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섬의 저주【HQ 호러】4
双子島の呪い【HQホラー】4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3864970
쌍둥이섬 아우섬 서쪽 방향
항구에서 서쪽 길로 나아가는 모니와, 시라부, 고시키, 코가네가와 네 사람은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을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나아갔다.
조금 걸어보고 알게 된 것은, 역시 이 아우섬의 구조는 이웃한 형섬, 조금 전까지 그들 일행이 있던 장소와 똑같다는 것이다.
"……화장실 장소까지 똑같아."
모니와가 손전등으로 공중 화장실을 비춘다. 담력 시험 때 1조가 쉬고 갔던 공중 화장실도 예외 없이, 형섬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있었다.
"무슨 일일까요? 우연?"
"그렇진 않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코가네가와의 말을 모니와가 부드럽게 부인한다.
시라부가 공중 화장실의 뒤쪽에서 고시키와 함께 얼굴을 내비쳤다.
"모니와 씨, 잠깐."
불려가자, 그곳에는 「출입 금지」 간판이 있었다. 그 앞에는 너덜너덜해진 현수교가 금방이라도 바다로 떨어져 버릴 것처럼 맥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형섬과 아우섬은 역시 이 현수교로 연결되어 있구나."
"하지만 이래선 건널 수 없어요. 사라진 녀석들이 다리로 건넜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저희처럼 배로?"
고시키의 질문에 시라부가 고개를 흔든다.
"아니, 항구에 있던 배는 우리가 타고 온 게 전부였어. 배로 왔다면 그 녀석들이 탄 배가 항구에 없을 리 없어."
"그럼 헤엄쳐서……."
코가네가와가 말을 꺼내고, 고개를 떨어뜨린다.
"왔을 리 없죠."
끼익, 바닷바람에 흔들리며 현수교가 울었다. 다리도 배도 아니라면 사라진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했을까.
"이런 건 어떻습니까."
시라부가 현수교 너머 형섬을 비춘다.
"처음부터, 다들 형섬에 있던 겁니다. 애초에 이동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동 수단이 없어도 설명할 수 있어요."
모니와가 팔짱을 끼고 신음한다.
"그래도 그렇게 찾아서 아무도 없었는데?"
"모르잖아요. 합숙소에 숨겨진 방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찾지 못했을 뿐."
스스로 말하면서도 시라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합숙소는 샅샅이 뒤졌다. 그런 다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 아우섬조차, 사라진 그들의 이동 수단이 없다면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앗. 그럼 혹시 또 다른 섬이 있다는 가능성은 없슴까?"
"다른?"
모니와가 묻자, 코가네가와는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네! 그야말로, 누이섬이나 오라비섬이나 그런 거."
"아니, 그러면 삼둥이섬이나 사둥이섬이 되잖아."
고시키가 어이없는 얼굴로 한숨을 쉰다. 모니와가 쓴웃음을 지었다.
"응, 쌍둥이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섬은 두 개가 분명하다고 생각해. 현수교도 여기밖에 없고, 다른 섬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 것 같아."
"그, 그렇네요……!"
개라면 귀가 늘어졌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낙심하는 코가네가와.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는 모습이 흐뭇해, 모니와는 이런 상황이지만 가슴이 따뜻해졌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다면, 안개네요."
시라부가 공기를 잡듯 손을 움직인다.
"계기는 짙은 안개였다. 그렇다면, 모두가 사라진 원인은 그 짙은 안개에 있었다."
"……그래도, 안개가 어떻게 모두를 사라지게 합니까?"
"글쎄. 안개 저편이 이세계에라도 이어진다면 설명이 돼."
"확실히 야하바 군의 이야기로는, 안개에 휩쓸려 사라졌다고 했지."
"그럼 그 안개는 이세계로 연결된다……?"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코가네가와를 보며, 시라부는 어깨를 으쓱인다.
이래서는 삼둥이섬과 사둥이섬이 더 설득력 있다. 그러나 현 상황과 야하바의 이야기를 연결하면, 이세계 존재설이 가장 모순이 없다.
모니와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안 되겠어. 어쨌든 지금은 이 섬을 탐색하자. 이세계가 있는지는 일단 두고."
"그렇군요. 저도 그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니와가 스마트폰의 시계를 확인한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여기가 형섬과 완전히 같은 구조라면 앞에 휴게소가 있어, 반환점이 되는 장소에 사당이 있을 것이다. 동쪽으로 도는 야쿠 일행과 거기서 합류해, 중심부를 보러 간 스가와라 일행을 도중에 주워 항구로 돌아간다.
바다 위에서 본 형섬의 짙은 안개도 걱정이다. 이곳 아우섬에 아무 일도 없다면, 일찌감치 끝내고 그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니와가 손전등을 들고 현수교를 돌아본다.
마치 네 사람의 불안을 부채질하듯, 바닷바람을 맞은 그것은 흔들흔들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쌍둥이섬 아우섬 동쪽 방향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장신이 둥글게 둘러본다. 하이바의 말대로 항구를 빠져나온 이후 여기까지 이렇다 할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츠무가 초조하게 땅바닥의 조약돌을 찬다. 풀숲으로 굴러간 그것은 마른 풀 속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쪽, 아니었구마. 서쪽이 휴게소라든가 현수교라든가, 이것저것 있다."
"……아, 그런가. 이쪽은 현수교가 서쪽에 있구나."
아츠무의 말에 코모리가 생각난 듯 말한다. 야쿠는 머릿속으로 형섬의 지도를 전개하고 있었다.
"형섬의 현수교는 동쪽에 있었으니 아우섬은 반대가 되지. 저쪽은 동쪽, 이쪽은 서쪽이 현수교로 이어져 있어."
"그렇네요. 경치가 완전히 똑같으니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말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코모리.
여기가 형섬과 똑같은 구조라면 (십중팔구 그럴 거라고 모두 생각하지만) 동쪽으로 도는 루트에는 사당까지 아무것도 없다.
걸어가며, 아츠무가 발등을 내려다본다.
"길이 있다는 건 사람의 손으로 정비되고 있다는 기다. 뭐 때문에 이렇게 꼭 닮은 섬으로 만들 필요가 있던 기가."
"확실히. 정비한 것에 비해 지도에는 실려 있지 않고."
코모리도 동의한다.
"시라부 군이 발견한 자료에 『똑같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
"아, 그 징그러운 녀석?"
하이바의 물음에 야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똑같이 만들 예정이었어. 하지만 그 도중에 어떤 불편이 생겨서…… 섬을 폐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나는 생각해."
아츠무와 코모리가 서로 마주본다.
"그, 제물이라는 단어는?"
"나도 확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뭔가…… 사람이 사라진 건 아닐까. 지금의 우리처럼."
사라진 인간.
즉, 제물.
"지금 이 상황이 『입구가 열린』 상태로, 사라진 사람들은 『제물』이 된다……. 지나친 생각일까."
그렇게 말하고 쓰게 웃는 야쿠의 말을, 아츠무도 코모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딜 어떻게 연결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 녀석들이 이 섬에 없다면 우리에게는 속수무책이야."
