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섬의 저주【HQ 호러】7 (完)
双子島の呪い【HQホラー】7(完)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915850
쌍둥이섬・뒷면 형섬 현수교
눈앞의 현수교는 무풍 속에서도 삐걱거리며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그것은 조금 전 이 현수교를 건너 아우섬으로 향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미는 양팔을 문지르며, 기분 탓인지 쌀쌀하게 느껴지는 공기에 몸서리쳤다. 걱정인지 불안인지, 심장이 목까지 전해지는 듯한 불쾌감이 있었다. 현수교 너머로 건너간 동료들의 무사함을 빌며 지금 그들이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다.
"……코라이 군은 항상 실수해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아."
세미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표정으로 히루가미가 말했다.
"실패하면 죽어. 정말로, 죽는 거예요."
"괜찮아.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다 같이 생각했으니까."
앞면에서 뒷면으로 세계를 건너온 코모리도 그 천연덕스러운 태도는 숨기고, 뺨이 뻣뻣하게 굳어 있다. 괴물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 드디어 정면으로 대치하고자 하는 순간에 긴장하지 말라는 쪽이 무리가 있다.
"맞다. 괴물 조사도, 대책도 전부 제대로 세웠다. 나머진 할 뿐이다."
키타도 코모리의 말에 동의했다. 옆에 선 오사무 역시 같은 생각인 듯, 대답 대신 히루가미의 등을 툭 친다.
"뭐,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인 것은 마츠카와다.
"실수하면 죽지만, 죽을 때는 다 함께야. 여기 있는 모두."
"……그거, 확실히 위안은 아냐……."
파랗게 질린 코노하. 그러나 히루가미는 쿡쿡 웃으며 현수교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렇네요."
"……나는 이런 곳에서 죽는 건 사양이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사쿠사에 코모리가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키요오미는 죽을 거라면 더 깨끗한 곳이 좋지."
"이럴 때 그런 재수 없는 말 그만해……."
어깨를 늘어뜨리는 엔노시타. 그러나 엔노시타도 그들의 기분을 모르지 않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불길한 상상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할수록 머리를 가득 메운 상상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렇다면 차라리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불길함을 다 생각해 버리면 된다. 그렇게 사고가 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 저쪽에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도 가기로 했고. 마음의 준비는 해두자."
"하아~…… 심장이 아파……."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을 바라보는 마츠카와와 상반신을 접고 신음하는 코노하. 오사무가 불쑥 말했다.
"이럴 때는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무서움이 반감되는 기 있지예."
"아, 경기 전에 긴장 달래는 것과 같은 느낌이네."
세미가 쓰게 웃었다. "아악―." 하고, 지나치게 크지 않은 목소리로 코모리가 말했다.
"이런 곳 빨리 나가서 집에 돌아가서 목욕하고 싶고, 밥도 먹고 싶고, 시합 비디오도 보고 싶고, 괴물 같은 거랑 싸우고 싶지 않아."
"오오, 깨끗한 정직함."
마츠카와가 감탄한 듯 눈을 뜬다. 그리고 동의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코모리를 본받았는지, 코노하도 크게 숨을 내쉬었다.
"배가 아파, 위도 아픈 김에 말하자면 다리도 아파. 괴물도 진짜 장난하지 마, 왠지 춥고 어둡고 지저분하고 빨리 돌아가고 싶어!"
"말하믄 된다. 전부 말하믄 돼."
"키타 군도! 자!"
"……어서 돌아가서 맛있는 밥 묵고 싶다."
"그것뿐? 왠지 내가 엄청 한심한 선배 같잖아……."
후배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코노하가 축 늘어진다. 엔노시타가 보기엔 코노하도 한심하지 않고 매력적인 선배지만, 그걸 그에게 말해도 그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약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한 장점인데.
키타는 코노하의 모습이 상당히 이상했는지 후, 작게 웃음을 내뱉었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키타의 그 반응을 보고 오사무가 조용히 놀랄 정도였다.
그들이 조용히 떠들고 있는 동안에도 가만히 현수교 너머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 사쿠사에게 세미가 살짝 물었다.
"……괜찮아?"
"뭐가, 말입니까."
붙일까 망설인 듯한 경어가 한 박자 늦게 귀에 들어온다.
"……아니, 왠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항상 이런 얼굴이라."
"그런가."
귀엽지 않은 후배, 시라부를 방불케 하는 말에 세미는 갑자기 팀메이트가 보고 싶어졌다. 뒷면의 세계에서 지금 현수교 건너편에 있는 자, 앞면의 세계에 있는 자, 늘 함께 하던 팀메이트는 이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여기에 있는 전원이 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 그러나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세미가 말없이 주먹을 쥔다.
낮게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현수교 안쪽으로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
쌍둥이섬・뒷면 아우섬 사당 아래 계단 앞
이와이즈미는 팔짱을 끼고 계단 아래에서 인왕처럼 서 있었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 코모리가 앞면의 세계에서 가져온 손전등이 주위를 희미하게 비춘다.
계단 위에 있을 터인 사당, 즉 괴물의 둥지는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육감에 가까운 것이 이와이즈의 뇌리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나오지 않네."
