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쌍둥이섬의 저주

쌍둥이섬의 저주【HQ 호러】2

ykh_t 2022. 7. 15. 02:47

双子島の呪い【HQホラー】2 | 凪 #pixiv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3462734


쌍둥이섬 합숙소


 "안 된다. 아무 소리도 안 난다."
 험악한 얼굴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아츠무의 옆에서, 하나마키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시설 전화는 전부 사용할 수 없는 것 같다. 콜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연결도 되지 않은 모양이다.
 "전화도 못 하고, 페리도 없고, 드디어 끝났구나."
 고개를 떨어뜨린 하나마키. 의무실에서 시라부 일행을 돌보던 아카아시가 두 사람을 부르러 복도로 나온다.
 "저기, 안개가 아까보다 옅어져서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갈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뭐, 그렇지."
 "이렇게까지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이제 코즈메 일행이 합숙소로 뛰어들어온 지 10분은 지났을 것이다. 역시 1조 정도는 돌아오지 않으면 이상하고, 2조가 돌아와도 좋을 터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게다가 시라부 일행이 조우했다는, 피 냄새가 나는 짙은 안개. 사라진 사와무라와 마츠카와.
 불길한 상상을 하지 말라고 하는 편이 무리였다.
 의무실로 돌아오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세 사람과 곁에 서 있는 츠키시마, 코가네가와, 그리고 하이바의 모습이 있었다.
 "갈 거야? 밖."
 코즈메가 창 밖을 힐끗 보고 말했다. 어둠에 덮인 듯한 검정만이 거기에 있었다.
 "갈 수밖에 없잖아. 그 녀석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고."
 하나마키는 스스로 말하고, 무슨 일이라니 뭐냐고 머리에 스친 상상을 떨쳐 버린다. 아츠무가 곁에 놓여 있던 손전등을 집어들었다.
 "담력 시험 루트 더듬다 보믄, 누군가는 만날 수 있겠제."
 "나도 간다."
 침대에서 나온 것은 쿄타니다.
 하나마키가 눈을 치켜 뜬다.
 "너, 쉬는 게 좋지 않겠어?"
 "가장 코가 좋은 사람은 나다."
 무뚝뚝한 얼굴로 쿄타니가 말했다. 그러니, 자신을 데려가라고. 시라부와 코즈메는 얼굴을 마주본다.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공포 속으로 다시 뛰어든다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빨리 정해."
 후배를 걱정해서인지, 미적지근한 하나마키를 다그치는 쿄타니. 이와이즈미가 여기 있으면 때려서라도 눕게 했을까, 하고, 여기에 없는 동료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다.
 "알았어. 나와 미야와 쿄타니 세 명이 간다."
 "……괜찮습니까?"
 "글쎄."
 츠키시마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긴장한 듯, 하나마키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원래 8조에게 배부된 손전등과 3조가 떨어뜨리고 간 손전등 두 개를 들고 일어선다.
 "너희들은 여기에서 상처 치료와, 나머지는 뭔가 이렇게…… 이 현상을 타파할 만한 좋은 느낌의 무언가를…… 찾아줘."
 "좋은 느낌의 무언가……?"
 하나마키의 대략적인 지시에 코가네가와가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츠키시마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사해보라고, 하나마키는 말하고 있는 거겠지. 즉, 그것은.
 "알겠습니다."
 아카아시도 이해했는지 그렇게 말하고 수긍한다.
 바깥으로 향하는 세 사람을 입구에서 배웅할 때, 밖의 안개는 역시 조금 전보다는 옅어 보였다.
 쿄타니가 킁, 하고 냄새를 맡는다.
 "피 냄새는 안 나."
 "좋아. 가자."
 발끝을 땅바닥에 두드리는 아츠무. 손전등이 손 안에서 경쾌하게 회전한다.




 "좋은 느낌의 무언가라니, 뭔가요?"
 세 사람을 배웅한 뒤, 하이바가 아카아시에게 묻는다.
 "분명 괴기 현상의 단서가 될 만한 일을 조사하라는 거라고 생각해."
 "괴, 괴기 현상……."
 사악, 하이바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직 확정이 아닌 이상, 하나마키도 단언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카아시는 그대로 의무실에 돌아가, 왔을 때 쿠로오가 확인하고 있던 합숙소 지도를 꺼냈다.
 일동이 그것을 함께 들여다본다.
 "……자료실이 있네."
 코즈메가 중얼거린다. 무릎의 상처에는 네모난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합숙소에 자료실 같은 게 필요할까요?"
 "……원래는 합숙소가 아니었다고 생각해, 여기."
 하이바의 의문에 코즈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기에서 합숙이나 캠프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자체가 매입했기 때문이잖아. 그렇다면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그럼, 뭐가."
 이럴 때 전파가 있으면 빠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없는 것을 한탄해도 소용없다. 아카아시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부원을 파악해, 뇌 속에서 배정했다.
 "코즈메와 시라부, 츠키시마는 자료실에 가서 섬에 대해 조사해줘. 리에프와 코가네가와 군과 나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찾아볼게."
 츠키시마와 코즈메가 끄덕이고, 시라부는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아직 공포가 빠지지 않았지만, 마음을 달래기엔 조사가 딱 좋을 것이다.
 "저희는 뭐 하나요?"
 개처럼 코가네가와가 다가선다. 아카아시는 다테 공고의 후타쿠치가 코가네가와를 충견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그 말대로라고 생각했다. 결코 부려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솔직해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 아카아시의 첫인상이었다.
 "약이나 붕대나,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인원수만큼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식량도 확보해 두고 싶으니까, 요리를 할 수 있으면 고맙겠지만."
 아카아시는 거기서 한번 말을 끊는다.
 하이바와 코가네가와가 시선을 돌린다.
 "……그건 나중에 하자. 유감이지만 나도 요리는 할 수 없고."
 말하며, 애초에 이 합숙에 와 있는 사람 중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상사태에 식량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남고생, 더불어 부활동을 해온 자신들이 요리를 할 기회는 가정 수업 정도밖에 없다. 쿠로오가 말한 『자급자족』은 의외로 높은 장벽일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 저기 찾아볼게요!"
 "아, 그럼 저는, 저는……."
 "리에프는 여기 전기를 다 쓸 수 있을지 나와 확인하러 가자."
 아카아시가 지시를 내리고 일어서자, 하이바는 "네!" 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