"……그런 건 모르잖아요."
하이바가 말했다. 답지 않은 야쿠의 약한 모습에 가슴이 꽉 조여들었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없어도 다시 찾으면 되잖아요!"
"……리에프."
비취색을, 야쿠가 올려다본다.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두 초록은 별처럼 보인다.
"사람이란 부정적으로 상상하는 생물이래요. 그건 본능이고, 당연한 것."
이번에는 코모리가 그렇게 말했다. 하이바의 등을 툭,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적어도, 키요오미네는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게 어딘지 알믄 고생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츠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야쿠는 눈을 몇 번 깜박이며, 후, 숨을 내뱉었다.
"……그렇지. 미안, 어두운 말 해서."
"아뇨."
성실하게 그렇게 대답하고, 코모리가 웃는다. 그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야하바 군 말로는 안개 속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그 『입구』라는 게 예의 안개라고 생각하면, 여러 가지 앞뒤가 맞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야?"
"왜, 항구나 다리가 이동 수단이라면 『입구』처럼 애매하게 쓰진 않잖아요. 수기로 남기려면 정보는 자세한 게 좋은데, 애매하게 『입구』로 썼다는 건 쓴 본인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코모리의 말은 흐르듯 이어졌다.
"『입구』가 그 짙은 안개, 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설명이 돼요."
"있을 수 있는 이야기구마."
아츠무가 조용히 동의했다.
"안개에 쫓겼을 때, 안개 너머로 보통이 아닌 기척이 있었다. 그건 평범한 안개가 아니래이."
"……그, 그림."
문득, 야쿠는 떠올린다. 수기와 함께 시라부네가 찾아온 그림이다. 사당에 있었다는 섬뜩한 벽화가 같은, 괴물의 그림.
"싫은 예감은 하고 있었다. 케도 피 냄새에, 그 그림에, 제물……. 거기까지 갖춰졌으믄 이제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다."
사람을 먹는 괴물이 그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아츠무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까.
하이바는 등에서 뛰어오르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예의 그림 속, 괴물에게 먹히는 인간이 생각난다.
"도착했다."
선두를 걷고 있던 아츠무가 멈춰 섰다. 항구 반대편에 있는 사당에 도착해 있던 것이다.
산 위로 이어지는 계단과 토리이.
그리고 서쪽으로 이어진 길에, 불빛이 흔들려 보였다.
모니와 일행이었다.
"아, 있다 있다."
팔랑팔랑 손을 흔드는 모니와. 그들은 항구에서 헤어질 때와 똑같이 네 명이다. 즉, 서쪽에도 동쪽에도 사라진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도 야쿠 일행을 보고 그것을 깨달은 듯했다. 난처한 듯 눈썹을 낮추며, 모니와가 말했다.
"……스가와라 군과, 합류할까."
*
쌍둥이섬 아우섬 합숙소
"대체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형섬의 합숙소와 똑같은 건물.
관내 역시 동일한 구조였다.
아카아시는 만약을 위해 전기가 통하는지 확인했지만, 역시 불이 들어오지 않아 손전등으로 복도를 비추고 있다.
"내부 구조도 전부 완전히 똑같아."
스가와라가 돌아왔다. 대강 관내를 확인하고 온 참이었다.
니시노야가 식당 테이블을 슥 쓸어내린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은 것은 좋지만, 사용하지 않은 채 이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걸까.
"이쪽!"
후타쿠치가 자료실에서 얼굴을 내민다. 세 사람이 향하자, 자료실 책상 위에 대량의 파일이 쌓여 있었다.
"이거, 형섬에 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야. 봐봐."
후타쿠치가 그중 한 권의 파일을 집어 들었다. 책등에는 『쌍둥이섬 관광객 유치 프로젝트 개요』 라고 적혀 있다.
"분명 형섬 쪽에 있던 건 섬의 역사였지."
"네. 특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선반 속에 숨겨져 있던 수기 외에는."
말하며, 아카아시가 파일을 넘겼다.
상한 종이 특유의 냄새가 난다. 보존 상태는 좋지 않지만, 글씨를 읽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군. 이 형섬을 빼닮은 건물은 관광 정책의 일환으로 지어졌나."
파일 내용은 이렇다.
쌍둥이섬은 원래 같은 형상을 한 두 섬의 총칭이었다. 하지만 섬을 사들인 지자체가 쌍둥이섬을 관광지로 내놓기 위해, 섬 내 구조까지 쌍둥이로 만들고자 계획했다.
같은 길, 같은 건물, 같은 형태의 섬. 화제성은 충분히 있었다.
이리하여 지자체에 의한 섬 내 정비가 시작되며, 도로 공사 및 시설 건설이 이루어졌다.
쌍둥이섬이 완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혼슈에서 페리도 무사히 개통되어, 일반 고객에 공개하기 전에 프리오픈으로서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한 초청 행사가 열렸다.
이 정책에 관여한 지자체 관계자, 건설사 인력, 현장 근로자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은 행사 당일에 일어났다.
참가자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쌍둥이섬이 짙은 안개에 휩싸인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페리는 혼슈로 귀향할 수 없었고, 참가자들은 그대로 쌍둥이섬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로 사람이 사라졌다. 마찬가지야."
니시노야가 자료에서 얼굴을 든다.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짙은 안개 속, 사람은 차례차례 사라졌다. 피 냄새, 그리고 무언가가 있다는 섬뜩한 기색. 미칠 듯한 상황에서, 당시 생존자들은 어떠한 책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건가."
파일 안에 끼워 넣어진 듯, 유난히 오래된 책이 들어 있었다. 부패도 심하고 냄새도 지독하다. 파일 내용보다 훨씬 오래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섬 전설."
스가와라가 간신히 읽을 수 있었던 표지의 한 문장을 입에 담았다. 쌍둥이섬이 지자체에 매입된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그야말로 쌍둥이섬이 무인도가 되기 전에 쓰인 듯했다.
"식인신…… 신앙……?"
읽어 내려가던 스가와라는, 오싹함을 느꼈다.
책에 그려진 것은 예의 섬뜩한 그림과 같은 것이었다.
쌍둥이섬은 원래 같은 형태의 섬이 이웃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자연계에서 같은 형태의 섬이 두 개 존재하고 있는 상태는 기적에 가깝다. 쌍둥이는 불길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에는 그 기적의 쌍둥이섬도 불길한 섬으로서 공포의 존재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페리도 없어, 혼슈와 오갈 수단이 없다. 도민들은 그 저주의 섬에서 살아야 했다.
다만 쌍둥이가 불길의 상징일 뿐이었다면, 도민들이 쌍둥이섬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민이 두려워한 것은, 그 『불길』이 결코 상징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섬에는, 괴물이 숨어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괴물이.
그것은 같은 형태의 섬이 두 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난 괴이였다. 괴물은 안개를 통해 사람을 낚아채고, 잡아먹는다. 도민은 겁을 먹어, 괴물을 화나게 하지 않도록 제물로서 인간을 바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도민의 인구를 유유히 넘는 빈도로, 괴물은 계속 인간을 잡아먹었다.