이와이즈미 옆에서 똑같이 사당을 올려다보는 쿠로오. 괴물에게 최우선 사항은 피 냄새임을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 피를 낼 수는 없다. 와야 할 때, 와야 하는 순간 그것은 이루어져야 한다.
텐도가 돌계단에 한 걸음, 그 발을 걸었다. 발밑에 떨어진 조약돌을 주워 가능한 멀리 던진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나간 그것은, 작은 소리를 내며 돌계단을 내려와 다시 텐도의 발 아래로 들어갔다.
"한 명 놓쳤으니까 둥지에서 나오지 않는 걸지도."
"그럼 좀 더 가까이 갑니까."
금발 달려 나갈 것 같은 체제로 타나카가 말한다. 아즈마네는 침을 삼키고 괴물의 둥지가 있는 그 어둠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니, 너무 가까이 가도 위험할 뿐이다. 우리 다섯 명이서 사와무라네가 있는 곳까지 유인해야 해."
이와이즈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때 고오, 신음하듯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없는 이 섬에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 괴물의 한숨뿐이었다.
다섯 명의 몸에 단숨에 힘이 들어간다. 언제든 달려나갈 수 있도록 발을 디뎠다.
"왔다."
쿠로오의 땀이 돌계단에 떨어진다. 키타에게서 자세히 전해 들은 괴물의 그림자가 계단 위에서 흔들린다. 새까만 구멍 같은 그림자가 좌우로 흔들리고, 음산한 사지가 주위로 뻗어 있었다.
"징그러워! 발 너무 많아!"
텐도가 돌 위에 불평을 뱉는다. 괴물이 다섯 명의 존재를 깨닫고 돌계단을 내려가고자 발을 디뎠을 때 이와이즈미의 고성이 울렸다.
"달려!"
땅을 밟고, 이와이즈미의 손전등 불빛을 의지하여 오로지 달렸다. 쿠로오가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자, 거구를 흔들며 뒤를 쫓는 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에도 비유할 수 없는, 그저 무서운 물체가 움직여 다가온다. 그런 무서운 광경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젠장, 역시 빠르네……!"
팔을 흔들며 이와이즈미가 욕설을 퍼붓는다. 괴물의 속도고 그렇지만, 자신들의 몸이 공포로 인한 긴장으로 평소처럼 뛰지 못하고 있다. 다리가 엉킬 뻔해 아즈마네는 숨을 삼켰다.
그때, 괴물의 팔이 하나 뻗어 다섯 명이 달리는 딱 중간쯤의 땅을 파냈다.
"우와, 앗!"
타나카가 넘어질 듯하면서도 몸을 바로잡는다. 이와이즈미가 들고 있던 손전등은 그 충격으로 그의 손에서 떨어져 몇 미터 앞으로 굴렀다.
"빌어먹을, 미안!"
땅을 짚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이와이즈미. 이 어둠 속에서는 손전등 없이 달리기가 힘들다. 아즈마네는 크게 한 걸음 내딛고, 플라잉의 요령으로 손전등을 잡았다.
"나이스 캐치!"
텐도가 외친다. 보기 흉하게 무릎을 문질렀지만 다행히 피는 나오지 않았다. 아즈마네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와이즈미를 대신해 손전등으로 전방을 밝힌다.
"이쪽이야!"
현수교 앞 커브에서 사와무라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뒤로는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사와무라는 아즈마네 일행이 달려오는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굵은 나뭇가지에 밝을 걸었다.
"뒤는 부탁한다!"
땀투성이의 쿠로오가 외치고, 다섯 명은 뛰어들듯 숲속으로 달렸다.
나무 위로 올라간 사와무라는 마침 괴물과 시선이 같은 높이가 되는 위치에서, 그 섬뜩한 머리를 손전등으로 비췄다. 옆에는 마찬가지로 나무에 오른 카게야마가 커다랗고 녹슨 양동이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지금이다!"
사와무라의 신호에 따라 사와무라와 카게야마, 그리고 옆 나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들고 있던 양동이를 괴물을 향해 뒤집었다. 대량의 물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괴물은 몸부림치며 불쾌한 신음을 냈다. 인간의 목소리로도, 동물이 짖는 소리로도 들릴 법한, 귀를 통해 직접 뇌를 흔드는, 명치가 시릴 듯한 울림이다.
"뭐야, 이거……!"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킨다이치가 외친다.
방금 괴물에게 뿌린 물은 바닷물이었다. 눈을 못 뜨게 할 만한 것을 생각할 때 바닷물은 어떠냐고 말한 것은 카게야마였다. 바로, 그리고 대량으로 준비할 수 있다. 이 섬뜩한 검은 수면이 바다라는 확증은 없었지만 핥아보니 제대로 소금 맛이 났다. (핥을 때에도 한바탕 말썽이 있었지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녹슬긴 했어도 양동이가 합숙소에 있던 것도 다행이었다. 지저분한 청소용구 더미에서 양동이를 꺼내 킨다이치와 쿠니미, 그리고 카게야마와 사와무라가 형섬 항구까지 내려와, 가능한 바닷물을 떠 아우섬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이와이즈미 일행이 괴물을 유인하면 대기하고 있던 나무 위에서 바닷물을 덮어 씌운다.
"어때……!"