쌍둥이섬 합숙소 부근 밖



 바깥은, 여전히 싸늘한 공기로 뒤덮여 있었다.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파도 소리가 으스스하게 반향한다. 쿄타니는 조금 전 사와무라와 마츠카와가 사라진 지점까지 와서, 다시 공기를 마셨다.
 "어때?"
 "안 나."
 아무 냄새도.
 하나마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비춘다. 이 앞으로 간 부원은, 누구도 합숙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인기척도 가까이에는 없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멈춰도 어쩔 수 없다. 얼른 간데이."
 멈춰 선 하나마키를 아츠무가 추월한다. 그 믿음직한 등에 하나마키는 격려받았다.
 "저기, 쿄타니. 그 피 냄새의 안개 속에 있던 무언가는 뭐야?"
 "……몰라."
 아츠무의 등을 보며, 쿄타니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하나마키는 목 뒤를 긁적이며 "그런가." 라고 한 마디만 그렇게 쏟아낸다.
 그때, 쿄타니는 그게 뭔지 이치로 생각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안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으니 당황했다. 시라부의 손을 잡고 달리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사와무라와 마츠카와가 사라져 있었다. 뒤돌아보고 둘이 없었을 때 등에 뻗은 오한은 잊을 수 없다.
 두 사람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이라고, 그것 또한 본능으로 이해한 것이다.
 "저기, 저거."
 그때, 아츠무가 멈춰 섰다.
 손전등에 비친 안개 너머에 희미한 그림자가 보여, 심장이 뛴다. 하나마키가 쿄타니를 돌아봤지만, 쿄타니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그것」은 아니다.
 "야!"
 아츠무가 그 그림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담력 시험의 루트에서는 상당히 벗어나 있었지만, 그림자는 아츠무의 목소리를 눈치챘는지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온다.
 쿵쿵 뛰는 심장을 억누른 하나마키는 그 안개에서 나타난 모습에 안도했다.
 "어라, 맛키."
 거기에 있던 것은 오이카와, 스가와라, 야마구치, 고시키, 스나, 그리고 후타쿠치까지 여섯 명. 6조 부원들이, 서 있었다.
 "너희들, 다행이다아……."
 단숨에 어깨의 힘이 빠지고, 하나마키가 무릎에 손을 짚는다. 오이카와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맛키가…… 그보다, 세 사람은 같은 조였나?"
 "아니, 이제 담력 시험할 때가 아냐."
 "무슨 말이야?"
 스가와라가 묻는다. 스나가 주위를 둘러보고 "아까까지 안개 짙었고 말이죠." 라고 말했다.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아츠무가 말을 꺼냈다.
 "모두 사라졌다. 1조도, 2조도 돌아오지 않았데이."
 "……하?"
 오이카와의 반응은 타당하다. 고시키와 야마구치는 완전히 경직되어 있다. 후타쿠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설정?"
 "아이다. 이쪽은 진지하다카이.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고, 모두 돌아오지 않고. 우리 셋이 찾으러 나왔는데 당신들이 있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후타쿠치는 아직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휴대폰 전파는 이어지지 않지만, 모두 사라졌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맛키가 그런 얼굴을 한다는 건, 정말이야."
 오이카와의 목소리 톤이 떨어진다. 하나마키는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심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마츠카와의 일이, 머리를 스쳤다.
 찬 바람이 분다.
 "지금 합숙소에는 누가?"
 "8조와, 시라부와 코즈메가 있어. 사와무라와 마츠카와는 도중에 없어졌어."
 "……없어, 졌다."
 야마구치가 창백해져 중얼거린다. 스나가 말했다.
 "없어졌다니, 떨어진 거 아닙니까?"
 "달라."
 씌우듯 쿄타니가 말했다. 주먹을 불끈 쥔다.
 "사라졌다. 아까까지 있었는데, 돌아보니 없었다."
 "……그건."
 "안개에 덮여서, 피의, 냄새가."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살아난다. 코를 찌르는 듯한 피의 냄새.
 그래, 마침, 지금 나고 있는, 냄새다.
 "……왔군."
 스윽,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이번에는 하나마키도 알았다. 냄새. 피 냄새다. 안개가 서서히 짙어져 간다.
 스가와라가 손전등을 잡고 주위를 비춘다.
 "야, 안개가 갑자기……."
 "도, 도망치자."
 하나마키가 파랗게 질린다. 오이카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고시키와 야마구치의 등을 밀었다.
 "됐으니까 빨리 달려!"
 엉킬 것 같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두려움만 있어,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뭐, 뭐야 이거."
 고시키가 반쯤 울며 외친다. 마지막을 달리던 오이카와의, 치켜든 팔이 살짝 당겨졌다. 안개 속 무언가가 잡아당기듯 손전등을 든 팔뚝 채로, 끌려간다.
 "으악."
 "오이카와!"
 그대로 뒤로 넘어질 뻔한 오이카와를 스가와라가 필사적으로 끌어낸다. 강한 힘으로 간신히 이쪽으로 기운 오이카와의 손에서 손전등이 미끄러져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미안, 살았어."
 "됐으니까!"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스가와라가 말한다.
 "보인다……!"
 후타쿠치가 합숙소의 불빛을 가리켰다. 저기에 아카아시네가 있다. 쿄타니는, 이번에야말로 뒤를 돌아본다. 전원 있다. 제대로 있다.
 엉망이 된 사고와 함께 합숙소에 들이닥친다. 시라부와 코즈메의 공포가, 하나마키에게도 몸소 찾아왔다. 숨이 차며 몸의 힘이 빠져, 문자 그대로 입구에 쓰러진다.
 "하아, 하."
 "빌어먹을, 의미 모르겠어……."
 욕설을 입에 담으며 마루를 두드리는 후타쿠치. 소리에 눈치챘는지 코가네가와가 복도를 달려왔다.
 "어라!? 후타쿠치 선…… 잠깐, 아카아시 씨!"
 코가네가와는 이내 심상치 않은 사태를 깨달았는지 아카아시의 이름을 외쳤다. 코가네가와의 고성은 합숙소에 울려 퍼졌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입구에는 아카아시를 포함해 합숙소에 있던 전원이 모이게 됐다.
 "……야마구치, 무슨 일이 있었어."
 츠키시마가 쭈그리고 앉아, 야마구치의 어깨를 두드린다. 야마구치는 안면이 창백해, 여기에 뛰어 들어왔을 때의 시라부 일행과 같은 표정이었다.
 "모, 모르겠어, 나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기가……."
 주저앉아 이를 악무는 아츠무.
 "오이카와, 너, 손 괜찮아……?"
 그때, 스가와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니, 오이카와의 오른손이 떨리고 있다. 안개에 끌려갈 뻔한 손이다.
 산산조각 나 땅에 떨어진 손전등을 떠올리고, 스가와라는 섬뜩해졌다.
 "치료, 필요합니까."
 아카아시가 일어선다.
 "의무실에 붕대 같은 거 있었습니다!"
 구급 도구의 재고를 살피던 코가네가와가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의무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의 손에는 새 붕대와 소독약. 오이카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외상은 없지만, 그 냉기에 닿았던 순간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었다.
 "……먹히는 줄 알았어."
 쉰 목소리로, 오이카와가 말했다.
 "아마, 손전등이 없었으면 나 지금쯤 오른손 없었을지도 몰라."
 하하, 전혀 웃지 못하는 오이카와.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대체 안개 속에 뭐가 있는지 상상하기도 두려웠다.
 "이 섬에는 괴물이라도 있는 기가? 뭐고, 모습도 보이지 않고 피 냄새만."
 "……지금, 그런 전승이나 신화가 없는지 조사하려던 참입니다."
 츠키시마가 덤덤하게 말한다. 아츠무는 초조하게 머리를 눌렀다.
 "의미 모르겠다……. 빨리 다른 녀석들 찾지 않으믄, 참말로 위험하다, 이거."
 "……맛키, 괜찮아?"
 하나마키의 안색은, 너무나도 나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그 녀석들, 사와무라와 마츠카와는 저 안개에 휩쓸린 거지."
 "……다이치."
 스가와라가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쥔다. 저 안개 속에서 사라진 두 사람은?
 산산조각난 손전등이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 재생된다. 그때 풍긴 피 냄새는, 누구의…….
 "앗, 저기!"
 그때, 하이바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입구를 가리킨다.
 또 안개가 짙어진 줄 알았는데, 바깥은 아까의 짙은 안개가 거짓말인 것처럼 사라지고 있다.
 하이바는 짙은 안개가 아니라 다른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다가오는 발소리, 말소리, 그리고 손전등 불빛.
 "다녀왔습니다―. 늦었……어……?"
 입구에 쓰러진 일행 일동을 허를 찔린 듯 내려다보는 다섯 명.
 모니와, 야쿠, 코모리, 니시노야, 그리고 카와니시.
 처음 출발한 1조가, 합숙소에 겨우, 돌아온 것이다.



