네! 그때까지 더욱 강해진다.”
“네.”
인터뷰를 마친 아나운서가 자신에게 마이크를 돌리고, 카메라에 대고 말문을 연다.
“사상 최강으로 꼽히는 다이키・아오미네보다 더욱 강하다고 하는 카가미라는 존재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지만, 아직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는데요. 언젠가 나타날 카가미에 저희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오미네 군은 쿠로코 군의 설득 덕분에 자신보다 강한 카가미를 쓰러뜨리기 위해 진지하게 연습해! 굉장히 강해지고 카가미 군도 간단히 쓰러뜨리지만, 아오미네 군도, 쿠로코 군도 분명 카가미는 다른 녀석이라고 생각해 더욱 열심히 해!
최강의 카가미를 쓰러뜨리기 위해 강해지고 있어!
무언의 침묵.
그리고 아오미네가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나는 바보인가아아아아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강한 카가미라는 수수께끼의 존재를 쓰러뜨리기 위해 계속 강해지고 있다. 뭐야, 그거. 무서워.
게다가 정작 카가미는 시원스럽게 쓰러뜨렸다. 그 뒤 그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이 영상은 수정된 기적의 세대밖에 보여 주지 않아 알 수 없다.
“이, 이런 일도 있는 거구나…….”
“확실히, 아오미네 군과 싸우지 않으면 저는 세이린이 아니라 그와 같은 진로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네요. 그러면 제가 없는 카가미 군이 아오미네 군을 이기는 건, 좀, 이렇게,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진지하게 연습해 쿠로코의 패스도 받는 아오미네라니 그냥 최강인 것이다. 틈이 없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상쾌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네요. 히키코모리가 된 저보단 훨씬 낫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아카시였다.
아카시 본인은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 목숨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에게 울분을 풀었고, 중2병도 회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잘 되지 않는다.
영상 속의 아카시는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라는 거친 모습으로, 가슴에 아카시라고 로마자로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머리를 자를 틈이 없는지, 길어진 빨간 머리는 보라색 머리끈으로 묶었다.
그와는 다르게 피부가 거무스름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조잡하고 품질이 나쁜 농구공을 안고 있다. 걸어가는 길에는 수제품스러운 골대. 주위는 황야로, 저 멀리 유유히 뻗은 나무들이 보였다.
그야말로 NGO! 유니세프!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광경이었다.
아이 중 한 명이 아카시에게 달려가 슛을 조른다. 잔잔하게 웃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을 링에 던졌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세련된 슛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오른손에 테이핑이 감겨 있다. 손목에는 손목 밴드. 귀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어 인상이 꽤 달랐다.
“세이쥬로! 세이쥬로는 왜 여기 왔어?”
손을 잡고 있던 여자 아이가 그에게 묻는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는데, 밑에 자막이 나와 있었다.
“나는 친한 친구와 더 농구를 하고 싶었어. 그 녀석도 그랬을 거야. 그 생각에 대답하고 싶었어. 그래서 어디선가 다시 태어날지도 모르는 그 녀석이 어디에 있든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농구를 퍼뜨리기로 했어.”
영상을 보던 전원이 미도리마를 봤다. 정작 미도리마는 눈을 크게 뜨고 경직되어 있다.
아카시 군은 미도리마 군의 부탁을 듣고 그의 오하아사 신앙을 그만두게 합니다! 무라사키바라 군에게 농구의 즐거움도 알려줍니다!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아지고 성격도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미도리마 군이 죽고, 아카시 군은 언젠가 다시 태어난 미도리마 군이 어디에 있든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불우 아동들에게 농구를 전파하는 활동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에는 NGO 단체 중에서도 얼굴이 알려지게 되어, 교과서에 실려 노벨평화상도 수상합니다☆ 농구는 축구와 함께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야. 미도리마.”
“”
“미도리마.”
“……그, 미안한 것이다.”
눈을 부릅뜬 아카시가 미도리마를 올려다보고, 미도리마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왜 이렇게 됐나.
왜 미도리마의 죽음을 계기로 세계에 뛰쳐나온 건가.