자신도 살짝 바닷물에 젖으며, 카게야마가 눈을 찡그린다. 흔들거리면서도 사와무라의 손에 의해 제대로 비친 괴물의 머리는 그로테스크한 검은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움직임이 멈추어 다소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무줄기에 매달린 채 카게야마와 사와무라가 숨을 삼키고 있는데, 갑자기 큰 흔들림이 일어나 나무에서 떨어진다.
"위험해……!"
아래에 있던 이와이즈미와 타나카에 의해 가까스로 땅과의 격돌을 면한 두 사람은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숨어 있던 나무가 그 발톱에 의해 무참히 쓰러진 것을 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바라봤다.
"쿠니미, 킨다이치, 내려와!"
사와무라가 외치자 옆 나무에 있던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양동이를 버리고 뛰어내린다. 흙과 바닷물로 얼룩진 얼굴은 피폐했지만, 두 사람은 제대로 땅에 착지하고는 카게야마와 얼굴을 맞대고 주먹을 작게 맞댔다.
"호시우미!"
쿠로오가 현수교 방향을 향해 외친다.
그 목소리는 아우섬쪽 현수교에 대기하고 있던 호시우미의 귀에 제대로 닿았다.
"좋아!"
허리에 단단히 로프를 두른 호시우미가 코모리가 가져온 식칼을 든다. 칼날 부분에 손바닥을 파고들자 붉은 피가 땅에 뚝뚝 떨어진다.
나무에 떨어진 채였던 카게야마는 눈앞의 괴물의 정신이 휙, 나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피 냄새에 반응한 것이다.
괴물은 나무를 쓰러뜨리며 좌우로 사행해 현수교 방향으로 갔다. 그 등을 보며 아즈마네가 외친다.
"좋아, 보이지 않아……!"
"가자!"
사와무라를 받았던 이와이즈미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시우미는 현수교 옆 절벽을 등지고 괴물의 도착을 기다린다. 큰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뛰고, 긴장으로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한 걸음 물러선다. 호시우미의 발꿈치 아래에, 땅은 더 이상 없다. 서서히, 천천히 후퇴하는 그의 시야에 검고 거대한 괴물이 들어왔다. 빠르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피 냄새의 원인인 호시우미의 냄새를 맡아 들이닥친다.
실수하면 죽어, 그런 말이 호시우미의 뇌리에 되살아난다. 문득 몸을 뒤로 젖히는 것과 동시에 호시우미의 작은 몸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 따위한테 살해당할까 보냐."
그대로 벼랑 아래로 떨어져 가는…… 검은 거구. 호시우미는 허리에 묶은 밧줄로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아무래도 괴물은 그들의 작전대로 눈앞이 절벽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달려든 것 같다.
"호시우미! 무사하지!?"
보쿠토의 목소리와 동시에 호시우미에게 연결되어 있던 밧줄이 흔들린다. 질질 위로 끌어올려지며 호시우미는 "물론임다!" 라고 외쳤다.
보쿠토, 우시지마, 그리고 아오네 세 사람이 호시우미의 생명줄인 밧줄을 잡아당겨 그를 벼랑 위로 올려 주었다.
호시우미는 재빨리 밧줄을 풀고, 배에서부터 소리를 내어 현수교 너머 어둠으로 외친다.
"너희들――! 건너와!"
*
쌍둥이섬・뒷면 형섬 현수교
"너희들――! 건너와!"
어둠 저편, 아우섬 방면에서 확실하게 들린 호시우미의 목소리.
그것은 대기하고 있던 일행에게는 충분한 희망의 빛이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손전등을 든 채 현수교를 달려 나간다.
달릴 때마다 현수교가 흔들렸으나, 그 흔들림은 모두의 무게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 작전이 성공하면서 괴물은 벼랑 아래로 사라졌다고, 세미는 그렇게 확신했다.
"코라이 군!"
히루가미가 그렇게 외치며 불빛 끝에 보인 친구의 모습에 크게 손을 흔들었다. 호시우미에게는 현수교를 달려오는 동료들의 모습이 벌써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됐다, 고 말하려다 현수교가 부자연스럽게 흔들린 것을, 호시우미는 깨달았다.
"……기다려."
호시우미 뒤에 있던 우시지마가 드물게 초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동료들은 아직 깨닫지 못했다. 싫은 예감이 뇌리를 맴돌았다.
우시지마가 아즈마네에게서 낚아채듯 손전등을 빼앗아 현수교 아래를 비춘다.
그리고, 오싹해졌다.
아까 밀어 떨어뜨렸을 거구가, 추하게 꿈틀거리는 괴물의 검은 팔이, 현수교에 뻗어 있었다. 동시에 우시지마는 깨닫는다. 물렀다. 괴물이 확실하게 바다 밑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했어야 했다. 물소리가 난 것까지 제대로 이 귀로 확인하고 불렀어야 했다. 작전 성공에 들떠 중요한 곳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을 한탄할 겨를도 없다.
"야! 달려! 빨리……!"
보쿠토가 최대한 큰 소리로 재촉한다. 동시에 현수교가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큰 흔들림을 동반했고, 달리던 일행은 하나같이 비틀거리며 현수교의 밧줄을 잡았다.
"뭐, 뭐야……!"
"으, 거짓말이지."