*


쌍둥이섬 신사 근처 휴게소



 몸의 떨림이, 언제까지나 가라앉지 않는다. 오한과 공포로 미칠 것만 같았다.
 신사의 돌계단을 내려와 합숙소까지 돌아오는 길목에 작은 휴게소가 있어, 야하바는 거기에 홀로 웅크리고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멎지 않을까 착각할 정도로 파열 직전이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설 수 없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릎을 안고, 야하바는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젠장, 젠장……! 젠장!"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나가면, 또 그 안개에 휩싸인다. 공포에 물든 얼굴로 그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라, 야하바는 울고 싶어졌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30분 전.
 촛불을 사당 앞에 둔 야하바 일행 5조는, 이제 돌아가자고 돌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갑자기 짙어진 것은 그때였다. 마치 생물처럼, 땅을 기어다니듯, 짙은 안개는 주위를 감싸 시야를 나쁘게 만들었다.
 텐도가 이마에 손을 얹고, 어깨를 으쓱인다.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나, 이런 짙은 안개는 인생에서 처음이야!"
 보쿠토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그의 얼굴조차 흐릿할 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야하바는 아즈마네 옆을 걸으며 조심스럽게 돌계단을 내려간다. 일단 이 중에서 가장 제대로 된 선배 옆을 차지하고, 이 이상 귀찮아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다지 움직이지 않는 게 좋지 않겠나?"
 돌계단 중간에 멈춰서며, 키타가 그렇게 말했다.
 "뭐어……. 나 한시라도 빨리 여길 떠나고 싶어."
 "저도 똑같습니다."
 추운 듯 떠는 아즈마네에게 야하바가 동의한다. 그런, 코마이누의 목을 되돌려 버리는 담이 큰 인간들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말이야, 반대로 길을 잃어서 이상한 산속에 들어가면 시체 같은 걸 찾아 버릴지도."
 "텐도 씨!"
 이런 순간에도 아직 무서운 소리를 하냐며, 야하바가 다른 학교 선배라는 것을 잊고 욕설을 할 뻔했을 때였다.
 보쿠토가 무언가를 깨닫고 얼굴을 찡그린다.
 "읏, 뭔가, 이상한 냄새 안 나?"
 "보쿠토 씨까지, 이제 그만……."
 "아니, 정말 진짜로."
 그렇게 말하며 코를 막는 보쿠토. 그것에 이어 이번에는 키타가 스읍, 숨을 들이쉬었다.
 "확실히, 피 같은 냄새가 난다."
 "피!?"
 아즈마네가 순식간에 새파래졌다. 갑작스러운 짙은 안개에 피 냄새, 공포를 배가시키는 요소들이 모여들자 야하바는 진심으로 이 자리에서 당장 떠나고 싶어졌다.
 "이제, 빨리 돌아가요. 정말로. 제발."
 "그렇게까지 말하면, 돌아갈까."
 반쯤 간청하듯 야하바가 말하자, 보쿠토가 결국 돌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야하바는 문득, 목소리가 하나 없는 것을 깨닫는다.
 "……텐도 씨는?"
 "어, 거기에."
 있다, 고 보쿠토가 돌아본다. 그러나 텐도의 모습은 없다.
 있는 것은, 꿈틀거리는 짙은 안개와 무언가 불온한 기색. 그것뿐이다.
 "……어라?"
 굳은 보쿠토의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린다.
 "……텐도? 숨어있는 거야?"
 보쿠토가 목소리를 높인다. 또 일인 백물어의 연속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이번엔 자신이 자취를 감춤으로써 자신들을 겁주려고 하고 있는 걸까.
 그런 게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텐도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피 냄새는 점점 짙어지고, 시야도 나쁘다. 키타가, 돌계단을 한 걸음 내려간다. 손끝에 차가운 안개가 닿자마자 튀어오를 듯한 오한이 있었다.
 "……안 된다."
 "네?"
 "도망친다."
 "……무슨."
 "됐으니까, 빨리 달리라!"
 평소와는 거리가 먼, 절박한 키타의 말에 야하바 일행은 튕기듯 돌계단을 뛰어내린다. 다리가 꼬여 넘어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달렸다.
 맨 아래 단까지 내려와 뒤를 돌아보자, 키타와 보쿠토가 달려 내려온다. 그 뒤로 덩어리 같은 안개가, 다가온다.
 "두, 둘 다 빨리!"
 아즈마네가 외치지만, 키타는 손으로 "먼저 가라"고 신호한다. 아즈마네는 망설였지만, 공포로 새파래진 야하바의 얼굴을 보고 그 팔을 단단히 잡았다.
 "가자!"
 "아, 하지만."
 "됐으니까 빨리!"
 조금 전까지 두려워하던 모습과 달리, 야하바의 팔을 잡는 아즈마네의 힘은 강하다. 야하바는 달리며 돌아봤다가, 두 사람이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을 봤다. 단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타일렀지만 보쿠토와 키타는 다시 안개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안개는 서서히 아즈마네와 야하바에게도 다가왔다. 피 냄새가 짙어진다. 목구멍 속이, 바싹 말라 있었다.
 "앗."
 달리던 아즈마네가 목소리를 높인다.
 보면, 짙은 안개 속에서 흐릿한 손전등 불빛이 보인다. 큰 등은, 가까이 가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앞을 가던 4조다.
 "어라, 야하바 선배."
 짙은 안개 속, 조심스레 걷고 있던 걸까. 쿠니미가 무슨 일인지 돌아보고, 야하바는 그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쿠니, 미, 얼른, 도망쳐……."
 "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지."
 우시지마가 묻는다. 아즈마네는 뒤를 돌아봤다. 안개가 온다. 시간이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시지마의 등을 세게 눌렀다.
 "전부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지금은 도망쳐! 빨리!"
 "잠깐, 아사히 선배, 갑자기 무슨 일임까!?"
 "타나카도 빨리…… 으아아악."
 "뭐고, 저거……."
 오사무가 뒤로 물러난다.
 섬뜩한 냉기가 주위를 뒤덮었다. 피부에 닿자마자 온몸이 경직되어 버릴 듯한 공포. 아즈마네는 자신의 발이 무언가에 끌려가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웅크렸다.
 "잠깐, 아사히 선배!? 아사히……."
 타나카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아즈마네의 목소리도, 사라진다.
 야하바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어떡하면 되지. 어떡하면 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누가 어떻게 된 거지?
 "야."
 팔을 세게 잡힌다. 고개를 들자 사쿠사가 야하바를 보고 있었다. 시야에는, 사쿠사와 야하바가 팔을 붙잡고 있는 쿠니미 밖에 없다.
 우시지마도, 오사무도, 없다.
 "도망쳐."
 사쿠사가 말하기 전에, 야하바의 시야에서 그는 사라진다. 잡혔을 팔에 사쿠사의 체온은 없다. 이제 안 돼, 한발 뒤로 물러난 야하바는 그대로 시야가 빙 도는 것을 보았다.
 "우와아아아아!?"
 무심결에 외친다. 쿠니미를 잡았던 손이 확 떨어진다.
 발을 헛디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일어나 주위를 확인했을 때였다. 짙은 안개로 어느새 샛길 근처까지 와버린 듯,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있던 길 옆이 경사면이었던 것이다.
 고목에 부딪힌 야하바가 둔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자, 짙은 안개로 뒤덮인 윗길이 조금 멀리 보였다. 여긴, 안개가 옅은 것 같다.
 "아…… 파."
 뒤통수를 누른다. 다치진 않은 모양이다.
 "쿠, 쿠니미……? 사쿠사?"
 이름을 불러 본다.
 위로 올라가려고 경사면에 발을 디딘다. 그대로 손이 진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엎드려 올라갔다.
 짙은 안개로 뒤덮인 길이 다가온다. 야하바는 걸음을 멈췄다. 무섭다. 저 길로 돌아가는 게. 모두가 사라져 버린, 그 짙은 안개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로 무섭다.
 "……윽."
 꾸욱, 땅바닥의 마른 풀을 쥔다. 손톱 사이에 흙이 들어갔지만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먼 소리는 가까워지고, 발소리까지 들려온다.
 "젠장,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니까 말했잖아. 한 번 진정하고……."
 "그럴 시간 없어요!"
 위쪽 길에 누가 왔다. 목소리로 알 수 있다. 저것은 호시우미와 쿠로오다.
 야하바는 목소리를 짜냈다.
 "쿠로오 씨! 호시우미!"
 "……!? 누구 있나?"
 "저예요, 세이조의 야하바입니다!"
 비탈 아래에서 그렇게 외친다. 분명, 이변을 깨닫고 돌아온 게 틀림없다. 쿠로오와 호시우미가 아래를 들여다보는 그 얼굴이, 야하바에게는 또렷이 보였다.
 "너, 왜 그런 데 있어!?"
 "미끄러져서…….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도망가세요!"
 쿠로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아!? 무슨 소리야, 너 움직일 수 있어!?"
 "저는 괜찮아요. 그 안개가, 위험합니다!"
 "기다려. 지금 도와줄게!"
 야하바의 말을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아니면 내버려 둘 수 없는 두 사람의 성미인지, 쿠로오 일행은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짙은 안개가 쿠로오와 호시우미의 윤곽을 서서히 흐리게 한다.
 야하바는 쥐었던 풀을, 손을 뻗어 오는 두 사람에게 던져 버렸다.
 "됐으니까 도망쳐!"
 갑자기 외친 말에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뜬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래도 도망가지 않았다. 
 호시우미가 몸을 내밀어 야하바에게 손을 뻗는다.
 "도망가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돌아온 의미가 없어!"
 "풀 던지다니 버릇 없네."
 호시우미를 지탱한 채 쿠로오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야하바는 거의 반쯤 울며 손을 뻗는다. 호시우미의 손을 잡으려다가, 허공을 베었다.
 호시우미도, 쿠로오도, 눈을 깜박이는 순간 짙은 안개에 휩쓸려 사라진다.
 "……!"
 빈 팔이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야하바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눈물을 훔쳤다. 얼굴이 더러워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빌어먹을……!"
 탕, 힘껏 땅을 쳤다. 깨끗이 손질하던 손톱은 이미 더러워져 있었다.
 필사적으로 경사면을 올라 원래 길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이미 짙은 안개가 옅어져 있었다. 하지만 계속 떨림이 멈추지 않아, 휘청휘청 근처에 있던 휴게소로 뛰어든다.
 온몸의 힘이 빠져, 주저앉아 버리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모두 사라졌다.
 5조도, 4조도, 호시우미도 쿠로오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


