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섬의 저주【HQ 호러】5
双子島の呪い【HQホラー】5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101431
쌍둥이섬・뒷면 아우섬 현수교 부근
"저기. 너무 늦지 않아?"
이것으로 다섯 번째 하는 질문에, 키타는 그래도 끈기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타가 혼자 미끼가 되어 도망쳐 준 덕분에 보쿠토와 우시지마, 키타 세 사람은 이미 현수교 앞까지 와 있었다.
이제 괴물을 뿌리친 히나타가 이곳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현수교를 건너 형섬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 히나타가 언제까지고 돌아오지 않는다.
설마, 라는 싫은 상상은 벌써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반드시 뿌리치겠다는 약속을, 그래도 믿고 싶었다.
"……나, 역시 보고 올게."
"잠깐 기다리라."
"기다리지 않아! 난 갈 거야!"
힘차게 키타를 가리키는 보쿠토. 지금까지의 네 번은 키타가 부탁하여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제 인내의 한계인 것 같다. 뜨거워진 보쿠토를 막을 방법을, 키타는 알지 못했다.
"돌아가서 어쩔 기가? 만약 또 괴물을 만난다믄 도망치게 해 준 의미가 없다."
"알아! 하지만 히나타가 어디에서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시하고 돌아가라니, 난 할 수 없어."
보쿠토는 떼를 쓰는 아이 같았다. 자신도 이대로 빨리 합숙소로 돌아가 보고를 하는 편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차마 발걸음이 형섬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함께 간다."
"뭐."
우시지마의 제의에 놀란 것은 보쿠토였다.
"이 녀석이 폭주할 것 같으면 내가 끌고 가서라도 데려오겠다. 너라면, 그건 무리겠지."
키타는 그런 말을 듣고 "뭐, 그렇겠제." 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알았다. 그라믄 내가 바로 돌아가서 모두에게 보고한다. 너희 둘은 마음대로 해라."
일을 팽개치는 것처럼 들리지만 키타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는 것이라고, 우시지마는 알 수 있었다.
"아아. 알았다."
어둠 속에서 키타가 현수교를 건넌다. 멀어지는 등과 끼익, 끼익, 판자 울리는 소리가 작아져 갔다.
키타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보쿠토는 말없이 숲속을 나아갔다. 우시지마도 잠자코 따라간다. 풀 밟는 소리만이 아우섬에 희미하게 울리고 있다.
"있지, 너는 화 안 내?"
"내가 왜 화를 내지."
"작전을 세웠는데 망쳤잖아. 키타는 화났어."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시지마. 보쿠토는 돌아서 그 호박색 눈동자를 크게 깜박였다.
"화났잖아! 분명히."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진짜냐."
그럼 내 착각일까…… 하고 보쿠토가 신음한다. 확실히 키타는 감정을 읽기 어려운 남자지만.
"너희는 둘 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것에 화낼 이유는 없다."
우시지마가 그렇게 말하자, 보쿠토가 드물게 당황한 듯한 얼굴이 된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니 보쿠토는 맥이 빠져 버렸다.
"곧 사당이다."
"……앗, 그렇구나."
돌아보자, 조금 전에 히나타와 헤어진 길에 와 있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고 괴물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보쿠토가 재빨리 땅에 쪼그리고 앉는다.
전전하고 있는 새 혈액은 그대로 사당 계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피의 양으로 보아 먹힌 것은 아닌 것 같다.
보쿠토와 우시지마는 일단 안도했다.
히나타의 신발 자국 같은 것과, 그것을 뒤쫓는 큰 발자국. 처음에는 몇 미터의 거리가 있던 것이 서서히 좁혀지고 있다. 히나타도 이런데, 지금 있는 부원이 대체 얼마나 도망칠 수 있을까.
우시지마와 보쿠토는 살며시 돌계단에 발을 올린다. 조약돌 구르는 소리 하나라도 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중반 부근까지 올라가자, 사당 뒤 숲이 조금 흔들린 듯해 숨을 죽이고 멈춰 선다.
앞에 있던 보쿠토가 『사당 뒤』라고 손짓으로 우시지마에게 전하자, 우시지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히나타는 사당에 없는 것일까.
여전히 진한 피 냄새가 나지만, 이것이 괴물 본체의 냄새인지 히나타의 피 냄새인지는 잘 알 수 없다.
제발 후자는 아니길 기도하며 보쿠토와 우시지마는 더욱 돌계단을 오른다.
싸아, 나무들이 흔들리고 우시지마가 보쿠토의 셔츠를 잡았다. 과연 전국 단골이라고 할까, 우시지마의 힘은 강했다.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는 얘기일 것이다. 우시지마라면 그 보쿠토조차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보쿠토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보이나.』
우시지마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쳐 보쿠토에게 내밀었다. 보쿠토는 고개를 뻗어 돌계단 정상을 들여다본다. 어둠이 깔려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당 쪽에 무언가가 굴러다니고 있다.
뭘까, 그렇게 생각해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 핏기가 싹 가셨다.
*
쌍둥이섬・앞면 아우섬 사당 근처
엉덩이를 힘껏 쳤다. 둔통을 참고 일어서려고 땅에 손을 대자, 괴물을 유인하기 위해 벤 손바닥이 욱신욱신 아프다. 하지만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본능이 말했고, 히나타는 입술을 짓씹고 조용히 일어섰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작은 소리. 괴물의 기색은 없다.
도망쳤는지, 또 어디선가 히나타를 노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현상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한 히나타의 귀에,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소리다. 그리가 바람이 윙윙거리는 소리. 나무가 흔들리고, 숲이 일체가 되어 요란하게 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은 이곳이 섬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들리는 소리지만, 히나타에게 있어서는 다르다. 자신이 있는 섬은 기묘할 정도로 무음이다. 하늘도 밋밋하고 해수면은 어둡고 바람도 없다.
하지만 여긴 어떤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의 소리가 난다.
마치, 평범한 섬처럼.
"……신발."
히나타는 자신의 신발이 한쪽 벗겨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에게 정신이 팔려 물러섰을 때, 여기에서 굴러 떨어진 순간 벗겨진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다른 한쪽은 찾을 수 없었다.
다소 균형이 나쁘지만, 히나타는 신발 찾기를 포기하고 조심스럽게 사당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전까지 끔찍할 정도의 공기는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여긴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우선 돌계단을 내려 길을 따라가다 보니 현수교가 나타났다. 그러나 조금 전 히나타가 지나온 현수교와 달리 밧줄은 너덜너덜해 금방이라도 바다에 떨어질 것 같았다.
"나, 어떻게 된 거야……?"