결과, 쌍둥이섬에서 인간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을 먹는 신……. 괴물을 그렇게 숭상하고 두려워했다는 겁니까."
불쾌한 얼굴로 아카아시가 말했다. 스가와라도, 후타쿠치도, 니시노야조차 파랗게 질려있다.
"『완전히 똑같다는 조건은 잠시 기묘한 시공의 왜곡을 낳는다. 또 하나의 쌍둥이섬, 그것이 쌍둥이섬 전설의 시작이었다.』 ……또 하나의 쌍둥이섬은 무슨 의미지?"
니시노야가 파고들 듯 책을 바라보았다.
"기묘한, 시공의 왜곡……?"
후타쿠치가 중얼거린다. 스가와라는 움찔했다.
있을 수 없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종이."
"네?"
"종이, 없어? 아무거나 두껍지 않은 거."
"있습니다."
재빨리 아카아시가 메모를 꺼냈다. 자료실에 나뒹굴던 연필을 잡은 스가와라가 거기에 원을 두 개 그린다.
"알겠어? 이쪽이 형섬이고, 이쪽이 아우섬."
이웃하여 늘어진 원. 이것이 쌍둥이섬의 간이 지도라는 거겠지.
"기묘한 시공의 왜곡이란 뭘까 생각했는데."
"……네."
시공, 즉 시간과 공간. 평면과 입체.
있을 수 없어, 그런 건. 그렇게 생각해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스가와라가 메모를 머리 위로 치켜든다. 그린 두 개의 원이 뒤쪽에서 비쳐 보였다.
아카아시가 눈을 부릅뜬다.
"……또 하나의 쌍둥이섬……. 그런 건가."
"즉 무슨 소리야?"
재촉하듯 니시노야가 말한다. 후타쿠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입체와 평면…… 시공의 왜곡……. 즉, 앞면과 뒷면이야."
"하?"
후타쿠치가 스가와라가 가지고 있던 메모를 잡는다. 스가와라가 그린 쪽을 위로 해, 책상에 올려 보인다.
"이쪽이 우리가 있는 앞면의 쌍둥이섬."
그리고, 종이를 뒤집는다. 희미하게 연필 선이 보인다.
"이쪽이 뒷면의 쌍둥이섬. 즉, 또 하나의 쌍둥이섬이다."
"…………뒷면의, 쌍둥이섬."
하아, 아카아시가 얼굴을 감쌌다.
"터무니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손가락 틈새로 아카아시의 눈동자가 보인다.
"짙은 안개는 앞면의 쌍둥이섬과 뒷면의 쌍둥이섬을 잇는 『입구』. 그리고 아마 사라진 사람들은 여기가 아닌 뒷면의 쌍둥이섬에 있다."
"……이세계, 라는 거야?"
"저렴하지만, 뭐, 간단히 말하면 그렇게 돼."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니시노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바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리석은 말이라고 일축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형섬 어디를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것도 전부 설명이 되어 버린다.
스가와라가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만약, 만약 모니와 군과 야쿠 군이 돌아와 이 섬에 아무도 없을 경우엔 쌍둥이섬・뒷면설이 단숨에 농후해져."
그때, 마치 타이밍을 가늠한 듯 발소리가 들린다.
모니와 일행이 돌아온 것이다. 네 명이 입구로 달려가자, 거기에는 어두운 얼굴을 한 8명의 모습이 있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섬에 사라진 사람들은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고.
*
쌍둥이섬 형섬 합숙소 입구
쿄타니는 창틀에 손을 얹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우섬으로 향한 스가와라 일행의 등은 벌써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파도 소리와 공포로 까슬까슬한 심장을 어루만지는 듯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스읍, 공기를 들이마신다.
"……나냐, 피 냄새."
"아직 안 나."
곁이 주저앉아 묻는 야하바에게 그렇게 대답한다. 아직이라고 대답한 것은, 앞으로 언제 짙은 안개가 될지, 그 공포스러운 안개가 언제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야하바는 몸을 떨며 용구실에서 빌려온 걸레를 움켜쥐었다. 싸울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무엇과 싸우는지, 자신도 잘 알 수 없었지만.
"너희 이 틈에 자지 않아도 돼?"
하나마키와 함께 오이카와가 찾아왔다. 두 사람 모두 이 현관 앞에 눌러앉을 생각인 듯 주먹밥 몇 개와 물을 들고 있다.
쿄타니가 그것을 일별하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수한 번견 같네."
오이카와의 말은 놀림이 섞여 있었지만, 쿄타니가 그 자리를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던 모양이다. 쿄타니의 옆에 주먹밥을 하나 놓아준다.
"……다른 녀석들은?"
"억지로 이불에 처넣었어. 쉴 때는 쉬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가리키는 하나마키. 다른 모두는 위의 홀에 있을 것이다. 야하바도 망설였지만, 어차피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휴게소에서 거의 기절하는 형태로 의식을 잃었으니 남들보다는 수면을 취했을 터다.
"……이걸로, 아우섬 쪽에 모두가 있어 준다면 만사 해결일 텐데."
펼쳐진 밤바다, 그 너머로 떠 있는 아우섬 쪽을 보며 오이카와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희망적인 관측일 뿐이지만, 그것은 절실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쿄타니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희미하지만 쇳냄새가 습한 공기에 섞이기 시작한다. 바깥의 경치는 서서히 하얘지기 시작했다. 쿄타니가 돌아본다.
"……온다."
짙은 안개다.
그것은, 합숙소를 뒤덮듯 퍼져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이곳으로 피신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듯하다.
오이카와와 하나마키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야하바가 황급히 그 팔을 잡아당기며 말린다.
"잠깐!? 뭐 하는 겁니까, 너무 위험하다고요!"
"괜찮아. 그런 위험한 짓 안 하니까."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
부드럽게 야하바의 팔을 떼어내는 하나마키와, 돌아서서 입술을 핥는 오이카와. 야하바는 또 자신의 팔을 붙든 사쿠사처럼 두 사람이 사라져 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오이카와는, 합숙소 입구와 바깥 경계선 아슬아슬한 곳에 서서 양팔을 벌려 보였다. 마치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알리듯이.
"……언제든지 와라."
펼친 오이카와의 왼팔을 하나마키가 잡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실내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세다.
안개가 꿈틀거리고, 그리고, 이쪽을 향한 것처럼 보였다.
오이카와를 인지했다. 야하바는 그렇게 느낀다.
오이카와의 손끝에 차가운 안개가 스친다. 그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찢어질 듯한 공포와 한기. 그것을 꾹 참고, 발을 버텼다.
"맛키!"
"오케이!"
신호와 함께 하나마키가 힘껏 오이카와를 잡아당긴다.
눈이 무너지듯 현관 앞으로 무너져 내리는 두 사람. 오이카와는 안개로부터 손을 떼기 직전, 손바닥에 쥐고 있던 것을 확 놓았다.
하나마키가 현관문을 힘껏 닫자, 쾅, 큰 소리가 난다.
"……됐다."