쌍둥이섬 합숙소



 "……그럼, 그 안개가?"
 "아아."
 전원 무사히 돌아온 1조에게, 오이카와 일행은 일의 전말을 들려준다. 피 냄새가 나는 안개, 사라진 동료, 그리고 이어지지 않는 전파. B급 영화에 있을 듯한 전개인데, 이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일동은 식당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
 "1조는, 왜 돌아오는 게 늦었습니까?"
 츠키시마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니시노야였다.
 "도중에 안개가 짙어져서 쉬기로 했어. 마침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에 계속 있었어."
 "화장실……."
 카와니시가 끄덕인다.
 "산에 자주 있는 공중 화장실이야. 밖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럼 안개가 걷힐 때까지 계속 그곳에?"
 "그래."
 야쿠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들이 공중 화장실로 대피하는 동안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알 길이 없다.
 "도중, 누군가와 만나진 않았습니까?"
 "모습을 본 건 아니지만 목소리라면 들렸어. 코노하 군의 목소리였으니까, 아마 2조일 거야."
 아카아시의 물음에 야쿠는 기억을 더듬었다.
 화장실은 담력 시험의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었기 때문에, 확증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밖에서 목소리가 들린 것은 확실하다. 자신들의 뒤에 있던 2조가, 짙은 안개 속에서 1조를 앞지른 것임을 알았다.
 "그럼, 2조도 이제 돌아오지 않으면 이상해."
 후타쿠치가 말한다. 2조라면 아오네가 있을 터다. 1조를 앞질렀는데, 지금 여기에 2조는 없다.
 떨어져 있던 히나타의 휴대폰이나 손전등으로 미루어 보면, 3조도 사라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모두 무사한 것은 1조와 6조와 8조…… 그리고 쿄타니와 시라부, 코즈메인가."
 하나마키가, 가져온 합숙 참가자 명단에 줄을 긋는다. 스가와라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안개는 옅지만, 아까처럼 언제 짙어질지는 몰라."
 "괜찮을까요, 히나타네."
 야마구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히나타도, 카게야마도, 여기에는 없다. 완전히 조용해진 합숙소에, 손뼉 치는 소리.
 모니와다.
 "모두, 배고프지 않아?"
 "……이 상황에서 밥 먹자고 하는 건가요."
 후타쿠치가 물끄러미 모니와를 노려본다. 그러나 모니와는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 상황이니까야. 모두 낮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주먹밥 정도면 만들 수 있으니까 뭔가 입에 넣어야 해."
 "……저, 입맛 없습니다."
 고시키가 쭈그라들어 말한다. 시라부가 "저도요." 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돼. 이렇게 인원이 많은데 모두 어두운 얼굴로 고민하면 안 돼."
 그것은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는 말 같기도 했다.
 우선 밥을 먹는다. 모든 것의 기본이다.
 "……그렇네요."
 아카아시가 픽 웃는다. 이럴 때일수록 밥을 먹는다는 모니와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역할 분담할까."
 아까의 심각한 표정을 조금만 누그러뜨린 오이카와가 말했다.
 "밥반, 조사반, 수색반, 그리고 모두가 언제 돌아와도 되도록 이불이나 목욕이나, 여러 가지 준비하는 반."
 "엄마 같네."
 "엄마반이라고도 말하지."
 "말하지 마."
 하나마키와 오이카와가 웃는다. 신경을 쓰고 있다, 는 선배의 배려를, 아카아시는 알 수 있었다.