널빤지 밑으로 아래를 본 엔노시타가 파랗게 질린다. 삐걱삐걱, 싫은 소리를 내며 현수교는 괴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강하게 밧줄을 잡고 있던 코노하는 깜짝 놀라 건너편을 보았다. 필사적으로 뛰라고 외치는 보쿠토가 보인다. 반대편에는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대기하고 있던 형섬이 보이지만, 뛰어 돌아가 봐야 제시간에 맞출 수 없다. 보쿠토가 기다리는 건너까지 건널 수 있을지 발판이 불안정한 가운데.
"와! 그거밖에 없어!"
쿠로오가 절벽에서 몸을 내밀어 팔을 뻗는다.
현수교가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코노하는 이제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결심했다. 이대로 벼랑 아래로 떨어져도 어차피 괴물에 잡아먹혀 죽는다. 그렇다면.
"젠장……! 어떻게든 돼라!"
코노하가 뛴다. 한 장의 판자가 그 충격으로 해저로 떨어졌다. 뻗은 코노하의 팔을 쿠로오가 꽉 잡고 끌어올린다.
"좋아, 다음!"
이번에는 이와이즈미가 외친다. 발판은 이제 시야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다. 달릴 수는 없다. 뛸 수밖에, 없었다.
"아, 야."
사쿠사가 말없이 발을 디뎌 도약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 폼은 아름다워 보여,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감탄했을 것이다. 건너편에 착지한 사쿠사는 뒤돌아 손을 뻗었다.
"……하하."
히루가미가 쓰게 웃는다. 휙 뛴 히루가미의 팔을 꽉 잡은 사쿠사는 손이 흙으로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한 손을 땅에 짚어 몸을 지탱했고, 아오네가 그것을 도와 히루가미를 끌어올렸다.
이어 키타의 재촉을 받아 오사무가 뛴다. 아직 발판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간신히 나머지 다섯 명이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다. 오사무가 뛰는 것과 동시에 또 현수교가 흔들린다.
"키타 선배!"
오사무가 외친다. 이제 현수교 위에서 만족스럽게 이동도 할 수 없다. 맨 앞에 있던 키타가 오사무에 이어 뛰었다.
"읏, 미안."
비거리가 부족해 떨어질 뻔했던 것을 오사무와, 더욱 가까이 있던 킨다이치가 지탱한다.
"……진짜, 위험해."
코모리가 메마른 소리를 낸다. 흔들리는 현수교 위에서 아직도 꼼짝 못 하고 있는 것은 코모리, 엔노시타, 마츠카와, 그리고 세미 네 명. 발밑에는 괴물이 금방이라도 그들을 바다로 끌어들이려고 사지를 움직이고 있다. 세미가 코모리의 등을 세게 두드린다.
"뛰어, 빨리!"
"그, 그렇지만 이 거리, 힘들지 않나요……."
코모리의 목소리에도 패기가 없다. 솔직히 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건너편에서 팔을 뻗고 있는 동료들의 얼굴이 코모리에게 용기를 준다.
"와."
외치지도, 흐트러지지도 않았지만 사쿠사의 그 중얼거림은 분명히 코모리의 귀에 닿았다. 코모리는 그 순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윽……!"
자신도 모르게 헉, 목이 막힌다. 코모리의 팔을 잡은 사쿠사를 더욱 지탱하는 형태로 텐도나 타나카가 가세해, 겨우 땅에 발이 닿았다.
빠직, 어디선가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앞에 있던 마츠카와는 자신이 빨리 뛰지 않으면 나머지 두 사람이 늦는다고 즉각 판단해, 거의 조건반사처럼 코모리의 뒤를 이었다.
신장이 있는 마츠카와를 지탱하기 위해 우시지마와 아오네가 나란히 그의 양팔을 잡고 끌어올린다.
빠직빠직, 사형선고처럼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이어진다.
세미는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엔노시타의 오른손을 쥐었다. 떨이지지 않도록 제대로 손가락을 꽉 얽는다.
"절대 놓지 마. 같이 뛴다."
"네? 하지만."
엔노시타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세미는 그를 강하게 끌고 뛰었다. 불과 2초 뒤, 두 사람이 서 있던 발판이 무너지고 현수교가 바다 밑으로 떨어진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엔노시타를 잡은 채 힘껏 뛴 세미는 오른손을 뻗었고, 그 앞에 있던 우시지마가 세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대로 벼랑 아래에 매달린 두 사람을 단숨에 끌어올린다.
엔노시타는 생명줄이 세미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끝없는 어둠에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한 손뿐이던 팔을, 양쪽 다 세미의 왼손으로 뻗어 잡는다. 마침 자신의 얼굴 앞에 세미의 흙투성이 운동화가 있어, 엔노시타는 그 더러움을 세어 불안을 달래며 마냥 기다렸다.
서서히 서서히 몸이 떠오르고 겨우 땅에 발이 닿았을 때, 엔노시타의 몸은 꼴사납게 떨리고 있었다. 내디딘 발에서 힘이 빠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엔노시타, 괜찮냐!"
"아니……. 응, 무릎이 떨려서."
타나카에게 팔을 잡아당겨져 일어선다. 세미는 크게 숨을 내쉬며 무릎에 손을 짚었다.
"나도 죽는 줄 알았어……."