히나타는 너무도 다른 섬의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키타나 보쿠토, 우시지마의 모습도 없다. 오히려 희미하게 안개마저 생겼다.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내려가자, 저 멀리 작은 불빛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전부 세 개. 항구 부근의 비탈길을 내려가는 불빛이었다.
"……누가 있어."
셋, 그렇다면 키타와 보쿠토와 우시지마일까. 히나타는 뛰기 시작했다. 도중, 번거로워져 한쪽만 신던 신발을 벗고 손에 든 채 뛰었다.
"하아, 하."
바닷바람이 볼을 스친다. 습한 공기가 위의 밑바닥에 쌓여가고 있었다.
합숙소 같은 낡은 건물 옆을 지나, 항구 비탈길을 뛰어내린다. 가까워질수록 말소리가 들리고, 심장이 뛴다.
"……하아, 하아……!"
"…………응?"
달려 내려간 곳, 항구에 붙은 작은 배에서 당장이라도 노를 저으려던 등이 뒤돌아본다.
히나타는 벌써 꽤나 그립게 느껴지는 얼굴에,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스, 스가와라 선배……."
"……히, 나타?"
스가와라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떨리는 손이 떨어뜨린 노를,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아카아시가 직전에 캐치했다.
"너 어디 갔었어……!"
비틀비틀 하선한 스가와라가 갖가지 감정을 담은 눈동자로 히나타에게 달려갔다. 다른 배에 타고 있던 모니와나 야쿠도 황급히 뛰어내린다.
스가와라가 무릎을 꿇고 히나타의 어깨를 잡더니, 그 상처투성이의 손과 다리를 보고 창백해졌다.
"히나타, 너, 손을 다쳤잖아……."
"네, 네. 그래도 괜찮아요, 저."
"신발은? 한쪽은 어디 갔어."
"도망갈 때 떨어뜨려서……."
"도망이라니."
무엇으로부터, 스가와라가 물으려고 했을 때였다. 스륵 바람이 흔들리고, 냉기가 흘러들어온다. 이 소름을, 오한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위험해. 어서 여길 떠나자."
웅성거리기 시작한 숲을 올려다보며 모니와가 말한다.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것 투성이지만, 일단은 형섬으로 돌아가야 한다.
스가와라가 히나타를 쪽배에 태우려 했지만 히나타는 등 뒤를 가리켰다.
"아지, 아직, 보쿠토 씨와 우시지마 씨와 키타 씨가 섬에 있어요."
"……아무도 없어."
모니와가 말하기 어려운 듯 눈을 깜박인다.
"우리가 조사해봤어. 아무도 없었어. 히나타 군도, 왜 있는지 우리도 잘 이해 못 하겠어."
"아니, 하지만 저,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약속……."
"됐으니까 오라고!"
목덜미를 후타쿠치에게 잡혀 억지로 배에 실린다. 그대로 세 척의 쪽배는 아우섬을 떠난다.
방심 상태의 히나타 앞에 구부린 니시노야가, 드물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쇼요,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 우리, 계속 찾았는데도 찾지 못했다고."
"앗, 저, 저도 잘…… 현수교는? 왜 그렇게 너덜너덜한가요?"
"현수교?"
니시노야와 스가와라가 얼굴을 마주본다.
"현수교는 처음부터 너덜너덜했어. 건널 수 없었어."
"그럴 리 없어요. 저희, 현수교를 건너왔어요."
필사적인 히나타의 호소는 그러나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핏기가 사라진 후배를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후타쿠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까 스가와라 씨가 말했던 『쌍둥이섬・뒷면』이 드디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네요."
"……확실히 쇼요네가 있던 장소는 여기와는 다를지도 모르겠네."
흔들리는 배 안에서 니시노야가 팔짱을 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야쿠나 모니와가 노를 젓는 두 척의 불빛이 보인다. 대화는 들리지 않지만 모두 히나타의 출현에 놀라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쾅, 배가 크게 흔들리고, 아카아시가 가장자리를 잡았다.
"……야, 진짜냐고."
움츠러든 듯한 후타쿠치의 목소리. 무엇이, 라고 소리를 내는 것보다 빠르게,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바다 위에서라니, 봐달라고……!"
스가와라의 초조한 목소리. 히나타는 바로 눈앞에 있어야 할 니시노야의 얼굴에 희미하게 안개가 끼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짙은 안개다.
"야! 들리냐!"
옆 배에서 야쿠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들으라고 말하듯 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저것에 먹히면 위험해, 전속력으로 도망간다!"
"알고 있어……!"
"모두, 꽉 잡아!"
모니와의 목소리만이 안개 속에 울려 퍼진다. 스가와라와 아카아시도 노를 잡고 힘껏 팔을 움직였다. 그것도 모자라 니시노야와 후타쿠치가 해면에 손을 집어넣어 물을 긁는다. 히나타도 그들을 따라 다치지 않은 쪽의 손을 물속에 처박았다. 차가운, 마치 시체 같은 물이 살갗을 때릴 때마다 통증이 온다.
등 뒤에 닥치는 짙은 안개에 히나타는 첫 번째 담력 시험을 떠올렸다. 엔노시타에게 손을 붙잡혀, 킨다이치와 셋이 달려 도망쳤을 때의 일이다. 벌써 오래 전인 것만 같았다. 그때의 오한과 같은 기미가 보인다.
어쩌면 자신이 도망쳐 온 탓에……. 지나친 생각이 전해졌는지 니시노야가 히나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야쿠 군!"
"빌어먹을. 안 돼, 스피드가……."
늘어선 두 개의 불빛이 점점 안개로 보이지 않게 된다. 형섬의 불빛을 겨우 인식할 수 있어 나아갈 방향은 알지만, 이마저도 보이지 않으면 해상에서 안개에 먹히거나 조난되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생각을 돌릴 때, 멀리서 큰 물소리가 난다. 누군가 바다로 뛰어든 소리라고 이해하고 오싹해졌다.
"바다에 뛰어들어! 모두, 빨리!"
모니와의 목소리였다. 이어 물소리가 계속된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소리는, 고시키가 해면으로부터 얼굴을 내민 호흡 소리였다.
"괜찮슴다! 물속이면 안개는 올 수 없어요!"
코가네가와의 큰 목소리. 그런가, 그런 것인가, 후타쿠치는 생각했다.
안개는 공기다. 물속으로 숨어 버리면 쫓아올 수 없다.
"불빛이 안 보이게 되기 전에 어서 간다!"
아츠무가 외친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차갑지만, 그래도 다리를 움직인다. 철벅, 철벅, 물보라가 일어 스가와라 일행도 배의 가장자리에 발을 걸었다.
"히나타, 괜찮아?"