*


쌍둥이섬 합숙소 식당



 "식량, 제대로 있어서 다행입니다."
 밥솥을 열자 뭉근한 김이 감돌았다. 무사히 완성된 쌀을 들여다보며, 카와니시가 말했다.
 "스태프들만 나중에 페리를 타고 올 예정이었어. 재료는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네, 라고 모니와.
 전부 43명, 전원분의 쌀은 도대체 몇 홉이 되는 것인지, 계산하는 것은 그만둔다. 지을 수 있는 만큼 짓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코모리가 비닐장갑을 끼고 쥐기 시작한다.
 "꽤 공손하구나."
 "키요오미에게는, 다른 사람이 맨손으로 쥔 주먹밥은 먹지 않는다는 귀찮은 규칙이 있는 거야."
 "철저하구나."
 카와니시가 웃었다. 사쿠사도 지금, 여기에는 없다. 코모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의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걱정은 모두 같았다.
 우시지마가 좋아하는 토핑이 뭐였는지를 생각하며, 유난히 큰 주먹밥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이곳에 없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이는 기분이었다. 다들,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배가 고프진 않을까.
 무사히, 있는 걸까.
 "뜨거워!"
 "아, 자, 조심해."
 갓 지은 쌀밥은 랩 너머에서도 충분히 뜨겁다. 화상을 입을 뻔한 야마구치에게 모니와가 수건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거, 작은데 괜찮아?"
 야마구치가 쥐고 있는 주먹밥을 가리키며 모니와가 그렇게 묻는다. 이미 늘어선 두 개는 대형인데, 그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은 조금 작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이거 츳키 거니까."
 "……그런가."
 "왠지, 이러고 있는 거, 엄청 이상한 기분이에요."
 작은 삼각, 그것을 부드럽게 쥐며 야마구치가 말했다.
 "큰일이 났는데…… 뭘까, 나,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고."
 "밖으로 찾으러 가고 싶어?"
 코모리가 묻는다. 야마구치는,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그 안개가 덮쳤을 때, 저, 정말로 무서워서.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찾으러 가겠다고 자원하고, 저는 겁먹었는데."
 예뻤던 삼각형이 무너진다.
 동료를 수색하는 역할은 지원제가 됐다. 그만큼 위험한 역할임에도 수색반에는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고, 지금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다.
 "나도 가고 싶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은, 카와니시였다.
 "괜찮지 않나, 몇 명 그런 사람이 있어도. 모두가 그런 용기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
 "게다가, 다들 밖에 나가면 밥을 만들 사람이 없어지고."
 코모리도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런 일로? 라고 생각할 만한 것도, 본인이 보면 중요한 일이기도 하잖아. 그것처럼 뭐가 무서운지, 뭘 할 수 있는지, 사람마다 다르고."
 그렇게 말하는 코모리의 표정은 무척 상냥했다. 개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한까지 닦아 온 인물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의 역량의 최대한을 생각해보면 돼."
 "최대한……."
 "그래! 지금으로 친다면, 더욱 완벽에 가까운 삼각형을 만들자! 라든가."
 코모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욱 예쁜 삼각 주먹밥을 나란히 보여 주었다. 카와니시가 옆에서 뿜는다.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더니."
 "뭐야, 엄청 좋은 얘기였잖아!"
 "아니, 그래도 코모리 군의 것은 아주 예쁜 삼각형이야. 음식 샘플 같아."
 엉뚱하게 감동하는 모니와에, 카와니시의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고 농담을 건네는 선배들에게, 야마구치는 맥이 빠지고 말았다.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시미즈나, 야치가 떠올랐다.
 그녀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야마구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코트로 향하는 자신들의 등을 보며 그녀들은 늘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박을 썰어주고 음료를 만들어주며, 그늘에서 받쳐준 그녀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의문을 가졌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알 수 있다.
 "어라, 먹어버리는 거야? 그거."
 놀라는 모니와.
 야마구치는 방금 쥐고 있던 주먹밥을 입에 넣고 삼킨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에 쌀을 얹는다.
 "츳키 건 더 예쁘게 만들 거라! 지금 건 실패작이에요."
 "내 음식 샘플보다 더 예쁜 삼각형을 만들 수 있다면, 너를 1인분으로 인정해주지."
 "누구 설정?"
 가슴을 펴는 코모리에게 카와니시가 질렸다. 야마구치는 무심코 웃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밥을 먹자.
 그렇게 말한 모니와의 말뜻을, 이제야 알았다.