"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아직 뒷면의 세계라 안심할 수 없으니까."
쓴웃음을 짓는 세미. 우시지마가 세미의 어깨를 부축하며 말했다.
"모두 무사하다. 저쪽 세계로 돌아가자."
*
쌍둥이섬・앞면 아우섬 사당 앞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니와는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양손을 맞잡을 정도로는.
모니와가 숨어 있는 숲속, 그 눈앞에는 아우섬의 사당이 있다. 뒷면의 사람들이 돌아온다면 장소는 이곳일 것이다.
부디 무사하기를 기도하듯 눈을 감은 모니와의 귀에, 돌연 많은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모니와 씨!"
기다림에 지친 그 목소리에 힘차게 고개를 들자, 흙먼지로 범벅이 된 코모리가 지쳤으나 기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행방이 묘연했던 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멍하니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상황 파악이 빠른 것은 역시 모니와였다.
"기다렸어……! 인원은?"
"전원 있어요! 안개는……."
코모리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앞면으로 돌아왔다면 경계해야 할 것은 괴물이 아니라 짙은 안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우려대로 주위에는 빠른 속도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젠장, 역시 아직……."
아무래도 뒷면의 세계의 괴물을 완전히 죽이지 않는 한, 짙은 안개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현수교와 함께 해저로 사라진 괴물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죽지는 않은 거겠지.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겨우 돌아왔는데 또 짙은 안개에 휩쓸려 되돌아가니,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읏, 하아, 하아……."
그러나 뒷면에서 앞면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폐해져 있다. 땅에 양손을 짚고, 한 걸음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주위의 안개는 짙어질 뿐이라 이와이즈미는 부러질 듯한 마음을 유지하고자 필사적이었다.
몸을 이끌고 다시 뛰려는 이와이즈미. 코모리가 말하길, 일단 건물 안까지 도망치면 안전할 터라고. 그러나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미 한계를 넘었다.
"괜찮아."
그런 이와이즈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모니와가 어깨를 두드린다.
모니와는 들고 있던 손전등을 켜더니 길을 향해 그것을 몇 번인가 점등했다.
"……? 뭘."
쿠로오가 숨을 몰아쉬며 의아해한다. 모니와는 생환자들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괜찮아. 곧 안개는 사라질 거야. ……우리 작전대로."
어둑어둑한 밤 사이, 깜빡이며 전등하는 라이트는 눈에 띄었다. 아카아시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아우섬 쪽 현수교에 대기하고 있던 아츠무와 후타쿠치에게 달려갔다.
"모두 돌아왔어. 지금이야."
"좋아!"
"기다렸다고……."
파도 소리. 그리고 바람이 신음하여, 현수교가 운다.
후타쿠치와 아츠무는 모니와와 마찬가지로 손전등을 켜, 그것을 몇 번 깜박인다. 건너편 절벽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리고 그 작은 빛은 현수교 건너편에도 닿는다.
스가와라가 힘차게 일어나자, 히나타가 "왔다!" 고 외친다. 니시노야가 츠키시마와 야마구치를 돌아본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각 손전등을 머리 위 높이 들고 빛을 켜 점멸시켰다.
나무 사이를 헤치고 구부러진 길 위에, 그 빛이 깜박였다.
"앗, 저거 아냐?"
스나가 재빨리 알아차리고, 고시키가 눈을 찡그린다. 확실히 가지 틈새로 빛이 점멸하는 것이 보인다.
"좋아, 다들 돌아왔어."
시라부의 어조에는 드물게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카와니시가 일어나 빛을 밝힌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사당 계단 아래에 대기하고 있는 야하바에게 연결된다.
"왔다!"
소리를 지른 야하바에게 놀라 코가네가와가 어깨를 튕긴다.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해 이젠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코가네가와에게도 그 빛이 보였다.
쿄타니가 흥, 코를 울린다. 하나마키가 계단 위를 향해 손전등을 점멸했다.
"부탁이야, 오이카와……!"
그렇게 중얼거린 하나마키의 빛을 위에서 확인한 오이카와. 튕겨나듯 발길을 돌려 코마이누 옆에 있던 하이바와 야쿠, 코즈메에게 외친다.
"신호야! 떨어뜨려!"
"왔구나……!"
야쿠가 마른 입술을 핥는다.
하이바와 코즈메까지 셋이 움직이자 코마이누의 목은 어렵지 않게 들어올려졌다. 그대로 털어버리자 떨어진 기세로 코마이누의 목은 부서지고, 파편이 숲의 언덕을 굴러 어둠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때."
주위의 상황을 묻는 것처럼 야쿠가 중얼거린다.
목은 떨어뜨렸다. 즉 『입구』는 닫혔을 터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지고, 짙은 안개가, 걷힌다.
"……해냈어."
오이카와가 말한다.
서서히, 안도로 눈물이 나왔다.
공기가 맑고, 울적했던 폐색감은 찾아볼 수 없다. 밤의 어둠은 변하지 않았지만 섬을 뒤덮었던 안개는 자취를 감추고, 남색 하늘에는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냈어……."
오이카와가 웅크리고 앉는다. 양손을 잡고 몇 번이나 이마에 갖다 댔다.
"……별, 예쁘네요……."
탈진하여 돌 층계에 쓰러진 하이바의, 정신 나간 목소리.