오이카와가 오른손을 벌려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을 보고, 하나마키가 "좋아." 라고 중얼거린다.
"저, 저기, 뭘……."
이해가 미치지 못한 야하바가 묻자, 오이카와는 무릎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
"그 안개, 모두를 삼켰잖아. 그럼 안개를 통해 휘말린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안개를 통해서?"
"그래."
오이카와가 손에 쥐었던 것은 간단한 편지였다. 사라져 버린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를 움켜쥐고, 안개에 팔이 닿는 순간 놓는다.
"뭐, 원래는 코즈메 군의 생각이지만."
"잘 갔으면 좋겠네."
현관 유리 너머를 바라보는 하나마키. 편지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면 작전은 실패지만, 짙은 안개 탓에 곧바로 확인할 수도 없다.
날이 개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으려고 두 사람은 현관의 작은 단차 위에 앉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불쑥, 옆의 쿄타니에게만 들릴 것 같은 목소리로, 야하바가 말했다.
"나 같으면 한 번 휩쓸릴 뻔했으면 두 번 다시 그렇게 할 수 없어. 오이카와 선배, 역시 무서워……."
저렇게 될 수 없다. 야하바 속에서 뚜렷한 선이 생긴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오이카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솔직하게 존경할 수 있다.
"……흥."
쿄타니의 퉁명스러운 맞장구가, 지금은 조금 기뻤다.
*
쌍둥이섬 형섬 합숙소 홀
"츳키, 일어나 있어?"
"일어나 있어."
꼬마전구뿐인 희미한 어둠 속에서 츠키시마의 담백한 대답이 들렸다. 옆 이불에서도 살짝 일어나려는 기색이 역력해, 야마구치도 몸을 일으킨다.
"……자고 있으라고 했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아."
"그야 이런 상황에서 푹 잘 수 있는 게 이상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츠키시마는 조금 떨어진 이불에서 자고 있을 카와니시와 스나를 본다. 둘 다 눈을 뜬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잠들 수 없을 것이다.
코즈메에 이르러서는 이불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자료실에 있던 예의 자료를 읽고 있었다.
"……코즈메 씨,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이라도?"
츠키시마가 곁에 놓아둔 안경을 쓴다. 카와니시와 스나도 상체를 일으켜, 베개에 턱을 괴고 보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 『입구』가 열렸나 싶어서."
"……무슨 말인가요?"
야마구치가 묻는다.
"똑같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차이를 만들어 『입구』를 닫았다. 거기까지는 이 글로 상상할 수 있어. 하지만, 또 이렇게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입구』가 열리는 타이밍이 있었다는 거잖아."
"……확실히."
"똑같지 않았던 것이 똑같아져 버렸다는 겁니까."
츠키시마의 말에 코즈메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자료의 지면을 살짝 덮는다.
"산사태나 뭔가로 섬의 모양의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흔적도 없어."
"……즉, 섬의 내부에서, 인위적으로, 무언가가 바뀌었다."
스나가 코즈메의 말을 잇는다. 카와니시가 숨을 내뱉었다.
"그건, 범인 찾기잖아."
"담력 시험 중 누군가가 무언갈 했다면, 범인 찾기가 되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스나에게, 카와니시는 당황했다.
"딱히, 원인이 어떻든 누구 탓이든 나는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좋다니."
"살아서 돌아가면 그걸로 만사 오케이."
그렇잖아, 라는 스나. 너무나도 표정이 변하지 않아, 카와니시뿐만 아니라 츠키시마나 야마구치, 코즈메마저도 허를 찔린 듯 굳어졌다.
범인 찾기 따위 기분이 나쁘다. 요컨대, 전원이 살아 돌아가면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스나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뭐, 괜찮지 않아?"
"드무네요. 코즈메 씨가 그런 위로 같은 말을 하다니."
"별로, 위로는 아니지만."
코즈메는, 이번에는 사당에 있던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최종보스를 물리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으면,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
"최종보스……?"
"그 사당에 있던 그림, 여기 그려진 괴물. 아마 제물은 이 괴물에게 먹혔다고 생각해. 괴물이라면, 물리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어."
스나와 카와니시가 얼굴을 마주 본다.
"의미심장한 회화, 숨겨져 있던 아우섬의 존재, 제물, 입구……. 수수께끼 같은 정보가 너무 많은 주제에, 자료실에는 이것밖에 단서가 없었어. 그렇다는 건 분명 과거에 무언가 이 섬에 전해 내려져오는 것이 있었지만, 그것을 감추고 싶은 누군가가 모든 것을 말소하려고 한 거겠지."
츠키시마가 고개를 든다.
"그러니까 눈에 띄는 곳에는 평범한 섬의 역사밖에 없던 거군요. 괴물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다."
"그래. 그리고 숨기기에 절호의 장소가 있었어. 그것이……."
"옆에 있는 아우섬이었다는 건가."
카와니시가 말한다. 코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기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기술은 전부 아우섬에 숨기고, 그 아우섬을 섬째로 봉쇄한다. 이로써 증거는 완전히 봉인된 거야."
"그럼 어떻게 이쪽 섬의 자료실에 이런 것이……?"
야마구치 물음에 답한 것은 코즈메가 아니라 스나였다. 스나는 이미 이불에서 완전히 일어나 있었다.
"은폐에 전원이 찬성한 게 아닌 거야. 그래서 형섬으로 자료를 일부 가져왔어. 들키지 않도록 선반 뒤에 숨기고."
"누군가 눈치채게 하기 위해서, 말이지."
사르르, 코즈메의 금발이 흐른다.
카와니시는 창밖의 안개가 짙어진 것을 깨달았다.
"……아마, 아우섬에는 좀 더 자세한 자료나 뭔가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 아카아시네가 그걸 찾아내면 단서는 더 많아져."
"……인원이 많은 쪽이 좋겠네."
스나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 그러니까, 나는 괜찮다고 말했어."
코즈메는 말을 맺고 자료를 이불 위에 놓았다.
괴기 현상에 말려 들어 좋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맞들 힘이 많을수록 해결의 길은 가까워진다. 그러니까, 이번에 휘말린 것이 자신들이라면 자신들은 해결의 오솔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원인이 누군가에게 있었다고 해도, 누구도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다 같이 돌아가면 된다. 스나가 말한 대로다.
결국 코즈메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꽤 우회해서 설명해 준 거겠지.
츠키시마는 그것을 깨닫고, 이 사람도 대개 귀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씨와 하나마키 씨, 잘 됐을까요."
창밖의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야마구치가 그렇게 말했다.
조금 전 코즈메가 말한 안개 너머 간섭은 모종의 실험에 가까웠다.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기가 안개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이카와는 쾌히 승낙했다. 그렇다기보다도,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하나마키가 서포트하겠다고, 그 역시 즉답이었다.
그때, 탁탁 계단을 뛰어오르는 발소리.
잠시 후, 야하바가 홀에 뛰어들어 왔다. 깔아놓은 이불 틈새를 능숙하고 비집고 그들에게 찾아온다.
"……돼, 됐어."
무릎을 짚고, 야하바는 말했다.