*


쌍둥이섬 합숙소 자료실



 "아까 대충 봤는데, 아마 섬의 역사나 그런 게 여러 가지 있었어."
 합숙소 자료실에는 아카아시, 시라부, 코즈메, 그리고 츠키시마 네 사람이 모였다. 조사반으로 명명된 이들에게는 이곳에서 이 괴기 현상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중대한 임무가 있다.
 자료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학교 교실의 절반 정도 크기의 방에는, 벽을 따라 선반이 줄지어 있고 자료가 파일링되어 있다. 창밖은 여전히 어둡지만 달빛이 희미하게 보여 짙은 안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역시 옛날엔 사람이 살고 있었구나."
 시라부가 『도민표 일람』이라고 적힌 파일을 들고 말했다. 그곳에는 이 섬이 무인도가 되어 지자체에 매입되기까지 살아온 주민의 이름이 즐비했다.
 무인도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시라부는 낯선 이름을 가만히 눈으로 쫓았지만, 딱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실내의 전구가 깜빡이다가, 다시 켜진다.
 "……평범한 섬의 역사, 인데."
 자료를 읽던 코즈메가 고개를 든다.
 침묵이 십분 정도 이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없다. 츠키시마가 무거운 파일을 탁상에 올려놓고 미간을 누른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섬의 역사네요."
 불가해한 사건이 있던 것은 아니다.
 "짙은 안개나 이상기후나, 그런 키워드조차 없나."
 아카아시가 신음한다. 금방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다니.
 코즈메가 "혹시." 하고, 말을 꺼낸다.
 "여기, 잠기지도 않았고 우리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었지."
 "아아, 그렇구나."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라부가 말했다.
 "더 위험한 놈을 숨긴다면, 이렇게 보안이 헐렁헐렁한 방에는 없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이 방에는 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뿐일지도."
 코즈메는 그렇게 말하고, 빙글 자료실을 둘러본다. 눈에 띄는 장소에는, 파일링 되어 라벨이 붙은 책자가 수북이 놓여 있다.
 츠키시마가 살짝 바닥에 시선을 향한다. 책장을 이동시킨 흔적은 없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흔적은 없다.
 아카아시가 책장의 파일을 열 권쯤 안고 선반에서 꺼내 본다.
 "이런 선반 뒤에 있다거나."
 "파일, 한 번 전부 꺼내볼까요."
 츠키시마의 한 마디로 네 사람은 선반의 파일을 몽땅 꺼냈다. 책상 위에 쌓이는 파일과 반비례해 선반은 깨끗이 비어 간다.
 무게 있는 파일을 출납하느라 땀이 번지기 시작했을 때, 시라부가 "아." 하고 소리를 흘린다.
 "뭔가 있어."
 시라부는 그렇게 말하며 텅 빈 선반 속으로 상반식을 비틀어 넣는다. 안쪽 칸막이가 뒤틀리고,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그 너머는 벽일 텐데,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라부가 칸막이를 힘껏 누르자 그것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비틀린다.
 "……빙고."
 어두컴컴한 선반 안에서, 시라부가 상자를 끌어냈다. 마치 숨기듯 만들어진 그것은 철로 만든 낡은 상자 같았다.
 "이런 곳에 있다니, 정말 수상하네."
 아카아시가 쇠 상자의 뚜껑을 살짝 만졌다. 손가락 끝에 먼지가 묻는다. 상당히 손이 타지 않은 모양이다.
 "연다."
 시라부가 살짝 상자를 연다.
 안에는, 누런 자료 뭉치가 들어 있었다.
 "……뭐야, 이거."
 "지도 같네요."
 맨 위에 있던 것은, 츠키시마의 말대로 지도 같았다. 여기에 올 때 지자체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과는 다르다.
 지도에는, 섬이 두 개 나란히 있었다. 오른쪽 위에는 『쌍둥이섬』이 있다.
 "이거, 섬이 두 개 있네."
 "오이카와 씨가 말했던 그 섬일까요."
 아까 오이카와 일행과 합류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이 섬의 옆에, 또 하나의 섬이 있다.
 이 지도가 그 증거였다.
 "형섬과 아우섬……."
 코즈메가 읽어 내려간다. 두 개가 나란히 선 섬은 각각 「형섬」과 「아우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으로, 아무래도 쌍둥이섬이라는 것은 그 둘을 총칭한 이름인 것 같다.
 아카아시 일행이 놀란 것은 쌍둥이섬이 완전히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거, 정말로 진짜 지도일까."
 "무슨 말이야?"
 아카아시의 물음에 코즈메가 어깨를 으쓱인다.
 "지리나 자연현상적으로, 똑같은 모양의 섬이 두 개 있을 수 있을까 하고."
 "확실히, 이 지도로는 완전히 대칭이네요."
 츠키시마가 지도를 겹친다.
 현수교로 이어진 두 섬은 거울처럼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쌍둥이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 왔을 때는 지도에 섬이 하나밖에 그려져 있지 않았어."
 "실제로 섬이 있는 것은 오이카와 씨네가 증명하고 있고, 지도에 싣지 않은 이유가 있는 걸까."
 지도를 들여다보는 아카아시와 코즈메의 옆에서 시라부는 홀로 다른 자료 뭉치를 훑어보고 있었다. 시라부의 그 손이, 문득 멈춘다.
 "왜 그래?"
 시라부의 모습을 눈치챘는지 아카아시가 들여다본다.
 자료에는, 징그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뭐야, 이거."
 시라부가 얼굴을 찡그린다. 뭔가, 인간 같은 것이 먹히고 있는 그림, 일까. 직선을 조합한 그림이라 추상적이긴 하지만 이것은 인간일 것이다.
 괴물 같은 것에 의해 붙잡히고, 잡아먹히고 있다. 시라부는 그 자료 속에서 「제물」이라는 글자를 보았다.
 "제물…… 산 제물?"
 "위험한 단어네."
 코즈메가 말했다.
 시라부의 눈이, 자료의 글자를 쫓는다.
 "읽어 주시겠습니까."
 츠키시마가 말하자 시라부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조용히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똑같다는 것은 불길의 상징이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조다. 그러므로 쌍둥이섬은 저주의 섬인 것이다. 똑같지 않아야 한다. 어딘가 하나라도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입구』가 열려 버린다. 제물은 이미 부족하다."
 시라부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입구……?"
 "제물은 이미 부족하다니, 무슨 말일까요."
 "계속, 읽어줘."
 코즈메가 재촉한다. 시라부의 침착한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제물은 이미 부족하다. 『입구』를 닫을 수밖에 없다. 똑같지 않으면 저주는 작동하지 않는다.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자료의 문자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나머지는, 기분 나쁜 그림이나 열화되어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이다. 보관 상태가 몹시 나쁘고, 썩은 냄새 같은 게 난다.
 "저주라든가 제물이라든가, 그럴듯하네."
 "쌍둥이섬은 역시 두 개 있다는 거군요."
 오이카와 일행이 보았다는, 인접한 또 다른 섬. 현수교의 위치로 미루어 지금 그들이 있는 섬이 형섬이라는 섬일 것이다. 그렇다면 옆에 있던 것에 아우섬. 두 개 합쳐서, 쌍둥이섬.
 "형섬과 아우섬은 완전히 같은 형태다……. 그것이 불길하니까, 어딘가에서 차이를 만들 필요가 있다, 는 걸까."
 아카아시는 생각한다. 『입구』라는 말도 걸린다. 어디로 이어지는 『입구』일까. 모두가 사라진 것과 관계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건 모두에게 보여 주자. 만약 모두가 이 섬에 없다면 옆의…… 아우섬에 있다는 가능성도 있을지도."
 코즈메의 눈이 지도 위를 미끄러진다. 오이카와의 이야기에서는, 현수교는 바닷바람에 상해 도저히 건널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가능성은 제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멀리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종이의 부패한 듯한 냄새가, 너무도 불쾌했다.