그의 말대로 지금 이곳에서 보는 밤하늘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
쌍둥이섬・앞면 형섬 항구
다이아몬드를 갈아 넣은 듯한 눈부신 밤하늘 아래, 오이카와 일행은 비틀거리며 항구로 달려갔다. 모니와가 조종하는 어선이 뒷면에 향했던 다른 모두를 태우고 돌아온다.
분명히 정원 초과였지만, 모니와와 후타쿠치, 아오네의 도움에 의한 화려한 조종으로 어선은 안전하게 귀항했다.
착안하는 순간 튀어나온 보쿠토와 타나카, 그리고 곱씹듯 흙을 밟는 우시지마와 사쿠사 외에는 모두 쓰러지듯 바닷가의 모래에 몸을 묻었다.
바닷물 냄새와 초록 냄새. 그 저주의 쌍둥이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명랑한 밤공기를 모두 깨달았다.
쌍둥이섬의 저주는 끝났다. 자신들이, 끝낸 것이다.
"아니……. 돌아오자마자 짙은 안개라 끝난 줄 알았어."
모래사장에 누운 채 쿠로오가 탈진해 그렇게 말했다. 죽을힘을 다해 돌아왔는데 또 역행이었다면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코즈메가 드물게 더러워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쿠로오 옆에 뒹군다. 모래사장을 타고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다.
"……쿠로네가 돌아와서 최단시간에 『입구』를 닫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모래에 흩어진 금발. "그렇군." 이라고 말하는 쿠로오는, 피로와 안심으로 왠지 졸려 보였다.
뒷면의 사람들이 뒷면에서 앞면으로 돌아왔을 때, 이들에게 위협은 괴물에서 짙은 안개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들이 괴물을 완전히 죽이고 돌아온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앞면의 사람들에게도 짙은 안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쿠로오 일행이 귀환해 짙은 안개에 휩쓸리기 전에 건물로 대피시킨 뒤 입구를 닫기보다는 그들의 귀환과 입구를 닫기까지의 시간 공백이 되도록 적게 하고 싶던 것이다.
그렇게 세워진 작전이 그 손전등을 사용한 것이었다.
우선 각자 각 지점에서 대기한다. 손전등을 하나, 또는 여러 개 들고.
첫 번째 신호는 모니와다. 모니와는 사당 앞에서 대기하다가 코모리가 모두를 데리고 돌아오자마자 아카아시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카아시는 그 신호를 확인하면 현수교에게 대기하는 아츠무와 후타쿠치에게 알린다.
그렇게 손전등의 빛이라는 형태로 모두의 '생환의 신호'를 연결해 간다. 그러면 최단시간 안에 『입구』를 닫을 수 있다. 그것이 코즈메 일행이 세운 작전이었다. 실제로 뒷면의 사람들이 돌아와서 입구를 닫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초 정도였다.
이 인원이기에, 그리고 자신들 다운, 그야말로 희망을 '잇는' 작전. 이것을 떠올렸을 때 코즈메는 확신했다. 이제, 괜찮다고.
"……무사해서 다행이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모래에 드러누운 카게야마는 밤하늘을 바라본 채 그렇게 말했다. 옆의 히나타 또한 시선을 하늘에서 움직이지 않고 말한다.
"나도 혼자 여기 돌아왔을 때는 어쩌나 싶었지만……. 카게야마네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무사해서, 다행이다."
눈물이 글썽인다. 별들이 뿌옇게 흐려졌다. 감동의 재회, 이 얼마나 값싼 영화를 파는 문구 같은지. 그러나 히나타의 심정을 단적으로 나타내기엔 그 말이 가장 잘 맞았다.
얼마나 오래 모두가 모래사장에 누워 있었을까. 아니, 실제로 잠든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평선이 밝아지고, 아침 해가 얼굴을 내비친다. 하늘이 짙은 감색에서 연청으로 변하는 모습은 아름다워, 자신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조수가 차오르며 히나타의 발끝이 파도에 젖기 시작했을 때, 귓속에서 자그마한 기적이 들렸다.
모래에 손을 짚고 일어난다.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응시하니, 바다 건너 하얀 배가 보였다.
"페리다!"
히나타가 벌떡 일어나자 그것을 계기로 줄줄이 모두가 일어나 파도로 달렸다.
"앗, 선생님이다! 어―이!"
보쿠토가 펄쩍 뛰며 양손을 벌려 크게 흔든다.
마치 그것에 대답하듯, 동틀 녘의 공기 속을 기적 소리가 두 번, 달려 나갔다.
*
"진짜 그랬어. 미션 임파서블이었다니까."
"그렇습니까."
"저기, 아카아시가 차가운데? 보쿠토를 대할 때 수준으로 차가운데?"
"으음, 나도 좀 집요하다고 생각했어!"
"야!"
분개한 듯 외치는 코노하. 그러나 그 목소리는 페리 엔진음에 긁혀 닿지 않는다. 뺨을 아플 정도로 때리는 자신의 흑발을 손으로 털어내며, 아카아시는 어선으로 바다를 건넜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돌아가는 페리지, 그 작은 어선은 아니지만.
"코노하 선배가 현수교 대점프를 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선."