"네."
"좋아, 간다."
니시노야와 함께, 히나타 역시 해면에 몸을 던졌다.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의 차가움.
물속에서 눈을 뜨자, 어둠 속에서 아카아시가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쪽으로 수영하라는 뜻일 것이다.
숨을 돌리기 위한 몇 초만 얼굴을 내밀고, 나머지는 오로지 육지를 향해 헤엄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상처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견디며, 히나타가 물을 긁어 간다.
짙은 안개가 어떻게 되었는지, 따라 잡혔는지, 뿌리쳤는지, 그런 것을 확인할 틈도 없이 그저 숨을 쉬고 헤엄치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장거리를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으, 콜록……!"
"바보, 뭐 하는 거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호흡 타이밍이 어긋나며, 고시키가 대량으로 바닷물을 삼킨다. 그대로 목이 메인 후배의 등을 시라부가 두드린다. 바닷물에 젖고 추위로 해쓱해진 얼굴이 바로 뒤를 헤엄치던 코모리에게도 보인다. "힘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라는 뜻을 담아 코모리가 물속에서 시라부의 등을 밀었다.
필사적인 표정의 시라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고시키는 자신이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리치가 긴 하이바는 머리 하나만큼 선두를 헤엄치고 있었다. 자신이 앞장서서 육지까지 안내해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돌아볼 여유도 있었기에 한 번 수영을 멈추고 돌아보니 안개가 바로 머리 위에 있어, 황급히 잠수한다.
(위험해, 수영으로는 금방 따라 잡힌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물 위에 얼굴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목 위가 먹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서운 예감에 몸서리친다. 전속력으로 달리고 겨우 도망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속도로 안개는 덮쳐 온다. 육지에서도 합숙소까지의 여정이 귀문이다.
(빨리, 빨리, 육지에 도착해. 체력이 있을 때 도착해……!)
바라듯 마음속으로 외친다.
정신없이 사지를 움직이고 있자, 비로소 손가락 끝에 흙이 닿는 감촉이 돌았다.
"푸핫!"
힘차게 물에서 얼굴을 내민다. 대량의 바닷물이 머리와 셔츠에서 떨어졌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달려! 리에프, 뒤는 신경 쓰지 마! 먼저 가!"
야쿠의 외침이 날아든다. 뒤돌아보려던 하이바를 질타하는 듯한 목소리에, 하이바는 튕긴 듯 달려 나갔다. 공기가 얼어붙을 듯 차갑다. 춥다. 그리고, 온몸이 무겁다.
"하, 학, 하아……!"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등 뒤에서는 몇 개 발소리가 났다. 합숙소에서 뒤돌아봤을 때 누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번졌지만, 그래도 하이바는 멈추지 않았다.
도중에 몇 번 꼴사납게 넘어질 뻔했다. 물을 빨아들여 무거워진 신발이 성가셔 벗어던진다. 춥고 무서워 떨리는 다리를 몇 번이나 두드리며 달렸다.
"하아, 으……."
드디어, 합숙소의 불빛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입구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쿄타니와 야하바다. 두 사람은 달려온 하이바의 모습을 포착하자마자 뛸 듯이 놀라 입구를 열어주었다. 하이바가 달려들어 무너지자, 야하바가 새파란 얼굴로 "수, 수건 가져올게." 라며 발길을 돌린다.
"왜 그렇게 젖었어. 무슨 일이 있었지."
"하아, 잠깐, 진짜…… 말할 수 없어……."
큰 몸을 웅크리고 하이바가 구역질한다. 쿄타니는 심상치 않은 모습을 깨닫고 입구에서 다시 밖을 내다보았다. 속속 뛰어드는 흠뻑 젖은 동료들은 하나같이 합숙소 입구에서 실타래가 끊긴 듯 무너져 내려, 숨이 끊어질 듯해 말하기도 어려운 모습니다.
"쿨럭쿨럭, 윽……."
축축한 고시키가 바닷물을 뿜어낸다. 니시노야와 히나타가 함께 뛰어든 것을 마지막으로 쿄타니가 입구를 닫는다.
잠시 후, 이젠 거친 호흡만이 울려 퍼지는 현관에 소식을 들은 오이카와와 하나마키가 달려 나타났다.
"무, 무슨 일이야, 뭐가……."
오이카와의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하이바가 기세 좋게 고개를 들어 돌아본다.
전원 있나? 제발, 있어줘,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한 명, 한 명 확인한다.
구역질하는 고시키와 그것을 지탱하는 시라부, 대자로 누운 코모리와 코가네가와. 무릎에 손을 짚고 호흡을 가다듬는 야쿠, 초조하게 셔츠의 물을 짜는 아츠무, 멍하니 주저앉은 모니와. 히나타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니시노야와 스가와라, 거세게 기침하는 후타쿠치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아카아시.
"……모두, 있어……."
맥 빠진 듯한 목소리가 하이바에게서 새어 나온다. 오이카와가 웅크리고 앉은 은발 위에 수건을 씌웠다.
"있어. 괜찮아. 한 명 늘어나 있는 이유는 나중에 천천히 물어볼까."
펑펑, 수건 너머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하이바는 하마터면 울 뻔했다. 황급히 수건을 잡아당겨 얼굴을 가린다. 전부 제대로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안 돼, 이제 움직일 수 없어."
코모리가 축 늘어져 그렇게 말한다. 해야 할 말이 여러 가지 많았지만, 지금은 쉬고 싶었다.
"……히나타?"
추위에 멍하니 있던 히나타는 이름이 불려 고개를 들었다. 야마구치와 츠키시마가, 놀란 듯 히나타를 바라보고 있다.
"……일단 몸을 따뜻하게 하고 와."
야하바와 함께 수건을 나눠준 하나마키가, 걱정스러운 듯 그렇게 말했다.
*
쌍둥이섬・뒷면 아우섬 사당 근처
신발, 이었다.
보쿠토가 발견한 것은, 사당 옆에 뒹굴고 있던 신발이었다. 틀림없이 그것은 히나타가 신던 것이다. 있는 것은 한쪽뿐, 다른 한쪽은 없다.
보쿠토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진정해, 아직 정해진 건 아니라고 타이른다.
보고 있으면, 뭔가 비참한 일이 일어난 흔적은 없다. 핏자국도 없다. 그렇다면 히나타는 아직 무사할 것이다.
『히나타의 신발이 있었어. 한쪽만.』
보쿠토가 글자를 쳐 우시지마에게 보여주자, 우시지마는 놀란 듯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절레절레, 보쿠토가 고개를 젓는다.
『본인은 없나.』
보쿠토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고오, 굉음이 나더니 불쾌한 기색이 주위를 감쌌다.