*


쌍둥이섬 합숙소 홀



 "후엣취! 너, 갑자기 이불 펼치지 마! 먼지 날리잖아!"
 "죄, 죄송합니다!"
 하이바가 호쾌하게 펼친 이불 덕분에 야쿠의 성대한 재채기가 울려 퍼진다. 꼭대기 홀에 인원수만큼 이불을 까는 것은 뼈가 시렸다.
 "세 번째 화물입니다―."
 "스가와라 씨, 감사함다!"
 아래층 개인실에서 이불을 옮긴 스가와라는, 벌써 세 번째 왕복을 거치며 쌓인 이불 위에 주저앉았다.
 "지쳤다―! 43장의 이불을 까는 거, 진짜 힘들어."
 "그래도 이럴 때 개인실에서 자기 무섭잖아요!"
 고시키가 이불을 안으며 말한다. 그래, 개인실이 아니라 다 함께 자자고 제안한 것은 고시키를 비롯한 1학년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밤에 개인실에서 잘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만약 누군가가 돌아왔을 때, 주위에 사람이 있는 편이 안심할 터라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찬성한 것이다.
 "고시키! 이거 그쪽으로 부탁해!"
 "우와아!? 잠깐, 더 가질 수 없다고!"
 코가네가와가 이불을 포개자, 그 무게에 고시키가 비틀거린다. 어이없다는 듯 웃는 스가와라와 야쿠의 얼굴이 이불 틈으로 보여, 고시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라진 모두가 걱정이다. 이런 데서 이불을 깔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나 밖에 찾으러 가는 것은 무섭다. 스스로도 초조했다.
 "이불 깔면 다음엔 목욕탕으로 갈까."
 "나, 손이 비었으니까 다녀올게. 자, 간다, 리에프."
 "아파! 잠깐, 일일이 차지 말아주세요!"
 야단법석을 떨며 야쿠와 하이바가 대욕탕이 있는 아래층으로 사라져 간다.
 고시키가 이불 여러 겹을 바닥에 놓자, 스가와라가 "도와줄게." 라며 다가왔다.
 "……걱정되지 않나요."
 "응?"
 무심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가 나왔다.
 "모두, 걱정되지 않나요? 잘도 그렇게, 평소처럼 지낼 수 있네요."
 책망하는 듯한 어조가 되어 버린 것을 반성할 여유도 없었다.
 스가와라는 조금 생각하더니 고시키 옆에 쭈그리고 앉는다.
 "걱정스러워. 아마 잠도 안 오겠지."
 "……그럼, 어째서."
 "응―, 자신을 위해서?"
 막 깔아놓은 이불에 스가와라는 벌렁 드러누웠다. 천장의 높이가 체육관을 방불케 한다. 그리움에 눈을 가늘게 떴다.
 "가급적 평소대로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았으니까."
 "……제게는, 굉장히 여유로워 보입니다만."
 "그래? 그럼 그건 내 노력의 결과야!"
 영차, 하고 기세 좋게 일어나는 스가와라.
 "모두, 여유가 없는 거야. 자신의 일로 가득 차 있어. 그게 보통. 그러니까 자신에게 짜증낼 필요 없어."
 스가와라는 그렇게 말하고 이불의 마찰로 일어선 고시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유로워 보인 것은, 스가와라가 그렇게 보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고시키는 자신의 여유 없음이 부끄러워졌다.
 "……여기, 지금 뒹굴었으니까 내 이불이야!"
 고시키의 심경을 헤아렸는지, 스가와라는 화제를 바꾸듯 베개를 두드린다. 코가네가와가 달려온다.
 "여기 이불 끝났습니다! 고시키, 도와줄까?"
 "아니, 됐어! 내가 한다!"
 "오? 그래?"
 갑자기 일어서는 고시키에게, 코가네가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고시키는 자신에게 여유가 없다는 것을 부끄러워했는지도 모르지만, 스가와라는 자신이야말로 후배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친구가 사라지고, 안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무너져 내릴 것 같지만, 그 와중에서 후배들을 보면 아아, 정신 차려야지, 분발할 수 있다.
 야쿠도 하이바가 기운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저렇게 발로 차거나 폭언을 하거나, 평상시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야쿠도 또한 평상시와 같은 반응을 돌려주는 하이바에게 구원받는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에 부러지지 않도록.
 "저기! 좀 봐봐!"
 하이바가 탁탁 계단을 뛰어오른다.
 무슨 일인가 일어났지만, 하이바는 팔 안에 많은 입욕제를 안고 있었다.
 "종류가 엄청 많아! 어떤 걸로 할래?"
 "리에프! 복도 젖잖아!"
 계단에서 야쿠의 목소리. 청소 도중에 빠져나왔는지, 확실히 복도가 젖어 있어 스가와라는 웃음을 터뜨린다.
 코가네가와와 고시키는 하이바가 가져온 입욕제를 하나하나 보고는 저게 좋다 이게 좋다, 논의를 하는 것 같다.
 "노송 나무는? 노송 나무 없어?"
 "있던 것 같아요!"
 "나, 그게 좋아! 장미! 장미 띄우고 싶어!"
 "오오! 장미도 좋네! 고시키는?"
 "나, 난 딱히 뭐든……."
 "노송나무와 장미 목욕이라니, 카오스구나."
 "좋잖아요! 깜짝 상자 같아서!"
 "목욕에 깜짝 요소 필요 없잖아."
 어느새 야쿠도 합류해 진지하게 다섯 명이 입욕제를 고르는 사태. 고시키는 어느새 자신 안의 갑갑함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배가 울린다.
 일행의 시선이 고시키에게 집중됐다. 식욕이 없다고 말한 지 조금 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후하, 야쿠가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아까 모니와 군네가 만들어 준 주먹밥이 식당에 있었다고."
 "네, 네……."
 "나도 이불 깔았더니 배고파졌어!"
 "나도!"
 "너는 욕실 청소 후다!"
 "아파! 그러니까 왜 차는 거예요!"
 울상의 하이바를 이끌고 야쿠가 목욕탕으로 돌아간다. 스가와라는 코가네가와와 고시키의 어깨를 안고, 1층 식당으로 향했다.



*


쌍둥이섬 신사 앞



 오이카와, 후타쿠치, 스나, 그리고 쿄타니 네 명은 합숙소에서 출발하고 코스대로 신사까지 왔다. 하나마키, 아츠무, 니시노야 세 명은 반대쪽에서 역방향으로 신사까지 향해 여기서 만나게 되지만, 세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여기에 오기까지의 길목에 동료들의 모습은 없고, 짙은 안개 또한 그 형체를 감추고 있었다.
 "……역시, 여기에는 제대로 왔네요."
 사당 앞에 후타쿠치가 쭈그리고 앉는다. 줄지어 선 촛불 다섯 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1조의 촛불은 이미 거의 다 타버렸다. 오이카와 일행 6조, 시라부 일행 7조, 그리고 하나마키 일행 8조는 사당에 오지 않았으니, 촛불 다섯 개는 다른 모든 조가 여기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사와무라와 마츠카와 이외의 사람은 사당에서 합숙소까지의 길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광견쨩, 냄새 어때?"
 "……지금은, 안 나."
 고개를 흔드는 쿄타니. 오이카와는 사당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이거, 무슨 그림일까요."
 후타쿠치 옆에 쭈그려 앉아 있던 스나가 사당을 손가락으로 살짝 가리켰다. 벽화 같은, 그림 같은 섬뜩한 것들이 그려져 있다.
 인간이 포식되는 순간 같은 그것을 보며, 스나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지나간다. 후타쿠치도 "기분 나쁘네." 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안개, 짙어지지 않네요."
 그림을 보기가 싫어졌는지 후타쿠치가 몸을 일으킨다. 돌계단 정상에서는 아래쪽이 잘 보였다. 그만큼 안개가 옅은 것이다.
 또 언제 짙은 안개가 끼어 그 피 냄새가 날지 내심 두려웠지만, 아직까진 그럴 기미가 없다.
 "혹시 그 그림 같은 것도 이 섬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몰라."
 "이게?"
 "아카아시 군네가 지금 알아봐주고 있으니까, 사진이라도 찍어두자."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고 사당과 신사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파는 이어지지 않지만 카메라와 시계는 기능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일이 될 줄은."
 돌계단에 걸터앉아, 오이카와가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린다.
 어딘가 먼 곳을 보듯, 턱을 괴고 숲을 바라본다. 쿄타니가 킁, 코를 찡긋거렸다.
 "저도 좀 지쳤습니다."
 스나는 그렇게 말하고 오이카와 옆에 앉는다. 계속 마음이 걸려, 쉴 수 없다.
 지금도, 언제 다시 그 안개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줄곧 떠나지 않는다. 이젠, 이미 지쳐 있었다. 키타도, 오사무도 어디에 갔는지 모른다. 아츠무도, 초조해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어."
 스나가 놀랄 정도로,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낮았다. 멀리 바라보던 눈동자는 되돌아간 듯 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과장이라고 생각해?"
 "……아뇨."
 죽다, 니 그런. 그렇게 말하며 농담이라고 일축할 상황이 아니었다. 스나가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자 오이카와는 "그렇지." 라고, 그것만 말하고 다시 앞을 향했다.
 쿄타니는 돌계단의 돌을 신발로 슥슥 문지르고 있다. 그것은 이끼가 껴 세월이 엿보였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후타쿠치가 벗겨진 붉은 토리이를 올려다본다. 체육관의 하얀 불빛이 그리웠다. 지금, 후타쿠치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희미한 달빛뿐이다. 그나마도 옅은 안개에 가려 흐릿하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자."
 앞을 향한 채, 오이카와가 말했다. 후타쿠치에게는 등밖에 보이지 않지만, 오이카와의 말에는 심지가 있었다. 촛불을 보고, 모두의 흔적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연하죠."
 그리고 그것은 후타쿠치도 마찬가지였다. 반드시 모두 돌아가자는 의욕마저 생겼다. 꺼질 듯한, 그래도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에 마음이 울컥했다.
 그때다.
 "여기요!"
 돌계단 밑에서 소리가 난다.
 오이카와가 일어서자, 니시노야가 아래에서 붕붕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네 명 다, 좀 와주세요!"