"종이, 없어졌어."
"……뭐."
"오이카와 선배의 편지, 제대로, 없어졌어……!"
야하바는 울먹였다.
뒤늦게 오이카와와 하나마키, 쿄타니가 나타난다. 오이카와가 짙은 안개를 향해 던진 편지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그 자리에서 안개에 휩쓸려 사라져 있었다.
없어졌다, 기보다는 어딘가로 이동했다, 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코즈메 군의 말이 맞아."
오이카와가 손바닥을 움켜쥔다.
"저 안개는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어. ……그 안개가 『입구』야."
*
쌍둥이섬・뒷면 형섬 합숙소 식당
백골 시체에 뒤숭숭한 저주의 수첩, 그리고 현수교 너머로 이어져 있던 핏자국.
이 모든 것들을 연결지어 버리면, 필연적으로 사고는 최악의 방향으로 끌려간다. 그 증거로 전원이 식당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아플 정도로 조용했다.
히루가미가 발견한 수첩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분위기가 어색한 듯, 이와이즈미가 말을 꺼낸다.
"사당에 촛불도 없었다. 바람도 불지 않고, 바다도 이상해. 게다가 해골까지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여긴 평범하지 않아."
"하긴, 주위 모습을 보면 이 섬은 우리가 아까까지 있던 쌍둥이섬과는 달라."
쿠로오가 동의한다. 킨다이치는, 쿠니미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래도, 그럼 어디냐는 거지……."
진 듯 코노하가 뒤통수를 긁적인다. 보쿠토가 "아." 하고 손뼉을 친다.
"그럼 이제, 그거 아냐? 이세계! 적인!"
"……일리 있어. 라는 대사를 보쿠토에게 말할 때가 오다니."
쿠로오가 쓰게 웃는다. 꿈이라면 지금 당장 깨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일리도 뭐도 없어요. 사람이 안개 속에서 사라졌어요. 이 눈으로 봤습니다, 괴기 현상을."
호시우미가 말했다. 안개 속, 야하바가 사라진 순간을 보았다. 혹은, 야하바 쪽에서 보면 호시우미와 쿠로오가 사라지는 순간을.
사쿠사가 안개 속에서의 혼란을 떠올렸는지, 말없이 몸을 떨었다.
"만약, 만약이에요? 저희가 이세계에 와 버렸다고 합시다. 그럼, 돌아가야 해요.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엔노시타 군 말대로야."
텐도가 거드름 피우듯 손가락을 딱 울린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나? 그 힌트가, 친절하게 여기에."
똑똑, 텐도가 탁상 위의 수첩을 두드렸다. 히루가미가 눈썹을 찌푸린다.
"그 저주의 수첩이 뭐라고 그러시나요. 그저 뒤숭숭한 일기가 쓰여 있을 뿐이었습니다만……."
"괴물이라든지, 살해당한다든지……!"
일기 내용을 떠올리며 히나타가 파랗게 질린다. 그 옆에서 카게야마는 무뚝뚝한 얼굴인 채 다물고 있었다.
"뭐, 확실히 읽어서 기분 좋은 건 아니었제."
"그렇지만 중요한 정보원이래이."
오사무의 말에 동의한 것은 키타였다. 키타는 그대로 말을 잇는다.
"아우섬으로 간 녀석들은 모두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마지막에는 이거 쓴 녀석도 아우섬으로 가뿟다. 일부러 자신이 살해당하러 가는 의미를 생각해 봐라."
"……아우섬에는, 출구가 있다?"
세미의 말에 키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카와가 후우, 숨을 내쉬며 책상에 기댄다.
"과연. 여기에서 나가려면 아우섬으로 갈 필요가 있지만, 아우섬에는 『괴물』이 있다……. 목숨을 건 탈출극이라는 거네."
"그 백골은 괴물에게 습격받아 아우섬에서 도망쳐 온 건가."
사와무라는 기억의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그 해골을 떠올렸다. 분명 현수교의 핏자국은 아우섬 쪽에서 뻗어 있었다. 도망쳐 와서, 힘이 다했다는 거겠지.
아오네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하지만, 그럼 우리가 그 괴물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거잖아요!"
타나카가 말했다. 아즈마네의 안색은 새파랗다.
"우선 상대가 어떤 괴물인지 알고 싶네."
"……그런가."
쿠로오의 말에 우시지마가 조용히 말을 잇는다. 단서는 사당에 있던 예의 그림뿐이다.
"그 그림이 제대로 됐다면 괴물은 상당히 클 텐데요……."
"3조가 봤지? 어느 정도였어."
"……10미터 정도?"
타나카가 무표정으로 두 손을 모았다.
"실물 본 녀석 없나?"
"애초에 아우섬은 옆의 섬을 말하는 거잖아? 그럼 이쪽 섬에는 없는 거 아냐?"
이와이즈미가 말하자, 사와무라는 "확실히 그렇구나." 하고 납득한 듯했다.
"괴물이라면 살아 있겠지. 살아 있다면 죽일 수 있을 터다."
"과연 재팬, 말하는 게 달라……."
"하지만 우시지마 씨의 말이 맞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우시지마에 히나타가 중얼거렸지만,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와 비슷한 가치관인 모양이다. 히나타는 예상외로 든든한 파트너에게 용기를 얻는 기분이었다.
"모두 생각나는 유효한 퇴치 방법은?"
"정리할게요."
사와무라가 일동에게 묻는다. 엔노시타가 거의 다 쓴 연필과 메모를 가져왔다.
맨 처음으로 손을 든 것은, 보쿠토였다.
"네네! 불태운다!"
"불……인가. 숲으로 옮겨 붙으믄 산불이 나가, 그야말로 도망갈 곳이 없어질 기다. 게다가 대량의 기름이 필요하데이. 이 합숙소에 그런 게 있나?"
키타의 날카로운 지적에 보쿠토가 주춤했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다. 불이 나기라도 하면 괴물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불에 타 죽고 만다. 게다가 식량도 물도 없는 이 합숙소에 때마침 기름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입을 연 것은 마츠카와다.
"오컬트라면 그럴듯하게 소금이라든가?"
"악령퇴산! 적인."
소금을 뿌리는 동작을 쿠로오가 해 보인다. 그러나 키타는 고개를 저었다.
"이 합숙소에 그런 대량의 소금이."
"있을 리 없죠, 네."
알고 있었다, 고 마츠카와가 말했다. 이것도 기각이다.
"아, 그럼 그거다. 제령 주문 같은 데서, 이렇게, 좋은 느낌으로……."
"장난치고 있나?"
괴로워하던 보쿠토의 안도 뚝 끊긴다. 보쿠토가 이 이상 풀죽지 않도록, 코노하가 거들어 배를 내민다.
"뭐, 어느 것도 현실적이지 않지만 말이야, 애초에 괴물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떤 녀석인지도 모르는데 대책을 세울 방법이 없지."
"그것도 그렇군."
이와이즈미가 동의했다.
"그럼, 정찰하러 가 볼까."
"……뭐."