사당의 뒤가 검게 꿈틀거리고, 돌계단을 도려내듯 커다란 손톱이 보인다.
(위험해…….)
보쿠토의 신발이 돌계단에 스치는 소리. 우시지마가 보쿠토의 셔츠를 세게 잡아당긴다. 도망가자는 거겠지.
히나타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 전에 도망칠 수 없다고 보쿠토는 강하게 생각했지만, 우시지마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쿠토만큼 강하게, 우시지마는 그를 말리고 싶은 것이다. 냉정해지라고, 다갈색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알았어."
입술을 깨무는 보쿠토. 아쉬운 듯 돌아본 보쿠토가 돌계단을 한 걸음 내딛는 것과 동시에, 그 몸이 허공에 뜬다.
"우, 와……!?"
오른쪽 발목이 엄청난 힘으로 끌려간다. 셔츠를 잡고 있던 우시지마의 손은 맥없이 떨어지고, 보쿠토는 거꾸로 매달린 채 상반신을 버둥거렸다.
"젠장, 놓으라고."
"보쿠토!"
우시지마가 외친다.
허공에 매달린 자세 그대로 보쿠토는 복근을 사용해 상체를 일으킨다. 균형이 불안정한 가운데, 눈알 같은 검은 구멍과 꿈틀꿈틀 움직이는 손톱 같은 팔 너머로 빈 공간이 보인다. 위치는 마침 사당 바로 뒤다. 히나타의 신발이 떨어져 있던 근처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시지마아!"
이제 위치는 들통났으니 소리를 질러도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한 보쿠토는 한껏 배에 힘을 주며 외쳤다. 우시지마가 홱 고개를 든다.
"사당 뒤야! 이상한 구멍이 있어. 거기에 떨어졌을지도 몰라!"
보쿠토가 손가락질하지만, 우시지마는 찌푸린 채 잠자코 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히나타를……."
"너는 바보인가?"
평탄한 목소리로 우시지마가 말했다.
괴물에게 매달려 금방이라도 그 그림처럼 잡아먹힐 것 같은 보쿠토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시지마로서는 이해할 수 없던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관해서 우시지마는 엄청난 혐오감을 품는다. 우시지마는 몇 걸음 물러서 도움닫기 거리를 확보하고, 돌계단 위를 달려 단숨이 날았다.
거구가 가볍게 도약해 거꾸로 매달린 보쿠토의 손목을 잡는다.
"왁……."
보쿠토와 우시지마, 두 사람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던 모양이다. 괴물이 팔이 보쿠토에게서 떨어져, 두 사람을 돌계단 위에 내동댕이쳤다.
"아파……!"
"일어서. 도망간다."
"뭐야, 히나타 신발이 있었다고!"
"그런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간다."
"뭣, 그런 거."
"됐으니까 와."
거부할 수도 없게 우시지마가 보쿠토를 잡아당겼다. 저항한다면 때려서라도 메고 갈 것 같아, 보쿠토는 얌전히 따랐다.
괴물의 팔이 다시 들리기 전에, 둘이서 숲으로 도망친다. 키타가 말한대로 숲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 야아, 너 뭐 하는 거야."
수풀에 숨은 순간 우시지마가 자신의 셔츠 자락을 찢기 시작한다. 보쿠토가 영문도 모른 채 보고 있는데, 히나타가 미끼가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시지마가 돌멩이로 손을 베었다. 피가 번지는 그것을, 둥글게 만든 셔츠 토막에 스며들게 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감싼다.
"놈은 피 냄새와 소리에 반응하고 있다.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 터다."
우시지마는 그렇게 말하고 알람을 10초 뒤에 맞춰, 자신과는 반대편으로 그 덩어리를 던진다.
"바보, 라고 한 것은 사과하지."
"……헤?"
"그러나 히나타 쇼요를 돕기 위해 네가 죽어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중얼거리듯 우시지마가 말한 뒤 멀리서 알람이 울리는 소리. 괴물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빗나간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숲속을 미끄러지듯 뛰어내려갔다.
"……응, 미안."
보쿠토 씨, 냉정히, 입니다.
항상 입에 신물이 나도록 말해오는 후배의, 그 목소리가 무척 그립게 들린 것 같았다.
*
쌍둥이섬・앞면 형섬 합숙소
흠뻑 젖은 채 돌아온 스가와라 일행을 목욕탕에 처넣고 나서, 사람들은 식당에 모여 있었다.
한 발 앞서 목욕을 마친 코모리와 니시노야가 목욕 후 수돗물을 마신다.
"그럼 히나타는 『뒷면의 쌍둥이섬』에서 이쪽으로 이동해 왔다는 건가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설이 제일 딱 들어맞아."
츠키시마의 물음에 답한 것은 니시노야였다. 코모리가 말을 잇는다.
"우리도 아우섬쪽은 샅샅이 뒤져보고, 없다고 결론짓고 돌아가려는 참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나타났어. 게다가 히나타 군이 말하는 쌍둥이섬의 모습과 이쪽 쌍둥이섬은 전혀 달라."
"확실히 바람도 없어, 파도도 없어, 현수교는 건널 수 있다…… 였나."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코모리의 모습에 오이카와는 "그럼 여기와는 전혀 다르네." 라고 어깨를 움츠렸다.
"게다가 오이카와 선배의 편지 건도 고려하면, 이제 『쌍둥이섬・뒷면』설은 확정해도 될 것 같아요."
야하바가 말했다.
"이세계설 입증인가……. 머리가 아파."
카와니시가 이마를 누른다. 스나가 "나도." 라며 동의했다. 쿄타니는 시종 기분이 나쁜 듯 조금 떨어진 자리에 걸터앉아 있다.
야마구치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저기, 이쪽에서 안개를 통해 뒷면의 쌍둥이섬에 접촉할 수 있다는 건 알았어요. 그런데 히나타의 말대로라면 뒷면의 쌍둥이섬에는 안개가 끼지 않는 거죠?"
"맞아, 거기야."
오이카와가 신음한다. 하나마키가 힘없이 책상에 늘어졌다.
"그럼 어떻게 저쪽과 주고받으면 되는 거야……."
"그래도 쇼요가 돌아왔다는 건, 앞면과 뒷면은 반드시 오갈 수 있다는 거야. 가는 방법과 오는 방법은 다를지도 몰라."
코즈메의 말에 츠키시마가 동의했다.
"간다…… 즉 앞면에서 뒷면으로는 안개를 통해서. 돌아온다, 뒷면에서 앞면으로는 다른 방법으로, 라는 겁니까."
"맞아."
"저, 저기……."