*


쌍둥이섬 길 한복판



 하나마키와 아츠무, 그리고 니시노야 세 명은 합숙소를 나와 반대 방향에서 사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중 1조가 대피했다는 공중 화장실에도 들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이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히나타의 핸드폰이 떨어져 있던 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길이 세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가라앉혀 갔다.
 "만약, 그때 저희가 쉬지 않고 그대로 갔으면 누군가 도움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너, 그렇게 생각하지 마."
 분한 듯 니시노야가 말한다. 하나마키는 성실하게 돌아보며 그것을 부정했다.
 1조가 화장실에 있을 때, 2조가 추월해 갔다. 그리고 그 2조는 사라졌다. 만약 그때, 일찍 화장실을 나왔다면 2조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화장실에 가지 않았으믄, 사라진 것은 1조였을지도 모른다."
 퉁명스럽게 아츠무가 말한다. 하지만 니시노야는 그것이 걱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
 하나마키가 말한다. 그 말에는, 유독 무게가 있었다.
 손전등으로 비추며 하나마키가 계속한다.
 "아까, 코즈메가 사과했어."
 "켄마가? 어째서."
 "마츠카와가 사라진 건 자신 탓이니까, 라고."
 꾹, 손전등을 잡은 하나마키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니시노야는 입을 다물고 말을 기다렸다.
 "도중에 넘어진 코즈메를 마츠카와가 끌어 일으켜 준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것 때문에 도망가는 게 늦어져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사과했어."
 자그마한 금발이 고개를 숙인다. 스르륵 흐르는 금색을 눈으로 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너 때문이 아냐, 라든가, 신경 쓰지 마, 라든가,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
 "한심했어. 내가. 왜 후배에게 재치있는 한 마디도 못하는 걸까 하고……."
 실제로 코즈메 탓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코즈메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마츠카와는 이곳에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생각해 버린 자신을, 마음 깊이 혐오한 것이다.
 "……기특하네."
 아츠무가 말했다.
 "지는 좀 더 자기중심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예. 원망하고 싶으면, 원망하면 된다. 그런 기 아닙니까, 인간은."
 "나는 딱히, 코즈메를 원망하는 건 아냐."
 "그게 아니라. 자신이 싫어진 기지예? 그렇다면 마음껏 싫어하믄 된다고 생각합니더."
 아츠무는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자신이 싫다고, 자신을 잘라내는 건 또 다르지 않심꺼?"
 "……그런, 가?"
 "싫어하는 부분까지 포함해 전부 나! 정도의 기분이면 됩니더. 후배를 미워하든 자기혐오를 하든 당신은 당신이다."
 아츠무는 그렇게 말하고 손전등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비추어진 빛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하나마키는 "하하." 하고 메마른 목소리로 웃었다.
 "……너, 적 많지."
 "덕분에."
 "그래도 나는 마음에 들었어!"
 퍽, 강하게 등을 얻어맞고, 아츠무가 싫은 표정을 짓는다. 니시노야는 그런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 아츠무의 생각은, 몹시 그답다고 생각했다.
 "봐라, 말하는 사이에 뭔가 있다."
 아츠무가 앞을 비추자, 지붕이 달린 휴게소 같은 것이 있었다. 칸막이가 있지만 문은 붙어 있지 않아 안은 쉽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가 있나……."
 하나마키가 안을 들여다보자, 벽 너머로 신발 끝이 보인다.
 심장이, 단숨이 뛰었다.
 "야!"
 세 명이 뛰어든 곳에 야하바가 주저앉아 무릎을 안고 있다. 아무래도 잠든 듯, 하나마키가 뺨을 두드리자 "으으." 하고 작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오이카와 씨네 불러올게요!"
 재빨리 니시노야가 휴게소를 뛰쳐나간다.
 아츠무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은 야하바뿐인 것 같았다. 온몸이 진흙 투성이다. 저지도 더러워졌다.
 하나마키가 야하바를 감싼다. 그 표정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야, 이 녀석 5조지? 왜 혼자 이런 곳에."
 "그런 건 지도 모릅니더. ……하지만."
 아츠무는 말을 끊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다. 그것도,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


조 배정 일람



・1조 모니와, 야쿠, 니시노야, 카와니시, 코모리

・2조 이와이즈미, 코노하, 세미, 히루가미, 아오네, 카게야마

・3조 쿠로오, 엔노시타, 호시우미, 히나타, 킨다이치

・4조 우시지마, 오사무, 사쿠사, 타나카, 쿠니미

・5조 텐도, 키타, 보쿠토, 아즈마네, 야하바

・6조 오이카와, 스가와라, 스나, 후타쿠치, 야마구치, 고시키

・7조 사와무라, 마츠카와, 쿄타니, 코즈메, 시라부

・8조 하나마키, 아카아시, 아츠무, 츠키시마, 코가네가와, 하이바

총 43명



*


현재 위치 일람



<합숙소>
・식당=모니와, 코모리, 카와니시, 야마구치
・자료실=아카아시, 코즈메, 시라부, 츠키시마
・홀=야쿠, 스가와라, 고시키, 코가네가와, 하이바

<야외>
・신사 앞=오이카와, 후타쿠치, 쿄타니, 스나, 니시노야
・휴게소=하나마키, 야하바, 아츠무

<불명>
나머지 22명