아즈마네가 경직된다. 일동에 긴박한 분위기가 감돈다.
"현수교도 건널 수 있을 것 같았어. 괴물이 어떤 녀석인지, 크기나 약점을 아는 게 쓰러뜨리기 쉬워."
"아니, 간단히 말하지만."
진정하라는 듯이 세미가 말을 끊는다.
"목숨이 달려있잖아. 일기를 본 바로는 꽤 위험할 것 같다고."
모두 살해당했다.
그 한 문장을, 설마 잊었을 리 없다.
우시지마가 입을 연다.
"그렇다. 죽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이러고 있어도, 일기처럼 아사할 뿐이다."
"그, 건 그렇지만."
"그렇다면 괴물을 죽이는 것이 지름길이다. 일기의 저자도 그랬듯이."
세미가 입을 다문다. 확실히, 이 일기를 쓴 사람이 무사했는지 아닌지를 떠나, 그는 아우섬으로 간 것이다. 돌아가기 위해서.
"아, 저기, 저도 괴물 죽이는 것에 찬성합니다."
조심스럽게 손을 든 것은 킨다이치였다.
의외의 인물에 마츠카와가 눈을 크게 뜬다.
"빨리 돌아가고 싶고요. 할 수만 있다면, 하겠습니다. 무섭지만 그래도 도움만 받고 있긴 싫고……."
안개 속에서 엔노시타에게 이끌려 도망치던 때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정말 의지만 하고 있었다. 공포에 발이 움츠러들어 끌려가는대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히나타 역시 손바닥을 바라보며, 꾹 움켜쥔다.
"저도."
고개를 들었다.
"저도, 합니다."
"히나타……."
후배의 믿음직스러움에, 사와무라가 짧게 웃었다.
"알았어. 괴물을 죽인다. 이 방향으로 가자."
"……오케이."
쿠로오가 대충 일동을 바라본다. 보쿠토가 팔을 걷어붙였다.
"좋아, 그렇게 정해졌으면 즉시."
"뭐, 기다려, 보쿠토. 전원이 아무런 작전도 세우지 않고 뛰어드는 건 무모해."
쿠로오에게 제지당해, 보쿠토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럼 어떡해."
"우선 정찰이야. 퇴치 작전은 그 후 제대로 세운다. 적은 인원으로 아우섬으로 정찰을 나간 뒤, 퇴치할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모두 현수교를 건너 이동한다."
"그렇군. 정찰반을 정해야 해."
이와이즈미가 팔짱을 낀다. 이 인선은 중요했다.
"체력 좋고 도망가는 속도가 빠르고, 무슨 일이 있을 때 냉정하게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녀석이 적임이야."
"그런 슈퍼맨 같은 사람, 있을까?"
텐도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만한 소질이 있다면 스파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로오가 히죽, 뻔뻔하게 웃는다.
"뭘 위해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는 거야."
합숙소 입구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네 명.
체력이 좋고, 도망가는 속도가 빠르고, 무슨 일이 있을 때 냉정하고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결국 그것을 모두 겸비한 인물은 없어, 그렇다면 담당을 나눠버리자는 것이 되었다.
"와카토시, 조심해……."
걱정스러운 듯 세미가 말한다. 우시지마는 스트레칭을 하며 담백하게 "아아." 하고 말했다.
그 옆에서는 보쿠토가 가볍게 점프를 하고 있다.
"보쿠토, 너 진짜 괴물 만나면 싸우려고 하지 마. 알았어? 꼭 도망가라?"
"알았어! 도망간다!"
마치 소풍 전 어머니 같다. 코노하의 기분도 알겠다고, 세미는 생각한다.
체력이 좋다는 이유로 우선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은 우시지마와 보쿠토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나머지 두 사람을 안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도망치는 속도가 빠르다, 고 하면 듣기 나쁘지만, 결국엔 발의 속도다.
선택된 것은 히나타였다.
"히나타, 정말 괜찮냐? 정말 정말로 괜찮겠냐?"
"네! 저, 아마 코트에서 제일 뛸 자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젠장, 후배를 보낸다니 한심하군."
"후배 선배는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기다."
분한 듯 말하는 타나카. 키타의 말은 지당했다. 오사무가 타나카의 옆에서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고 마지막, 가능한 괴물의 약점을 가지고 돌아올 정찰조의 두뇌로는, 키타가 선택되었다.
"키타 선배. 하지 않을 기라고 생각하지만, 터무니없는 짓은 하지 마이소."
"알고 있다. 살아 돌아오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키타가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오사무도 잘 알고 있다. 정작 키타 본인은 웅크리고 앉아, 정성스럽게 신발 끈을 다시 매고 있다. 유난히 자세가 좋은 등은 평소와 다름없다.
"알겠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도망쳐. 괴물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첫째는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거니까."
타이르는 듯한 사와무라의 어조. 벌써 몇 번이나 들은 말이지만, 그래도 히나타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금만 긴장한 표정으로, 네 사람의 등이 합숙소에서 멀어진다.
안개가 끼지 않았음에도 불온한 공기를 느껴, 아오네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모쪼록 무사하게.
배웅하는 전원의 마음속에는, 같은 생각이 있었다.
*
쌍둥이섬・뒷면 형섬 현수교 부근
"이건가."
굴러다니는 백골을 내려다본 우시지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게 느껴졌다. 키타가 점점이 계속되는 혈흔을 눈으로 쫓는다.
"현수교 너머가, 그 일기장에 있던 『아우섬』이구마."
백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모으는 키타. 보쿠토와 히나타는 이미 현수교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네. 그래도 싫은 느낌, 입니다."
건너편에 펼쳐져 있을 아우섬은, 이곳에서는 검은 그림자처럼 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섬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캄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처럼 보였다.
"간다."
한 발자국 보쿠토가 내딛자, 현수교가 삐걱거린다. 남자 고교생 4인분의 무게를 받아 나무판자가 흔들린다.
한참을 걷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땅을 밟는 느낌이 들었다. 현수교를 건넌 것이다.
눈앞에는 캄캄한 숲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아우섬……."
"여기다."
숲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핏자국. 키타를 따라가는 형태로, 네 사람은 시야 나쁜 와중을 나아갔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휘청이는 발걸음이 핏길로 전해지는 듯했다. 목숨을 걸고 도망간 거겠지.
"……뭐지, 이건."
우시지마가 땅을 비춘다.
흙이 부자연스럽게 긁힌 곳이 있었다. 잠시 후, 그것이 무언가의 발자국임을 깨닫는다.
"여기, 이쪽도."
이어 보쿠토가 나무줄기를 가리켜 돌아본다. 혈흔의 집착 지점이었다. 줄기에는 피와, 손톱자국 같은 상처가 나 있다.
"바람이 없는 만큼, 그대로 흔적이 남는 것은 고맙군."
"여기서 습격당해서 도망쳤다는 걸까."
얼굴을 찌푸리는 보쿠토. 손톱자국이 가슴 아프다. 이런 괴물이 이 어둠 속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 일기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발자국 크기로 보믄, 상대방도 꽤 크겠구마."
"으에, 10미터?"