그때 히나타가 식당에 들어왔다. 완전히 지쳐 있지만 조금 전보다는 컨디션은 좋아진 것 같다. 혈색도 돌아와, 옆에 있는 스가와라도 안심하고 있는 듯했다.
"키타 씨도 같은 말을 했어요."
"키타 선배가?"
스나가 반응한다. 히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도표라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서, 그걸 지키는 게 괴물이라고……."
"과연. 저쪽 녀석들도 거기까진 깨달은 건가."
팔짱을 끼는 오이카와의 옆에서 하나마키가 얼굴을 들었다.
"그 괴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뒷면에 있는 녀석들이 지금 어떤 상태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그런 것도 조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네.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
코즈메가 말하고, 고양이 눈이 염려하듯 히나타를 들여다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안하지만, 얘기해줄 수 있어? 쇼요."
"……오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말은 잘 못하지만 들어줬으면 좋겠어."
다른 이들이 목욕탕에서 식당으로 돌아왔을 때는 히나타를 중심으로 일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가와라가 그들을 알아보고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어서 와. 지금 막 히나타에게서 뒷면의 이야기를 다 들었어."
"아, 그렇구나……. 역시 이세계설이 농후해?"
스가와라 옆에 앉는 모니와. 스가와라는 "응, 성가셔." 라고 쓰게 웃는다.
"그래도 히나타가 무사하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무사하다는 거죠?"
하이바의 순수한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다. 불안해하는 하이바를 바라본 야쿠가 "어때." 라고 묻듯 오이카와를 보았다.
"무사, 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지도. 뒷면에는 정말 괴물이 있던 것 같고."
"……예의 식인신 신앙과 같은 녀석입니까."
후타쿠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우섬 합숙소에 있던 자료에 적혀 있던 일이다. 역시 그건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그래도 아직 누군가 살해당한 건 아니잖아? 그렇지?"
코가네가와의 얼굴은 완전히 나빠져 있다. 히나타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괴물의 약점이나 정체를 가져가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었을 텐데, 결국 그것을 포기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지금쯤 다들 돌아오지 않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죽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무릎 위에서 주먹을 불끈 쥔 히나타를 보며 아카아시가 말했다.
"오이카와 씨의 편지, 뒷면에 도착했군요. 그렇다면 히나타가 이곳에 와 있는 것도 알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가. 확실히 그렇네."
"일방통행이라도 히나타가 살아 이곳에 있다는 건 뒷면의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겁니다."
아카아시의 말은 지당했다. 아무튼,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곧 종이를 가져와 쓰기 시작하는 오이카와의 옆에서 코모리가 말했다.
"뒷면에 있는 사람들은 뒷면의 아우섬에 있는 사당의 구멍을 지나면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네."
모니와가 고개를 끄덕인다. 코모리가 "그렇다면……." 이라고 말을 이었다.
"저희도 아우섬에 마중 나가야 해요. 이쪽에서는 현수교를 사용할 수 없고, 뒷면 사람들을 아우섬까지 마중 가서 데려올 필요가 있어요."
"그런가……. 앞면과 뒷면은 아우섬의 사당으로 연결되어 있고 말이지."
야쿠가 말했다. 시라부가 불현듯 어떤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까 안개로 쪽배는 전멸했습니다. 이쪽에서 아우섬까지 가려면, 또 배를 타야 해요."
"아아아, 그렇구나……."
머리를 감싸는 모니와. 확실히 그렇다. 쓸 수 있는 쪽배는 앞선 소란으로 전부 바다 위에 두고 와 버렸다.
후타쿠치는 항구의 경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어선이라면 정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쓸 만한 배는 그 정도였죠."
츠키시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쪽배 외에 소형 어선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도 무면허로 운전이라니, 아까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고시키가 말한다. 조금 전, 출발하기 전에 항구에서 나눈 대화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어. 이제 여기까지 오면 각오를 굳힐 수밖에 없어……."
야쿠의 이마에 땀이 흐른다.
"선박 면허, 누구 없나?"
"있을 리 없잖아."
항구에서의 후타쿠치와 같은 말을, 아츠무가 말한다. 아츠무의 말에 대답한 것은 스나였다. 부활동으로 바쁜 고교 생활에서 면허 따위 따고 있을 시간이 있을 리 없다. 차라면 몰라도 배가 되면 가능성은 더욱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희가 할 일은 모두 세 가지군요."
아카아시가 세 손가락을 내밀었다. 고시키가 그 손끝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인다.
"우선 뒷면 사람들에게 현상을 전달하고, 어떻게든 전원이 이쪽 세계로 돌아오도록 한다."
"시작부터 난관이구마."
하나, 손가락을 접는 아카아시. 아츠무가 어깨를 으쓱인다.
"다음, 이쪽 세계로 돌아온 사람들을 형섬까지 데려온다."
하나, 또 아카아시가 손가락을 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구』를 완전히 닫을 필요가 있다."
앞면과 뒷면을 잇는 입구. 즉 안개다. 그것이 있는 한, 아무리 저쪽 세계에서 동료를 되찾아도 또 짙은 안개에 휩쓸려 사라질 위험이 있다. 이를 막으려면 자료에도 있던 『입구』를 닫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입구』를 닫기만 하면 짙은 안개는 사라지고 이 이상한 상황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아카아시는 예상했다.
"뭐, 첫 관문은 우리보다도 저쪽에게 달려있지만."
코즈메가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도 그 짙은 안개를 주의하면서 그 세 가지를 해내야 해."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될 것 같네."
카와니시가 한숨을 쉰다.
"좋아."
그때,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얘기, 다 썼어. 나머진 이걸 뒷면의 세계에 전달하고 누군가 그걸 읽어 준다면……."
"상당히 그쪽에 맡기는구마."
아츠무의 말에, 오이카와가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애초에 편지만 없어졌을 뿐, 그쪽 녀석들이 그걸 읽었는지는 모른다. 우린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녀석들을 계속 기다려야 하나?"
"아츠무, 말투."
스나가 나무라는 듯 팔꿈치로 찌른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작게 신음하더니 "확실히." 라고 말했다.
"일방통행으로는 확실하지 않지. 아츠무 군의 말대로."
"……야, 설마."
스가와라가 새파래진다. 오이카와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웃는다.
"가장 확실한 건, 우리 중 누군가가 뒷면으로 가서 모두를 데리고 돌아오는 것. 하지만."
"기다려."
하나마키가 오이카와의 팔을 잡는다. 그로서는 드물게 표정이 험상궂다.
"그런 위험한 짓을 하게 둘까보냐. 모처럼 한 명 돌아왔는데 또 이쪽에서 위험하게 나가면 어떡할 거야."