그 모습을 보면 아마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자원봉사 단체에 소속된 모양이다. 원래 고졸, 대졸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카시다. 아무 문제 없다.
“잠깐, 나 너무 훌륭하잖아!?”
“뭐임까, 노벨평화상이라니!”
“너 교과서에 실린 거냐!?”
“아카칭만 레벨 다르지 않아? 뭔가 다르지 않아?”
“아카시 군의 치트가 멈출 줄 몰라!”
“정말 미안한 것이다. 죽을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렇다. 모두 입을 다물고 미도리마를 동정했다.
그런데 오하아사 신앙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죽다니. 다시 생각해도 오하아사 무섭다. 아니, 미도리마와 오하아사의 궁합이 무서운 건가.
“다, 다음은 나지! 이제 됐으니까 봐봐? 아카칭은 왜, 결과적으로 중2 탈출하잖아!”
“친구의 죽음을 희생해서!?”
“뭡니까, 그거. 너무 무겁습니다.”
“내가 죽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보다 타카오와 만나지 못한 채 죽는 건가, 나는…….”
미도리마와 아카시가 맥없이 어깨를 떨어뜨리는 사이에 무라사키바라의 영상이 시작된다.
시작된 것은 무슨 건강 프로그램으로, 아는 얼굴은 어디에도 없다.
전원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위암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되었을 때 전문가의 영상이 나왔다.
“마늘과 양파에 들어 있어~”
등장한 전문가에 모두 눈을 돌렸다.
진지한 얼굴을 하고 대량의 책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백의의 남자는 틀림없이 무라사키바라였던 것이다. 언더 림 안경 같은 것을 쓰고 진지하게 양파와 마늘의 영양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라사키바라 군은 아카시 군 덕분에 농구의 즐거움을 깨달았어! 동시에 뭔가 하는 즐거움을 손에 넣었어!
과자를 정말 좋아하는 무라사키바라 군은 과자를 만드는 재미도 느꼈어!
그랬더니 요리하는 재미에도 눈을 뜨고, 영양소를 생각하는 재미에도 눈을 뜨고, 대학은 영양학을 전공해 그대로 준교수가 돼!
“뭐, 하, 하아!?”
“준교수……. 영양학 준교수…….”
“아니, 지나친 비약 아냐!? 이거 지나친 비약이잖아!? 어디까지 재미 추구한 거야, 이거!?”
“지금까지의 누구보다 짧은데 지금까지의 누구보다 지적할 곳 많네요…….”
“이거 프로가 된 내 식사 메뉴라도 생각해 주는 거 아냐?”
“있을 수 있다는 게 무섭단 거다.”
마지막으로 쿠로코가 나온다고 생각했더니, 영상은 그대로 종료했다.
쿠로코 군은 아오미네 군 때 본 것처럼 함께 프로 농구 선수가 돼! 오기와라 군은 지금도 친구야! 참고로 그는 세이린 고등학교에 진학해 카가미 군과 콤비가 되었어!
“그걸 틀어 주세요!? 저만 따돌림입니까! 잠깐!? 배제입니까! 심하지 않나요!? 그보다 저는 카가미 군과 만난 겁니까, 만나지 않은 겁니까! 어느 쪽인가요!?”
쿠로코가 프로젝터에 달려들었지만, 기계는 아무런 말도 없다. 상영을 종료하고, 무언을 관철하기만 했다.
전원 방금 본 미래 예상 영상을 뇌 안에서 한 번 더 재생한다.
미도리마에 이르러서는 미래조차 갈 수 없지만.
모두 말이 없어진 곳에서, 스티커 사진기의 귀여운 목소리가 활기차게 울려 퍼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확인할게!
이 수정으로 괜찮아?
“괜찮지 않아. 문제다.”
이리하여 단 한 번의 수정은 취소되고, 결국 흑역사는 지울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END
덧붙여 미도리마는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회피하려다가 타카오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칸스토가 되어 오하아사 아나운서와 결혼해, 짝사랑을 숨긴 채 타카오가 친구 대표 스피치를 하고 있는 결혼식 피로연 영상이 나와 리얼orz 한다는 안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