"그건 너무 큰데. 적어도 2, 3미터는."
"진짜냐."
위를 올려다보는 보쿠토.
히나타는 발자국이 이어지는 끝을 응시한다.
"이거, 쫓아가면 괴물 있는 거 아니에요?"
"……둥지가 있다는 건가."
"네."
우시지마가, 발자국을 비춘다.
키타와 보쿠토가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보자!"
"조심해라."
발자국은, 큰 보폭으로 나 있었다.
그것은 숲을 빠져나가고, 길로 나왔다. 그대로 길을 횡단하여 석조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에 부착된 흙 자국을 통해 이 위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기, 이거 그 사당이지?"
"우리가 담력 시험 한 곳이다."
낯익은 토리이와 양옆에 늘어선 코마이누. 키타는 그 목을 고쳐주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목이 잘려 나갔을 코마이누의 석조는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아까까지 있던 곳과 완전히 똑같은 사당이다."
"……무슨 소리야?"
곤혹스러운 얼굴의 보쿠토. 키타는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이즈미가 말했군. 사당에는, 두고 왔을 터인 촛불이 없었다."
"그렇제. 게다가 여기엔 같은 사당이 있다. 쌍둥이섬…… 똑같은 섬이, 두 개 있는 기다."
"……그럼 역시 여긴 이세계인가요?"
히나타의 물음에 키타가 숨을 토해낸다.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이 가장 높다카이. 우리가 촛불을 둔 진짜 쌍둥이섬과 촛불이 없는 쌍둥이섬, 양쪽 다 존재한다."
"역시 그 안개가―."
보쿠토가 머리를 싸맨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면 이런 장소에 오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후회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될 것도 아니다.
히나타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왜 이쪽 쌍둥이섬에는 안개가 없을까요?"
"그 일기장에 쓰여 있던 기, 기억하나?"
웅크리고 앉아 사당을 쓰다듬는 키타. 히나타가 고개를 흔들자 대신 우시지마가 입을 연다.
"……『이쪽에서는 열 수 없다』."
"맞다."
돌아본 키타의 눈은 진지했다.
"아마 편도표겠제. 안개를 통한 이동은 일방통행. 그러니까 이쪽 세계에는 안개가 없다."
"즉, 돌아가는 방법은 이 섬에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군."
우시지마의 말에 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싸아, 나무가 흔들리는 희미한 소리가 났다.
보쿠토가 힘차게 얼굴을 든다. 공기가, 단숨에 팽팽해진다.
바람이 없는 이 섬에서 나무가 흔들릴 리 없다. 있다면 그 가능성은 단 하나다.
"……쉿."
키타가 검지를 세운다. 사당 뒤편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손전등 아래에서 비추는 끝에, 갈고리 발톱 같은 다리가 보였다.
"……나왔, 다."
히나타는 자신의 목소리가 쉰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목이 바싹 말라 한 발짝 물러나는 발소리. 조약돌이 돌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소리에 반응해, 커다란 손톱이 움직인다.
"엎드려!"
우시지마의 고함이 울린 것과 동시에 거의 반사적으로 히나타는 쭈그려 앉았다.
머리 위로 사람이 스쳐가며, 지독한 쇳냄새가 코를 스쳤다.
"윽."
"아래다!"
보쿠토가 참을 수 없어 코를 잡고, 키타가 계단 밑을 가리킨다. 네 명은 필사적으로 돌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배후의 그림자가 기묘한 소리로 울었다. 짖는지, 울음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불쾌감을 뒤섞어 억지로 귀에 꽂는 듯한 소리였다.
인간의 비명소리와 동물의 신음소리가 겹겹이 쌓여 폭력적일 정도로 공포를 부추긴다.
"하아, 하아!"
과호흡 일보 직전처럼, 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흐트러진다. 커다란 그림자와 발톱 하나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네 사람이 돌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괴물은 아직 중반쯤이었다. 네 개가 넘는 다리를 복잡하게 교차시키며 뒤쫓아온다.
돌아본 키타의 땀방울이 턱에서 흘러내렸다.
"현수교다! 어서!"
"달려!"
보쿠토가 외친다.
우시지마와 히나타 역시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괴물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진다.
불규칙하게 철벅철벅 움직이는 사지를 보며, 히나타의 머리에 싫은 상상이 스쳤다. 사당 그림에 새겨져 있던 막대 인간. 그 머리가 자신의 얼굴과 겹쳐, 황급히 떨쳐 버린다.
"안 된다. 따라 잡힌다!"
"젠장, 안 되나……!"
현수교까지는 아직 멀다. 게다가 공포로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도 있어, 예상보다 자신의 몸이 쓸모없음을 깨닫는다. 사람은 지나친 공포를 앞에 두면 본능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흔들리는 시야, 앞을 달리는 키타와 보쿠토, 그리고 우시지마.
히나타는 그 등을 바라보며 후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달리며 길가의 조약돌을 주워 든다.
그대로 그것을, 힘껏 움켜쥐었다.
"뭘, 하고 있지."
우시지마가 숨을 몰아쉬며 눈을 크게 뜬다.
뚝뚝 히나타의 손바닥에서 피가 떨어졌다.
"제가 시선을 끕니다!"
"하!?"
보쿠토가 황급히 돌아섰다.
"제가 가장 발이 빨라! 요! 아마 뿌리칠 수 있습니다!"
"아마, 로는 안 된다."
딱, 키타가 말했다.
"반드시 뿌리치지 않으믄 안 된다. 아마 같은 건 논외래이."
"……반드시, 뿌리칩니다."
움켜쥔 손바닥을 타고 피가 흐른다.
키타는 달리며 어깨너머로 등 뒤를 바라본다. 괴물은 조금만 더 있으면 따라잡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원 습격당해 죽고 만다.
『첫째는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거니까.』
출발 전에 사와무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히나타도 분명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어서, 그래서 이 제안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숲속이다."
키타는 조용히 말했다.
"몸이 큰 만큼 숲속으로 가믄 어느 정도 도망칠 수 있을 기다. 시선을 끌면 되는대로 숲속으로 도망가라."
"네, 네!"
"히나타, 꼭 돌아와."
앞을 향한 채 말한 것은 보쿠토다.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그 나름대로 이해한 듯했다.
그 등은 크고, 히나타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라면 뿌리칠 수 있다."
우시지마가 말했다. 다갈색의 눈동자가 히나타를 바라본다.
"……네!"
돌아서는 히나타. 향하는 괴물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쪽이다!"
피 냄새에 유혹되어, 괴물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현수교에 도망치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히나타는 일행과는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괴물의 옆을 지나쳐, 피 묻은 조약돌을 던졌다.
"나는 여기라고!"
의도대로 괴물은 히나타를 뒤쫓기 시작했다.
방향을 전환해 탁탁, 발소리가 다가온다. 히나타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나머지는 어디로 도망가느냐. 히나타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움직이며 생각한다. 괴물은 사당 뒤에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그 장소가 괴물의 둥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자리에 뭔가 더 단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걸 알면 가져갈 수 있는 정보는 더 늘어난다.