"그래도 만약 아무도 편지를 읽지 않았다면? 꼬맹이가 돌아오며 안개에 휩쓸려도 죽지 않는다고 증명됐어."
"바보. 괴물 얘기는 못 들었냐?"
"자, 자. 싸움은……."
"조용히 있어."
코모리가 막으러 들어가려 했으나 하나마키에게 위협당해 일축된다. 그대로 왜인지 주방 쪽으로 내려가는 코모리를 곁눈질하며, 아츠무가 소리를 높였다.
"아ー 정말, 시끄러, 시끄러! 내가 가면 되지 않나. 말을 꺼낸 건 내다."
"제정신……?"
스나가 새파래진다. "당연하다." 고 되받아 치는 아츠무에, 스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 아츠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스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나한테 맡겨라."
쿄타니가 떨어져 있던 곳에서 다가온다. 그 어깨를 야하바가 잡는다.
"안 돼! 목숨을 생각 안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 얕보지 마."
"얕보지 않았고! 걱정하는 거야."
"짜증 나."
모니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여기서 싸울 때가 아닌데, 이건 아마 누가 가도 싸움이 된다. 그만큼 다들 걱정인 거겠지. 하지만 아츠무나 오이카와가 말한 대로 뒷면과 정확한 정보를 확실하게 주고받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인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옆에 있던 후타쿠치가 "소용 없어요." 라고 말하듯 모니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 저기, 저희도 갑니다. 계속 여기 있었고, 체력도 남아서……."
조심스럽게 손을 든 것은 야마구치다. 츠키시마도 반박하지 않는 걸 보아 그도 같은 의견이겠지.
하이바도, 의자를 쓰러뜨릴 듯한 기세로 일어선다.
"츳키네가 간다면 저도 갑니다!"
"바보야, 너 아까 일로 체력 쓴 참이잖아."
"윽!"
"역시 계속 여기에 있던 우리끼리……."
안 된다, 고 모니와는 생각했다. 이대로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
그때, 드르륵 소리가 났다.
*
쌍둥이섬・뒷면 형섬 합숙소
키타가 합숙소로 돌아오자,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세미가 마중 나온다. 그러나 그는 혼자 돌아온 키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걱정하듯 "어서와." 라고 말했다.
"……키타 선배."
식당에 들어서자 기묘한 얼굴로 자리에 앉은 일동이 키타를 본다. 오사무가 눈을 부릅뜨고, 사와무라가 말했다.
"……다른 세 명은?"
묻기 힘든 것을 물어주는 거겠지. 키타는 조금만 숨을 뱉고, 말했다.
"괴물과 만났다. 카라스노 10번이 미끼가 되어가 도망쳤는데, 나머지 둘은 쫓고 있다."
쾅 소리를 내며 카게야마가 일어선다.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뭐라고 하기 어려운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히나타는, 무사합니까."
"……그건, 내는 모른다."
"어째서."
덤벼들려는 카게야마를 아즈마네가 막는다. "그만둬." 라는 그의 목소리는, 드물게 뿌리칠 수 없는 압박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말리지 않았나. 그것은 키타가 각오하고 있는 말이었다.
"……괜찮아. 히나타를 쫓는 게 보쿠토와 우시지마라면, 분명 괜찮아."
코노하가 책상의 나뭇결을 본 채 말했다. 그것은, 그렇게 바라고 있는 듯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괴물의 정보는?"
쿠로오가 조용히 묻는다. 키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집은 크게 잡아 4미터. 발톱과 손발이 여러 개 있었다. 달리는 속도는 빠르다. 카라스노 10번이 전력을 다해 달려, 반반이다."
"덩치가 큰데 발은 빠르다니."
최악이잖아, 라고 히루가미.
"피 냄새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녀석의 최우선 사항은 피 냄새래이."
엔노시타가 입술을 깨문다. 그렇다면 히나타는 피를 내어 미끼가 되었을 것이다. 무사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요한 출구 같은 것은 아우섬에 있었어?"
머리 뒤에서 손을 잡은 텐도가 말했다. 키타가 고개를 흔든다.
"그건 확인 못 했다. 다른 세 사람이 뭔가 봤을 수도 있으니 지금 시점에선 뭐라고 말할 수 없구마."
"그래."
눈을 가늘게 뜨는 텐도. 그도 나름대로 우시지마가 걱정스러울 것이다.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쿠로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된다. 공기가 무거워. 괴물의 모습을 안 것만으로도 진보잖아."
"쿠로오의 말대로야. 게다가 이럴 때를 위한 인선이야. 그 녀석들은 괜찮아."
사와무라가 힘차게 말한다. 그가 말하면 정말 괜찮다고 느껴지는 점이 대단하다고 타나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따라가기로 정했다. 그때 자신의 결심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이와이즈미가 앞으로 나온다.
"진보는 그것뿐만이 아니야. 오이카와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
키타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는 아직 편지에 대해 모른다. 발견한 킨다이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눈치챘을 땐 떨어져 있었습니다. 오이카와 선배가 있는 쌍둥이섬과 우리가 지금 있는 쌍둥이섬은 다른 게 아닐까,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 하고 이와이즈미가 편지를 내민다. 키타가 그것을 받자, 거기에는 확실히 오이카와로부터의 글이 기록되어 있었다.
오이카와 일행이 무사한 것, 물과 식량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짙은 안개와 식인신에 대해. 간결하지만 그것은 뒷면의 사람들이 지금 괴물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기도 했다.
"오이카와네도 살아있다. 괴물은 이제부터 쓰러뜨리는 방법을 생각하면 돼. 편지가 도착했다는 것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아갈 방법도 있다는 거야. 이만큼 알았으면 잘할 수 있겠지."
마츠카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필요 이상으로 어둡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간 것을, 지금은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자를 통해 오이카와의 걱정과 불안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똑같다. 서로 걱정하고, 무사하길 바란다.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얼마나 용기를 얻을 수 있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보쿠토와 우시지마가 합숙소에 돌아온 것은 키타가 귀환한 지 20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보쿠토를 지탱하며 우시지마가 식당으로 들어오자 코노하가 황급히 일어서고, 파랗게 질렸다.
보쿠토는 다리를 다쳤는데, 우시지마가 말하길 괴물에게 잡힌 모양이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우겼지만 우시지마가 무리는 금지라고 부축해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정말 괜찮은데……." 라고 불평하는 보쿠토에게 간이 치료를 해주며, 세미가 쓰게 웃었다.
"와카토시는 저래도 걱정하고 있는 거야. 거리감을 모를 뿐, 마음을 쓰고 있어."