을, 이라고 말하려던 아카아시의 입을, 언제 가까이에 왔는지 모니와가 황급히 막는다. 그는 시종 무면허로 어선을 운전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잠깐! 선생님이 있으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순순히 사과하자 모니와는 아카아시의 입에서 손을 뗀다.
"뭐, 좋은 운전 솜씨였잖아요. 게다가 돌아갈 때는 저희도 도왔고. 저도 아오네도 동죄임다."
"저기 말이지, 후배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것 같냐……."
아무렇지 않은 듯한 후타쿠치에, 고개를 떨어뜨리는 모니와. 아오네가 몇 번 "죄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지만 모니와는 반성의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런 성실한 점이 그의 좋은 점이다.
"그치만 역시 아쉬웠다. 역시 그 괴물, 죽이고 싶었는데."
난간에 기대며 분한 듯 아츠무가 말한다. 오사무는 그 옆에서 "그거 죽일 생각이었나?" 라며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런 엄청난 일을 겪게 해 놓고 결국 그 괴물 죽이지 않았다. 엄청 불만 아이가?"
"그보다 츠무, 한 번도 그 괴물 만나지 않았지 않나."
"그야 누구 씨가 내 대신 뒷면으로 간 덕분이다!"
원망스러운 듯 코모리를 노려보는 아츠무. 코모리는 그런 시선에도 겁먹지 않고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뭐, 그래도? 결국 『입구』는 닫혔고, 코마이누의 목도 산산조각 났고. 이제 괜찮지 않아?"
"……나는 두 번은 사양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쿠사가 말했다. 나중에 머리가 부스스해지니까 갑판으로 나가는 것은 싫다고 가는 페리에서는 말했지만, 지금은 고지식하게 코모리의 옆에 있다. 그 나름대로 불안했겠지, 하고, 코모리는 역시 그때 자신이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저는 이제 완전히 죽을 줄 알았어요. 부서지던 현수교 위에서 죽음을 각오했어요."
히루가미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지 낯빛이 다소 나쁘다. 어깨를 움츠린 장신을, 세미가 올려다본다.
"그래도 결국 살아났으니까 다행이잖아."
"그렇지~? 이 히어로 에이타 군 덕분에 말이야?"
장난치듯 세미의 어깨를 붙잡는 텐도를 세미가 뿌리친다. 그러나 히루가미가 뜻밖에 그 장난에 올라타 "황송합니다." 라고 고개를 숙여, 텐도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야 그렇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에이타 군의 에이(英)는 영웅의 영이니까…… 아파!"
"너는 바보 취급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진짜로 조용히 해."
세미의 주먹을 먹은 텐도가 눈물을 글썽이며 웃는다. 시라부의 큰 한숨에 카와니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한숨 숨길 생각 없잖아."
"아니……. 한순간이라도 만나고 싶었던 선배들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확실히."
"거기, 들린다."
세미의 눈치 빠른 지적에 재빨리 퇴산하는 시라부와 카와니시.
고시키는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우시지마의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우시지마는 평소와 똑같은 표정이다. 뒷면의 세계에서 괴물과 대치한 이 우시지마가 과연 괴물 상대로 두려워하거나 동요했을지 고시키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저기, 우시지마 선배는 무서운 거 없습니까?"
"……? 있다만."
"이, 있습니까!?"
놀란 듯 고시키가 말한다. 빼꼼 얼굴을 내비친 오이카와가 "그 얘기 나한테도 들려줘." 라고, 나쁜 얼굴로 계속을 재촉했다.
"이야기고 뭐고, 괴물은 무서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싫다."
"에잇, 하아~!"
부자연스럽게 오이카와가 얼굴을 찡그리고 불평을 토해낸다.
"그걸로 무서워한 거야? 여유롭다는 표정을 지어놓고? 화나네."
"……아, 역시 그런 느낌이었군요."
"열받을 정도로 냉정했지."
오이카와의 말에 고시키도 고개를 떨군다. 역시 우시지마와 같은 강인한 정신을 손에 넣기에는 아직 길이 먼 것 같다.
오이카와의 목덜미를 덥석 잡은 이와이즈미가 그를 질질 끌고 배 안으로 사라져 간다.
"아파파파, 잠깐, 말없이 잡아당기지 마!"
"시끄럽네. 멀미약 가지고 있는 거 너밖에 없다고."
오이카와가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창백한 표정의 멀미 단골들이 얼굴을 모으고 있었다. 아즈마네, 타나카, 킨다이치, 히나타, 그리고 하이바다. 고시키는 아무래도 아직 멀미가 오지 않은 것 같다.
"올 때처럼 다시 가라앉혀줄까."
"아니, 무리예요. 저 지금 야쿠 선배에게 차이면 여러 가지 나와요."
입을 억누르는 하이바와 발을 준비하는 야쿠. 쿠니미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킨다이치의 앞에 앉아 유쾌한 듯 "데자뷔냐."라고 중얼거렸다.
"그보다 왜 나밖에 없어. 사와무라 군도 갖고 있지 않아?"
"무르네, 그건 아까 내 위로 사라졌다."
손을 번쩍 들고 하나마키가 들어왔다. 마츠카와가 뒤에서 어깨를 으쓱인다.
"지독한 녀석이야. 아픈 후배의 멀미약을 빼앗고 말이야."