"사당이다!"
도망쳐 온 길을 되돌아가, 방금 뛰어내린 돌계단을 두 단씩 건너뛰며 뛰어오른다. 토리이를 지나 코마이누를 양옆으로 바라보며, 히나타는 사당 뒤로 돌아섰다.
뒤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숲이 펼쳐질 뿐이다. 고목과, 고엽과, 괴물이 있었을 자리에 부러진 가리가 있을 뿐이다.
"하, 하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괴물의 발소리가 가까이 들려 돌아본다. 사당을 사이에 둔 반대편에 이미 괴물이 따라붙은 것이다.
히나타는 숨을 죽이고 숲으로 도망치려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땅을 밟는 감각은 없었다.
"앗."
짧은 비명.
괴물이 들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유감에 휩싸인다.
떨어진다.
*
쌍둥이섬・뒷면 합숙소 입구
킨다이치는 합숙소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콘크리트는 차갑고, 땅바닥의 흙은 매우 건조하다. "하아." 하는 한숨에 쿠니미가 반응했다.
"너, 노골적으로 한숨 쉬지 마."
"아니, 쿠니미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데."
킨다이치가 대꾸하자 문에 기대어 있던 쿠니미가 옆에 걸터앉았다.
"정찰반에 뽑히지 않은 게 분하잖아."
"……딱히, 분하지 않고."
"오기."
"시끄러워! 분해, 분했습니다! 됐지, 이걸로!"
"안까지 목소리 들린다고."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돌아보자 카게야마가 서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을 들고 있다.
"……미안, 시끄러워서."
"그런데 왜 네가 일부러 와."
쿠니미가 눈가를 찡그리자 카게야마가 눈을 돌린다.
"상황을 좀 보고 오라고, 이와이즈미 씨가."
"……그 사람, 악의 없으니까 더 나쁜 거야."
한숨을 내쉰 쿠니미는 그대로 자신의 무릎에 턱을 괴었다.
"넌 분하지 않아?"
"하? 뭐가."
"파트너만 뽑히고 넌 집보기잖아."
쿠니미와 킨다이치의 나란히 앉은 등을 바라본 카게야마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한다.
"딱히, 분하지 않아."
"너까지 오기냐."
"……아니야. 진심으로 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카게야마의 말에 킨다이치가 시선을 돌렸다.
"납득할 만한 인선이었잖아. 보쿠토 씨도, 우시지마 씨도 체력이 있고, 키타 씨는 냉정하다. 그리고 도망치는 속도만으로는 나보다 히나타 쪽이 빨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와무라 선배가 말했던 살아남기 위한 인선이 그 네 명이잖아. 경기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면 분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야."
드물게 말을 잘하는 카게야마에게 놀랐는지, 킨다이치와 쿠니미는 굳어 있었다. 참을 수 없어져 카게야마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야."
"아니, 카게야마가 제대로 된 말을 하면 왠지 무서워져서."
"싸우자는 거냐."
점점 더 무뚝뚝한 얼굴이 되는 카게야마.
그러나 카게야마의 말은 잘 이해되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이제 싸우지 마."
"안 해. 그보다 싸움도 아니고. 너한테는 듣기 싫고."
"아니, 지금 건 이와이즈미 씨로부터의 전언."
"뭐야!"
아아, 정말, 하고 일어서는 킨다이치. 휘둘리고 있는 친구가 이상해, 쿠니미는 입을 다문다.
그때, 눈앞의 땅으로 시선을 돌려,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아까까지 저런 거 있었나."
"……? 뭐야."
"어라."
쿠니미가 가리킨 곳을 킨다이치와 카게야마가 확인하자, 둥글게 구겨진 종이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아까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날아왔을까도 생각해봤지만 바람이 없는 이 섬에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지. 뭔가 쓰여 있어."
주워 든 킨다이치가 주름진 그것을 주의 깊게 열어 펼친다.
그것은 한 장의 커다란 메모지였다. 무언가, 문장이 쓰여 있다.
킨다이치가 눈을 부릅뜬 것을 보고 쿠니미와 카게야마도 서로를 마주보고, 그 종이를 들여다본다.
『모두에게.』
문장은, 그런 한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이게 실제로 그쪽에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시험해보겠습니다. 만약 도착하면 안개를 통해 답장을 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안개."
쿠니미가 중얼거린다.
쿠니미는 그대로 먼저 발신인을 확인했다. 줄줄 쓰인 글의 맨 끝, 끝맺는 말 앞에 이름이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킨다이치와 카게야마가 고개를 든다.
세 사람은 그대로 다급하게 합숙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
현재 위치 일람
<쌍둥이섬・앞면 형섬>
・합숙소=오이카와, 하나마키, 야햐바, 쿄타니, 카와니시, 코즈메, 스나, 츠키시마, 야마구치
<쌍둥이섬・앞면 아우섬>
・서쪽=모니와, 시라부, 고시키, 코가네가와
・동쪽=야쿠, 하이바, 아츠무, 코모리
・중심부=스가와라, 니시노야, 아카아시, 후타쿠치
<쌍둥이섬・뒷면 형섬>
・합숙소=세미, 마츠카와, 엔노시타, 아오네, 히루가미, 킨다이치, 카게야마, 이와이즈미, 사와무라, 코노하, 쿠로오, 텐도, 아즈마네, 호시우미, 타나카, 사쿠사, 오사무, 쿠니미
<쌍둥이섬・뒷면 아우섬>
・도주 중=키타, 보쿠토, 우시지마
・???=히나타
→ 다음 페이지, 조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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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해설
쌍둥이섬의 구조에 대해 조금 까다로워 보충 설명입니다.불필요한 분은 건너뛰어주세요.
우선 쌍둥이섬은 『앞면의 쌍둥이섬』, 『뒷면의 쌍둥이섬』이 존재합니다.이 가운데, 이세계에 있는 것은 『뒷면의 쌍둥이섬』입니다. 『앞면의 쌍둥이섬』은 제대로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앞면의 쌍둥이섬』과 『뒷면의 쌍둥이섬』에는 각각 형섬과 아웃머이 존재합니다.
즉,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섬은 모두 네 개라는 것입니다.지금까지의 정보를 대충 네 가지로 나누면
・앞면의 형섬=모두가 처음에 상륙한 섬. 담력 시험을 하고 촛불을 둔 사당이 있는 섬.
・앞면의 아우섬=『쌍둥이섬 관광객 유치 프로젝트 개요』를 비롯한 자료가 은폐된 섬. 형섬과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뒷면의 형섬=실종된 사람들이 날아간 곳. 앞면의 형섬과 흡사하다.
・뒷면의 아우섬=괴물이 있다고 하는 섬. 앞면의 아우섬과 흡사하다.
즉, 네 섬은 모두 똑같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면의 쌍둥이섬에는 종종 짙은 안개가 발생하고, 바닷바람 등으로 현수교도 손상되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반면 뒷면의 쌍둥이섬은 안개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아 현수교는 문제없이 건널 수 있습니다.
이 근처가 알기 어려운 것 같아 일단 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