살며시 보쿠토의 환부를 만진다. 확실히 눈에 띄는 외상도 없다. 잡혔다는 것일 뿐,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구급 세트도 없고 소독약도 없으니 제대로 치료할 수 없네. 미안해."
"왜 세미가 사과해. 딱히 누구도 나쁘지 않잖아."
보쿠토는 거기서 말을 끊고, 조금 조용해졌다.
"……나쁜 건, 무리한 나고."
"……네가 반성이라니, 신기하네."
옆에 있던 코노하가 놀란 듯 혀를 내두른다. 보쿠토가 의외라고 말한 것에 분개했다.
"실례네! 나도 반성 정도는 해!"
"와카토시에게 무슨 소리 들었어? 그 녀석, 용어 선택이 서투르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세미가 말하자 핵심이었는지 보쿠토가 "으으." 라고 가슴을 누른다. 그가 이렇게 남의 말에 동요하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도 생각하는 바가 있던 거겠지, 코노하는 생각했다. 아카아시의 잔소리는 대개 보쿠토에게 조금도 소용없지만, 극히 드물게 클린 히트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보쿠토는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우시지마는 어디로 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우시지마를 코노하가 시선을 방황하며 찾는다. 식당 끝 쪽에서 쿠로오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이 있었다.
"피는 없었다. 습격당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시지마의 말에 사와무라와 아즈마네, 타나카, 엔노시타, 카게야마는 눈에 띄게 안도한다.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혼자 돌아오지 않은 히나타는 훌륭하게 미끼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번에는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우시지마는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그리고 평탄하게 이야기했다.
"사당 뒤에 검은 구멍이 있던 모앙이다. 나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보쿠토가…… 잡혔을 때 봤다고."
우시지마가 치료를 받고 있는 보쿠토를 돌아본다. 시선을 느꼈는지 보쿠토가 고개를 들고, 갸웃거렸다.
"그런가. 그럼 꼬맹이는 거기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네. 신발도 한쪽, 옆에 떨어진 거지?"
"아아. 위치를 보면 틀림없다. 그 구멍이다."
우시지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엔노시타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감안하면, 아우섬에 출구가 있어서 그것을 그 괴물이 지키고 있다……. 사당 뒤편이라는 장소를 보면 그 구멍이 출구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데요……."
엔노시타는 거기까지 말하고 "희망적 관측에 지나지 않을까요." 라며 쓰게 웃었다. 히나타가 큰 구멍에 빠졌다면 저쪽 세계로 돌아가 있어 준다면 좋겠다고 기대하지만, 예측에 사사로운 정을 끼우는 것은 위험하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고 있던 이와이즈미가 말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나는 적어도 히나타는 살아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그쪽으로 돌아가 있다면 오이카와가 또 편지를 보낼 거야."
"와카토시 군, 그 큰 구멍 말고 또 신경 쓰이는 거 있었어?"
텐도의 물음에 우시지마는 조금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피 냄새에 반응한다면, 어째서 그 해골은 무사한 것이었나, 하고."
"해골이라면 예의 백골인가."
현수교를 건넌 형섬의 길가에 있었다. 그 핏자국이 현수교를 지나 아우섬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히나타 쇼요가 손을 베어 피를 흘렸을 때, 가장 먼저 그것에 달라붙었다. 그렇게 피 냄새가 좋은데 왜 형섬까지 쫓지 않은 것인지."
"그렇군. 핏자국을 생각해 보면 다쳤겠지. 피도 나오고……."
흠, 텐도가 작게 신음한다. 이와이즈미는 그 백골을 현장에서 봤지만, 확실히 그건 괴물에게 살해당한 게 아니라 아마 아사나 무언가로 죽은 것일 것이다. 몸에 상처는 없었고, 옷도 남아 있었다. 파손된 부분도 없다.
"현수교인가……."
마츠카와가 중얼거린다.
"저기, 키타 군. 아까 4미터 정도라고 말했지."
마츠카와에게 불린 키타가 "맞다." 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현수교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커?"
"……중량적으로도, 가로폭적으로도 건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쿠로오가 고개를 들었다.
"과연. 괴물은 현수교를 건널 수 없다. 아우섬에서 형섬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는 건가."
"아아."
마츠카와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한다.
"그리고 냄새 외에 소리에도 반응하는 거잖아? 만약 괴물이 아무렇게나 날뛰는 맹수라면 유인해서 바다에라도 때려눕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수교를 건너지 않는 이성은 있는 것 같네."
유감스러운 듯 쿠로오가 고개를 숙인다.
문득 텐도가 히죽 웃더니, 검지를 쿠로오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럼 그 이성, 부숴버리면 돼."
"……하?"
젠체하듯 텐도는 양팔을 벌려 보인다.
"현수교가 있다, 그렇게 인식시키지 않고 그대로 벼랑 아래로 빠뜨려 네, 끝! 어때?"
"저기 말이야, 좀 더 간결하게……."
쿠로오의 시야가 갑자기 가려진다. 누군가 쿠로오의 눈가를 가린 것이다. 캄캄해진 경치에 "야." 하고 소리를 내자, 확 손을 떼어낸다. 돌아보니 아오네가 말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렇네. 눈을 부수면 된다는 건가."
"그런 것."
장난치는 것처럼 텐도가 손가락을 딱딱 친다. 아오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와이즈미가 팔짱을 끼었다.
"눈을 부수고, 소리와 냄새로 미끼를 만든다……. 나쁘지 않네."
"누군가 미끼가 되는 겁니까? 히나타도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르는 상대에게……."
타나카가 말한다. 확실히 그것은 리스크가 너무 높다. 그러나 사와무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에 눈을 부수면 발도 조금은 느려지겠지."
"맞아. 눈을 부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거기가 가장 난관이기도 해."
텐도도 그렇게 말하며 동의했다.
"어느 쪽이든, 그 괴물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는 거네."
아즈마네는 창백했지만, 그래도 그 어조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타나카가 주먹을 불끈 쥔다.
"제가 합니다! 히나타가 힘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선배인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어요!"
"저도 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카게야마가 일어섰다. 그 뒤에는 쿠니미와 킨다이치도 있다. 둘 다 카게야마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든든한 후배를 둬서 쿠로오 씨는 기쁩니다."
"? 저는 네코마가 아닙니다."
"알아! 다른 학교여도 후배는 후배야! 쓸쓸한 소리 하지 마!"
견딜 수 없는 듯 쿠로오가 말하자 사와무라와 이와이즈미가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키타는 그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더 탓할 줄 알았다. 넷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자신은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다들 평범하다. 평소대로다. 그게 키타는 신기했다.
옆에 서 있던 오사무가, 그런 키타를 보고 웃는다.