"빼앗지 않았고! 우연히 받은 게 사와무라 군의 멀미약이었을 뿐이고!"
"설마 이렇게 배에 약한 녀석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사와무라가 뺨을 긁적이며 쓰게 웃는다. 키타가 히나타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창밖을 가리켰다.
"가능한 멀리 봐라. 그라믄 멀미하지 않는다."
"멀리…… 으윽."
"우와아아! 에티켓 봉투!"
코가네가와가 황급히 에티켓 봉투를 히나타에게 내밀었다. 야마구치가 후하, 웃음을 터뜨린다.
"코가네가와는 올 때도 그거 상비했었지."
"나, 한 번 저지른 이후로 계속 가지고 다니려고 해……!"
"에티켓 봉투 들고 다니는 남고생이라니 어떨까."
야마구치의 옆에서 츠키시마도 웃었다. 느긋하게 앉아 있는 그들과는 대조적으로, 눈앞에서 멀미와 싸우는 다섯 명은 얼굴이 창백하다.
"여, 그로기즈 어게인."
스가와라가 경례하며 배 안으로 들어섰다. 옆에는 쿠로오와 코즈메, 카게야마도 있다. "비보지만." 이라고 쿠로오가 말을 꺼낸다.
"혼슈까지는 앞으로 40분은 남았어. 한 번 내보는 게 낫지 않겠어?"
"젠장…… 남의 일이라고……."
하이바가 분한 듯 이를 간다. 쿠로오가 뒤돌아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것을, 코즈메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히나타 바보, 매번 멀미하면 장기 이동 때 지친다고."
"카게야마아……. 자기가 멀미하지 않는다고…… 윽."
살벌한 선내에 파랗게 질린 고시키가 입가를 누르고 들어왔을 때, 오이카와는 큰 한숨과 함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페리의 꼬리 부분, 즉 멀어지는 쌍둥이섬의 방향을 바라보며 호시우미는 갑판에서 물끄러미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 있던 야하바가 그런 호시우미에게 말을 걸어온다.
"뭐야, 멍하니."
"……자신에게 화가 나."
"하아? 왜."
뒷면의 세계에서의 호시우미의 활약을 들은 야하바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호시우미는 말한다.
"내가 좀 더 잘 봤으면 괴물이 아직 바다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거야."
"……그건, 그 상황에서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녀석은 없잖아……."
인간은 이상적인 타이밍에 이상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다. 그렇게 되어 있다. 그 짙은 안개 속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르는 야하바는, 그러나 호시우미의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기 때문에 말없이 호시우미의 등을 힘껏 두드린다.
"아파! 너, 떨어지면 어떡할 거야! 야!"
말없이 떠나가는 야하바의 등을 바라보며 호시우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선내에 돌아오려던 야하바를 벽에 기대 있던 쿄타니가 마중한다. "……참견이." 라고 퉁명스럽게 중얼거린 말에 "시끄러." 라고 받아친 야하바는 웃고 있었다.
"이제 안 보이네, 쌍둥이섬."
이어서 호시우미의 옆에 온 것은 니시노야와 엔노시타, 그리고 스나 세 사람이다. 이젠 아득히 멀어진 쌍둥이섬.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한, 돌아가고 싶은 듯한 복잡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한동안 그 자리에는 무언만이 있었다.
"뭐, 그래도 나는 즐거웠을까."
중얼거린 것은 스나다. 스나는 난간에 턱을 괴고 나부끼는 머리를 그대로 둔 채 눈을 가늘게 떴다.
"다같이 자고, 달리고, 싸우고……. 피곤했지만 나쁘지 않았어."
"……나도, 이제 죽을 뻔하는 건 사양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응, 나쁘지 않았어."
스나에게 동의하는 형태로 엔노시타도 웃는다. 무조건 좋은 추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엔노시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니시노야는 그런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난간에 발을 걸치고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온다――! 쌍둥이섬――!"
물보라와 엔진음 탓에 분명 멀리까지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갑판에 나와 있던 사람들에게 니시노야의 고함 소리는 도착한 것 같다. "야, 누구야. 지금 재수 없는 소리 한 녀석!" 이라는 코노하의 목소리가 들려, 니시노야는 소리 높여 웃었다.
完
*
후기
쌍둥이섬의 저주에 끝까지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쓴 것 중에 가장 인원이 많아 끝까지 쓸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본지가 완결되고 단행본도 완결되어 HQ라는 작품이, 그들의 걸음이 끝나버린 것 같은, 왠지 공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쓰다가 그것도 없어졌어요.
HQ 아이들의 삶은 아직도 계속되고, 원작이 완결됐다고 해서 자신이 2차 창작을 그만둘 이유는 되지 않겠죠.
정말로, 세상에서, 우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HQ라, 그것이 완결되어 버렸다는 것이 쓸쓸해 어쩔 수 없었지만 2차 창작을 통해 아직 HQ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쌍둥이섬의 저주와 지금 쓰고 있는 또 하나의 연재로 HQ라는 장르에서의 창작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언제까지, 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언젠가 "그만둡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직 이 장르에 계속 머무르고 싶습니다.
우선은 7월 긴급 RTS에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신간 원고를 쓰는 것이 지금 목표입니다.
연재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러분 어울러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