"……모두 키타 선배는 제대로 했다고, 알고 있는 깁니더."
"…………그래, 그런가."
"적어도 저는."
오사무가 조용히 말했다. 키타는 셔츠의 가슴 부분을 바짝 움켜쥐었다. 서서히 따뜻한 파도가 퍼지며 어둡게 가라앉은 공포를 조금 녹여준 것 같았다.
식당을 떠나 복도를 걷던 히루가미와 호시우미는 합숙소 현관문이 홀로 주저앉을 등을 보았다. 사쿠사라고 바로 알게 된 것은 그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사쿠사의 등에 말을 걸었다.
"여."
"……무슨 볼일."
무뚝뚝한 목소리에 호시우미가 "뭐야, 그 태도느으은?" 이라고 따지려는 것을, 히루가미가 상냥하게 목덜미를 잡아 세운다.
"아니, 그런 곳에서 뭐 하는 걸까 해서."
"딱히 아무것도."
"식당, 전부 모여 있는데 안 가도 돼?"
"……괴물 얘기라면 아까 들었어. 이제 됐잖아."
사쿠사는 그렇게 말하고 무릎을 감싸는 팔에 힘을 주었다. 결벽증 같은 사쿠사에게 이 공간은 지옥이겠지. 식량도 물도 없고 청결함과는 거리가 멀다.
목덜미를 잡힌 호시우미가 놓으라고 하자, 히루가미는 얌전히 그의 셔츠를 놓았다.
"너, 좀 어웨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하아?"
거절당해도 개의치 않고 호시우미는 사쿠사 옆에, 조금 사이를 두고 앉았다. 그의 결벽을 고려했을 터다. 히루가미는 호시우미의 서투른 배려에 미소 지으며 호시우미의 옆에 걸터앉았다.
"뭐였더라, 또 한 사람. 이타치야마의…… 코모리?"
"그 녀석이 왜."
"아니, 없어서 외로운 거겠지 싶어서."
호시우미의 말에 사쿠사는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하아?" 하고 다시 한번 말했다.
"코라이 군, 남의 지뢰 밟아대는 그 재능, 어떻게든 하는 게 좋아."
"아아!? 딱히 지뢰는 아니었잖아!"
"아니, 저 얼굴은 지뢰였어."
응응, 히루가미가 홀로 납득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호시우미는 사쿠사에게 방향을 바꾼다.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외로운 건 분명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째서인가. 만약 호시우미가 사쿠사의 입장이라면 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해. 이런 상황이면 별로 이상하지도 않잖아."
"……뭐야, 너."
"평소 같으면 딱히 아무 걱정도 없지만, 이런…… 뭔가 이렇게, 위험할 때는 갑자기 없어지면 걱정되잖아."
호시우미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사쿠사는 놀랐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식당에서 벗어났을 뿐이었는데, 호시우미는 그것을 눈치챈 거겠지.
참견 많은 녀석이다, 라는 것이 호시우미에게 품은 감상이었다.
"코라이 군의 이건 이미 병 같은 거니까."
"아? 이거라니 뭐야."
"사람이 가라앉은 것 같을 때 금방 알아차리는 곳―."
느슨한 목소리의 히루가미는 평소와 다름없다.
그야말로 히루가미가 손등을 담벼락에 문질러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그걸 멈춘 것도 호시우미였다. 자신은 자신의 일로 벅찬데도 호시우미는 남을 잘 본다. 좋든 나쁘든 스스럼없이 다가가, 정면으로 말을 던진다.
그것이 히루가미에게 세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때, 호시우미의 배가 성대하게 울렸다.
꼬르륵 소리에 견디지 못한 히루가미가 폭소를 터뜨린다.
"아하하…… 잠깐, 타이밍 최고……."
"너, 웃지 마!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후훗, 확실히, 흑……. 나도 아무것도 못 먹었어……."
"사치로!"
호시우미가 덤벼든다. 사쿠사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이제 됐어, 알아서 해. 반쯤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니 갑자기 웃음소리가 그쳤다.
호시우미가 음식 얘기를 하니 사쿠사까지 배가 고파졌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자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치 채보니 상당히 배가 고팠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목도 바싹 말라 있다.
"응, 이거."
꾹, 사쿠사의 뺨에 짓눌리는, 랩에 싸인 주먹밥. 또 호시우미의 참견인가, 하고 곧바로 시선을 돌린다.
사쿠사의 시야에, 눈앞에 선 두 신발만이 보인다.
"난 남이 맨손으로 쥔 건 먹지 않아."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제대로 랩 너머로 쥐고 만들어 준 거야."
"…………하?"
들린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 순간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럴 리 없다. 사쿠사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주먹밥을 들이대며 코모리가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하?"
넉넉하게 3초, 사이가 벌어졌다.
호시우미와 히루가미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입을 벌리고 놀라 있다. 코모리를 가리키는 호시우미의 목소리는 떨렸다.
"너, 너, 어, 어디서……!?"
"내 착각이 아니라면 눈을 깜박이는 사이 나타났는데……?"
히루가미가 머리를 누른다. 코모리는 유난히 큰 배낭을 짊어지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렇구나. 이쪽에서는 그렇게 등장하는구나?"
영차, 엉뚱한 대사와 함께 코모리가 배낭을 내린다. 그 속에는 수많은 주먹밥과 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일단 여러 가지 전해야 할 말이 있으니까 이쪽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야?"
완전히 소외된 세 사람의 기분은 조금도 모른 채, 코모리는 바로 현관으로 올라간다. 황급히 뒤쫓던 호시우미와 히루가미는 홀로 현관에 선 채로 있던 사쿠사를 돌아봤다.
"뭐야, 키요오미. 와."
"시끄러워."
말과는 달리 사쿠사는 코모리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호시우미와 히루가미는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 웃는다.
"봐, 역시 외로워했잖아."
*
현재 위치 일람
<쌍둥이섬・앞면 형섬>
・합숙소=오이카와, 하나마키, 야하바, 쿄타니, 카와니시, 코즈메, 스나, 츠키시마, 야마구치, 모니와, 시라부, 고시키, 코가네가와, 야쿠, 하이바, 아츠무, 스가와라, 니시노야, 아카아시, 후타쿠치, 히나타
<쌍둥이섬・뒷면 형섬>
・합숙소=세미, 마츠카와, 엔노시타, 아오네, 히루가미, 킨다이치, 카게야마, 이와이즈미, 사와무라, 코노하, 쿠로오, 텐도, 아즈마네, 호시우미, 타나카, 사쿠사, 오사무, 쿠니미, 키타, 보쿠토, 우시지마, 코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